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커피를 처음 맛본 것은 일곱살 무렵이었던것같다. 그때는 지금과 달라서 뭐든 어른 먼저였다. 밥상도 어른이 먼저 받고 난 후에 아이들이 먹었고 기호식품같은건 어른만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우리동네만 그랬나?)
아빠는 가끔 내게 콜라를 한 병 사오라고 해서 병째 드시곤 했는데 그러면 나는 아빠 옆에서 최대한 간절한 표정으로 아빠 목으로 꿀꺽꿀꺽 넘어가는 콜라를 바라봤다. 그러면 아빠는 콜라를 1센티 정도(2센티도 아니고 딱 1센티!) 남겨 주셨고, 그걸 오래오래 아껴서 먹고 빈 병까지 아쉬움에 한참을 들고 다녔었다.
커피도 그렇게 해서 맛을 봤었다. 아빠는 날이 흐리고 몸에 오실오실 감기기가 있으면 큰 대접에 뜨거운 물을 붓고 커피와 설탕을 밥숟갈로 한숟갈 가득 넣어서 드셨다. 그때마다 나는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빠 입과 대접을 왔다갔다 하는 받숟갈을 바라봤다. (뜨거우니까 밥숟갈로 떠서 드셨다.ㅋㅋㅋㅋ) 그러면 아빠는 내 입에도 후후 불어서 식힌 달달한 커피를 한숟갈씩 넣어주다 엄마에게 야단을 맞곤 했다.
그리고 한동안 커피를 잊고 있었다. 커피 마시면 얼굴도 시커매지고 키도 안크고 뼈에 구멍이 난다는 말을 듣고는 크기도 전에 삭아버리긴 싫어서 아예 관심을 끊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학교 내에서는 자판기 커피를 백원이면 마실 수 있었는데 내가 다니던 문과대 자판기는 그중에서도 커피맛 좋기로 유명했다. 게다가 선배들이 왜그리 커피인심은 좋았는지 첨에는 하루 열잔씩(마주치는 사람마다 한잔씩 사주더라) 얻어먹고 잠이 안와서 밤을 꼬박 새웠다.
4학년때는 수업도 별로 없고 먼저 취직한 동기들때문에 공부할 의욕도 안나서 친구나 후배들과 함께 한잔에 천원 하는 원두커피집에 가서 시간을 죽이곤 했었다. 그때 강승문이라는 1학년 후배가 있었는데 내 동기 남자애랑 같이 자취를 해서 4학년들이랑 친했었다.
그날도 4학년들 틈에 끼어서 사이다를 얻어먹던 승문이가 내게 물었다.
"누나, 누나는 왜 커피에 설탕이랑 크림 안타서 드세요? 그럼 안써요?"
왜 블랙으로 먹냐고? 그야 물론 개폼 잡는거지. 외국 영화 보면 다 블랙으로 마시잖아. 솔직히 나도 이거 뭔맛으로 먹는지 모르겠어.... 사실은 이랬지만, 순간적으로 동한 장난기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원두커피 블랙으로 마시면 원두의 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좀 쌉쌀한것 같아도 나중에 입안에 부드러운 커피향이 그대로 남아. 자, 너도 한모금 마셔봐. 설탕커피와는 또다른 맛이 나지"
그렇게 사기를 치고 며칠 후, 친구들과 커피점에 가 있는데 등뒤에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들렸다. "원두커피 블랙으로 마시면 원두의 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좀 쌉쌀한것 같아도 나중에 입안에 브드러운 커피향이 그대로 남아. 어쩌구 저쩌구...."
1학년 친구 몇명을 앞에 두고 승문이가 내 사기성 발언을 그대로 읊어대고 있었다. 냐하하하~ 순진한 넘. 담에는 커피에 설탕 대신 소금 타먹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고 뻥을 쳐볼까~~
그러다 아줌마가 된 이후에는 커피둘, 설탕둘, 프림둘의 환상적인 공식을 자랑하는 찐한 다방커피에 맛을 들이다가, 딸래미가 커가면서 것도 귀찮아서 커피믹스로 바꼈다. 갠적으로 맥심 모카골드가 믹스중 젤 맛있는것같다.
요즘은 아침 여섯시(딸래미가 다섯시 반이면 일어나는데 내가 여섯시까지 안일어나면 머리로 사정없이 들이받는다)면 잠깨려고 커피 한잔, 애 낮잠 재워놓고 또 한잔....더 마시고 싶지만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해서 참고 있다. 그리고 아껴서 조금씩 마셔야 맛있지~
내가 마셨던 커피 중 최고의 커피....임신과 출산, 그에 이어진 수유로 커피를 1년 이상 끊고 있다가 젖 끊고 나서 마신 첫 커피....나는 그때 커피 한모금으로 천국을 느꼈다.
첫댓글 커피 참 좋아하시네요~ 이 가을에 커피 한잔과 회상에 잠기면 딱이겠죠.. 그런데 저는 커피 마시면 부작용이 많아서 잘 안 마셔요.. 촌스러운 사람이라서.. ㅎㅎㅎㅎ
저도 커피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좋아해도 하루에 많이 마셔야 두잔 마시고 보통 한잔정도 마십니다. 좋아는 하는데 많이는 못마시겠더라구요...커피를 마시는 동안엔 왠지 편안해져요...(이거 커피 중독증 중증인가???)
사기꾼은 사기꾼을 알아보는법~!! ㅎㅎㅎㅎㅎㅎ 슴아홉 일기라는 강호에 고수가 소리 소문없이 등장~ 휘리릭 휘리릭~!! (저멀리서 머리카락과 소매깃이 바람에 펄럭 펄럭~!!) ㅋㅋㅋㅋ 글이 편안하고 재미나요~ 저는 다방커피 즐깁니다 ^^*
허걱~ 저 지금 커피 마시고 있는데... 수유를 해도 하루 한잔 정도는 마시게 되거든여.. 디카페인으로다. 저 워낙에 커피 좋아하잖아여 ㅋㅋㅋ 그리고 오리님아~~ 우리 나이는 못 속이는가벼~ 나도 찐한 다방커피가 젤로 와따여 ~~ ㅋㅋㅋ
전 고등학교 시험 공부때 국사발로 가득 타 마시던 기억이..ㅋㅋㅋ그래도 잠은 잘 오더라구요,,,요즘은 속이 자주 쓰려서 잘 안마시지만,, 좋은 커피향은 참 좋아해요,,,글 잘 보구갑니다,,,
그렇게 작은 거 하나로 느끼는 천국.. 그게 이곳입니다 ^^
맥시모카골드.. 좋죠^^ 많이 마시는줄도 모르고 그냥 들이붓습니다^^* 가게라보니 귀찮아서 일회용 애용가^^ ㅎㅎ 울애들 먹고싶어 그러면 코피난다 그러거든요~~ 그러믄 "아~ 코피 나 봤음 좋겠다!!!" 합니다. 그러다 한대 맞고~~^^* 님들아~ 다들 행복한 주말들 보내세용..^.~
저도 석달전까지만 해도 커피 킬러였는데 ㅠ.ㅠ 지금은 끊었어요..언제 또 마시게 될런지는 잘 모르지만..^^ 전 블랙커피 좋아하는데 ;; 근데 배고플때 따땃~한 밀크커피 마시면 속이 든든한게 참 좋더라구요..ㅎㅎ ㅇ ㅏ..커피 마시고싶다 ㅠ
커피 좋져... 전 고등학교때 부터 마셨는데 그때는 다방커피, 지금은 블랙커피 마셔요....설탕만 넣어도 못마시겠더라구여......
그.런.데.요... (구석에서 눈치보면서...) "원두커피 블랙으로 마시면 원두의 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좀 쌉쌀한것 같아도 나중에 입안에 부드러운 커피향이 그대로 남아." 이거 맞거든요... (다방커피 분위기에서 병아리 눈물같은 양에 진한 에스프레소 이야기하면 혼날 듯...) 근데 진짜로 맞거든요... 맞단말예요...
제가 스트레이트 파마 할 때마다 친정 엄마가 그러시더이다. 돈아깝게 티도 안나는걸 왜 하냐구요. 기왕 하려면 팍팍 뽂아야지.... 하시면서요. 제가 아줌마가 되어서 그런지 블랙커피 마시려면 돈이 아깝게 느껴지네요. 설탕프림 팍팍 넣어 마셔야지....애고~~
저는 설탕 커피 ... 가끔 한잔씩. 근데요 다섯살 딸아이가 다방 커피를조아 해서리 ...걱정 또걱정 할머니가 몰래 한 목음씩주는데,엄마로 서 정말로 걱정입니다.. 무슨 방법이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