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다수 네티즌들에게...
엄마...지난 30일 검은코트를 입고 외출하는 제게 어디가냐고
물어보셨죠...? 그냥 친구랑 놀러간다고 했었지만...아마 제방구석에
이틀전부터 놓여있던 종이컵과 양초를 못보셨을리 없죠...
그날 엄마는 외출하는 제게 평소의 '일찍들어와라'가 아닌...
'조심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몇일전부터 고민했었습니다...많은 사람이 모이면 감정이 격해져서
추모라는 뜻으로 모였지만 어쩌면 과격시위로 바뀔지도 모르는 그곳에
간다는 것이...광화문, 종로를 지날때 그저 더운날이나 더운날에도 밖에
서있어야하는 불쌍하게 느껴졌던 전경들이 두려운 존재가 된다는 것이...
나혼자서라도 촛불을 켜리라던 처음의 각오는 그시간이 다가올수록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달라지는듯 했습니다. 막상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
차분하고 정연한 느낌이였습니다. 벌써 모여있던 시민들을 네겹으로
둘러싸고있던 전경들을 어떻게 지나가야하나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어떤 분의 "비켜드려." 한마디에 물길이 열리듯 길을 열어주시더군요.
그순간부터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함께 간 친구는 사실 같이 가주리라고는 생각못했던 사람였습니다...
오히려 믿었던 친구들은 아무망설임 없이 선약을 핑계로 거절하더군요.
저는 그들의 어떤 점을 믿었던 걸까요...
월드컵때 그렇게 목놓아 열렬히 외치던 '대한민국'
사랑해마지않던 조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USA(미국이란 말 쓰기싫어서)의
만행을 나몰라라 할수있을까요...
월드컵에 열광하느라 5개월이나 잊혀져있던 그아이들을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이게 왠 오버냐고 묻는 당신은 동계올림픽이후 5개월이나
지난 월드컵때 USA에게만은 반드시 이겨야한다던 당신은...
쇼트트렉세리머니를 보고 통쾌함을 느꼈던 당신은...
지난 토요일 6시에 어디에서 무얼했습니까?
다행히 제옆에서 애인과 다정하게 촛불을 들고 있던 사람이였나요...?
아니면 어린 남매가 자꾸 떨어뜨리는 초를 다잡아주던 그 어머니, 아버지
였습니까...? 한마디씩하라며 만든 그자리에서 올라서자마자 격한감정에 울부짖으며
"미국나빠요!!! 언니들 꼭 천국갈꺼예요!!!!"라는 한마디하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던
그 여학생이였습니까...?
분명한것은 월드컵세리머니에 통쾌함을 느꼈던 사람은 그날의 반딧불이의 수보다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즐거울때만 자랑스런 내조국입니까? 이렇게 무력하고
서럽고 못나게 느껴질때의 조국은 토요일 황금시간에 술약속이나 데이트,
소개팅보다 가치가 없는 것입니까?
혹시라도 몰라서...아니면 알았지만 처음이라 익숙치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때문에
못오셨었다면 이번주에는 당신을 만날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추모식때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사람도 있었고...때가 때이니만큼 의도와 다르게
일부 특정정치세력의 색채를 띄는 사람도...단체나 정당의 이름을 거론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의도로 모인 시민들은 결국은 그들이 설자리를
없게 만들어버리더군요. 보잘것없는 한개의 촛불로 참가했지만 어느새 그자리에
선 사람들은 월드컵때 축국강국에 승승장구하며 자신감을 얻었다던 그때보다
더큰 자긍심과 자존심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5개월전 효순이 미선이의 사건을 어렴풋이 알았지만 그보다 붉은옷을 걸치고
열광했던...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던 사람입니다. 그래도 5개월전
느낀 벅찬 마음이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분명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내내 기다리던 토요일...추위에 온몸을 떨며 불을 밝혔지만...
11월 추위속에 반딧불이가 되었을때... 6월 월드컵의 붉은악마일때는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인터넷상에서 USA를 옹호하고 우리의 의지를
비웃는 당신이라면 정말 그게 옳고 당당하다면 당신이야말로 꼭 이번주
토요일 6시에 그자리에 와서 우리 눈.앞.에.서. 비웃어 주십시오.
의지는 진정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정도의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침묵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지난주 저와 함께 했던 당신이라면 이번주에도 제 곁에 서주시리라
믿습니다. 지난주에 우리와 함께 하지 못했던...혹은 안했던 당신도
이번주에는 우리 곁에 서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제게 더이상의 망설임은 없습니다.
늘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또다시 그자리에 서는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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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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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멋 이야기! ☆
[펌글]불특정다수 네티즌들에게...
정오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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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0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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