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알려진 혈액형 분류방법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A, B, O 방식의 분류방법이지요.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방법이기도 한 이 방식은 나날이 발전하여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 이론까지 발표되기도 하였지요.
A형은 성격이 어떻고 하는 그 이야기는 일본의 한 의학자가 자기 친구 몇 명의 성격만 놓고 중얼중얼댄 것으로 실제 과학적인 근거는 거의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많이 알려진 것이 RH 플러스-마이너스 형이 있으며, 그리고 M형, N형, P형 등의 이상한 혈액형도 있지요.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우리 한국인에게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외국 사람들의 혈액형이지요.
그러나 우리 나라에도 한국인 특유의 별난 혈액형이 분명히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관계로, 여기저기서 자신도 모르게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지요.
더구나 이 특별한 혈액형은 외국의 경우처럼 M, N, P, RH 같이 아주 특별한 것도 아니고 보통의 A, B, O 속에 숨어 있기 때문에 잘 발견되지도 않아서 문제점은 더욱더 커지지요.
우선 제 친구의 이야기부터 한 가지 소개해 보기로 하지요.
1969년 어떤 고등학교 생물 실험실---
자신의 피를 조금 뽑아서 학생들이 자신의 혈액형을 스스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한 쪽에만 반응이 와서 A형임을 확인한 한 친구가 실험용 유리판을 쓰레기통에 버리려는 순간에 나머지 한 쪽에도 반응이 와서 그 친구의 혈액형은 순식간에 AB형으로 되어 버렸다.
별로 이상한 이야기같지도 않은 이 이야기는 학교에서는 상당히 이상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왜냐 하면 이 친구의 부모님이 O형 - AB형이어서 그 친구는 절대로 AB형이 될 수가 없었고, 그 친구의 형제들 또한 대부분 A형, B형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주워 온 아이인가 봐, 친자식이 아니야.. " 라고 수군댔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 친구는 "절대로 그럴 리 없어... 난 울엄마를 절대로 믿어 !" 라고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이후 약 10여 년 흐른 그 어느 날, 인천의 어느 아파트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물론 그 때의 일은 까맣게 잊은 채로..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게 되었는데...
또 10년 정도가 흐른 1990년대 초반의 그 어느 날, 그 친구가 이상한 논문 복사본 하나를 헐레벌떡 들고 와서 나에게 갑자기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국립중앙혈액원의 누군가가 쓴 논문인데, 그 논문의 내용과 그 친구가 국립중앙혈액원의 그 사람과 통화한 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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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AB형이라는 특별한 혈액형이 1970년대 초에 일본의 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이 혈액형은 보통의 AB형과는 잘 구분되지 않아 큰 수술 중에 피를 수혈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 첫 수혈 때는 심한 통증이 따르고 두 번째 수혈에서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일본에서 약 90가구 정도, 미국과 카나다에서 약 30가구 정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온 교민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도 파악해 본 결과 현재 약 200가구 정도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특별관리 중인데, 홍보가 덜 되어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cis-AB형을 별도로 구분하여 혈액형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안 된다. 국립중앙혈액원이 그 중 하나인데 헌혈한 적이 있는 사람은 헌혈증서를 보면 된다...
이 혈액형 가족들의 혈액형 분포도를 보면
O형과 결혼해도 그 자녀 중에 cis-AB형과 O형이 모두 나온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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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로서는 "우리 어머니는 나의 믿음대로 결백한 분이며 따라서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아 달라"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볼 때에 그 논문이 사실이라면 지금 한가하게 옛날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서 즉각 그 친구에게 작전지시를 내렸다.
"이럴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여기에서 너의 형, 동생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서 혈액형을 확인해 보라"
그랬더니 그 친구는 조금은 귀찮은 눈치였다.
"갑자기 네가 왜 더 흥분하냐? 네 일도 아닌데.. "
그러나 나는 급했다.
"무슨 소리냐? 당장 오늘 저녁이라도 네 형제 중에 교통사고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혈 중에 죽는 수가 있단 말이야"
내가 하도 급하게 설쳐 대니까 그 친구도 하는 수 없이 동생에게 시외전화를 걸었다.
"으응 동생이냐? 너 혈액형이 어떻게 되냐?
음. A형이라구? 으음.. 20년 전과 똑같군..
옛날 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조사한 것이라구? 그야 그렇겠지..
근데말이야.. 너.. 혹시 헌혈 같은 거 해 본 적 있냐? 음.. 있다구?
그럼 헌혈증서 지금 가지고 있냐? 잠깐 기다려 보라구?
으음... 꺼냈냐? 거기에서는 혈액형이 무어라고 되어 있냐?
뭐? 혈액형이 좀 이상하다구? AB형 같은데 좀 이상한 AB형이라구?
야.. 그럼 그게 맞는 거야... 그게 아주 이상한 건데말야.
하여튼 너도 중앙혈액원에 신고하여 특별관리 받아야 될 거야..
그래그래 잘 있어라.. 끊는다.. 찰칵"
이 친구가 모두 6남매인데, 대부분 그 이상한 cis-AB형으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 친구 동생 중에는 현재 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한 명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주일 후 밤중에 그 친구 부부가 우리 집으로 찾아 왔다.
"야, 나 좀 축하해 주라.. 오늘 중앙혈액원에서 통보가 왔는데말야.. 아들놈 둘 모두 cis-AB형이라고 연락이 왔어.."
나는 몰랐지만 아마도 그 친구가 어린 아이들 3남매의 피를 중앙혈액원에 확인시킨 모양이었다. 인제는 그 3부자(父子)는 어디를 다쳐도 서로 수혈할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란 이야기였다.
"그럼 딸은?" "그 아이만 O형이 나왔는데, 자기만 왜 다르냐고 현재 우는 중이야"
O형의 피를 가진 친구 부인이 갑자기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을 한다.
"AB형과 결혼해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것이 AB형과 O형인데요.. 저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혈액형만 셋을 낳았지요.. 제가 참 대단한 여자지요?"
모두 웃었다.
그러나 이 웃음은 참으로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이었다.
또 그로부터 몇 년 후 이 친구가 십이지장 수술을 받아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이 친구가 병원에 가서 자신의 피는 특별한 피라서 수술 두어 달 전부터 자신의 피를 미리 뽑아 두었다가 수술할 때에 그 피로 수혈하겠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피를 뽑을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병원의 의사들은 대부분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그러면서 이 혈액형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의사들과 논쟁을 하고 있는 사이에 혈액학을 전공한 의사 한 명이 지나 가다가 듣고는 "언젠가 그런 논문 한 번 본 적 있다"라고 말해 주는 통에 그 친구는 자신의 피를 뽑을 수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두 번인가 세 번인가를 뽑은 것 같은데 하여튼 두 달 후 자신의 피로 수혈하면서 십이지장 절개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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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특별한 제 친구의 이야기인데...
현재 전국적으로 자신의 정확한 혈액형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아까 그 친구의 동생들도 무려 20년 이상 자신의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것은 목숨이 걸린 문제이고...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의 혈액형이 틀린다고 하여
이 아이가 우리 사이의 아이가 맞다느니, 아니라느니,
나는 맹세코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느니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을 거라느니
하는 수많은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어 보신 분은 즉각 헌혈증서를 꺼내 보시고 혹시 자신이 cis-AB형이 아닌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AB형은 물론이고, 현재 자신이 A형이나 B형으로 되어 있더라도 헌혈증서에는 cis-AB형으로 되어 있는 수가 간혹 있으니 반드시 헌혈증서를 확인 바랍니다.
첫댓글 들은 적이 있긴 했는데..이렇게 자세하게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