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손나리의 얘기가 나오자 육소봉은 흥취가 더해져서 말했다.
"이 손나리의 원래 이름은 짐승 같은 놈 나리일세." 화만루는 웃으며 말했
다.
"자네는 어떻게 그렇게 좋은 이름을 알고 있나?"
"그는 자기가 돈이 없을 때는 짐승 같은 놈이라고 하고 돈이 있을 때는
나리라고 한다네. 그의 성이 공교롭게도 손씨여서 다른 사람들이 아예 그를
손나리라고 부른다네." "자네는 이상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도 알고 있군."
"다행히 그 괴물들 중에서는 그리 밉지 않은 사람들이야. 이 손나리는 특
히 밉지가 않아." "자네는 도대체 대통, 대지를 찾아온 것인가? 아니면 그를
찾아온 것인가?" "대통, 대지, 이 두 괴물은 다른 사람들이 본 적이 없네. 누
구도 그들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네. 손나리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어!" "그 손나리의 능력이 그렇게 많을 줄은 생각지 못했네." "
이 사람은 어려서부터 먹고 마시고 오입질하고 도박하며 방탕하게 즐기고
살아서 평생 동안 한 번도 바른 일을 한 적이 없다네. 다른 재주는 없고, 그
런 재주만으로 그는 반평생을 즐기는 데 충분했다네." "어떻게?"
"대통, 대지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곳저곳에서 그의 전당물을 되찾아
와야만 한다네." "전당물을 되찾아온다고? 왜 그래야 하지?"
"이 사람은 돈을 누구보다 잘 써서 그가 나리인 것은 사흘을 가지 못한다
네. 그가 짐승 같은 놈으로 변하여 돈이 떨어지면 후불을 한다고 하는데, 그
는 자기 자신을 저당잡히고 다른 사람들이 찾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는다네.
이렇게 살기를 십 년 넘게 해왔으니, 내가 그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나." "이 사람은 재주도 있을 뿐만 아니라 복도 많은 사람인 것 같네."
"맞는 말이야. 만약 복이 없는 사람이 그 같은 생활을 한다면, 반 연도 못
되어서 병이 나고 말 거야." "지금 자네는 어디로 그를 되찾으러 갈 건가?"
"나는 우선 구양을 찾아야지."
"구양?"
육소봉은 웃으며 여유 있게 말했다.
"자네 구양을 모른다는 말인가? 구양은....."
구양정. 이정원(怡精阮)의 가장 뛰어난 기생이 바로 그녀이다.
듣기로는 그녀의 가장 큰 재주는 누구에게라도 똑같이 대한다는 것이다.
중이라도 좋고, 대머리라도 좋다. 돈만 있다면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
는 사람으로 대할 것이다. 그녀의 이 같은 행동은 재주였고 그녀의 매력이
었고 이것이면 또한 충분했다.
하얀 얼굴에 까만 머리칼로 곱게 단장한 그녀를 보면 그 누구라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어진다.
혹시, 당신이 술을 마시다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녀는 웃음기 띤 얼굴로
당신을 빤히 쳐다보는데 그 모습을 바라본 당신은 그녀를 위해 몇냥의 은전
을 사용한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지금 그녀가 실눈을 뜨고 육소봉을 바라보고 있다. 먼저 육소봉의 수염을
바라보더니 마치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본 적도 없고 이렇게 멋있는 수염도
본 적이 없다는 듯이 감탄하는 것이었다.
육소봉은 그녀가 바라보는 것에 약간은 우쭐거리며 주머니에서 은표를 꺼
냈다. 날개를 단 것처럼 날아가는 것 같다.
구양정은 더욱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예전에 여기에 온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온 적이 없지."
"당신은 나를 찾아오신 건가요?"
"내가 첫 번째로 찾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오."
구양정은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정말 인연이 있나 봐요!"
"모두가 사실이오."
구양정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내가 여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어
떤 신선이 오늘 아침에 꿈속에 나타나서 일러주었소. 우리들은 팔백년 전부
터 인연이 있었다고." 구양정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어요?"
"조금도 거짓이 아니오. 그 신선은 중이었는데 아주 바보같아 보였어요.
그는 또 자기도 당신을 찾아왔었다고도 말했어요." 구양정은 얼굴색도 변하
지 않고 살며시 말했다.
"어제 저녁에 중이 왔었어요. 나는 잠을 자고 있었고 밤새도록 그는 여기
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았어요. 나는 그가 어떤 병이 있다고 생각했지 그가
신선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그녀는 살며시 걸어와 육소봉의 다리에
앉아서 육소봉의 수염을 살짝 잡아당기며 입술을 깨물고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를 배워서는 안 돼요."
"나는 신선이 아니오."
구양정이 그의 귀를 깨물며 킥킥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신선이라도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당신의 저 친구가 간다면 나
는 당신을 신선보다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어요." 화만루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이 연극을 더 바라지 않는 듯이 물
었다.
"우리들은 손나리를 찾아왔는데, 당신은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들리는 얘기로는 손나리는 이웃 소상원(瀟湘院)에 있다고 하던데요. 그를
되찾아갈 사람을 기다리면서요. 당신이 소상원에 가면 찾을 수가 있을 거예
요." 그녀는 화만루가 빨리 가버리기를 바라면서 말했다.
그러나 육소봉이 먼저 그녀를 밀치고 일어났다. 구양정은 얼굴을 찌푸리
며 말했다.
"당신도 가려고요?"
"나도 가고 싶진 않지만, 애석하게도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당신이 그
를 되찾으려고 하나요?"
"그를 찾으러 가지 않으면 그와 같이 찾으러 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것이오." 그는 허리의 주머니를 치면서 말했다.
"사실 나는 지금 남은 돈으로 밀가루로 반죽한 떡을 사도 충분하지가 않
아요." 구양정은 여전히 웃고는 있지만 다른 뜻의 웃음으로 변하였다. 육소
봉은 못 본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우리들이 인연이 있다면 내가 또 어떻게 갈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를
보는 것만 못하다고....." 구양정이 그의 말을 끊고는 말했다.
"우리들이 인연이 있다면, 앞으로 반드시 다시 만나겠지요. 지금은 그를
찾으러 가세요. 나는..... 나는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요. 배가 아파요." 육소
봉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크게 들이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가 만약 여자를 떨쳐버리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배가 아프게 해야 하는 거야. 남자라면 적어도 여자의 배를 아프게
하는 방법을 세 가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야." 화만루가 조용히 말
했다.
"나는 항상 자네의 방법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은 군
자가 아니었어." "왜 그런가?"
"자네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으면서, 왜 그녀 앞에서 들춰내는
것이었나?" "왜냐하면 나는 겉으로 잘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
네." "그러나 그녀는 제 몸을 위해서 겉으로라도 잘해 주지 않으면 안 되지
않나. 만약 그녀가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잘해 준다면 이런 곳에서 어떻
게 살아갈 수가 있겠나?"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 했다.
"자네는 의기도 충분하고, 친구도 많아 협객이라 하기에 충분하지만 자네
에게는 큰병이 있네." 육소봉은 듣고만 있었다.
"이 세상에는 악한 사람도 있고 수치스러운 사람도 있네. 하지만 사람들
은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자
네의 가장 큰 병은 그들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야." 육소봉은 오랫동
안 그를 보다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때로 나는 정말로 자네와 같이 있고 싶지가 않다네." "뭐라구?"
"나는 나 같은 놈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자네와 비교를 하면 내가 정말
로 나쁜 놈인 것 같거든."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 사람은 즐
거움을 찾은 것이야."
"나는 아주 나쁜 놈이다. 전무후무한 아주 나쁜 놈이다. 나같이 나쁜 놈은
백만 명 중에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소상원으로 들어갔을 때 누군
가가 누각 위에서 소리치는 것을 들을 수가 있었다.
화만루가 물었다.
"손나리인가?"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틀림없어.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러면 그도 즐거움을 찾은 것이군."
"지금 나는 그가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취하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
이네." 손나리는 서 있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앉아 있을 수는 있었다.
그는 지금 육소봉이 빌려온 마차에 비틀거리며 앉아 있다. 두 눈으로 육
소봉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도 급히 그 두 노인을 찾으려는 것이군요. 적어도 먼저 내가 마신
술값을 치러야 할 것이오." 육소봉이 말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돈이 한푼도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왜 당신에게 술
을 주는지 나는 잘 모르겠소." 사실 그의 머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작은 것
은 아니었다. 그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거의가 그가 이처럼 마르고 왜소한
데 이렇게 큰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생각해 내지 못할 것이다.
육소봉이 말했다.
"지금 당신을 보아하니, 마차를 타고 그들을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잘 찾아갈 수 있어요. 그 두 괴물은 하도 이상해서 나만이 그들의 적수가
될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들은 먼저 세 가지를 약속해야겠습니다." "말하시
오."
"한 가지는 순은으로 오십 냥이 필요하고, 내가 찾아 들어갈 때 당신들은
밖에서 기다려야 하며, 물어볼 때에도 밖에서만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이오."
육소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정말로 잘 모르겠소. 그들은 왜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 하지 않는
건지?" 손나리가 웃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서는 안 될
나쁜 놈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천하의 가장 나쁜 놈이 나라는 것
을 알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동굴은 음산하고 어두웠다. 동굴 입구는 매우
작어서 누구라도 기어서만 들어갈 수가 있었다. 손나리도 기어서 들어갔다.
육소봉과 화만루는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육소봉은 기다리는 것에
점점 지쳤다.
화만루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기다리기에 지쳤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이곳
의 풍경이 이렇게 아름답고 불어오는 바람이 이렇게 편안하다는 것은 왜 생
각하지 않는 건가? 어떤 사람이라도 이런 곳에 있으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자네는 이곳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어떻게 아나?" "나는 볼 수는 없지
만, 느낄 수는 있다네. 그래서 나는 눈이 있으면 서도 보려 하지 않는 사람
들이 진짜 장님이라고 생각한다네." 이때, 동굴에서 손나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시작해도 좋아."
육소봉은 오십 냥의 은덩이를 던지며,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50년 전에, 세상에 금붕왕조라는 것이 있었습니까?" 잠시 후 동굴에서 늙
은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금붕왕조는 남쪽 끝의 조그만 국가이다. 그들의 풍속은 이상해서, 같은
성씨하고만 결혼을 하고, 힘이 있었던 사람들은 거의가 성이 상관이었다. 이
왕조는 오래되고 부유했었지만, 50년 전에 몰락하였고, 왕족 중 후손들이 중
원으로 왔다고 전해진다." 육소봉은 이 대답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래서 두
번째 질문을 위해 은을 던지곤 물었다.
"왕족의 후손을 제외하고, 그때 왕조의 신하들 중에서 도망친 다른 사람
들이 있습니까?" "왕자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은 네 사람이 있다고 전해지
는데, 그 중 한 사람만이 왕족으로 상관근이고, 나머지 세 사람은 대장군 평
독학, 사공(司空) 상관목, 내무총관 엄립본이다." 이 질문에는 약간의 보충
설명이 있었다.
"이 왕조의 관제(官制)는 우리들 한당시대와 차이가 별로 없다." 세 번째
질문은 이러했다.
"그들은 그후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중원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은 성을 숨기고 이름을 바꾸었다. 새로운 왕
조가 만들어져 일찍이 자객을 중원에 보내어 죽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
었다. 그때의 왕자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아마 죽기만을 기다리는 노인이
다 되어 있을 것이다." 육소봉은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네 번째로 물었
다.
"서문취설의 손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어떤 방법을
써야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동굴 안에서도 오랫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다.
"방법이 없다."
육소봉은 질문을 마치고 성안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성안에서 유명한 음
식점 상림춘(上林春)으로 들어섰다.
상림춘의 죽엽청(竹葉靑;여러 약재를 넣어 만든 황록색의 술)과 소금에 절
여 말린 쇠고기, 비둘기 고기, 물고기, 양고기 등은 모두 이 근처에서 유명
한 음식들이었다.
육소봉은 먹는 것을 중히 여기고 먹는 것에 대해 각별히 신경쓰는 사람이
었다.
"방법이 없다. 이것이 무슨 대답이야?"
육소봉은 죽엽청을 마시고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차린 한 상의 술과 음식은 기껏해야 은 다섯 냥일텐데. 이 이상
한 대답이 오십 냥이라니." 화만루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이 방법이 없다고 했으면, 정말로 방법이 없는 것인가?" "서문취설은
돈도 있고 명성도 있는 데다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상관을 하지 않았어. 게다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또
자존심은 아주 강하지. 자네는 이런 사람에게 어떤 방법이 있을 것 같나?"
화만루가 말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삼천리씩이나 떨어진 곳에
가서도 복수를 하지 않았나." "그것은 그 자신의 즐거움이지, 그가 즐기지
않는다면 천자라도 그를 움직이게 할 수 없을 거야." 화만루는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어쨌든, 우리들은 헛걸음은 아니었네. 우리들은 대금붕왕이 말한 그일이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 않나." 육소봉이 말했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 일은 우리들이 해야만 하는 것이고, 우
리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서문취설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 "그의
칼 솜씨가 전해지는 말처럼 그렇게 대단한가?" "아마 소문보다 더 대단할걸
세.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칼을 써서는 지금까지 이르렀는데, 그의 칼에 물
러서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네." "이번 일에 왜 그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인
가?"
육소봉이 말했다.
"우리들이 보통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과 싸우는 것도 아
니기 때문이지." 육소봉이 또 술을 따르고는 말을 이었다.
"독고일학이 정말로 청의루의 두목이라면, 적어도 상대하기 아주 힘든 그
의 부하들이 대여섯 명은 될 것이고. 게다가 아미파에는 고수들이 구름같이
많지 않나!" 화만루가 말했다.
"나도 아미칠검은 들어본 적이 있어. 삼영사수(三英四秀) 이들은 모두가
무림에서 검객으로 뛰어난 존재들이야." 육소봉이 말했다.
"염철산의 주광보기각(珠光寶氣閣)의 총관 곽천청(藿天靑)도 그들 일곱 사
람에 비해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야. 그는 나이는 많지 않지만 선
배보다 더 잘해서, 들리는 말로는 관중의 대협객 산서안(山西雁)이 그를 사
숙(師叔)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엄립본의 부하가 되
었을까?"
"옛날에 그가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을 때 엄립본이 그의
생명을 구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 "곽휴는 오랫동안 자취를 알 수가
없었고, 그의 그 방대한 재산은 당연히 믿을 만한 사람들이 돌보고 있어. 그
들도 만만한 사람들은 아니야." "모두가 맞는 말이야."
"그래서 우리들은 서문취설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군." "맞아."
"우리가 격장법(사람을 격하게 하여 분발시키는 방법)을 써서 흥분한 그
가 이들 고수들과 한판 겨뤄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안 될 거야."
"왜지?"
"그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게다가 나처럼 똑똑하기까
지 하거든." 육소봉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나에게 격장법을 쓴다고 해도 나에게는 조금도 쓸모가
없지." 화만루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조용히 말을 했다.
"나에게 방법이 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게나."
"무슨 방법인가?"
이 방법을 화만루가 말하기 전에 갑자기 문 밖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
다.
어떤 사람이 비틀거리며 문 밖에서 들어왔는데, 그는 피투성이였다.
사월의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어서 석양이 문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석양 빛은 그의 온몸을 비추어서 온몸의 피를 더 붉게 보이게 했고 골수
까지 스며든 것 같았다.
머리, 코, 귀, 입, 목구멍, 가슴, 손목, 무릎, 어깨 등 모든 곳에서 피가 나
오고 있었다.
육소봉은 한 사람의 몸에 이렇게 많은 상처가 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육소봉을 보고는 걸어 들어오더니 붉게 물든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움켜쥐고는 꺽꺽 하는 소리를 내며 그의 앞에 쓰러졌다. 마치 무언가를 말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목이 반이나 잘려 나갔기 때문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였다.
육소봉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육소봉은 그의 흉악하고 일그러진 얼
굴을 보고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소추우!"
소추우의 목에서는 계속 꺽꺽 하는 소리가 났고, 피가 흐르고 있는 눈에
는 공포와 분노가 어렸고, 일말의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육소봉이 물었다.
"소추우, 무엇을 말하려는 건가?"
그러나 소추우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갑자기 마치
한 마리의 고독하고, 굶주리고, 상처 입은 늑대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눈 덮
인 장소에서 울부짖는 것 같은 그런 절망적인 소리를 냈다.
그런 다음 그는, 보이지 않는 채찍이 계속해서 그의 몸을 때리는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그가 육소봉에게 알리려고 한 것은 아주 중대한 비밀 같았지만, 그는 영
원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사지는 고통으로 뒤틀려 있었고, 선홍색이던 피는 점차로 흑자색으
로 변해갔다.
육소봉은 발걸음을 돌려 양팔을 휘둘러서 마치 큰 몸이 날아가는 것처럼
네다섯 개의 탁자를 스쳐 지나, 사람들의 머리 위를 날아서 문 밖으로 갔다.
청석판으로 깔린 길에는 한 줄기 핏자국만이 길 한가운데서 문 앞까지 나
있었다.
"방금 전에 마차가 한 대 지나갔구요. 그 사람은 마차에서 밀쳐 떨어졌어
요." "어떤 마차였어요?"
"검은 마차였어요. 마차를 모는 사람은 청의루의 사람 같았어요." "어디로
갔습니까?"
"서쪽으로요."
"서쪽?"
육소봉은 아무 말도 않고 석양을 바라보며 큰길로 나갔다. 갑자기 왼쪽으
로 난 길에서 한바탕 소란한 소리가 들렸다.
검은 마차 한 대가 약방으로 뛰어들어서 네다섯 명이 부딪혀 넘어지고,
탁자가 서로 부딪혀 뒤집혔다.
말은 주둥이에 거품을 가득 물고 넘어져 있었다.
마차를 몰던 사람도 입에 피를 흘리며 넘어져 있었는데, 흑자색의 피가
한방울씩 그의 옷 위에 떨어졌다.
푸른 옷을 입고 있는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순식간에 황토색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육소봉이 마차 문을 열었더니 안에는 은갈고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은갈고리에 누런 천이 걸려 있었는데, 바로 사람이 죽었을 때 쓰는 것으
로 붉은 피로 "피에는 피로!" "이것은 남의 일에 간섭한 결말이다!"라고 씌
어 있었다.
은갈고리는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다.
화만루는 은갈고리를 만져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것은 구혼수(勾魂手)가 쓰는 갈고리인가?"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만루가 말했다.
"구혼수가 바로 소추우의 손에 죽은 것이로군?"
육소봉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피에는 피로!"
"그 말은 우리들에게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를 나타내고 있군."
육소봉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청의루의 소식은 정말 빠르긴 한데 사람을 잘못 보았어." 화만루도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들이 사람을 잘못 보았지. 청의루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을
텐데. 도대체 그들은 정말로 이런 방법으로 자네가 놀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이런 방법을 해서 좋은 사람은 딱 한 사람이 있지." "누구인
가?"
"대금붕왕!"
이 세상에는 죽어도 굴복하지 않는 고집불통이 있어, 아무리 그를 위협해
도 그가 상관하지 않으려는 일은 어떻게 해도 할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육소봉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지금 그는 아주 위험한 싸움에 휘말리고 있는데, 그는 이번 일에 뛰어들
어야겠다는 결정했다.
그는 은갈고리를 움켜쥐며 말했다.
"가자, 우리들은 서문취설을 찾아가자. 지금 내게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무슨 방법인가?"
"이번에 그가 만약 나서지 않겠다고 하면, 나는 그의 만매산장을 불질러
버릴 작정일세."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