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바다도 검고 날아다니는 물새조차도 검다하여 불려 진 곳 묵호항에 갔어요.
바람은 그리 차갑지 않았고 쏟아지는 햇살도 알맞게 따스해요.
금방 잡아 올려 푸들푸들한 광어 우럭 놀래미 또 게 문어가 담겨 있는 푸른색의 고무대야에는
눈부신 햇살이 실그림을 그리며 찰랑거려요.
묵호항은 횟감 살 때 가끔 찾는 곳이고요.
차에서 내리면 곧바로 밀려드는 항구의 비린내, 살아 가는 것들이 몸부림치는 냄새가 나요.
물고기가 그렇고 물새가 그렇고,
고기잡이 배가 그렇고 바닥에 널려 있는 그물도 그렇고,
횟감을 뜨는 사내의 힘있는 팔이 그렇고,
사지도 않으면서 물어만 보고 간다고 소리치는 욕쟁이 할머니의 검은 장화에도 억척스럽게 나요.
묵호항엔 도무지 시들한 것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어요.
이상해요.
심지어는 마른 가슴 벌리고 멀뚱히 눈뜨고 정면으로 내리쬐는 해와 바다 바람으로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한때
살아서 자유가 생명이던 오징어 가오리 과메기와 같은 해풍의 꾸들꾸들한 생 조차도 시들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어요.
사람들을 멀리 하고 한참을 서서 바라 보았어요.
함께 한 일행들 속에서 나는 늘 그렇듯이 조용하나 무겁지 않게 묵호항에 있었어요.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광어 게를 포함해 오징어 복어 등 몇 가지의 회를 사가지고 식당으로 갔어요.
식당에서는 우리가 가져 간 회를 떠 주고 일인당 이천원과 밥값 소주 값 그리고 매운탕은 만원 그렇게 적절하게 받는데
해돋이 손님으로 식당은 오랜만에 대목을 맞아 활기차고 바빴어요.
바다가 펼쳐진 창가에 자리를 하고 앉아 점심을 먹었는데 바닥이 얼마나 따뜻하던지 거기에 소주도 한잔 하였겠다
바람처럼 짐이 없는 홀가분한 생이라면 삭신을 피고 녹작지근 누워 하룻밤 지내고 와도 좋을것 같았어요.
작고 꾸며지지 않은 항구 묵호항,
개발이란 명목으로 큰 호텔을 짓지 말았으면 좋겠고 화려한 시설을 갖추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고
지금 그대로 우리와 함께 불편이 있다면 서로 서로 자진해서 참는 우리들의 항구 였으면 좋겠어요.
사진을 정리하며 바라보니 지금도 어디선가 자꾸 물비린내가 나요.
항구 어디선가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한 생을 비린내 나는 바다와 함께 하며 그물을 손질하는
거기 촌티 나는 아낙이 있을 것도 같아... .
첫댓글 꾸덕꾸덕 말라가는 생선에서 생기를 느끼다니요, 참 아름다운 마음이네요. 근데요, 그 넘들이 입에 들어가면 꼬돌꼬돌 살아나지요? ㅎㅎ
푸른 하늘 그리고 푸른 바다, 거기에다 푸른 대야까지... 그 모두가 살아 숨쉬는 생동감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도 저들같이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