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요양병원에 홀로 버려진 듯 한 할머니,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어 안타까웠다. 몸에 붉게 번진 대상포진 사진을 아들이 찍어 보내 가슴 아팠다. 전날 문자에 ‘목사님! 간호사가 장례식장 알아보라 그러네요.’ ‘그래요.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새벽 기도 마치고 운동 나가려는 찰나에 할머니 별세 소식이 들렸다. 희미하게 걸어오는 아침도, 바람맞은 새들도, 이슬 맺힌 꽃들도 울었다. 가만가만 햇살이 비쳐 오는 시간,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나섰다. 서울 큰 딸만 예수 믿기에 장례 절차가 궁금했다. 할머니를 안치실에 모시고 사무실에 앉았다. 해장술 마신 둘째 아들이 깽판을 쳤다. 70대 직원에게 폭언하며 달라 들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진정을 시켰다. 어머니 성품 닮은 막내딸 처세에 놀랐다. 3남 3녀의 어머니 자녀 손 이름을 일일이 불러 유족 기록을 남겼다. 종교와 직분과 교회 이름은 내가 거들었다. 성경 책을 제단에 놓고 사망 진단서와 영정 사진을 챙겼다. 얼굴이 고왔다. 말씀도 정겹고 마음 따뜻한 분이셨다. 누구든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존경하고 자랑할 만한 할머니였다. 건강 회복되면 다시 주일 예배드리길 원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셨다. 흙으로 돌아갈 나그네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 큰 딸이 도착 즈음에 늦은 임종 예배를 드렸다. 한번 죽는 것 사람이게 정하신 일이라 피할 수 없으나 이별의 슬픔과 상실의 아픔이 컸다. 인간적인 서운함에 눈물을 훔쳤다.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길 구하며 먹든지 마시든지, 살든지 죽든지 주님 영광 위하고, 거하든지 떠나든지 주님을 기쁘시게 다 같이 예수 믿고 천국 가길 원했다. 다음날 입관 예배 시간에 맞추어 갔다. 가장 큰일은 젊을 때 백팔 배하던 분이 예수 믿고 하나님의 자녀 된 은혜 누림이었다. 주안에서 복된 죽음을 맞이한 자리에 앉았다. 생전 할머니가 고백한 말에 가슴 아픈 눈물이 뿌리로 흘러 흐느꼈다. ‘목사님!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손발 닳도록 죽어라 일만 했어요. 집도 사고, 논도 사고, 부를 이뤘어요. 자식들 돈 필요하다면 다 댔어요. 그런데 지금 집도 없이 사는 노년에 억울함과 분한 마음 들어 잠을 설쳐요. 6남매 낳아 그도 부족해 어려서 어매 잃은 조카 둘을 키웠어요. 그가 요즘 반찬 대고 잘하네요. 그 자식들도 엄마 따라 잘해요.’ 암 크기는 작지만 체력이 바닥이라 항암 치료가 어려울 때 허리에 힘없고 통증이 잦았다. 부지런한 분이 방에 갇혀 답답한 심정에 홀로 생각한 일이 많았다. 상처 입은 작은 풀꽃처럼 누군가 속삭여 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혼자라는 생각에 밤이 길었다. 돌아와 조용히 책상에 앉아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조사(弔詞)를 썼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했는데, 여든셋의 연세로 삶을 마감하시고, 우리 곁을 떠나실 고 김분례 집사님과 마지막 이별의 자리에 섰습니다. 본래 건강하신 분이라 백세를 사셔도 아쉬울 연세에 원치 않은 암으로 쉽게 우리 곁을 떠나신 것 같아 마음 아프고 허전합니다. 주일이면 일찍 나오셔서 밝게 웃고 예배드리셨기에 늘 앉았던 예배당 좌석을 보면 슬픈 마음뿐입니다. 김분례 집사님! 천성 선한 분이 험난한 시대에 참으로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라”는 말씀대로 시대의 아픔을 살아내셨습니다. 무엇보다 기력을 잃고 요양병원에 누우신 날,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던 고통은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가신 것 서운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말씀 ‘감사합니다!’희미하게 남기심은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김분례 집사님을 사랑하사 13년 전, 저희 교회 등록하여 또래의 어르신들과 더불어 예배드린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는 집사님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능력이 사랑하는 큰 딸 눈물의 기도 응답으로 알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평소 예수 잘 믿고 하나님 앞에 믿음으로 살겠다는 결단 보여 주신 일 잘하셨습니다. 편한 모습으로 천국 가신 것 큰 위로입니다. 김분례 집사님! 이 땅에서 선한 싸움 싸우고, 모든 시련 이기고, 개선의 길을 떠나 천군 천사의 환영받으며, 하나님 아버지의 품에 안긴 줄 압니다. 이 일이 믿어지기에 힘이 납니다. 집사님의 삶을 기억하며 저희도 시련 많은 이 세상을 믿음으로 이기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하나님께서 티끌로 돌아가게 하셨기에 그 당연한 길을 집사님이 먼저 가신 줄 압니다. 집사님의 83년 생애를 인도하시고 하늘 가는 길을 밝히 여신 하나님께서 장례의 마지막 절차와 유족들을 위로해 주실 줄 믿습니다.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편하게 맞아 주신 집사님 이제 그 웃음꽃을 다시 볼 수 없고, 닻줄 거둔 항구의 배처럼 떠날 채비하지만 남은 유족의 고통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다시는 그 따뜻한 손잡을 수 없으나 생사 간 유일한 위로는 우리 몸과 영혼이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믿습니다. 인간적인 정을 생각할 땐 한없이 슬프나 잠시 후면 우리도 이 땅을 떠나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기에 위로받습니다. 김분례 집사님! 세상사는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사망과 애통, 슬픔과 고통, 더 이상 아픔 없는 곳으로 잘 가십시오. 그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2023. 7. 22) 하관 예배 후 내린 하늘의 눈물을 할머니의 기쁨으로 여기며 맞았다. 도중에 나눈 점심은 아침을 거른 탓에 꿀맛이었다. 모든 것 하나님의 은혜였다. 2023. 7. 22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