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뇌(대니얼 J 레비틴 지음·김성훈 옮김)의 책 표지/
김대수, ‘Kissing rain(아래를 보아도 하늘은 있다), trw2005647′, 2005/
윌리암 아돌프 부그로(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 ‘천사들의 노래(Song of the Angels)‘, (1881).
|◇노래하는 뇌/대니얼 J 레비틴 지음·김성훈 옮김/388쪽·2만2000원·와이즈베리
프랑스 화가 윌리암아돌프 부그로(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가 1875년에 그린 ‘자장가’. 저자는 “엄마는 안정적인 리듬으로 노래를 부르고 호흡하며 태어난 아기에 대한 불안을 해소한다”고 설명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노래는 늘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언어 이전에 소리가 먼저 인간의 마음에 닿았다. 세상을 떠난 망자를 위해 구슬피 우는 곡소리, 첫사랑에게 바치는 풀피리 소리, 전의를 다지는 전쟁터에서 전사들이 발을 구르는 소리…. 원초적인 이들 멜로디는 초기 인류에게서 ‘유대’를 만들어내는 마법을 부렸다.
신경과학자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저자는 “초기 인류 사이에서 강력한 유대를 만들어낸 것은 조화로운 노래였고, 그 유대 덕분에 거대한 문명과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세계 곳곳 수많은 사람이 만든 노래는 인간에게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이라는 6가지 세상을 빚어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선조들이 일하던 낮 시간과 잠 못 이루던 밤 시간을 채워주었던 문명의 사운드트랙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뿐 아니라 노래가 인간 뇌에 미치는 신경과학적 변화를 풍부하게 담았다.
저자는 “인간이 지구상 다른 종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새나 돌고래도 그들만의 언어인 정교한 신호체계를 갖췄고, 침팬지도 인간처럼 도구를 쓸 줄 안다. 체계적인 사회를 구성하는 일은 개미도 해낸다. 그런데 인간은 쉽게 해내지만 동물들은 잘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바로 ‘관계의 부호화(Encoding)’다. 서로 다른 것을 구별하고 더 크고 중요한 무언가를 선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인지 처리 방식으로, 이 능력 덕분에 인간은 옥타브 체계를 이해할 수 있고 노랫말을 짓는다.
음악이 있었기에 문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는 캐나다 출신 역사가 윌리엄 맥닐의 말을 인용해 “무거운 바위를 들어올릴 때 근력의 사용이 서로 율동적으로 조화되지 않았다면 이집트 피라미드는 건설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피라미드뿐일까. 세계 모든 문명은 노동요를 갖고 있다. 노래는 동기를 부여하고 흥을 돋우기도 하지만 좀 더 과학적인 이유도 있다. 함께 노래를 부를 때 분비되는 신경화학물질 옥시토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대감을 확립하는 데 관여한다. 응원가, 애국가, 교가, 군가는 신경과학적으로도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슬플 때 더 슬픈 발라드가 필요한 데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슬픈 음악을 들을 때 흘리는 눈물에는 프로락틴이란 호르몬이 담겨 있다. 프로락틴은 기쁨의 눈물이나 하품할 때 흘러나오는 눈물에서는 나오지 않고 오직 슬픔의 눈물에서만 나온다. 이 호르몬은 정신적 상처를 지닌 이들에게 새로운 일을 받아들여 새 시작을 할 수 있게 돕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슬픈 음악은 상처 입은 이들에게 ‘가상의 슬픔’을 선사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치유의 힘을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노래가 만들어낸 최고의 마법은 단연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의 다채로운 플레이리스트가 담겼다. 그중 그는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마이크 스콧의 ‘모두 안으로 들여(Bring ′Em All In)’를 가장 완벽한 사랑 노래로 꼽았다. 노랫말이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을 끌어안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어서다. ‘모두 안으로 들여/어둠에서 온 것들도 들여/그늘에서 온 것도 들여, 그들을 빛 속에 세워.’
“다른 이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결함투성이 인류를 위해 노래를 만들어 찬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것”이라는 저자의 음악 예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간은 음악을 만들고, 음악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왔다.
✺ Ballroom Scene - The Age of Innocence (1993) HD
https://youtu.be/kvkRg-X-8ow
✵ 책 소개(원서명/ 저자명 : The World in Six Songs/Levitin, Daniel J.)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지금의 인간으로 만들었을까?”
이 세상을 빚어낸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의 노래
“음악이 없다면,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지마틴, 비틀스 프로듀서)
《정리하는 뇌》, 《석세스 에이징》, 《음악인류》의 저자이자 뇌과학계 거장, 대니얼 레비틴이 《노래하는 뇌》를 통해 인간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악은 어디에나 있고, 또 아주 머나먼 과거부터 있었다. 수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어느 때를 보아도 지금까지 알려진 문화 중에서 음악이 없는 문화는 없었다. 레비틴은 인간 진화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이 ‘음악’이라고 말한다. 인간을 지구상의 다른 종과 구분해주고, 인간이 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음악적 뇌’, 즉 ‘음악본능’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 뇌와 음악의 상호작용, 진화와 사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음악이 인간의 삶에서 맡아온 역할, 그리고 음악과 인간이 함께 진화해온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인류학자, 고고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모두 인간의 기원을 연구하지만 그 요소 중 음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음악이 인간의 기분과 뇌의 화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명백히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노래하는 뇌》는 음악 프로듀서 출신 뇌과학자이기에 가능한 레비틴만의 경험과 연구의 결정체다. 그의 인생이 담긴 이 책에서 밝히는 음악과 인류 공통 역사를 이해하면 음악이 어떻게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는지, 그리고 음악이 어떻게 인간 본성의 발달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색다른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구구단을 외울 때 왜 장단을 붙여서 노래할까?”
문명을 만들어낸 여섯 가지 노래에 대하여
《노래하는 뇌》는 수만 년간 인류가 거주하는 대륙 곳곳에서 일어났던 음악과 뇌의 진화에 대해 설명한다. 아주 옛날부터 음악은 언어, 대규모 협동 작업,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정보의 전달 등 훨씬 복잡한 행동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닦아준 활동이었다. 길고 깊은 연구 끝에 레비틴이 내린 결론은, 이 세상에는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의 노래가 이 모든 것을 해내고 있으며, 그 여섯 가지는 바로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의 노래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삶 속에서 음악을 이용하는 여섯 가지 방식이자 음악의 여섯 가지 큰 범주다.
이 책은 1장 ‘인류와 노래’를 시작으로, 2장 ‘우정의 노래’, 3장 ‘기쁨의 노래’, 4장 ‘위로의 노래’, 5장 ‘지식의 노래’, 6장 ‘종교의 노래’로, 세상을 빚어낸 이 여섯 종류의 노래를 각각의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불러왔던 수많은 노래를 분류하고 분석하면서 뇌과학, 신경과학뿐만 아니라 음악학, 미학, 심리학을 넘나드는 그의 통찰은 이마를 탁 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학술적인 연구 결과라기보다는 친근한 사례와 경험을 토대로 설명을 하고 있어 에세이를 읽는 듯한 공감과 재미도 주고 있다.
《노래하는 뇌》는 이처럼 세상을 빚어낸 음악적 테마에 관한 족보이자, 인간 문명의 사운드트랙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그동안 진화의 논의에서 유심히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측면을 꿰뚫어보게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해줄 것이다.
✵ 저자 : 대니얼 J 레비탄(Daniel J. Levitin)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이며, 《정리하는 뇌》, 《석세스 에이징》, 《음악인류》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맥길대학교에서 음악의 지각과 인지, 전문지식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운영하며 전자커뮤니케이션 심리학의 벨 연구소장 겸 제임스 맥길 명예교수직을 맡고 있다. 신경과학자가 되기 전에는 스티비 원더, 블루 오이스터 컬트와 같은 예술가와 함께 음반 프로듀서이자 세션 연주자, 음향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래미〉와 〈빌보드〉와 같은 음악 잡지와 과학 저널에 두루 글을 쓰고 있다.
✵ 옮김 ; 김성훈, 번역가, 통역사〉 영어
치과 의사의 길을 걷다가 번역의 길로 방향을 튼 엉뚱한 번역가. 중학생 시절부터 과학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적어온 과학 노트가 지금까지도 보물 1호이며, 번역으로 과학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를 꿈꾼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단위, 세상을 보는 13가지 방법》,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늙어감의 기술》로 제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하였다.
✵ 목차
1장 인류와 노래/ 2장 우정의 노래/ 3장 기쁨의 노래/ 4장 위로의 노래/ 5장 지식의 노래/ 6장 종교의 노래/ 7장 사랑의 노래/ 주/ 감사의 말
✵ 추천사
◦ 조지 마틴(비틀스 프로듀서)
음악이 없다면,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레비틴은 이 사실을 아름답게 증명해준다.
◦ 뉴욕타임스
생동감이 어마어마한 책이다. 레비틴의 음악에 관한 열정과 타고난 재능은 가히 찬탄할 만하다. 그의 깊은 통찰이 담긴 이 책은 누구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출처: 동아일보 2023년 01월 21일(토) [책의 향기]태초에 음악이 없었으면 문명도 없었다(이소연 기자)/ 교보문고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