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첫날과 둘째날을 전부 직접 보고 왔습니다. 가뜩이나 항상 뒷북 울리는 관전기도 무안한데 이미 게시판에 좋은 올스타 후기가 많이 올라와 있어 번잡한 글로 한말 또 남기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생각한 부분도 있고 선수들 뒤모습에 대한 소소한 스케치도 있어 그 부분만 적어 봅니다.
1. 각종 부대행사와 기획
오프닝행사로 난데없는 쇼태권도라는 게 있어 뭘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 볼만했습니다.
처음엔 좀 웃었던 게 시범을 보일 사범들이 무용수 같은 화려한 의상을 꾸미고 등장하는데 배경음악으로 "남행열차"가 깔리는 겁니다. 농구팬이라면 아무래도 주 연령층이 10대부터 30대까지인데 이게 왠 '남행열차' 아무래도 KBL기획단의 시대착오 아닌가 라고 웃었는데 그런 뽕짝 BGM도 신경쓰이지 않을 만큼 의외로 상당히 멋있는 겁니다.
전문적인 무용수처럼 화려한 동작은 아니지만 움직임 하나하나가 절도 있고 파워 넘치는 공중격파는 어지간한 무용단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멋있는 겁니다. 자기도 모르는 새 격파 순간마다 박수 치고 있었습니다.
곁에 있던 친구는 저를 보고 김영기(KBL총재님 성함)씨 손바닥 안에 놀아난다고 놀려댔지만 이런 기획이라면 종종 손바닥 안에 놀아나도 좋습니다. ^^
10개팀 치어리더들이 이번엔 경합대신 합동공연을 벌였는데 기왕 합동공연을 보여줄 생각이었으면 미리 충분히 의견을 교환해 서로 겹치는 안무나 의상준비는 피하는게 좋았을 텐데 같은 음악을 사용한 곳도 2곳이나 되고 중요 소재로 부채를 사용해 안무 느낌이 비슷해 보인 곳도 4곳이나 됩니다. 마침 치어리더 연합도 생긴다고 하니 이런 부분은 내년에는 좀더 나아졌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치어리더 공연 중 가장 괜찮은 곳은 역시 안양 SBS였습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에 맞춰 복고풍 교복과 짜임새 있고 내용 있는 안무로 가장 관중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루키들과 올스타들의 대결을 가장 관심 가지고 기다렸는데 옥범준은 나오지 않았고 김동우나 김두현이 첫타임을 끊었는데 둘다 숫기가 없는 탓에 좀 재미 적더군요. 역시 이번 시즌 신인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울한 신인시절을 보내다보니 노는 자리도 썩 즐겁지 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피드 드리블을 신기성과 김승현을 대결을 붙여놨는데 둘다 막상막하의 준족이라 볼만했습니다. 후반 스피드가 뛰어난 신기성은 막판 김승현의 슛을 밀어내고 슛성공 하는 걸보고 과연 짬밥의 승리구나 싶더군요.
그에 반해 화려한 랩실력을 보여준 서병원(KTF)은 박광재의 그늘에 묻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만 끼가 출중하더군요. 얼마나 잘했는지 중부 선발 대표는 아예 기권해 버렸습니다.(중부선발 대표가 누구였는지는 궁금함)
대체로 우리 선수들 수줍음 많이 타는 편입니다만 박광재는 연예계로 스카웃 되는 게 아닌가 걱정될 만큼 화려한 끼를 표출했는데 박광재의 춤만큼 재미있는 것은 그걸 바라보며 기가 질린듯한 선배들 얼굴 표정이었습니다. 특히 추승균 얼굴 표정은 "억만금을 줘도 난 저런 건 안해!"라고 말하는 것 같더군요. "졌다/못당하겠다"라는 의미로 악수를 청한 전자랜드 3인방의 과장된 허탈한 얼굴도 귀여웠고요.
부대행사 기획 안을 보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는데 한가지 바람사항을 말해본다면 이런 오프닝 행사의 게임은 주로 신인들을 시켜야 마음껏 망가뜨릴 수도 있고(작년 박지현에게 루돌프인형을 입힌 것 같이) 또 팬들에게 신인 얼굴을 숙지시키는데 도움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2. 심판들의 경기를 주관한 심판
포청천 대 피닉스 농구단 대결은 의외로 강한 연예인팀의 면모에 놀랐습니다. 처음엔 나이는 들었어도 체력에서 우세하고 전직 선수 출신이 많은 심판들의 일방적인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피닉스 농구단 정말 준비 많이 했더군요.
작년과 달리 패스하는 것 속공과 골처리까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에 반해 심판진들은 연예인 농구단의 작년 모습만 생각하고 준비가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심판(감독)진의 편파판정도(^^;)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무엇보다 놀랐던건 심판중 노장축에 속하는 황순팔 이명호 심판의 선전이었습니다. 내 생전 황순팔 심판을 응원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상상 못했지만 역시 선수란 경기로 말하는 것이므로(쿨럭~) 너무 잘하니 절로 응원하게 되더군요.(일단 연예인팀을 잘 모르기도 하고...) 그러다 손지창 선수에게 자기팀 응원 좀 하라는 원망도 들었습니다만...(특석이라 얼굴이 바로 맞대면하므로 약간 무안...)
무엇보다 감독들의 심판 보는 모습이 열광적인 환호와 웃음을 선사했는데 김태환감독의 단호한 테크니컬판정을 필두로 종종 나오는 테크니컬 모습에 유희영감독의 배치기(이건 사실 야구에나 있을까 농구감독 중에는 몸으로 응수하는 감독은 없었는데...^^;;) 등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그나저나 심판님들 마지막 승기를 잡아가는 순간에 이루어진 2~3개정도의 부당한 판정으로 경기가 뒤집어졌을 때 비록 그게 친선도모의 즐기는 시합이었지만 그 기분이나 안타까움을 좀 절감해줬으면 싶습니다. 또한 새삼 느낀 것은 심판 중에 젊은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일단 심판부의 육성과 생계보장에 대해 KBL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신경 썼으면 합니다. 유능한 인재는 그만큼 대우해주는 곳에 몰리기 마련입니다.
3. 감독들의 대단한 도전
솔직히 이번 감독들의 경기는 작년에 비해 재미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집에 돌아와서 TV로볼 때는 오히려 웃었는데 직접 봤을 때는 약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감독님들이 너무 잘해서입니다. 우리 몸짱 김태환 감독님도 너무 말라(^^;) 유니폼이 헐렁했고 김동광 감독님은 작년에는 그나마 약간 있던 술배가 쏙 들어갔고 정덕화감독은 현역들 보다 나은 몸매를 했더군요. 유재학 감독 역시 군살이라곤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뭐 좀 몸매도 망가지고 어설픈 맛이 있어야 더 재미있는데 다들 너무 준비를 많이 해오셨습니다.
하여간 감독님들 저 경쟁심을 못 말린다니까요.
좀 빨리 벤치로 돌아가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반칙도 해보고 여러 가지 노력을 다해본 전창진 감독님만 제외하고 유재학 감독님은 어지간한 현역들 못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김동광 감독님 같은 경우엔 심판으로 2쿼터나 뛰고도 지쳤을 텐데 백코트가 느려져도 한사코 코트에 계시더군요.(웃음)
4. 너무나 열띤 올스타전
이번 올스타는 유난히 빡센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원래 이번에 선발된 선수중에는 쇼타임 농구를 하는 선수가 드물었고 게다가 왠지 경쟁심에 이글이글 타고 있어서 경기는 1쿼터부터 치열했습니다. 특히 문경은을 비롯한 전자랜드 3인방은 매우 진지했는데 상대하는 이상민이나 민랜드 역시 진지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선수들이다 보니 실제경기를 방불케 했습니다. 뭐 실은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어차피 그나마 쇼타임 농구에 적합한 토마스마저 부상이었고 그럴 바엔 진지한 농구도 재미있었습니다. 화이트의 노골적인 문경은 밀어주기는 전자랜드의 우애 돈독한 모습의 반증이더군요. 저정도 닭스럽고 노골적인 모습은 허코치님 김주성 밀어주기 이래 오랜만에 보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화이트 루즈볼 잡겠다고 허슬플레이 할 때는 유재학 감독 심장이 덜컹덜컹 했을 듯...
아무튼 문경은이 MVP를 타게 되어서 기쁩니다. 일단 국내 선수가 MVP를 탔다는 데도 의의가 있고 무엇보다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상을 탄 게 보기 좋습니다.(그나저나 문경은 선수 친분을 빌미로 전감독에게 압력을 행사했던 건 아닌지.) 아무튼 상도 받고 좋은 기분으로 남은 시즌 꼭 잘 마무리 하길.. 바지 벗는 것은 꼭 TG팬이라서만이 아니라 미관상으로도 보고 싶지 않지만 상의 벗고 춤추는 것은 꼭 보고 싶습니다. (문경은 선수 曰 "4강에 들면 상의 벗고 우승하면 바지 벗겠다고...;;)
5. 올스타전을 즐겁게 해준 두 친구
이번 올스타전에 가장 보기 좋고 재미있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김병철과 전희철입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온 건지 과장된 수비와 치열한 신경전으로 올스타전의 양념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전희철의 허리를 껴앉는 김병철과 김병철의 눈을 가리는 전희철의 매치업은 시종일과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더더구나 파울 선언에 심판에게 배치기를 감행한 과감한 김병철 모습에 바닥을 데구르 굴렀습니다. 김병철이야 워낙 모범생이고 거친 항의 한번 없는 선수라 색다른 모습이 더 재미있었나 봅니다.
그외에 김승현과 조성원은 비교적 쇼농구의 재미를 보여줬습니다. 기왕이면 신선우 감독님 김승현과 민랜드, 이상민과 레이저 매치업을 보여줬으면 더욱 재미있었을텐데 기왕 팀에서도 손발을 맞추는 김승현-레이저, 이상민-민랜드의 매치업을 주로 보여줘 좀 아쉬웠습니다. 작년 이상민과 힉스의 절묘한 매치업에 감탄했던 터라 더 아쉽더군요. 두 가드들이야 어느 선수와 맞춘다 해도 실력이 감소할 선수가 아니니까요.
반면 '쉬엄쉬엄 좀 수비해.'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부의 글로버와 남부의 바셋 선수. 어휴 두 친구 다 너무 진지해서 탈이라니까요.
6. 올스타의 기본정신을 잊은 선선우 감독님과 현주엽 선수
전국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수많은 지역팬들을 보면 얼마나 농구가 프로스포츠로 지역연고제 상당히 정착되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직은 스포츠를 여가생활의 일부로 즐기기에 우리 생활수준이나 국민소득 면에서 부족한 면도 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구단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가는 고무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남부선발 팀에서는 아쉽게도 KTF 현주엽선수와 LG 토마스 선수가 시합 내내 한번도 코트에 올라서지 않았습니다. 올스타는 농구인과 농구팬의 가장 큰 잔치입니다. 얼마나 많이 뛰는가 또는 얼마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가 보다 사랑 받는 농구선수들이 최고의 자리인 올스타무대에서 뛰는 모습 자체로 팬들에게는 서비스가 되는 겁니다.
서장훈처럼 1분 남짓 코트를 걸어다니다 내려가도 좋고 조동현처럼 단 50초를 동안 실책하나만 남긴 채 내려가도 좋습니다. 제 발로 코트까지 올 수 있는 선수라면 그 정도도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비록 전형수 선수가 뛰었지만 LG팬으로서도 시즌 초부터 LG선수로 뛰어준 토마스 선수에게 더 정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LG의 토마스의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현주엽의 경우는 그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비록 그가 정식으로 올스타에 뽑힌 것이 아니고 감독선발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상당히 많은 득표를 차지했던 선수이고 KTF에서는 단 한명밖에 선발되지 않은 선수입니다. 그 먼부산에서 현주엽 선수 한명만 보려고 올라온 부산팬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실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현주엽 선수에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신선우 감독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농구계 중진급 인사로서 한 팀의 감독이기도 하지만 현주엽에게는 농구계 선배이기도 한데 비록 현 선수가 몸이 안 좋아 뛰기 어렵다고 했어도 잠깐이라도 뛰라고 설득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시안게임도 무릎 다 나간 상태에서 뛰어주었던 현선수인데 설마 팬을 위한 그 정도 서비스를 거절했을까 의문스럽습니다.
어려운 발걸음을 했을 부산팬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선수 선발부터 잡음이 없을 수 없는 선정으로 보입니다. 다른 걸 떠나 그토록 편중된 선수선정은 어딘가 편안하지만은 못한 구단간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하지만 이런 때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고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7. 많은 칭찬과 아주 작은 꼬투리 잡기
올스타전의 다양한 행사와 풍성한 볼거리, 여러 가지 색다른 기획안에 많이 즐거웠습니다. 규모에서나 시장성에서나 선진국은 물론이고 국내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해도 자그마한 프로농구이지만 나름대로 각 구단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마케팅을 위한 연구자세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언제나 연구하는 모습의 구단과 프런트의 자세를 보면 앞으로 더 긍정적인 모습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 우선은 훌륭한 경기력이 자연 팬을 끌어 모으는 거지만 프론트의 노력은 모인 팬들을 붙잡는 역할을 해줍니다.
좋았던 부분도 많았지만 아주 약간 흠을 잡자면 좀더 완벽한 준비로 정시에 시작하는 시합이 되었으면 한다는 점과(올스타전 대개의 행사가 원래 티켓에 명시된 시각보다 20분에서 30분까지나 늦어졌습니다.) 마지막 폐회식의 폭죽은 아직 밝은 대낮에 전혀 소용없는 돈 낭비였다는 점입니다. 소소하게 미비한 부분이나 운영상 미숙했던 부분은 점점 나아질 거라 믿고 싶습니다.
첫댓글 역시 무뭉님;;;;부상으로 정규경기를 결장한 서장훈도 1쿼터 1분뛰고 들어갔는데 현주엽 조금 실망이죠;;;퍼넬페리의 김승현 넘는 재밌는 덩크라도 없었다면 KTF 팬들 정말 화나서 일어났을듯.....
1쿼터부터 빡세고 승패에 진지한 올스타전도 개인적으론 더 재미있는듯;;;
솔직히..페리는 시간을 넘 끌어서..그래도 김승현선수가 귀여운짓해서..그나마 좋았죠..그리고 글로버 정말 진지하더군요..멋져라~~
페리 덩크는 특히 김승현이 상당히 무서워하는 표정으로 페리 눈치를 보다 스스슥 골밑으로 좀더 다가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압권이었습니다. 평소엔 너무 노련해서 귀엽다와는 거리 있는 김승현선수이지만 이럴땐 정말 귀엽습니다.
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위에 5. 올스타전을 즐겁게 해준 두 친구 섹션에서 쇼타임농구를 그나마 보여줬다는 두 선수가 김승현하고 조성현이라고 쓰여있는데, 조성원인가요? ^^;; 제가 아직 올스타전 경기를 못봐서요..
마지막 폭죽;;;대략 돈낭비에 올인...밝아서 보이지는 않고, 소음공해였죠
허걱~ 조성원의 오타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흠...현주엽은 몰라도 토마스는 손에 붕대까지 감고 있던데 붕대 감은 손으로는 좀 나오기 그랬겠지요...자기는 너무 나오고 싶었는데 팀닥터가 말려서 못나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