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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장기업의 물적분할과 쪼개기상장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되었으나 대부분의 논의가 일부 대기업 사례에만 국한되어 있다. 2010~2021년까지 12년 동안 물적분할 공시 377개와 모자기업 동시상장 157개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동인 외에도 투자유치, 매각, 구조조정 등 다양한 목적의 물적분할이 증가하며 물적분할의 양태가 복잡해지고 있다. 물적분할 공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단기적으로 부정적 뉴스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자기자본의 시장가치-장부가치 비율로 측정한 물적분할 기업의 기업가치는 중장기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업종 평균 기업가치와 비교해도 향상됨으로써 물적분할이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물적분할의 쪼개기상장은 2010~2021년 기간 17개에 그쳐 그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물적분할 쪼개기상장을 포함하는 모자기업 동시상장은 매년 신규상장기업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시상장 자회사는 신규상장기업 중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어 있으며 이미 상장되어 있는 모회사는 자회사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유의하게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가치 측면에서 물적분할 쪼개기상장을 비롯한 모자기업 동시상장은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물적분할과 쪼개기상장을 명시적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모자기업 동시상장에 대해 상장규정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실증분석 결과와 해외사례를 참조할 때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최근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상장기업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쪼개기상장 등 모자기업 동시상장에 대해서는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 기업기배구조 개선 조치 또는 상장심사 강화를 통한 억제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Ⅰ. 들어가는 말
물적분할은 1998년 12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상법에 도입한 기업분할의 한 유형이다. 물적분할과 비교되는 인적분할이 분할의 대가인 신설기업의 주식을 분할기업의 주주에게 귀속시키는 것과 달리 물적분할에서는 분할기업에게 귀속시켜 신설기업이 분할기업의 100% 자회사가 되는 차이가 있다.
최근 물적분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된 데는 대기업들이 잇달아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일부 신설기업은 기업공개(이른바 ‘쪼개기상장’)까지 하면서 기존 분할기업의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신규 사업부문의 빠른 성장을 기대하고 주주가 되었는데 해당 사업부문이 물적분할 되어 분할기업의 자회사로 바뀌면 분할기업의 소액주주들은 신설기업을 간접적으로만 소유하게 되어 신설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또한 신설기업이 기업공개를 하게 되면 분할기업의 시장가치에 보유 자회사 주식의 시장가치가 할인되어 반영됨에 따라 분할기업의 기업가치가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물적분할 공시 직후 일부 분할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1)
물적분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국회에서는 관련 입법발의가 이어지고 있으며2)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물적분할 관련 주주 보호를 110대 국정과제로 설정하였다.3) 규제안은 물적분할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거나,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금지해야 한다는 강력한 규제안에서부터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거나 분할기업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제공하거나 또는 자회사의 공모주를 우선 배정 받도록 하자는 방안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물적분할 및 쪼개기상장과 관련된 논의는 문제가 된 일부 대기업 사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실제 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실태에 근거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물적분할 및 모자기업의 동시상장과 관련하여 실증적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Ⅱ장에서는 물적분할의 주요 이슈를 물적분할의 현황 및 증가 배경, 공시효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Ⅲ장에서는 물적분할 기업의 자회사 상장을 포함해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현황을 알아보고 동시상장 모자기업의 기업가치 특징을 분석한다. Ⅳ장에서는 주요국의 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실태와 제도적 특징을 비교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Ⅴ장에서는 맺는말로 마무리한다.
Ⅱ. 물적분할의 주요 이슈
1. 물적분할 현황 및 증가 배경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 동안의 482개의 국내 상장기업의 기업분할 공시를 물적분할, 인적분할, 기타분할(분할합병 등 복합적인 분할)로 구분하면 물적분할 377개, 인적분할 82개, 기타분할 23개이다. 기업분할 중에서 물적분할은 연평균 31.3개(78% 비중)를 차지하였는데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에는 연평균 40개(86% 비중)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에 비해 인적분할은 다소 감소하는 추세이다(<그림 Ⅱ-1>(좌) 참조).
물적분할 공시 증가에는 소유구조에 따른 특징이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재벌 기업(대기업집단)4)은 물적분할을 선호하였는데5) 최근 5년 동안에는 대기업집단이 아닌 일반 기업의 물적분할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그림 Ⅱ-1> (우) 참조). 대기업집단의 물적분할 비율은 2010~2016년과 2017~2021년 모두 77.3%로 변동이 없으나 일반 기업은 69.6%에서 89.3%로 19.7%p나 증가하였다. 또한 시장을 구분해 보면 코스닥에 상장한 일반 기업이 가장 많이 물적분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표 Ⅱ-1> 참조).
대표적 기업분할 유형인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을 구별하는 재무적 특징으로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비율이 있다. 과거 인적분할은 자사주를 활용하여 지배주주가 신설기업에 대한 지분을 손쉽게 늘릴 수 있었으며(이른바 ‘자사주 마법’), 그로 인해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는데 주로 사용되었다.6) 물적분할 기업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평균 2.9%이나 인적분할 기업은 6.8%로 높았으며 두 집단의 자사주 비율 차이는 1% 유의수준 t-test에서 유의함을 보였다(<그림 Ⅱ-2> 참조). 그런데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분할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증가하면서 기업들도 인적분할을 덜 선호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기업의 또 다른 차이는 업력과 기업규모이다. 물적분할 기업의 업력은 평균 26.5년으로 인적분할 기업의 36.8년에 비해 10년이나 젊으며 기업규모도 유의하게 작게 나타나고 있다.7) 인적분할 기업에 비해 물적분할 기업의 업력이 짧고 규모가 작은 것은 재벌이 아닌 일반 기업 및 코스닥 기업의 물적분할 증가 추세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그림 Ⅱ-3> 참조).
최근 5년 동안 물적분할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물적분할 목적의 다변화이다. 물적분할 공시 중 분할목적 항목을 분석해 보면 언급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92.6%인 ‘전문화8)’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10~2016년 기간에는 전문화 목적만 기술한 물적분할이 85.8%였으나 2017~2021년 기간에는 70.6%로 감소하였고 대신에 전문화 목적과 함께 투자유치, 매각, 구조조정의 분할목적을 함께 병기한 비율이 9.7%에서 19.4%로 크게 증가했다(<표 Ⅱ-2> 참조). 특히 투자유치와 매각을 분할목적으로 설정한 경우는 2.8%와 1.1%에서 각각 9%와 5.5%로 대폭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물적분할이 2010~2016년 기간에는 없다가 2017년부터 나타난 것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이 감소하면서 그 수요가 일부 대체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물적분할 공시효과 분석
물적분할 공시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수행되었으나 공통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관측되기도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부정적 효과를 보일 때도 있으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의 효과가 반대이거나 유의성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9) 이에 반해 미국의 기업분할 공시효과에 대한 분석은 Hite & Owers(1983), Cusatis et al.(1993)에서 보듯이 대체로 유의한 효과를 보여 기업분할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재편으로 투자자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국내의 경우 물적분할 등 기업분할의 역사가 미국에 비해 짧고 시기별로 기업분할의 목적이 달랐으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투자자 구성이나 기업특성에 있어서 시장 차이도 컸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자료에 근거한 물적분할 공시효과의 실증분석이 필요하다.
물적분할 기업의 공시효과에 대한 실증분석을 위해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공시 기업의 초과수익률(Abnormal Return: AR)과 공시일 기준 [-20, 20]거래일의 누적초과수익률(Cumulative Ab-normal Return: CAR)을 산출하였다. 초과수익률과 누적초과수익률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가중 시장수익률(MR), CD90일 금리로 사용한 무위험수익률(RF) 및 Fama-French 3요인 모델의 SMB, HML 지수를 반영하여 추정하였다.10)
분석 결과 물적분할의 누적초과수익률은 공시 전에는 낮은 양의 값을 보이며 특별한 변동을 나타내지 않으나 공시일 직전 거래일(T-1)부터 상승하여 공시일(T+0)에는 1.2%까지 상승해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그림 Ⅱ-4> 참조). 그러나 누적초과수익률은 T+1부터 T+10의 –0.99%까지 계속 하락함으로써 물적분할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T+11부터 누적초과수익률이 반등하여 T+16부터 양의 값이 되면서 부정적 효과는 상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인적분할은 공시 전인 T-16부터 누적초과수익률이 상승하였고 T-3부터 재상승함으로써 인적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공시 전부터 나타났으며 공시 후에도 완만하게 하락함으로써 물적분할에 비해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분석 기간 누적초과수익률 모두 10% 유의수준에서 유의하지 않았기에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의 공시효과가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표 Ⅱ-3> 참조).
물적분할의 공시효과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으로 구분하면 시장 간 차이도 뚜렷하다(<그림 Ⅱ-5> 참조). 유가증권시장에서 물적분할 기업의 누적초과수익률은 공시일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T+1부터 하락하여 T+14에는 –2.6%까지 떨어져 부정적 효과를 보였으며 특히 최근 5년 동안에는 T+10에 –5.94%까지 하락해 물적분할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더 악화되었다. 이에 비해 인적분할은 공시일부터 누적초과수익률이 2.03%로 오르며 물적분할에 비해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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