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40% 증가…거래 준 반면 증여는 늘어
지난해 주택·토지·상가 건물 등 부동산 증여 거래 건수가 27만 건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거래량은 전년보다 줄었는데 증여 건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상가·건물 등 비주거용 수익형 부동산의 증여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부동산 증여건수는 총 26만947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2006년 부동산 실거래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부동산 과열기로 불리던 2006년의 증여 건수가 19만2361건인 것에 비하면 10년 만에 40%(7만7111건)나 늘어난 것이다. 또 2012년(19만8403건) 이후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증여는 부동산 거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해 주택·토지·상가 등 전체 부동산 거래 건수는 304만9503건으로 2015년(314만513건)보다 2.9% 감소했다. 그러나 증여건수는 지난 2015년의 25만1323건에 비해 7.2% 증가했다.
증여 건수가 가장 많은 것은 토지다. 건축물 부속 토지를 제외한 순수 토지의 증여는 전년(16만4774건) 대비 4.93% 증가한 17만2904건으로, 전체 증여 건수의 64%를 차지했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센터장은 "토지는 필지수가 많고 환금성이 떨어져 자녀 등에게 증여나 상속을 통해 대물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증여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비주거용 부동산 증여 비중 대폭 증가
전년 대비 증여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상가·업무용 건물 등 비주거용 부동산이다. 지난해 전국의 상가·건물 등의 증여는 총 1만5611건으로 전년(1만3400건) 대비 16.5% 증가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매월 고정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주택의 증여는 총 8만957건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토지 증여의 84%(14만5397건)가 지방에서 이뤄진 것과 달리 주택 증여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비중이 높았다.
경기도(1만7541건), 서울(1만3489건), 인천(3545건) 등 수도권의 증여가 총 3만4575건으로 전체 주택 증여의 42.7%를 차지했다.
지난해 지방의 주택 가격이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약세를 보인 반면 수도권은 서울·신도시 등지의 주택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증여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서울지역의 전체 부동산 증여 건수는 강남구(2060건), 송파구(1770건), 서초구(1495건) 등 강남 3구가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주택 증여는 송파구(1311건), 강남구(1164건), 마포구(1136건) 순으로 많았다.
송파구와 강남구는 서울에서 재건축이, 마포구는 재개발이 활발한 지역으로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대상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증여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상속보다 증여가 유리"…절세 목적 사전 증여 '봇물'
이처럼 최근 들어 증여가 지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이유는 자녀나 배우자 등에게 부동산을 물려주는 절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증여와 상속세율이 동일하지만 자녀 등에 부동산을 증여한 뒤 10년이 지나면 해당 부동산은 추후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그만큼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은퇴한 60∼70대 자산가들 사이에는 30∼40대 자녀들에게 '10년 증여 플랜(plan)'을 짜고 사전 증여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사전 증여를 할 때 상속세와 동일한 세율의 증여세를 내게 되지만 10년 뒤 대체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보면 10년 전 가격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라며 "설사 10년을 못채우고 부모가 사망해 상속 재산에 포함되더라도 증여 시 금액을 새로운 취득가액으로 보기 때문에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세무사는 "증여를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확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상속재산이 30억원을 넘어서는 경우 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고액 자산가들이 사전 증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간 증여도 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부인에게 증여할 경우 6억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 기본공제 대상이어서 증여세를 줄일 수 있고, 부동산을 팔아야 할 경우에는 사전 증여를 통해 취득가액을 높여 추후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세테크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와 달리 장남이나 아들이 아닌 딸에게도 재산을 똑같이 물려주게 되면서 증여 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1945년 출생의 일명 '해방둥이' 전후 세대들의 증여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젊은 자녀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도 증여가 늘어나는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은행 PB센터에는 상속세, 양도세 등을 줄이기 위한 사전 증여와 함께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 방식으로 집을 사주려는 상담이 크게 늘었다.
부담부 증여는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부동산을 증여하는 것으로, 증여를 받는 사람은 전세금이나 대출금을 뺀 나머지 가액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하면 돼 세금이 줄어든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엔 부동산 가격이 낮을 때 증여를 많이 했지만 최근엔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도 장래 가치가 높아질 것에 대비해 증여를 많이 한다"며 "앞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증여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7.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