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은주의 시조 「시샘의 뒷면」 감상 / 임종명
시샘의 뒷면
인은주
혼자서 색종이를 접는 날이 많아졌다
세상을 좋아하던 엄마가 미웠다
시샘은 발이 빨라서 따라갈 수 없었다
엄마를 접었는데 마귀할멈이 보였다
마음속 독사과가 고개를 쳐들었다
시샘은 천사의 날개를 잃어버린 아이였다
접혀진 색종이의 뒷면이 궁금했다
엄마의 뒷모습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표면은 거짓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계간 《가히》 2023 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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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은주 /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2013년 《시조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리의 관계는 오래되었지만』 『미안한 연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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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화자는 갑자기 집에 홀로 남아 색종이를 접는 시간이 많아지자 "세상을 좋아"해 자신을 남기고 외출하는 "엄마가 미웠"고 한편으론 부러워 "따라 갈 수 없"을 속도로 시샘한다. 엄마에 대한 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접힌 색종이로 투사된 엄마는 "마귀할멈"이 되었고, 시샘과 동일시된 어린 화자는 "천사의 날개를 잃어버"릴 정도로 동심을 잃는다. 시간이 한참 더 지나 집 밖으로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에 익숙해질 무렵" 화자는 갑자기 "접혀진 색종이의 뒷면", 즉 엄마가 외출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궁금해진다. 그리고 "세상을 좋아"서라는 "표면은 거짓말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된다.
시에 어머니만 나오는 걸 보면 모자는 아마도 한부모 가정으로 추측된다. 사물과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나이가 되면서 화자는 집을 나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가장의 외로움을 보았던 것 같다. 고단한 삶의 현장으로 가면서 어린 화자에게 힘든 내색 않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나들이 나간다고 했던 엄마의 진심을 안 것이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엄마를 시샘하고 미워했던 걸 후회하며 "독사과"가 사라진 마음속으로 엄마에게 용서를 구하며 한없이 울었을 것이다.
임종명(블로거 '숲속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