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t-Earther는 flat-Earth-man의 약자로 지구가 평평 하다고 믿는 사람 또는 이미 잘못이 증명된 이론을 고집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상징어입니다. 보편적으로 현대 생활에서 현실감이 떨어 지는 사람을 경멸조로 부를 때 쓰인다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Flat Earth Society 라는 단체도 존재합니다. 이 단체 회원들은 지구가 둥근 구형이 아니고 평평하다고 믿으며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움직인다는 천동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천동설의 증거를 공유하며 더욱 자신들의 신념을 굳히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 사실은 한낱 음모론에 불과 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전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트(Donald Rumsfeld)는 9.11 테러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앎(아는 것)과 모름의 네가지 유형을 아래와 같이 분류했습니다.
첫째는 “안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Knowns).”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말합니다.
둘째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Unknowns)” 로 우리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셋째는 “안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Unknown knowns)” 미처 알지 못한 지식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넷째는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 입니다(Unknown unknowns)” 즉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나 또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피상적으로 알아 사실은 모르는 상태와 다름 없음을 말합니다.
9.11 테러당시 미국인들이 분노했던 이유는 9.11 테러를 사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건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9.11 테러는 “모르는 것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 속하기 때문에 어떤 사전 대비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당시 럼스펠드 미국국방장관의 변명이 아닌 항변이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모르고 있는 상황 또는 안다고 생각 하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상태”에서 부지부식 간에 상황이 전개되면 무방비상태에 노출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대처 가능하다고 오판하다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화를 입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를 때 또는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 모르는 것과 다름이 없을 때” 역설적으로 가장 자신감이 넘쳐 난다고 합니다.
어설프게 아는 표면 지식을 “운전자의 지식(chauffeur’s knowledg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운전자란 실제로는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운전자의 지식” 에피소드는 독일작가 롤프 도벨리의 저서 “스마트 한 생각들”에 실려 구전으로 널리 알려 졌습니다. 누구나 범하기 쉬운 “운전자의 지식” 에피소드의 내막을 호기심 차원에서 한번 살펴 볼까요.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는 1918년 양자 역학이론으로 노벨 물리학 상을 받았습니다. 노벨 물리학 수상 후 막스 플랑크 박사는 당시 독일 전역에서 밀려 드는 강연 요청 때문에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만했습니다.
평소처럼 강의를 앞둔 어느 날 지쳐 있는 막스 플랑크 박사에게 운전사가 흥미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플랑크 박사를 수행하며 매번 강의를 반복해 청취했고 덕분에 강의 내용을 전부 외우고 있으니 자신이 플랑크 박사 대신 강의를 할 수 있다는 대담한 제안을 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플랑크 박사는 운전사의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하고 객석에 앉아 자기 운전사가 하는 강의를 지켜봤습니다. 그날 강의 내용도 훌륭했고 청중들의 대동 소이한 질문에 운전사는 무난하게 답변했습니다. 청중들은 아무도 그가 막스 플랑크 박사의 운전사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마칠 무렵 돌발상황이 발생 헸습니다. 청중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운전사는 당황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그처럼 단순한 질문은 제 운전사도 답 할 수 있으니 그에게 부탁하겠습니다” 라며 객석 청중속에 앉아 있는 막스 플랑크 박사에게 답변을 요청하여 위기를 잘 넘겼다고 합니다.
리더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이 반복되는 이유는 어설프게 알고 있는 사실을 잘 안다고 착각하고 심지어 신의 한수라고 오판하는 대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의사 결정을 행사하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정보의 신뢰도를 점검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를 철석같이 믿고 따르던 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꼴 이 됩니다.
최근 한미 합동 사격훈련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가상 공격 목표에 대한 좌표를 잘못 입력하여 민가에 공대지 폭탄을 투하하여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매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공군의 진상 조사 발표에 의하면 조종사가 잘못 입력한 좌표를 바로잡을 기회가 세번이나 있었으나 모두 무위로 지나쳐 버렸다고 합니다. 정보신뢰도를 점검하는 의무를 게을리하여 사고를 일으킨 조종사의 처벌의 수위도 높아지지 않을까 몹시 안타깝고 우려가 됩니다.
미국 어느 민간항공회사에서 플라이트 시뮬레이션(flight simulation)을 통한 가상 비행 훈련시험을 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악천후에 시계가 보이지 않는 다는 조건하에서 비행중 기장이 사고로 이어질만한 터무니없는 지시를 일부러 승무원들에게 내렸다고 합니다. 이 시험을 행한 모든 플라이트에서 25%의 추락사고가 나타나는 결과를 탐지했다고 합니다. 75%의 경우 기장의 실수를 부기장 등 승무원들이 바로잡아주었지만 사고 난 25%의 플라이트는 기장이 저지른 명백히 잘못된 지시를 부기장 등 다른 승무원들이 주의력을 기울여 바로 잡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추론이 가능 합니다. 기장이라는 믿음을 주는 전문가의 지시에 모든 승무원들이 무조건 믿고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12.3 비상 계엄을 발동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심야에 느닷없이 여의도국회의사당과 선거관리사무소로 출동 명령을 내렸을 때 지시를 받은 군 부대의 지휘관들은 명령대로 신속하게 출동했습니다. 그러나 지휘관들은 윤석열대통령 이나 김용현 국방부장관의 명령이 국군 통수권자로서 발하는 정당한 명령인지 여부를 따져 묻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윤석열대통령이 생각한대로 비상계엄에 따른 조치가 해당 군사령관의 항명 없는 지시 이행으로 차질 없이 이루어 진 것입니다. 결국 국회의 해제 결의로 비상계엄은 짧은 시간에 끝 난 것입니다. 지금은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대통령이 발동한 비상 계엄이 법률이 정한 요건에 맞게 적법하게 이루어 졌는지 아니면 부당하게 발동하여 중대한 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윤석열대통령 탄핵소추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심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서 운전자의 지식으로 무장한 친여 또는 친야 인사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심에 관한 결과를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추론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정의를 상징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아니면 눈을 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눈을 뜨고 있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여신이 눈을 수건으로 가리거나 감은 경우는 공동체구성원은 지위의 고하를 불문하고 법 앞에 평등하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법 앞에 평등”을 상징합니다. 눈을 뜨고 있는 여신의 경우 죄를 지은 사람에게 합당한 죄과가 부과되는 지를 눈을 부릅뜨고 예의주시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평등 사상은 존재의 평등이 아니라 법 앞에 평등이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최근 감사원장과 검사 3인의 헌재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평결은 재판관의 진보나 보수 성향과는 달리 오직 재판관의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 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편향된 보수나 진보의 관점이 아닌 오로지 공동체의 기반을 이루는 헌법정신이 손상되지 않도록 공명 정대 하게 이루어 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측은 국회측의 마녀사냥을, 국회측은 대통령 측의 황당무계한 자기 합리화를 지적하며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의 평결결과에 따라 윤석열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 할 수도 있습니다. 만의 하나 파면될 경우 60일이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합니다. 아무튼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는 국민통합과 경제와 민행 우선의 국가 경영입니다.
지금까지 여와 야는 “우리”와 “그들”로 편갈라 정적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며 오로지 당파적동기에 매몰되어 자당의 정치적이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는 하루 속히 탈피해야 할 저질 정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여와 야는 국민에게 무엇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이를 위해 서로 경쟁하십시오. 그리고 정적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먼저 자기 당의 잘못을 책망하십시오.
국민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측의 천동설에 가까운 자기 합리화와 국회측의 마녀사냥식 탄핵 굳히기를 지켜보며 여야의 잘잘못을 저울질하고 있었습니다. 식견이 높고 노련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여야의 상반된 주장을 지켜보며 재판관들의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지금쯤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마음을 굳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공정한 탄핵 재판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헌재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OECD에속하는 선진민주국가에서 비상계엄을 논의하는 국가는 마치 flat-Earther와 같이 매우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더라도 “대통령의 비상계엄권”을 남용하거나 일상화하는 것을 절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단서를 헌재 결정문에 꼭 명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