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던 봄꽃이 진달래와 개나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젠 벚꽃으로 완전 탈바꿈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의 거리거리와 야산, 냇갈가가 전부 벚나무이고 지방에도 벚나무 천지여서 우리나라 사방이 다 벚꽃 축제를 한다고 난리입니다.
서산에도 보령에도 벚꽃 천지이고 이미 오래 전부터 이름이 있던 곳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벚나무 꽃이 화려한 것이야 얘기할 것이 없지만 전국이 다 이런 식으로 바뀌다보니 봄에는 벚꽃 축제가 전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 벚꽃이 지고 나면 그 다음엔 뭐가 있을까요?
저는 벚나무가 일본 원산이니 심지 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해방이 되고 난 직후에는 벚나무가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다 베어낸 곳도 많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에 많이 심어진 왕벚나무는 일본 원산이 아닌 게 확실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어서 미국을 다시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께서 왕벚나무로 기념식수를 하면서 '이 벚나무는 일본산이 아닌 한국원산인 왕벚나무'라고 했다는 말을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심어진 대부분의 벚나무는 왕벚나무라고 들었습니다.
문제는 어디나 다 벚나무이고 벚꽃이니 특색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역, 지역마다 다른 나무로 심었으면 천편일률적인 벚꽃축제가 아니라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꽃 축제가 될 것인데 그냥 다 벚꽃축제이니 다른 지역과 차이를 둘 것이 없습니다.
이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어느 지역에서 무슨 음식이 특색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그 음식의 분점이나 체인점이 전국을 휩쓸게 되니 그게 당장은 이익일지 몰라도 멀리 보면 손해입니다. 마산 아구찜은 마산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고, 춘천 막국수는 춘천에 가야만 제대로 된 것을 먹을 수 있게 되어야 지방도 살고 그 음식도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이건 장사를 하는 개인들도 신경을 써야 할 일이고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과 똑 같은 것을 따라서 하려하지 말고 남과 다른 것을 개발하고 키우는 것이 살 길입니다. 벚꽃 천지인 지금 우리나라에서 색다르게 살구꽃축제나 앵두꽃축제를 하면서 거기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함께 내어 놓으면 여러 모로 좋을 것 같은데 왜들 다 그렇게 남들 따라 하는 것만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