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던 것이 작은 일에서 다시 발단되기 시작했다. 영섭이 회사 일로 태국에 있는 현장에 출장을 가게 됐다.
기간은 6개월!
태국 현장에 사고가 발생하여 사고 수습과 후속 처리를 위해 담당 이사와 같이 나가게 된 것이다. 공항에는 희수만 나왔다.
한국을 떠나있게 되어 그 사실을 보영에게도 알리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 전화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세 번째 전화다.
첫 번째는 제주도에서 돌아와서 얼마 안 돼 보영의 마음을 위로하려고 영섭이 전화했지만, 오히려 보영의 슬픔만 크게 하는 전화가 되어 전화하지 않은 것만 못했고
두 번째는 다섯 사람과 싸운 후 며칠간 부은 눈과 터진 얼굴로 회사를 출근하고 있었는데 보영이 어디서 들었는지 안부 전화를 했었다.
외국으로 6개월 출장을 나간다는 영섭의 전화를 받은 보영은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공항에는 못 나간다고 했다.
영섭이 떠나고 한 달여 정도 지난 주말 시골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서 빈자리를 찾아가던 희수는 놀랬다.
같은 버스에 현영이 타고 있는 것이다.
숙영과 약혼 후 현영은 결혼 후 살 집으로 부모님이 사 주신 서울 답십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있으면서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오늘은 적성 본가에 일이 생겨 가는 길이다.
현영도 희수를 보고는 그동안 어찌 됐건 오랜만에 보는 희수가 반가워 씩 웃으며 “희수구나! 이리와”하고 자기 옆의 자리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때 희수가 현영의 옆자리에 가 앉자 태연하게 현영을 대하였으면 좋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 자기를 골탕 먹이는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 여자가. 혹 현영이 그동안의 자기 행동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하고 희수를 놓아주었다면, 모르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았을 텐데.
희수는 못 본 척 딴청을 하고 다른 곳에 빈자리에 앉았다.
머쓱해진 현영은 어떤 빌미도 현영에게 주고 싶지 않아 취한 희수의 그 행동으로 모멸감을 느꼈다.
분명히 눈이 마주쳐 자기를 보고 놀라는 희수의 표정을 읽었고 더욱이 자기가 이름까지 불렀는데 못 본 척하고 다른 자리에 앉다니
화가 난 현영은 심술로라도 희수의 옆자리로 가고 싶었으나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아있다.
이제는 자기도 숙영과 약혼을 한 사이라는 것을 소문을 들어 희수도 충분히 알 텐데, 숙영과 약혼 후에는 저희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결혼이 정해지자 희수에 관한 관심이 많이 줄어서 이렇게까지 경계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너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과 그래도 한 때는 몸을 섞을 정도로 깊이 사랑하던 내가 너에게 그렇게까지 혐오스러운 사람이냐. 오냐! 어디 신산리에서 보자.
이런 뒤틀린 심사가 일어난다.
자기가 그동안 희수에게 한 행동은 생각지 않고.
희수는 희수대로 걱정이 생긴다.
영섭이 외국 출장 가기 전에는 매주 같이 만나 같은 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왔는데 그동안은 한 번도 안 만났던 현영을 오늘 버스에서 만나게 되다니.
아니 그동안 한 번도 현영을 만나지 않아서 답십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적성을 가려면 의정부로해서 신산리를 거쳐 가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오늘 이와 같은 사태를 맞은 것이다,
현수 오빠라도 불러 같이 올걸, 그랬다고 후회했으나 이미 늦은 것이다.
현영의 성질로 봐서 분명히 신산리에서 자기를 골탕 먹이려고 할 텐데 무슨 방법을 강구해야 하나?
버스가 신산리에 닿을 때까지 이런저런 걱정이 일었다.
신산리에 버스가 도착하자 부지런히 먼저 내린 희수가 얼른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소란의 양품점으로 들어갔다. 대학을 다니다가 가정 형편상 집에서 쉬던 소란이 최근에 신산리 버스 정류장 근처에 양품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현영이 코웃음을 치며, 따라서 양품점으로 들어서다가.
“이게 누구예요? 현영이 오빠 아니에요? 나 소란이에요. 임진강에 같이 놀려갔던.”
하는 인사를 받고 현영은 감짝 놀랬다.
현영은 소란이 여기서 양품점을 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 네, 소란 씨? 참 오래간만이네. 여기서 장사하는 줄 몰랐네.”
하고 공대도 반말도 아닌 애매한 대답을 했다.
“좀 됐어요. 가게를 시작한 지는, 근데 웬일이세요? 양품점엘 다 들어오시고?”
“희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오랜만이라 얼굴 좀 보려고.”
그때 안에 있던 희수가 볼일을 보고 나와서 처음 본 것과 같은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냐고? 글쎄 모르겠군. 한동안 희수를 못 보았는데 내가 안녕하겠어? 춘천에서 본 후 오랜만이지. 그동안 잘 지냈어?”
왜 자기를 피했느냐고 따지고 싶은 충동을 그런 모습을 모처럼 만난 소란이에게 보이면 안 좋을 것 같아 참으며 또 소란에게 희수와 자기가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춘천에서 보았다는데 악센트를 두어 현영이 이렇게 인사를 했다.
“네! 잘 지냈어요.”
희수는 되도록이면 말을 잛게 하려고 했다.
“희수 시간 좀 있어? 할 말이 있는데.”
“오늘은 안돼요. 소란이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럼 언제쯤 시간이 나?”
“글쎄요. 공부로, 과외로 좀 바쁘게 지내기 때문에.”
“다음 주 토요일 서울서 좀 보자. 내가 연락할게.”
“글쎄요?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요. 영섭이 오빠 오면 그때 같이 만나죠.”
이 말을 듣는 현영은 희수가 영섭에게 얼마나 믿음을 가지고 있고 자기에게는 얼마나 심하게 경계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며 한때는 몸을 섞어가며 사귀던 자기를 헌신짝 버리듯 하더니 이제는 만나 주지도 않으려 하는 희수가 미워 강제적으로라도 한 번 만나 혼을 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러지 말고 시간 좀 내봐. 내가 전화할게. 그럼 난 간다.”
하고 희수의 대답도 듣지 않고 나가 버린다.
현영이 나간 뒤
“저 인간 약혼까지 했다며 왜 아직도 너한테 저러고 다니니?”
하고 소란이 한마디 한다.
소란은 희수의 가까운 친구 중에 한 사람으로 희수가 그동안 세 사람의 관계를 대강 이야기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희수가 허겁지겁 가게로 들어오며 뒤를 손짓하며 “현영이가 따라와.” 하고 말해서 사태를 파악한 소란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여 현영을 맞아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희수는 현영이 나가고 한참을 지난 후 소란이 나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 현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도 불안해 소란에게 부탁해서 일찍 가게 문을 닫게 하고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이제는 집에 올 때 혼자 다니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영섭이 없는 동안은 되도록 집에 오는 것을 삼가고 꼭 와야 할 때는 서울에 취직하고 있는 현수 오빠와 같이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성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현영은 희수의 소행이 아무리 생각해도 괘심했다. 어찌 되었든 그래도 한때는 서로 좋아하던 사이 아닌가?
그런 그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자기를 멀리하더니 이제는 자기를 똥 묻은 개 피하 듯 한다.
희수를 만나기 전 그리고 희수의 그런 행동을 보기 전까지는 자기도 숙영과 약혼한 사이고 얼마 안 있으면 가정을 이루게 되는 처지라 희수와의 일을 대강 잊어버리려고 생각하며 마음을 추수리고 있었는데 오늘 희수의 행동을 보고는 심사가 뒤틀리고 가슴에 질투와 분노의 불길이 다시 당겨진다.
특히 영섭이 돌아오면 같이 만나자니 영섭과 자기가 비교되는 것 같아 더욱 심사가 뒤틀린다.
그래서 그냥 이대로 넘길 수가 없는 심정이 되어, 결혼을 하기 전에 한번 희수를 크게 혼내 주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현영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희수의 운명은 어찌 되려는지?
첫댓글 너무 질긴 인연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rara님!
구리천리향님!
다락방님!
무혈님!
지키미님!
감사합니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어 건강이 염려되는 시기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늘 즐거운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