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 - 팬티와 빤쓰 [복효근]
전라선 하행 플랫폼
젊은 팬티가 나이 든 빤쓰 배웅을 나왔나 보다
- 아야, 느그 올케가 사다 준 난닝구 세트
너 갖다 입어라
내 죽을 때까지 입어도 다 못 입는다
엄마, 지난번 준 팬티 세트 나 입음서나 얼마나 쪽팔린 줄 알아
입을 때마다 할매가 된 기분이여
버릴 수도 없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팬티도 다 패션이여
- 애야, 속 빤쓰를 누가 본다고,
어따가 벗고 보여줄 일 있냐
왜 없어 목욕탕에서도 벗고 집에서는 안 벗간디
- 너는 좋겄다 벗을 일 많아서
그러면 뒷집 할매랑 나눠 입어
- 옘병한다 그 할망구 엊그저께 메느리가 사 온 케이크도 즈그들만 묵드만
걱정 말아라 빤쓰고 난닝구고 우리 집 누렁이허고 나놔 입을란다
갸도 늙어서 어따가 벗을 일도 없을 테니
열차에 오르는 할매와 돌아서는 딸
웃는 듯 마는 듯 눈가가 젖어있다
- 태백 17' 4월호
* 한 장면에 세태가 다 나온다.
세대차이가 확연하다.
어느 세대라도 있는 게 세대차이다.
자동차로 치면 옛날에는 한 가정에 한대인데 지금은 네대라서 세대차이라는
아재 개그.
빤쓰를 입었던 세대와 팬티를 입는 세대의 차이.
요즘 젊은이들은 허리를 숙이면 바지위로 팬티도 살짝, 속살도 살짝 보인다.
빤쓰세대는 그게 굉장히 창피한 일이었지만
팬티세대는 그것도 뒤를 보여주는 패션이라는 거다.
어이구야!
초딩 삼학년 때 아버지는 내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 등교시켰다.
그때가 일천구백칠십년이니 진짜 쪽팔리는 일이었다.
흑백영화의 주연배우나 발랐을 포마드를 어린 나에게...
방과후에 축구를 하면서 일부러 헤딩을 하며 그 포마드를 뭉개버렸던 기억.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딩 일학년 때 다른 애들은 한손으로 들고다니던 가방이었는데
나는 지금의 백팩과 똑같은 모양의 가방을 메고 다녔다.
남들과 다름에서 오는 쪽팔림.
어이구야!
세대는 세대에 맞는 것을 취해야 한다.
두손 모으고 박자 맞추며 노래하던 우리 세대보다
온몸으로 리듬 타며 노래하는 요즘 세대가 얼마나 보기 좋으냐.
허이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