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하실래요?
겨울 날씨인데 포근해 운동장에는 사람이 많다.
테니스 코트에 다른 주말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운동을 하는 것은 순전히 날씨 탓인 듯하다.
날씨가 추우면 손끝이 시리다.
특히 혈액순환장애가 있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손발 끝이 무척 시리게 느껴져 추운 겨울날 선뜻 나서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알고 있는 병이지만 평소 때는 별로 느끼지 못하고 생활하다 날씨가 추운 날이면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유달리 손끝이 아려 테니스라켓을 잡은 손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곤욕스러워 하면서도 재미가 있어 운동장에 꾸준히 나간다.
다른 사람처럼 실내에서 하는 헬스 같은 운동을 좋아하면 별로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할 수 있을 텐데 혼자의 힘으로 인내가 요구되는 운동은 왠지 적성에 맞지 않아 석 달을 끊어 많이 다닌 것이 두 주 정도이니 낼름 다시 끊기가 두렵다.
그러니 조금은 고통스럽더라도 시린 손을 부여잡고 안절부절못하면서도 테니스를 치는데 요즘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관둬야하나 하고 가끔은 고민에 쌓이기도 한다.
보통은 테니스를 치고 식사 때가 되면 반주를 곁들여 먹는다.
술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음식이다.
사람마다 취하면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변화시키는 마력을 지닌 음식이 술이다 보니 함께 하는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마신다.
그런데 요즘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좋은 음식을 먹고 뜻하지 않게 시비가 붙어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래 술은 기분이 좋을 때 마시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분 좋을 때보다 마음이 우울할 때 술을 찾고 그것으로 위안을 받으려는 습성이 존재하는가보다.
그러니 음주가 과하면 술이 사람을 먹어 다양한 형태의 사고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음주운전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습관적으로 행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술 먹는 사람은 대게 한두 잔 정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은 별 이상이 없다고 느끼고 대낮이고 적게 마셨으니 집에 가는데 별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지만 흔히 말하는 주량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나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기분에 따라 술은 적게 마셔도 취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날과 달리 많이 마셔도 멀쩡한 경우를 경험하듯이 술은 반드시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안일한 생각으로 한두 잔 마셨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사실 난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이글을 읽고 말도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고 싶은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허지만 사실이다.
분위기 때문에 술을 마실 뿐이지 언제든지 술을 마시고픈 충동을 느껴본 사실이 없다.
몸이 술을 받으니 그냥 양껏 마시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반드시 맛이 있고 향이 좋아서 술을 마시는 경우는 한 번도 없고 지금도 흔히 말하는 술맛도 모르고 그냥 마실 뿐이다.
의아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다.
이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약 차를 운전하고 테니스장에 운동하러갔다면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철칙이고 혹여 술이 마셔야 한다면 남들보다 일찍 끝내고 집에 차를 주차한 후 걸어서 모임장소에 가고 그때 마시지 대책 없이 음식점 주차장에 주차한 후 마시는 경우는 없다.
이것 또한 하나의 습관이다.
흔히 범할 수 있는 착각을 예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예 차와 거리를 두고 술을 시작해야 우연을 핑계로 한두 잔 마시고 운전하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의 판단에 의하여 행동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음에도 간혹 술 때문에 하고 핑계거리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행동일 뿐이다.
시간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는 얘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느끼는 감정 중에 오늘은 누군가와 한 잔의 소주를 마셨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일어나는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을 때 그냥 술잔을 비우며 내속에 있는 감정마저도 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나보다.
그런데 술을 누구와 마실까? 하고 고민하다보면 결국은 무의미한 술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땜에 그 마시고 싶던 생각을 돌려세우고 그냥 고독과 친구하는 결론을 내리고 만다.
가까운 곳에 친구가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언제나 한결같은 형태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가끔은 흉금을 터놓고 속내를 드러내는 친구가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혹 한다.
그런데 어떤 관계를 친구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한 적이 있는가.
흔히 술 취한 남자들이 하는 얘기 중에 우리 친구아이가 하면서 아무렇게 떠들어 대곤 하는데 그 친구라는 의미가 가끔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흔히 유한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라는 글에 나오는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고,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고,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고,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친구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공허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왜 공허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인생이라고 하는 우리네의 삶이 언제나 한결같지 않기 때문에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등등 구질자레한 핑계들이 만들어지고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네들이 흔히 만들어내는 감정의 찌꺼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나 무엇 때문이 아님에도 공허한 적이 있는가?
공허란 아무것도 없이 텅빔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볼 수 있듯이 불현 듯 찾아드는 인간의 감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공허를 왜냐고 되물으면 대답할 수 있을까?
가끔 내속에 일어나는 공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사색에 잠겨보지만 결국은 그냥 세월이 나에게 준 선물일 뿐이라며 허허로운 웃음으로 그 해답을 대신하고 만다.
이게 정답인지도 모른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한 번도 느껴보지도 못하는 사치스런 감정일 수도 있지만 깊은 생각이 많을수록 불현 듯이 찾아오는 감정임은 틀림이 없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이것은 어쩌면 내속에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스스로 풀고 사는 방식이 이속에 있는지 모르지만 시간 흐른 뒤 내가 가졌던 생각들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좋아 졸필을 남기고 있는지 모른다.
가끔 내가 적었던 글들을 읽으며 다양한 형태의 느낌들이 밀려올 때 그 때와 다른 느낌이 주는 다양한 감정이 좋았던 것처럼 오늘은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지 모를 일이다.
오늘밤 나와 술 한 잔 하실래요?
이 물음에 대답하는 친구가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
첫댓글 멀리 있으니 잔은 대볼수가 없네, 한잔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