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2篇 天地篇 第2章(장자 외편 12편 천지편 제2장)
선생이 말했다. “대저 道란 만물을 덮어 주고 실어 주는 것이다. 넓고도 크구나. 군자는 사심을 도려내지 않아서는 안 된다.
무위無爲로 행하는 것을 천天이라 일컫고, 무위로 말하는 것을 일러 덕德이라 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남을 이롭게 해 주는 것을 인仁이라 일컫고,
같지 않은 것을 같게 보는 것을 일러 대大라 하고, 행동을 표나게 다르게 하지 않는 것을 관寬이라 하고, 만 가지 다른 것을 모두 갖추는 것을 부富라 한다.
그 때문에 덕을 굳게 잡는 것을 기紀라 하고, 덕을 이루는 것을 입立이라 하고, 도를 따르는 것을 비備라 하고, 외물로 뜻을 좌절시키지 않는 것을 완完이라 하니,
군자가 이 열 가지를 분명하게 알면, 널리 만물을 포용하여 마음을 크게 세울 수 있으며, 덕택이 성대하게 베풀어져 만물이 돌아가는 곳이 될 것이다.
그 같은 사람은 황금은 산속에 그대로 감추어 두고, 구슬은 깊은 연못 속에 그대로 감추어 두며, 재물을 탐내지 않고 부귀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오래 사는 것을 기뻐하지 않고, 일찍 죽는 것을 슬퍼하지 않으며, 출세하는 것을 영예로 알지 않고, 곤궁하게 사는 것을 수치로 생각지 않으며, 온 세상의 부를 모두 긁어모아 자기의 사사로운 몫으로 삼지 않고, 왕으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자신이 드러난 지위地位를 차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만물을 한 곳집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생사生死를 같은 모양으로 여긴다.”
夫子曰 夫道覆載萬物者也 洋洋乎大哉 君子不可以不刳心焉
無爲爲之之謂天 無爲言之之謂德 愛人利物之謂仁
不同同之之謂大 行不崖異之謂寬 有萬不同之謂富
(부자왈 부도는 복재만물자야니 양양호대재라 군자는 불가이불고심언이니라
무위위지 지위천이오 무위언지 지위덕이오 애인이물 지위인이오
부동동지 지위대요 행불애이 지위관이오 유만부동 지위부요)
선생이 말했다. “대저 道란 만물을 덮어 주고 실어 주는 것이다. 넓고도 크구나. 군자는 사심을 도려내지 않아서는 안 된다.
무위無爲로 행하는 것을 천天이라 일컫고, 무위로 말하는 것을 일러 덕德이라 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남을 이롭게 해 주는 것을 인仁이라 일컫고,
같지 않은 것을 같게 보는 것을 일러 대大라 하고, 행동을 표나게 다르게 하지 않는 것을 관寬이라 하고, 만 가지 다른 것을 모두 갖추는 것을 부富라 한다.
- 부자夫子 : 여기의 부자夫子가 누구를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이설이 분분하다. 장자, 노자, 장상공長桑公, 공자 등 학자마다 다른 사람으로 추측하고 있다.
- 부도복재만물자야夫道覆載萬物者也 : 도道란 만물을 덮어 주고 실어 주어 만물을 생성화육生成化育해 나가는 것임.
- 군자불가이불고심언君子不可以不刳心焉 : 군자는 마음을 도려내지 않아서는 안 됨. 여기서의 마음은 사심을 뜻한다. 고刳는 ‘도려내다, 제거하다’의 뜻.
- 무위위지지위천無爲爲之之謂天 : 무위無爲로 행하는 것을 천天이라 일컬음. 사심 없이 만물을 다스려서 만물이 스스로 이루어지게 함을 말한다. 천天은 자연의 도.
- 무위언지지위덕無爲言之之謂德 : 무위로 말하는 것을 일러 덕德이라 함.
- 애인이물지위인愛人利物之謂仁 : 사람을 사랑하고 남을 이롭게 해 주는 것을 인仁이라 일컬음. 물物은 인물人物 또는 인민人民을 말함.
- 부동동지지위대不同同之之謂大 : 같지 않은 것을 같게 보는 것을 일러 대大라 함. 동등하지 않은 것을 차별하지 않고 포섭하는 것이 대大라는 뜻.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보는 것은 〈제물론齊物論〉편 제1장에 보이는 “문둥이[추醜]와 서시西施[미美]를 도道는 통해서 하나가 되게 한다.”라든가, ‘양행兩行’이라 하여 시비是非를 떠나지 않고 시비를 무화無化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 행불애이지위관行不崖異之謂寬 : 행동을 표 나게 다르게 하지 않는 것을 관寬이라 함. 애이崖異는 보통 사람들과 아주 다르게 행동함을 뜻한다.
- 유만부동지위부有萬不同之謂富 : 만 가지 다른 것을 모두 갖추는 것을 부富라 함. ‘유有’는 ‘차지하다, 갖추다’의 뜻. “만 가지 다른 것을 모두 갖게 되면 가지지 않는 것이 없게 된다. 그 때문에 富라 일컫는 것이다.(육서성陸西星)”
故執德之謂紀 德成之謂立 循於道之謂備 不以物挫志之謂完
君子明於此十者 則韜乎其事心之大也 沛乎其爲萬物逝也
(고집덕 지위기오 덕성 지위립이오 순어도 지위비오 불이물로 좌지 지위완이니
군자명어차십자면 즉도호기사심지대야며 패호기위만물서야니라)
그 때문에 덕을 굳게 잡는 것을 기紀라 하고, 덕을 이루는 것을 입立이라 하고, 도를 따르는 것을 비備라 하고, 외물로 뜻을 좌절시키지 않는 것을 완完이라 하니,
군자가 이 열 가지를 분명하게 알면, 널리 만물을 포용하여 마음을 크게 세울 수 있으며, 덕택이 성대하게 베풀어져 만물이 돌아가는 곳이 될 것이다.
- 고집덕지위기故執德之謂紀 : 덕을 굳게 잡는 것을 기紀라 함. 고故는 고固의 가차假借, 기紀는 강기綱紀. “천덕을 지키면 만물의 강기가 된다.(유봉포劉鳳苞)”
- 덕성지위립德成之謂立 : 덕을 이루는 것을 립立이라 함. 립立은 자립自立. 즉 덕이 자기 내면에서 완성되는 것. “덕이 완성되면 탁연히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립立이라 한 것이다.(육서성陸西星)”
- 순어도지위비循於道之謂備 : 도를 따르는 것을 비備라 함. 순循은 순順. 비備는 모두 갖추어졌다는 뜻으로 바로 뒤의 완完과 통한다. “도를 따르게 되면 온갖 선이 완전해지므로 완비함이 된다.(유홍전劉鴻典)”
- 불이물좌지지위완不以物挫志之謂完 : 외물로 뜻을 좌절시키지 않는 것을 완完이라 함.
- 도호기사심지대야韜乎其事心之大也 : 널리 만물을 포용하여 마음을 크게 세울 수 있음. 韜(감출 도). 사심事心은 입심立心의 뜻으로 사事는 사倳(찌를 사: 세우다)의 가차자假借字이다.
- 패호기위만물서야沛乎其爲萬物逝也 : 덕택이 성대하게 베풀어져 만물이 돌아가는 곳이 됨. 패沛는 덕택이 성대하게 흐르는 모양. ‘위만물서爲萬物逝’는 만물이 돌아가는 곳이 됨이다. 만물이 돌아가는 곳이 된다는 것은 만물의 생성변화生成變化의 전개展開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若然者藏金於山 藏珠於淵 不利貨財 不近貴富 不樂壽 不哀夭 不榮通 不醜窮 不拘一世之利以爲己私分 不以王天下 爲己處顯 [顯則明] 萬物一府 死生同狀
(약연자는 장금어산하며 장주어연하며 불리화재하며 불근귀부하며 불락수하며 불애요하며 불영통하며 불추궁하며 불구일세지리이하여 위기사분하며 불이왕천하로 위기처현하나니 [현즉명이라] 만물이 일부며 사생이 동상이니라)
그 같은 사람은 황금은 산속에 그대로 감추어 두고, 구슬은 깊은 연못 속에 그대로 감추어 두며, 재물을 탐내지 않고 부귀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오래 사는 것을 기뻐하지 않고, 일찍 죽는 것을 슬퍼하지 않으며, 출세하는 것을 영예로 알지 않고, 곤궁하게 사는 것을 수치로 생각지 않으며, 온 세상의 부를 모두 긁어모아 자기의 사사로운 몫으로 삼지 않고, 왕으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자신이 드러난 지위地位를 차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만물을 한 곳집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생사生死를 같은 모양으로 여긴다.”
역주
- 장금어산藏金於山 장주어연藏珠於淵 : 황금은 산속에 그대로 감추어 두고 구슬은 깊은 연못 속에 그대로 감추어 둠. 황금이 산속에 묻혀 있고 보주가 물속에서 나지만 그것을 그대로 두고 탐내지 않는다는 뜻. 얻기 어려운 물건이라도 이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
- 불리화재不利貨財 불근귀부不近貴富 : 재물을 탐내지 않고 부귀를 가까이하지 않음. “얻기 어려운 재물을 중시하지 않음이다.(곽상郭象)”
- 불영통不榮通 불추궁不醜窮 : 출세하는 것을 영예로 알지 않고 곤궁하게 사는 것을 수치로 생각지 않음. 통通은 환로宦路(벼슬길. 벼슬아치 노릇을 하는 길)가 열려 벼슬길에 나아감을 뜻하고 궁窮은 곤궁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 불구일세지리이위기사분不拘一世之利以爲己私分 : 온 세상의 부를 모두 긁어모아 자기의 사사로운 몫으로 삼지 아니함. 구拘는 ‘긁어모으다’의 뜻으로 구鉤의 가차자. 鉤는 갈고리 구로 취取한다는 뜻.
- 불이왕천하위기처현不以王天下爲己處顯 : 왕으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자신이 드러난 지위地位를 차지했다고 생각하지 않음. 천하의 왕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출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
- 현즉명顯則明 : 드러나면 밝아짐. 곽상郭象의 주석 일부인 ‘顯則明’ 세 글자가 잘못 끼어든 것으로 보아 삭제.
- 만물일부萬物一府 사생동상死生同狀 : 〈이런 사람은〉 만물을 한 곳집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생사生死를 같은 모양으로 여김. “만물일부萬物一府는 만물을 모아서 대동의 세계로 돌아가게 함을 말함이다.(육서성陸西星)” 이 번역문은 “〈이런 사람에게 있어〉 만물은 한 곳집 속에 함께 있는 것이고(즉 만물일체萬物一體이고) 생生과 사死는 같은 모양(즉 생사일여生死一如)인 것이다.”로 번역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