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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스크랩 제11계 이대도강
잠실/맥(조문희) 추천 0 조회 56 15.02.27 10: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병법삼십육계] 11계 이대도강(李代桃畺)... 

 

 

我敵之情 各有長短 戰爭之事 難得全勝 而勝負之決 卽在長短之相較 乃有以短勝長之秘訣 如以下駟敵上駟 以上駟敵中駟以中駟敵下駟之類 則誠兵家獨具之詭謨 非常理之可推測者也

나와 적의 사정을 보면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싸움에서 항상 이기기란 무척 어렵다. 따라서 승부를 결정짓고자 한다면 바로 가진 바 장점과 단점을 서로 비교하여 그 단점으로서 장점을 이기는 비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 등급의 말 중에 나의 하급의 말로서 적의 상급의 말을 상대하고, 나의 상급의 말로서 적의 중급의 말을 상대하며, 나의 중급의 말로서 하급의 말을 상대하면, 결국에는 한 번은 지지만 두 번은 이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면 그것은 참으로 병가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꾀로서 보통의 생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 이 문장에서 어떤 고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맞다. 바로 그것이다.

 

전국시대 흔히 손무의 후손으로 알려진 손빈은 위나라의 대장 방연과 동문수학한 처지로서 방연이 위나라의 대장으로 등용되고 동문수학한 정을 들어 그를 청하니, 그의 초청을 믿고 위나라를 찾아갔다가 방연의 계략에 말려들어 무릎을 잘리고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형벌을 받은 바 있었다. 무릎을 잘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다 첩자로 누명까지 쓰게 되었으니 누가 그를 돌아볼까? 끝내는 다리 밑을 굴러다니며 겨우 음식찌꺼기나 주워 먹는 신세로 전락했다가 어렵사리 위를 방문하고 있던 제나라의 대장 전기의 구함을 받고서야 겨우 위를 빠져나와 제나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손빈이 아직 전기의 식객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전의 일이었다. 비록 얼굴에 문신을 새긴 죄인의 몸이고 무릎을 잘려 걷지도 못하는 병신에 불과했지만 전기는 그의 재주를 높이 사서 빈객으로서 귀하게 대우해 주었다. 손빈으로서는 목숨을 살려준 것만도 갚지 못할 은혜인데 이와 같은 귀한 대우까지 받으니 그저 전기에게 이 은혜를 갚을 날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주를 내보여 전기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방연에게 복수를 하자면 그만한 공과 지위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손빈은 전기가 난처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전기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손빈은 넌즈시 그 이유를 물었다. 전기가 대답했다.

 

"왕과 대부들이 모여 전차경기로서 내기를 거는데, 그만 내 말이 왕의 말에 뒤져 매번 지는 바람에 많은 돈을 잃게 되었네."

 

전기의 대답을 들은 손빈은 이번에는 자신을 전차경기장에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했다. 매번 전차경기에서 지는 바람에 돈은 돈대로 잃고 망신은 망신대로 당했던 전기로서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손빈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가만히 경기장에서 전차경기 하는 것을 지켜보던 손빈은 그날 경기가 끝나고 돌아오자 전기에게 이렇게 건의했다.

 

"확실히 왕의 말들이 장군의 말들보다 뛰어납니다. 따라서 아마 이대로는 앞으로도 왕의 말들을 이기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내일 전차경기가 열리게 되거든 이리이리 하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손빈의 계책은 간단했다. 먼저 왕이 상급의 말을 내놓으면 전기는 하급의 말을 내놓는다. 그러면 당연히 전기의 하급 말은 왕의 상급 말을 이기지 못하니 지게 된다. 그러나 전기의 상급 말은 왕의 중급말보다 뛰어나니 다음 시합에 왕의 중급 말에 대해 상급 말을 내놓으면 반드시 이기게 된다. 전기의 중급 말도 왕의 하급 말보다 뛰어나니 그 다음 시합도 십중팔구 이기기 쉽다. 결국 한 번의 패배로서 두 번의 승리를 얻어내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전차승부에서 손빈이 시킨대로 하니 처음 한 번의 승부에서만 패배하고 나머지 두 번의 승리에서는 계속해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가장 나쁜 말을 희생함으로써 상대의 가장 좋은 말을 소모시키고, 상대보다 한 등급 높은 말로써 다음 두 번의 승부를 노린 결과 왕의 말이 더 좋았음에도 전기의 말들이 매번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었다.

 

결국 이것이 계기가 되어 전기는 손빈을 다시 보게 되었고 매번 중요한 일이 있으면 손빈에게 상의하게 되었으니, 이후 조나라의 수도 한단이 위나라의 대장 방연에게 포위되었을 때에도 손빈에게 상의하여 손빈의 계책을 따라 위의 수도 대량을 포위하여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구하는 대범한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다. 저 유명한 전기 새마의 고사다.

 

위의 문장은 바로 이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대도강의 요체라 할 것이다.

 

출전은 <악부시집>(상화가사)(계명편)이다.

 

桃生露井上

李樹生桃旁

蟲來吃桃根

李樹代桃畺

樹木身相代

兄弟還相忘

복숭아나무는 우물가에서 자라고

오얏나무는 복숭아나무 옆에서 자란다.

벌레가 꼬여 복숭아나무를 갉아먹으려 하니

오얏나무가 이를 대신하여 죽었다.

나무의 몸으로도 이러한 것을

형제로서 도리어 서로를 잊고 있구나.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李樹代桃畺이 이대도강의 유래라 할 수 있다.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벌레에게 먹혀 죽듯 다른 무언가 - 혹은 누군가를 살리고자 또다른 무언가 - 혹은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계략이 바로 이대도강인 것이다.

 

 

전국시대 말 조나라에는 두 사람의 뛰어난 장수가 있었다. 한 사람은 염파, 한 사람은 이목, 모두 당시 천하를 떨어 울리던 명장들로서 지금까지도 그 이름이 전해지던 이들이었다. 조나라는 이때 흉노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전국에서도 가장 먼저 기병을 받아들였지만 매번 흉노의 약탈로 인해 국경지대의 피해가 컸었다. 이에 조나라 왕은 당시 아직 젊었던 장수 이목을 보내 흉노가 들어오는 길목인 북쪽의 관문 안문을 지키도록 했었다.

 

그러나 왕명을 받들고 안문에 도착한 이목은 나가 싸우려 하기보다는 소와 양을 잡아 잔치를 벌여 장수와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는 한편 성문을 닫아걸고 지키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후 진과의 싸움에서도 그러했듯 때를 기다리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싸움에 지치고 패배에 익숙해진 병사들로 하여금 몸과 마음을 추스리도록 하고 엄격한 군사훈련으로 싸움에 있어 절대 지지 않을 실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수 년을 그렇게 성문을 단속하고 힘을 키우자 흉노족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갖추어지게 되자 이목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흉노를 토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수 년에 걸쳐 준비를 마친 만큼 이목에게는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작은 규모의 흉노족 몇을 때려잡는 것으로 끝낼 마음이 없었다. 북방의 민족은 유리하면 폭풍처럼 밀고 들어왔다가도 상황이 불리해지면 썰물처럼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물러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언제고 다시 저들의 주력이 국경을 넘어 주변의 마을과 도시를 초토화시킬지 몰랐다. 주력을 잡아야 했다. 대장을 잡아야 했다. 이목은 주의깊게 한 번의 싸움을 위해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이목은 먼저 병사 일부로 하여금 변경의 작은 마을들을 지키도록 했다. 흉노족이 마음놓고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이었다. 당연히 그동안 이목의 움직임을 알 수 없어 경계하던 흉노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병사들을 공격해 들어왔다. 그러나 이목의 병사들은 공격해 오는 흉노족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매번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 과정에 말과 양, 소를 비롯한 많은 가축과 사람들도 흉노에게 잃게 되었다. 흉노족은 생각했다. 이목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흉노족을 두려워해서라고. 더 이상 이목은 두려워할 대상이 못 된다고.

 

일단 그렇게 판단을 내리자 흉노족으로서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인근 첨람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왕을 칭하던 흉노의 선우가 직접 군을 이끌고 조나라의 국경을 침입해 오기 시작했다. 이목이 기다리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목은 준비한 정예병력으로 하여금 세 갈래로 나누어 선우의 군대를 맞아갔다. 이목을 얕잡아 보던 흉노는 자신만만하게 이목을 공격했지만 이미 싸움의 주도권은 모든 것을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던 이목에게 있었다. 이목의 계략에 휘말려 분단되고 고립된 선우의 흉노군은 이목의 군에 의해 철저히 괴멸되었고, 결국 한 번의 싸움에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피해를 입은 청람국은 멸망에 이르고 말았다.

 

소수의 병력으로 패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흉노의 방심을 이끌어내고, 가축을 비롯 재물을 잃어줌으로써 탐욕을 불러일으킨, 병력과 물자를 일부 희생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이대도강의 한 예라 하겠다.

 

 

열강에 의해 조차(租借)된 뒤 상해는 사실상 공권력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나 다름없게 되었다. 많은 범죄조직들이 서구열강의 느슨한 통제와 그들을 통해 들어오는 막대한 이권을 노리고 상해로 흘러들어옴으로써 상해는 어느새 온갖 범죄조직이 할거하는 복마전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그 가운데 가장 세력이 컸던 것이 청방의 보스인 황금영이었으니 뒷날 격동기의 중국에서 상해를 지키면서 장제스와 협력하여 공산당에 대항하고 일본제국주의에 항거했던 거물 두월생은 그 황금영의 후계자였다.

 

두월생이 황금영의 배려로 결혼도 하고 도박장도 하나 맡아 경영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워낙 이런저런 잡다한 인생들이 몰려 들어와 있던 상해인지라 범죄도 끊이지 않고 일어났는데, 그 가운데 두월생을 비롯한 도박장의 경영자들을 크게 괴롭혔던 것이 도박장의 손님들을 상대로 한 강도질이었다. 특히 밤늦게까지 도박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피해자가 많았는데, 원래 도박장이라는 게 낮 시간에는 어중이떠중이 잔챙이들이 많고 밤늦게 큰 손님들이 많이 들다 보니 그 피해는 곧 도박장의 피해로 직결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경찰의 힘을 빌리자니 두월생 등이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는 것도 공권력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으니 큰 소용이 없었고.

 

결국 두월생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해의 도둑들이 모인 방()의 두목을 찾아가 담판을 벌이기로 했다. 아무리 무법지대라 할지라도 일단 중국의 경찰이 있고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열강들의 조계지에서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이 또 따로 있었으니 이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의 조직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당시의 법은 엄해서 강도짓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까지 처할 수 있었으니 경찰에 줄이 닿아 있던 청방의 위세는 그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위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박장의 수입의 1할을 댓가로 내놓을 것을 제안하니 도둑들의 우두머리로서도 차라리 위험한 강도짓을 하느니 그 돈을 받아 나누어 쓰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결국 두월생에게 항복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강도문제를 일단락 짓고 나니 이번에는 도박장의 경영 그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 사실 당시 상해의 조계지에서 도박장을 경영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불법이었다. 단지 청방의 자금력으로 조계지의 서양인 경찰을 매수하여 법망을 피해 경영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일단 도박이 불법인데 당장 도박장이 있고 도박을 하는 손님들이 있으니 제아무리 돈을 받고 뒷배를 봐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경찰도 실적을 위해서라도 때때로 도박장을 습격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체포된 손님들은 벌금 등의 물질적 손해는 물론이려니와 심지어 줄에 묶인 채 상해 거리를 돌며 구경거리가 되는 망시까지 당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래서야 도박장을 찾으려는 손님이 있을 리 없었다. 청방에게 있어 도박장은 큰 수입원이었으니 또 한 번 큰 위기가 닥친 것이었다. 방법이 필요했다. 손님들을 지키면서도 경찰도 만족시켜줄. 여기서 두월생이 또 한 번 활약을 했다.

 

두월생은 도박장의 사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와 같이 제안했다.

 

"제나라의 전기가 전차경기를 할 때마다 지다가 손빈의 계략의 도움을 받아 가장 안 좋은 말 한 필을 포기함으로써 다른 두 말로써 승리를 거둔 바로 그 계책을 써야 할 것입니다."

 

내용인 즉 일단 도박장이라는 게 낮 시간인 전화와 밤 시간인 야국으로 나뉘는데, 어차피 전화의 수입은 크지 않으므로 그것을 경찰에게 내주자는 것과 경찰이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저번에 도박장의 수입 1할을 내주기로 했던 도둑들로 하여금 손님으로 오도록 하여 잡혀가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돈이 되는 야국과 돈이 되는 야국의 손님들을 지킬 수 있으니 약간의 손실로 여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결국 청방의 두목인 황금영이 직접 나섬으로써 조계지의 경찰들과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경찰은 전화의 도둑들을 잡아들임으로써 실적을 올리고, 도박장들은 안심하고 도박을 할 수 있게 된 도박장으로 더 많은 손님들이 몰림으로써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는, 모두가 이익을 보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도둑들 역시 더욱 당당하게 도박장의 이익을 나누어 받을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전화와 도둑(오얏나무)으로써 야국과 야국의 돈 많은 손님들(복숭아나무)을 대신하게 하였으니 이대도강의 예라 하겠다.

 

 

고려의 태조 왕건이 공산에서 견훤군과 싸울 때였다. 견훤이 경주를 습격하여 경애왕을 죽이고 그 비를 능욕했다는 소식에 분개하여 군을 이끌고 내려오던 왕건은, 그러나 공산에서 견훤의 후백제군을 맞아 그야말로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병사들은 흩어지고 왕건 자신마저 후백제군에 포위되어 고립되었으니 도저히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시 왕건을 따르던 고려의 장수 가운데 신숭겸이라는 이가 있어,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자 왕건의 옷을 빼앗아 입고 왕건의 수레를 타고 후백제군으로 돌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왕건이 포위망을 돌파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연히 후백제군은 신숭겸의 수레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백제 장수의 병사들이 신숭겸의 뒤를 쫓기 시작하면서 포위망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왕건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직 남아 있는 다른 장수들과 함께 그 좁은 구멍을 통해 겨우겨우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후백제군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그때는 신숭겸이 후백제군의 손에 잡혀 목숨을 잃은 뒤였다.

 

싸움이 끝나고 왕건이 신숭겸의 시체를 찾았을 때 견훤에 의해 잘린 신숭겸의 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머리를 금으로 만들고, 그 금을 누가 훔쳐갈까 무덤을 세 개를 만드니, 지금도 신숭겸의 무덤은 구월산과 팔공산과 춘천 세 곳에 있고, 춘천에도 세 개의 무덤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왕(복숭아나무)을 대신해 신하(오얏나무)가 스스로 목숨을 내걸었으니 이대도강이라 하겠다.

 

 

80년대 말 갑작스런 경제불황으로 경제 전체가 침체되면서 일본의 금융회사들에는 막대한 부실채권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무 대책없이 그저 호경기만 믿고 빌려줬다가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어진 채권들이었다. 당장 경영상태를 서류상으로나마 호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었다.

 

결국 일본의 금융회사들은 한 가지 꼼수를 생각해냈다. 서류상의 자회사 - 혹은 언제 망해도 상관없을 법인을 이용하여 그곳으로 부실채권을 한 데 몰아넣어 도산시키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이로써 부실채권은 도산한 법인과 함께 사라지게 되니 서류상으로나마 부실채권이 없는 건전한 재정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이 역시 본사를 대신해 자회사를 죽이는 것이니 이대도강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대도강을 정의하자면 한 마디로 "사석(捨石)"이라 할 수 있다. 버리는 돌이다. 버리는 돌인데 다른 돌을 살리는 돌이다. 대신하여 죽음으로써 다른 것을 살리는 것이 이대도강의 요체라 하겠다. 도저히 살아나올 방법이 없을 때, 혹은 살아남을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다른 이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희생을 강요하여 이용하는 것이기에 항상 좋은 결과만 내놓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는 스탈린그라드에서의 소련군의 선전을 교훈삼아 후퇴시 군의 일부를 도시 등의 거점에 남겨둠으로써 소련군을 저지하는 카드로 사용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남겨둔 병력은 크게 적을 저지하지도 못하고 병력만 소모시키는 결과를 낳았었다. 일본군 역시 전세가 불리해지자 별의별 같잖은 이름을 단 특공작전을 추진했는데, 오히려 특공으로 상대를 저지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리기보다는 이쪽의 사기와 전의를 떨어뜨리고 그나마 얼마 안 남은 전력마저 소모시킴으로써 패전을 늦추지도 못하고 피해만 늘리는 꼴이 되었다.

 

결국 죽이더라도 목적을 가지고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명확한 전략적 목적 - 즉 무엇을 살리고자 하는가 하는 것과, 살린 뒤 무엇을 하겠노라고 하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면 복숭아나무를 대신해서 오얏나무가 희생해봐야 도리어 복숭아나무의 죽음마저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과 그를 위한 치밀하고 철두철미한 준비, 그리고 과감하고 단호한 의지, 이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을 때만이 이대도강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저 이대도강이란 무의미한 자기 살 베어 먹기에 지나지 않게 된다.

 

사람의 목숨이란 언제든 중요한 거다. 아니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때로 다른 무언가를 위해 다른 무언가를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생긴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혹은 더 큰 뜻과 미래를 위해, 그래서 그 희생은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살아남은 자에 의해. 살아남은 그 미래에 의해. 그것이 이대도강, 병법삼십육계의 열한번째 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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