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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문취설이오!"
서문취설, 이 이름은 칼날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것이었다.
염철산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서는 크게 외쳤다.
"나와라!"
옆에서 술을 따르던 소동들과, 음식을 날라오던 노비들 외에 이 누각에는
어느 누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었는데 염철산의 말이 떨어지자, 창 밖에
서 다섯 명이 날아 들어왔다. 번쩍이는 무기는 반달 모양으로 구부러진 칼
한 자루, 기러기 날개 같은 칼 한 자루, 날카로운 창 한 자루, 닭 발톱 같은
낫 한 자루, 세 마디의 쇠몽둥이 한 자루였다.
다섯 가지는 모두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병기들로, 이런 병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무림의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서문취설은 그들을 보고도 못 본 듯이 쌀쌀하게 말했다.
"내 칼이 칼집을 떠나면, 꼭 사람이 다칩니다. 당신들은 내가 칼을 뽑기
전에 피하셔야 할 겁니다." 다섯 명 중에서 세 명의 얼굴색이 화가 난 것
같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이다.
갑자기 바람소리가 나더니, 기러기 날개 칼이 서문취설을 조각내 버리려
는 듯 칼소리를 내었다.
세 마디 몽둥이도 서문취설의 무릎을 없애려고 바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두 가지 병기는 강하고 빨랐으며 공격이 날카로웠다. 그들은 평상시에
항상 같이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호흡과 규칙
이 있었다.
서문취설의 눈동자가 갑자기 수축되는 그 순간에 그의 칼이 뽑혔다. 곽천
청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육소봉을 바라보았고, 육소봉도 움직이지 않았
다. 그도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마행공이 몸을 일으키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곽총관이 당신들을 초대해서 술을 마시자고 했는데, 당신들이 이렇게 소
란을 피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는 손을 뻗어 허리를 뒤졌다. 잠시후
곤룡봉이 번쩍이며 나타나서는 곧장 화만루의 목을 찌르려는 것이었다.
그는 화만루가 장님인 것을 알고는 장님이라 상대하기가 좋을 것이라 생
각한 것이었다.
그의 이 곤룡봉은 다른 것들과는 달라서 봉이 나가고 나서 딱, 소리가 나
더니 용의 입에서 얇고 날카로운 단검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화만루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손가락 두 개로 딱, 소리를 내
고는 이 잘 다듬어진 강철 용설단검을 세 조각으로 잘라버렸다.
마행공의 얼굴색은 일순 변하였다. 그는 다시 손을 흔들어 곤룡봉을 되돌
아오게 해서는 화만루의 왼쪽 귀뒤의 머리를 치려고 하였다.
그러자 화만루는 두루마기 소매를 재빨리 휘감아서 곤룡봉을 막았다.
이렇게 되자 순간 마행공은 탁자에 떨어져 사발 접시를 부수어 버렸다.
화만루가 다시 한 번 휘두르자 그는 창 밖으로 튕겨져서는 풍덩 소리를 내
며 연못에 떨어졌다. 소소경이 감탄한 듯이 말했다.
"무공이 대단하십니다!"
"나의 무공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가 모자라는 것이오. 운리신룡이 옛
날의 무공의 반도 남아 있지 않으니, 어디 심한 부상을 입은 적이 있습니
까?" 소소경이 말했다.
"잘 아시는군요. 삼 년 전에 그는 심하게 공격을 당하고는 곽총관에게 도
움을 받았어요." "그렇군요."
그는 이제서야 마행공이 왜 그런 아첨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알 수가 있었
다.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무공을 잃어버리게 되면 후원자를 찾지 않을 수
가 없다.
주광보기각 같은 이런 후원자를 찾게 되었으니, 더 이상 믿음직한 것도
없었을 것이었다.
소소경이 말했다.
"나도 화공자에게 한 수 배우려고 합니다. 흐르는 구름 같은 소매의 무공
을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부디'라는 말을 내뱉고 그는 손에 있던 젓가락
을 비스듬히 던졌다. 이 학식이 풍부할 것 같은 어린 선비는 상아 젓가락을
칼로 사용하였다. 집안의 검법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화만루를 없애려고 한
것이었다.
육소봉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곽천청을 바라보고 있었고, 곽천청도 움
직이지 않고 있다. 그도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바닥에는 이미 세 사람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기러기 날개칼은 창살
에 끼워져 있었고, 세 마디 몽둥이는 창 밖으로 튕겨져버렸고, 날카로운 창
은 벌써 네 조각이 나버렸다.
칼을 빼내었을 때 칼 끝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서문취설이 살짝 불자 빨간 피는 칼 끝에서 방울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얼굴은 아무 표정도 없었고, 두 눈에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서문취설은 싸늘한 눈초리로 염철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왜 다른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거지!" 염철산
도 냉소하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숨은 벌써 내가 샀기 때문이야!" 그가 손을 휘두르자
누각 안팎에서 예닐곱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눈을 번득이며 도망갈
길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은 조금도 산서 말투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욕도 하
지 않았다. 그렇지만 목소리는 더 가늘어지고 날카로워져서 내뱉는 말 한마
디 한마디가 모두 바늘처럼 다른 사람의 고막을 자극했다.
육소봉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주인 어르신도 무공이 뛰어난 고수이십니다."
곽천청도 웃으며 말했다.
"그의 무공은 여기서 제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무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모두 쓸모가 없습니다." "
왜 그렇죠?"
"왜냐하면 그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약점입
니까?"
"그는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소소경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되었다. 검은 빨랐고, 기이하게 변하여 화만
루의 귀와 눈에서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화만루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서, 손에 들고 있던 상아 젓가락을 살짝 움
직여서 소소경의 맹렬한 공격을 묘사하여 풀고 있었다.
소소경은 두 번째 공격을 시도하는 중에 이상한 점을 느꼈다. 미소를 짓
고 있는 장님, 화만루는 그가 사용하려는 검법을 그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하
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가 칼로 내려치려는 상대는 벌써 그의 수법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그
가 물어보았다.
"당신은 아미파이십니까? 아미검법을 아십니까?"
화만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검법에는 많은 종류가 있고, 공격하는 기술도
모두가 다릅니다. 그러나 장님에게는 세상의 검법이 모두가 같습니다." 이것
이 무술을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오묘한 진리인 것을 소소경은 알고 있는
지 모르는지, 물어 보려고 하여도 무엇을 물어보아야 할지 몰랐다. 화만루가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아미칠검의 한 사람이요?"
소소경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제가 바로 소소영(蘇小英)입니다."
화만루는 웃으며 말했다.
"과연 삼영사수(三英四秀) 중의 하나인 소이협(蘇二俠)이셨군요." 갑자기
서문취설의 냉정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람은 검을 배웠으면, 왜 나를 찾아오지 않았지?" 소소영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딱, 소리를 내고 손에 있던 상아 젓가락을 부러뜨렸다.
서문취설이 비웃으며 말했다.
"아미검법이 대단하다고들 하더니, 텅 빈 이름에 불과한 것이었나?" 소소
영은 이를 악물고 갑자기 몸을 돌렸다. 서문취설의 칼끝에는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육소봉과 곽천청은 여전히 서로를 마주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먼저 상
대방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벌써 일곱 사람이 영원히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일곱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무림의 고수가 아닌 사람은 없었다. 그러
나 모두가 눈 깜빡할 사이에 서문취설의 칼에 목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염철산의 눈가가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에야 다른 사람들은 그가 노인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기를 위해 죽어간 이 사람들을 위해 조금의 동정이나 슬픔을 가
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아직 도망가지를 않았는데, 그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도망갈 때는 아니었다.
움직일 수 있는 네 사람은 용기가 없었다. 소소영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는 길을 비켜주었다.
소소영의 걸음은 안정되어 있었지만,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
었다.
서문취설이 쌀쌀맞게 그를 바라보고 말했다.
"너는 어떤 칼을 쓸 것인가?"
소소영도 냉정하게 웃고는 말했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칼이면, 나는 모두 사용한다." "좋다. 땅에 칼이 있
으니, 한 자루 골라라."
땅에는 두 자루의 칼이 피범벅돼 있었다.
한 자루는 좁고 길면서 날카로운 것이었고, 나머지는 두껍고 육중한 것이
었다.
소소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발끝으로 칼 한 자루를 공중으로 날려서 손
에 쥐었다.
아미검법은 빠르고 변화가 많은 것이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비교적 무거
운 칼이었다.
소소영은 그의 팔 힘에 의지하여 맹렬한 공격으로 서문취설의 날카로운
검을 막으려고 생각하였다.
이 선택은 잘한 것이었다. 독고일학 문하의 제자들은 모두가 뛰어난 판단
력을 훈련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틀렸다. 그는 어떤 칼도 잡지 않았어야 했다. 서문
취설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는 말했다.
"이십 년 후에야 너의 검법이 완성되겠군!"
"뭐라구?"
"지금 나는 너를 죽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십 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나를 찾아오도록 해라." 소소영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십 년은 너무 길어서 나는 기다릴 수가 없다!"
그는 분명 혈기왕성한 소년이었다.
이것은 독고일학이 만든 '도검쌍살(刀劍雙殺) 사십구식'이었다. 그가 아미
문하를 만들었을 때의 검법은 상당한 수준이었고, 경력도 삼십 년이 넘어
있었다. 칼을 쓰는 것이 맹렬하고, 빠르고 정확하여 검법 중의 검법이었다.
그의 이 사십구식의 독특한 공격법은, 칼을 사용하여도 되고 검을 사용하
여도 되는 것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솜씨였다.
이런 솜씨는 육소봉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서문취설은 눈을 더욱 빛내면서 이 신기한 칼 솜씨를 보고 있었다. 마치
어린애가 신기한 장난감을 보는 것 같은 일종의 흥분과 희열이었다.
그는 소소영이 이십일초 공격을 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칼을 움직였다.
왜냐하면 이미 이 검법의 약점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조금의 약점이라
도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의 칼이 한 번 번쩍이자 곧 소소영의 숨을 끊어놓았다.
칼 끝에는 아직 피가 맺혀 있었다. 서문취설이 가볍게 불어내자 피가 방
울져 칼 끝에서 떨어졌다.
그는 칼날을 바라보고는 적막하고 쓸쓸한 기색을 나타내며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너같이 어린 소년이 왜 그리 죽으려고 발버둥치는지." 이런 말이 다른 사
람의 입을 통해 나왔다면 사람들은 우습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을 하자 아주 슬픈 기분이 들었다.
화만루가 말했다.
"그러면, 그를 꼭 죽일 필요는 없지 않았나?"
서문취설은 얼굴을 굳히고는 냉정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을 죽이는 검법이기 때문입니다." 화만루는 이 사람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숨만을 쉬었다. 이런 사람이
칼을 한 번 꺼내면, 인정도 없고 도망갈 길도 남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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