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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연애] 04
1. 윤혜 동네 _ 공중전화 / 오후
전화를 끊고, 잠시 벽을 짚고 있던 주평. 이내 마음을 추슬러 돌아서다,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할머니와 딱 마주친다.
주평, 얼른 몸을 돌려 달아나려고 하는데,
할머니 : … 주평아!
주평, 멈칫하지만,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면,
할머니 : (따라가며,) 주평아, 내 새끼야…
주평, 우뚝 멈추더니 돌아보는데,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이다.
할머니,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주평, 고개를 가로로 젓는데,
할머니 : 밥 먹고 가, 에미 밥 먹고 가.
주평, 차마 발을 떼지 못 하고 메마른 노모를 보는데, 가슴이 쓸려 나간다.
2. 영화관 입구 / 오후
윤혜, 말갛게 뜬 눈으로 재광을 바라보면, 재광, 눈 못 마주친다.
김윤혜 : (재광을 뚫어져라보며,) … 미안하대요, 아빠가… 아빠가 미안하대… 그게 무슨 뜻이에요…
한재광 : (뭐라 할 말을 못 찾아, 외면) …
김윤혜 : (점점 두려워져 버럭) 미안하대요, 대체 그게 무슨 뜻이냐구!
한재광 : …
재광, 윤혜의 어깨를 잡으려 하면, 윤혜, 재광 손을 탁 뿌리치며 뒤로 물러나더니,
김윤혜 :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었어!
윤혜, 하얗게 질려 거의 울기 직전인데, 재광, 차마 보지 못한 채 묵묵부답이다.
윤혜, 간신히 나오려는 울음을 삼키고는 재광을 노려보더니, 그대로 지나쳐 걸어가자,
재광, 윤혜 앞을 막아선다.
김윤혜 : (비켜서서 노려보며,) 좋았어요? 멍청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이러고 다니는 거, 보기 좋았어요?
한재광 : 좋았어. 너무 보기 좋아서, 하루라도 아니 한 시간이라도 더 그렇게 있길 바랬어.
김윤혜 : 그깟 하루, 한 시간이, 뭘 바꿀 수 있는데요. 그게 다 뭔 소용이에요.
한재광 : 그래도 웃었잖아… 웃고 말하고…!
김윤혜 : 그러구 난 다음에 난요… 그 담엔 난…
한재광 : …
윤혜, 재광을 제치고 가면, 재광,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다.
3. 윤혜 집 앞 / 오후
주평, 집 앞에 멀뚱히 서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 : 아, 뭐해. 들어가, 어여.
갑자기 골목 끝에서 급하게 서는 차 소리 들리더니, 강 형사와 형사1, 후다닥 뛰어 올라온다.
강 형사 : 김주평!
할머니, 얼굴 하얗게 질리고, 주평, 놀라 얼음! 된 채 서 있다가,
할머니를 한 번 보더니, 고개 끄덕끄덕해 보이고는 고개를 숙인다.
할머니, 버들버들 떨며 주평을 덥석 껴안는다.
강 형사, 주평의 손목에 수갑 딱 채우자, 형사1, 주평의 팔을 잡는다.
할머니, 주평을 못 가게 막으며 안고 울고 있고,
어쩐지 안심이 되는 주평, 집을 한 번 보고는 고개 들어 멀리 하늘을 쳐다본다.
4. 버스 정류장 / 오후
윤혜, 버스 정류장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버스가 들어와도 꼼짝을 안 한 채 멍하고, 버스 떠난 빈 정류장에 윤혜만 남았다.
생각에 잠긴 윤혜, 고개를 숙이고, 영화관 쪽을 바라보는데, 날카롭게 전화벨 울린다.
5. 영화관 입구 / 오후
사람들 바쁘게 지나다니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 있는 재광, 스티커 사진기 옆에 멍하니 서 있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 빼서 보면, 아까 뺏은 윤혜 스티커 사진이다.
재광, 그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전화벨 울린다.
6. 경찰서 _ 복도 / 늦은 오후
윤혜, 뛰어 들어오면, 할머니, 복도 의자에 쓰러지듯 앉아 있다.
김윤혜 : (망연하게 쳐다만 보다 옆에 앉으며,) …
할머니 : … (윤혜 손잡으며,) 내 탓이다… 내가 주책만 안 떨었어도…
김윤혜 : (절망적인 표정으로,) … 아녜요, 할머니 탓…
할머니 : (윤혜 손을 부여잡으며,) 불쌍한 것, 이 불쌍한 것…
하는데, 입구 쪽에서 목발 짚은 신 여사, 급하게 들어오는 모습 보인다.
할머니, 신 여사를 보자마자 얼른 윤혜의 손을 잡고 일어서 차마 쳐다보지 못한다.
신 여사 뒤를 따라 들어온 재광, 할머니와 윤혜를 보자, 멈칫 한다.
가까이 온 신 여사는 눈 하나 깜짝 않고 할머니와 윤혜를 훑고는 사무실로 들어가면,
신 여사 눈치를 보던 할머니, 뒤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재광을 본다.
할머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재광을 보면,
재광, 어정쩡하게 목례하고는 할 수 없이 신 여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할머니 : (윤혜를 보며,) ? …
김윤혜 : … 동생이래요…
할머니 : !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 관셈보살… 관셈보살…
할머니, 목이 메고, 윤혜, 마음을 다지듯 할머니 잡은 손만 가만히 본다.
7. 경찰서 _ 취조실 / 늦은 오후
주평, 고개 숙이고 앉아 있고, 그 앞에 강 형사 취조 중이다.
강 형사 : 한재민을 친 건, 그냥 교통사고잖아요. 근데 왜 병원으로 안 가고, 산으로 갔습니까.
사고 난 거 본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김주평 : … 그게… 단속 때문에…
[회상] 도로 _ 차 안 / 밤 (7년 전)
당황해 운전하는 주평, 오른쪽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음주 운전 단속 중이다.
주평,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핸들 반대편으로 꺾는다.
[현재]
강 형사 : 음주 단속 때문이었다?
김주평 : (고개 숙인 채,) 한 번만 더 걸리면 면허 취소라… 운전 못하면, 나 같은 떠돌이 업자들은 먹고 살 길이 없으니까,
일단 피하자 한 건데…
강 형사 : 그래서 외곽으로 빠졌으면, 다른 시에 있는 병원에라도 빨리 가셨어야죠.
김주평 : … 죽었는 줄 알았습니다.
[Insert] 갓길 + 차 안 / 밤 (7년 전)
운전하던 주평, 뒤돌아보면, 팔 떨어뜨린 채 늘어져 있는 재민.
주평, 놀라 차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려 뒷문 열고 몸을 안으로 디밀어,
죽은 듯 늘어진 재민의 코에 손을 대고, 가슴에 귀를 대보더니, 벌벌 떤다.
주평, 완전 패틱에 빠져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을 팔뚝으로 쓱쓱 닦으며, 재민을 이리 저리 흔들어 보더니,
차 옆 길바닥에 주저앉는다.
[현재]
주평, 그 일이 생생한 듯 패닉에 빠진 표정으로,
김주평 : (중얼중얼) … 그러게 안 마시려구 했는데… 우리 윤혜 개학도 다가오는데… 사장 놈이 준다던 돈은 자꾸 안 주구…
강 형사 : … (착잡하다.)
8. 경찰서 _ 복도 / 늦은 오후
윤혜와 할머니, 서로 기대 서 있는데,
취조 마친 주평, 수갑 찬 채 강 형사 손에 끌려 복도로 나온다.
윤혜와 할머니, 주평을 보는데, 할머니 울기 시작하고, 윤혜를 본 주평, 면목 없어 고개를 숙이고 스쳐가고,
윤혜, 입 꼭 다문 채 원망 가득한 눈으로 악착같이 그런 주평을 보다,
김윤혜 : (강단지게 따라가 앞을 막으며,) 진짜예요!?
주평, 우뚝 멈춰서 돌아보지도 못 한 채 아무 말 못하고 고개 숙이면,
윤혜, 완전 참담한 표정 되는데,
순간, 뒤에서 목발이 날아와 빡! 주평을 친다.
보면, 사무실서 뛰어 나온 신 여사, 씩씩대며 서 있고, 따라 나온 재광, 놀라 서 있다.
주평, 돌아보면, 신 여사, 분이 안 풀리는지 개처럼 덤벼들고,
재광과 강 형사, ‘그만, 그만, 안 돼요!’ 하며, 뜯어 말린다.
신 여사 : (멱살 잡고 때리며,) 죽어! 너도 죽어! 재판이고 뭐고 필요 없어! 내 손으로 죽일 거야, 쳐 죽이구, 찢어 죽일 거야!!!
할머니, 뛰어 들어 주평을 안고 대신 맞기 시작하고,
형사1까지 안에서 뛰어 나와 말린 후에야 겨우 떨어지는 신 여사, 숨 몰아쉬며 쓰러져 있는 주평을 죽일 듯 노려본다.
윤혜, 모든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고,
재광, 그런 윤혜를 쳐다보는데 속상하다.
강 형사와 형사1, 주평을 안고 있는 할머니 떼어 내고, 주평을 일으켜 데리고 나간다.
할머니, 바닥에 엎어 진 채, 소리도 못 내고 우는데,
신 여사 : (자기 가슴을 탕탕 치며,) 아이구, 가슴이야, 아이구!!! (뒤에 대고 악 쓰며,) 잡으면 뭐해, 내 새끼는 죽어
흙이 다 됐을 텐데… 이 억울함을 어디가 풀어… 불쌍한 내 새끼를 어디 가 찾아!!!
한재광 : (안듯이 붙잡으며,) 그만, 그만요…
윤혜, 갑자기 신 여사 앞에 풀썩 무릎을 꿇는다.
재광, 놀라 쳐다보는데,
김윤혜 : … 죄송합니다…
신 여사 :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
김윤혜 : … (고개 더 깊이 숙이며,) … 죄송합니다…
재광, 미치겠고, 울다 일어난 할머니, 차마 말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외면한 채다.
신 여사 : (윤혜를 보더니, 싸늘하게,) 죄송해? 그래서 어쩔 건데?
김윤혜 : …
신 여사 : 너도 죽을래? 너라도 죽어서 니 애비 가슴에 못 박아볼래?
한재광 : 뭔 소리야! (신 여사 막으면,)
신 여사 : (재광 뿌리치고, 윤혜 어깨 잡아 흔들며,) 자식 죽는 게 어떤 건지, 자식 묻고 평생 뼈가 갈리게 아픈 게 뭔지,
개만도 못 한 니 애비도 깨닫게, 너도 죽어봐, 어디!!!
할머니 : 아이고… 안 돼… (윤혜 막아 안고,) …
한재광 : (신 여사를 잡아 돌려 세우며,) 왜 이래! 미쳤어!
신 여사 : 그래 미쳤다! 7년 전부터 죽 미쳤었다, 왜!
한재광 : (달래며,) 가족이 무슨 죄라구 이래!
신 여사 : 내가 지옥인데, 저것들은 지옥보다 더 해야지! (윤혜 가리키며,) 저런 거 열이 죽은들 내 아들 하나에 대기나 할 것 같아!
재광, 표정 싹 변해 신 여사를 노려보다 차갑게 돌아서더니, 윤혜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우려 한다.
신 여사 : (재광에게) 뭐 하는 거야, 너! 뭐에다 손을 대!
한재광 : (고집 피우는 윤혜를 잡아 일으키며,) 일어나!
신 여사, 어이없어 쳐다보면서 일어나 다가오면,
윤혜, 재광을 쳐다보지도 않고 재광 손을 물리치더니, 일어나 나간다.
재광, 따라 가려 하면,
신 여사 : (붙잡으며,) 어디 가, 지금!!!
한재광 : … (신 여사 손 뿌리치며 싸늘하게,) 됐잖아… 그렇게 소원하던 범인 잡혔으니까, 이제 됐잖아, 신 여사는!
신 여사 : (재광의 따귀를 철썩 때리며,) 그래서 지금 저걸 쫓아가겠다구!? 니가 돌았구나! 아주 바싹 돌았어!
한재광 : (맞은 얼굴 쓱 문지르더니, 싸늘하게) 형한테도 이랬어요?
신 여사 : !!!
재광, 신 여사를 노려보다 뛰어 나가면, 신 여사,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할머니, 나가는 윤혜와 재광을 보며, 입 막은 채 장이 끊어져라 울기만 하신다.
9. 경찰서 _ 건물 앞 / 늦은 오후
재광, 뛰어 나오면, 저 앞에 걸어가는 윤혜 보인다.
재광, 얼른 따라가 윤혜 앞을 막고 서 윤혜를 쳐다보는데, 화 많이 났다.
한재광 : (버럭) 니가 왜 무릎을 꿇어!
김윤혜 : (텅 빈 얼굴) …
한재광 : 뭘 잘못했길래 빌어!
김윤혜 : … (맥없이,) 그럼 누가 빌어… 까맣게 마른 할머니가 빌어… 빌 자격도 없는 아빠가 빌어…
한재광 : (가슴이 컥 막혀 다른 곳 쳐다보다, 윤혜 손목을 잡아끌며,) 가자!
김윤혜 : (잡힌 손목을 확 뿌리치고는,) … 제발… 가! 나 좀 놔두고 가!
재광, 아무 말 못하면, 윤혜, 그대로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10. 유원지 _ 호숫가 / 늦은 오후
윤혜, 천천히 걸어 들어와 고개 숙인 채 호수를 따라 걷는다.
저 멀리, 재광, 거리를 한참 두고 천천히 따라 걸어 들어온다.
윤혜, 호수 앞에 서면, 재광, 제 자리에 우뚝 선다.
(7년 전, 호수 안에서 어린 윤혜와 재광이 서 있던 그 자리 즈음이다.)
윤혜, 호수를 참담한 얼굴로 바라보면, 재광, 멀리서 그런 윤혜를 가만히 보고 있다.
물을 빤히 들여다보는 윤혜,
[Insert] 물 속 / 밤 (7년 전)
코트 입은 채 물속에 빠진 고등학생 윤혜, 맥없이 아래로 가라앉다가, 숨이 막혀 오는지 온몸을 뒤틀며 괴로워한다.
아무리 괴로워해도 점점 가라앉기만 하는 윤혜의 몸.
[현재]
겁먹은 얼굴의 윤혜, 얼른 호수에서 한 발 떨어진다.
윤혜, 호수에서 눈길을 거둔 채, 주먹을 꼭 쥔 채 참고 서 있다.
[시간경과]
재광, 돌아서 서 있다가, 한숨 쉬고는 돌아보면, 윤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재광, 걸어오는 윤혜를 보고만 있으면, 윤혜, 재광 앞에 와 우뚝 서서 쳐다본다.
김윤혜 : … 말 참 안 듣는다…
한재광 : …
김윤혜 : … 웃기지 마라, 속으로는 그랬어요. 사람들이 잘못 아는 거였으니까. 사람들이 아무리 살인자 딸 취급을 해도,
아빠가 안 그런 줄 알았으니까.
한재광 : …
김윤혜 : 그런데 나 이제 진짜 살인자 딸이에요. 살인자 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아직 모르겠는데, 한 가지는 알겠어요.
한재광 : …
김윤혜 : 그쪽… 이랑 보면 안 된다는 거.
한재광 : …
김윤혜 : 난 못 움직여요. 여기서 무릎 꿇어야 하면 꿇고, 빌어야 되면 빌고, 그러면서 살아야 하니까…
(단호한 눈길로 쳐다보며,) 그쪽이 가요.
한재광 : … (빤히 쳐다만 본다.)
김윤혜 : (등보이고 돌아서 다시 호수를 본다.) …
한재광 : … (단호히) 아니, 안 가. 다시는 당신 혼자 여기 두고 안 가. 그날 밤 그렇게 간 뒤로,
7년 내내 걱정되고, 7년 내내 쪽팔렸어. 그러니까 다시는 나 혼자 안가.
김윤혜 : … (그대로 돌아서 가려 하면,)
한재광 : 강 목수였대, 형이 같이 도망가려고 했던 사람… 강 목수였대.
김윤혜 : ! (멈칫) …
한재광 : … 같이 가.
김윤혜 : … (그냥 걸어가면,)
한재광 : (다가와 뒤에서 확 안으며,) 도망가자, 우리…
윤혜, 백짓장처럼 얼굴 하얗게 변하고, 재광, 윤혜를 더 꼭 껴안는다.
김윤혜 : … 어디로요?
한재광 : … 어디든…
김윤혜 : 가면… 내가 아빠 딸 아닌 게 돼요?
윤혜, 울 것 같은 얼굴로 재광의 팔을 당겨 푼다.
윤혜,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고, 재광 혼자, 호숫가에 남는다.
11. 경찰서 _ 복도 / 저녁
신 여사와 할머니, 복도의 긴 의자 양 끝에 나란히 앉아 있다.
신 여사, 앞에 목발을 세워 두 손으로 짚고 멍하니 앞을 보고 있고,
할머니는 고개 숙인 채, 한없이 몸을 웅크리고 있다.
12. 성당 앞 / 밤
윤혜, 걷다보니 성당 앞이다.
윤혜, 고개를 들어 십자가를 보더니, 가만히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13. 성당 _ 본당 안 / 밤
윤혜, 문 열고 들어와 원망스러운 얼굴로 제대를 보며 가만히 서 있다.
꽃이 든 수반을 든 수녀님과 제대 앞에서 대화 중이던 신부님, 수녀님을 물리시고 혼자 윤혜에게 다가와 옆에 선다.
윤혜, 아랑곳 않고 제대만 보고 있으면, 신부님, 그런 윤혜를 보더니,
신부님 : … 야박하시긴… 우리 윤혜 잘 좀 봐 달라니까…
김윤혜 : … (눈물이 뚝 떨어진다.)
신부님 : … 아빠 때문이냐…
김윤혜 : … (고개 가로 저으며,) 저 죄짓나 봐요… 신부님 …
김윤혜 : … (눈물을 후두둑 흘리며,) …아빠 때문이어야 하는데… 그래야 되는데…
신부님 : (눈 꾹 감으시면,) …
김윤혜 : … 나도… 가고 싶어요… (도망…)
신부님, 의외의 말에 윤혜를 쳐다보면,
윤혜, 어깨까지 들썩이며, 운다.
14. 재광 숙소 앞 / 밤
차에서 내린 재광, 숙소를 보더니, 가슴이 답답해져 들어가지 못하고, 일단 차에 기대선다.
15. 윤혜 집 _ 안방 / 밤
윤혜, 코트 입은 그대로 무릎 세운 채 앉아 있다 문득 고개 들어 화장대 거울을 보면, 아직 귀에 달려있는 귀걸이 보인다.
윤혜, 건조한 얼굴로 한참을 보더니 그 귀걸이 빼, 쓰레기통에 툭 넣는다.
윤혜, 쓰레기통 속 귀걸이 빤히 보는데, 할머니, 파김치가 돼 들어오신다.
할머니 : (윤혜 보자, 목메어 흠, 흠,) 밥은?
김윤혜 : … 아빠는…
할머니 : … 똑같지 뭐. (윤혜 앞에 앉는다.)
김윤혜 : 그런데 왜 이제 와요.
할머니 : 발이 안 떨어져서…
김윤혜 : …
할머니 : (맥이 쑥 빠져,) … 동생이란 거… 첨부터 알았냐?
김윤혜 : 나중에요…
할머니 : (혼잣말 하듯,) 동생이 그리 잘났는데 형은 오죽 더 잘났을까…
(풀썩 주저앉으며,) 아까워라, 아까워… 어쩌다 내 자식이… 관셈보살…
윤혜는 방바닥만 바라보고, 할머니는 황망한 얼굴로 먼 곳에 눈을 둔 채, 각자 그렇게 정물처럼 앉아만 있다.
16. 재광 숙소 / 밤
재광, 들어서면, 신 여사, 침대 위에 꼿꼿이 앉아 있다.
재광, 쳐다도 안 보고 코트 벗으려 하면,
신 여사 : (죽일 듯 노려보며,) 형한테도 이랬냐는 게 뭔 소리야!
한재광 : … (코트 벗어 옷걸이에 건다.)
신 여사 : 너 그 기집애랑 뭘 하길래 그딴 소리가 나와.
한재광 : … (오기로,) 연애요.
신 여사 : (벌떡 일어나 쳐다보며,) 뭘 해! 너… 기어이 나 죽는 꼴 볼래?
한재광 : … 언제부터 제 일에 목숨까지 걸었는데요?
신 여사 : 허! (기막혀,) 내가 못 죽을 줄 알아! 그래서, 어쩌겠다구! 에미 목줄까지 쥐고서 기어이 뭘 어쩌겠다구!
한재광 : … 상관 마요.
신 여사 : 어떻게 상관을 안 해, 자식 일을 어떻게 나 몰라라 해!
한재광 : (싸늘하게) 내가 신 여사 자식이었어요?
재광, 벗어 건 코트 다시 확 잡아채 돌아서 나가면, 신 여사, 풀썩 주저앉는다.
17. 윤혜 집 _ 안방 / 밤
방 가운데 이불 펴져 있고, 윤혜와 할머니,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다.
김윤혜 : … 알고 계셨어요, 아빠가 그런 거?
할머니 : … (한숨)
김윤혜 : … 왜 말 안했어요?
할머니 : … 너 살라구. 그 성질에 아니라고 믿고 있어야, 니가 살지…
김윤혜 : …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거예요?
할머니 : …
윤혜, 눈을 꼭 감고, 할머니, 그런 윤혜가 불안하다.
18. 윤혜 집 앞 / 밤
재광, 왔다 갔다 하다, 고개 들어 윤혜 집 안을 기웃해 보면, 안방에 불 꺼진다.
재광,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겨우 떼어 골목을 걸어 내려간다.
19.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밤
싱크대 수도에서 물이 흐르고, 그 앞에 쌀 씻다 멈춘 채 가만히 고개 숙이고 있는 윤혜 뒷모습.
20. 윤혜 집 _ 안방 / 밤
부엌에서 흐르는 물소리 들리고, 할머니, 우두커니 앉아 있다.
21. 강가 _ 차 안 / 밤
차 문 열고 운전석에 걸터앉아 손에 든 드럼 스틱을 건들건들 흔들며, 겨울밤의 강을 바라보고 있는 재광.
22. 유치장 / 밤
주평, 구겨져서 자는데, 오래간만에 너무 깊고 달게 자는 얼굴이다.
23. 재광 숙소 / 밤
신 여사, 누워 있다 일어나, 구겨져 비어 있는 재광의 침낭을 본다.
24. 윤혜 동네 / 아침
아침이 밝았다.
25.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아침
단정하게 차려 입은 윤혜, 안방에서 나온다.
바닥에 쓰레기봉투 놓여 있고, 고무장갑 끼던 할머니, 윤혜를 보더니,
할머니 : 어디 가게?
김윤혜 : … 안내소요.
할머니 : … (걱정스런 눈으로 윤혜를 보면,)
김윤혜 : (할머니에게 쓰레기봉투 집어주다 다시 놓으며,) 있다 저녁에 나랑 같이해요.
할머니 : (울컥하는 얼굴로 윤혜를 보더니,) 너까지 왜 나서. (단호히) 그럴 거면 어디 멀리 가 따로 살아.
김윤혜 : (할머니를 보더니, 대꾸 안 한 채 나가며,) 금방 올게요.
할머니, 나가는 윤혜 등을 보는데 안됐고, 마음이 영 불안하다.
26. 여행 안내소 / 아침
오 계장, 광미, 미진, 모두 쳐다보고 있고, 윤혜, 오 계장 앞에 서 있다.
오 계장 책상 위 지역 신문에는, ‘7년 전 건지산 살인사건 범인 검거! 범행 일체 자백’ 이라는 헤드라인 보인다.
오 계장 : 아니… 여긴 왜?
김윤혜 : (오 계장에게 흰 봉투 내밀며,) 이거요.
오 계장 : (받아보면 사직서, 좀 미안한 마음 들어,) …아…바쁠 텐데 뭘 이걸 굳이…
윤혜, 단정히 인사하고 고개 들어 미진을 보면, 미진은 이미 눈길 피해 있고, 광미를 보면, 광미, 어정쩡하게 눈길을 피한다.
윤혜, 자신의 책상 쪽으로 가, 책상 아래 정리돼 있던 상자 들고 나간다.
27. 여행 안내소 앞 / 아침
윤혜, 상자 들고 나오는데, 저쪽에서 대웅 뛰어온다.
권대웅 : 아 간 떨어져. 이 와중에 여길 왜 와! 할머니가 너 출근했다구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상자 받으려 하면,)
김윤혜 : … (안 주며, 대웅을 쳐다보다 외면하고 비켜 가려 한다.)
권대웅 : (막으며 아랑곳 않고,) 뭐야, 아주 때려 친 거야? (상자 잡아당기려 하면,)
윤혜, 거칠게 상자 당겨 앞으로 들고 가더니, 쓰레기통에 확 다 버려 버린다.
권대웅 : (다가와,) 왜 이래, 기집애야!
김윤혜 : … 너 더 이상 나 찾아오지 마, 길에서 봐도 아는 척도 하지 마.
권대웅 : … 왜!
김윤혜 : 챙피해 그래.
권대웅 : … (말 문 막혀,) 챙피하긴…내가 지 애기 때 빨개 벗은 것도 다 봤는데…
김윤혜 : …
대웅, 속상해 먼 곳 보면, 윤혜, 그런 대웅을 지나쳐 간다.
윤혜 뒈로, 따라오지 못하고 윤혜 등만 보고 서 있는 대웅 보인다.
28. 재광 숙소 / 아침
재광, 들어서면, 신 여사, 옷 다 갖춰 입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재광, 본 척도 안 하고 가방 싸기 시작한다.
신 여사 : 어디서 잤어!
한재광 : … (거칠게 가방 싼다.)
신 여사 : (버럭) 너 왜 성질이야!
한재광 : …
신 여사 : 걔가 뭐야, 그 기집애가 뭐길래 니가 이래! 대체 많고 많은 것들 중에 왜 하필 그 집 종자여야 하는데!
한재광 : (버럭!) 딱 한 사람이니까. 겉돌며 사는 게 뭔지 아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어느 날 갑자기 세상 밖으로 확 떠밀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나하고 그 사람만 안다구요.
신 여사 : … 니가 왜 겉돌아! 걔야 살인자 자식이니까 겉돈다 치고, 넌 왜! 멀쩡한 넌 왜 겉돌아!
한재광 : … 나였어야 했잖아. 반드시 죽어야 했다면, 형이 아니라 나였어야 했잖아요, 신 여사한텐!
신 여사 : …!
한재광 : 그날 이후로 난! 내가 살아 있는 게 잘못된 일 같았어요.
신 여사 : ! …그래서 그렇게 에미 없는 자식마냥 둥둥 떠다녔어…
날 깡그리 무시하고, 제대로 쳐다도 안 보면서 엄마라고도 한 번 안 불렀어!
한재광 : 싫어했잖아, 몸서리치며 괴로워했잖아.
신 여사 : !
[회상] 장례식장 / 낮 (7년 전)
재민의 영정 보이고, 흰 상복을 입은 신 여사, 혼절한 듯 앉아 있다.
재수생 한재광 : (검은 양복 입은 채 물병 들고 와 내밀며,) 엄마…
신 여사, 문득 정신 들어 얼굴 환해지며 돌아보다, 재광을 보더니 (재민이 아닌 것을 깨닫고) 확 굳는다.
신 여사 : 니 형젠 왜 목소리도 똑같니! 당분간 엄마 부르지 마!
재광, 민망하고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다 돌아서면,
신 여사 : (몸서리치며 혼잣말 하듯) 하필이면 왜 재민이를…
상처받은 재광, 멈칫 하다 그냥 밖으로 나간다.
[현재]
신 여사 : 그건…!
한재광 : 그날부터 한 번도 안 불렀는데, 한 번도 안 물어 봤어요! 신 여사, 신 여사, 불러도 한 번도 뭐라 안하구.
솔직히 말해요, 신 여사가 이렇게 미치게 화가 나는 건, 형이 아니라, 하필 내가 살아 있어서라구요!
신 여사, 할 말을 못 찾고 부들부들 떨기만 한다.
재광, 짐 대충 구겨 넣고 손에 들고 나가려 하는데,
신 여사, 벌떡 일어나 다가오더니, 재광의 가방을 확 잡아 당겨 바닥에 패대기치더니,
가방을 뒤집어 짐을 다 쏟아놓고는 재광을 째려본다.
재광, 절망적인 표정 된다.
29. 공원 / 낮
윤혜, 출근할 때 입은 옷 그대로 입고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다.
[회상] 윤혜 집 _ 윤혜 방 / 밤 (7년 전)
주평, 우두커니 선 채 내려다보고 있으면, 자던 윤혜, 문득 깬다.
주평, 윤혜가 깨자 서둘러 나가려 하는데,
김윤혜 : (잠 덜 깨 일어나며,) 아빠… 어디가요?
김주평 : (돌아보며 절박하게,) 아빠 잘못 아냐. 아빠 믿지?
김윤혜 : …
김주평 : … 얼른 더 자.
주평, 나가려다 윤혜를 한 번 더 보고 문 닫고 나가면,
윤혜, 불안한 표정으로 주평이 나간 자리의 어둠을 빤히 본다.
[현재]
가만히 생각하던 윤혜, 벌떡 일어나 간다.
30. 유치장 _ 면회실 / 낮
윤혜, 앉아 있으면, 주평, 경찰 따라 나와 앉지만 차마 윤혜를 보지 못한다.
김윤혜 : (똑바로 쳐다보며,) 아빠 잘못 아니랬죠? 그런데 왜 사람이 죽…었어요?
김주평 : … (한숨 쉬고, 모기 소리만 하게,) 그게… 일이 꼬이려니까…
김윤혜 : 그러니까… 아빠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단 얘기죠…?
김주평 : (맘이 좀 풀려 절박하게,) 내 말이… 진짜로 죽은 줄 알았다니까.
근데 산에서 갑자기 깨더니만… 날 막 땡기고… 가뜩이나 간 졸아 죽겠는데…
김윤혜 : (얼굴 창백해지며,) …살아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 말처럼 진짜 그렇게…
김주평 : … 몰라, 몰라. 난 기억도 잘 안나…
김윤혜 : … (당황해,) 그런데 왜 잘못 없다고 했어요, 나한텐…
김주평 : (억울해 하며,) 그게 왜 다 내 잘못이야. 애당초 사장 놈이 돈만 제 때 줬어도, 나 술 안 마셨다.
진짜 병원에 데려 갈려구 했다구, 그 놈에 음주 단속이 웬수지… (억울하다.)
김윤혜 : …!
김주평 : 억울하다 정말… 윤혜야, 억울해, 아빠는…
김윤혜 : (절망적인 표정으로 보며,) 죽은 사람보다 억울해요?
김주평 : …
김윤혜 : (벌떡 일어나 나가려다 말고,) 사고 같은 거라구 믿었어요. 그냥… 사고. 근데… 이유가 뭐든…
(모질게) 산 사람 죽인 살인자네, 아빠는. 이제 난… 진짜로 살인자 딸이고.
윤혜, 나가면, 주평, 일어나 나가는 윤혜를 부르려다 못 부르는데, 문 그대로 닫힌다.
31. 경찰서 앞 / 낮
뛰어 나온 윤혜, 뒤를 돌아보면, 경찰서 건물만 휑하니 서 있다.
돌아선 윤혜, 휘청한다.
32. 재광 숙소 앞 / 낮
다시 짐 다 싸든 재광, 성큼성큼 걸어 나오면, 신 여사, 급하게 따라 나온다.
재광, 짐 차 뒷좌석에 던져 놓고, 운전석에 오르면,
신 여사, 조수석 문 열더니,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억척스럽게 올라탄다.
신 여사 : 절대 못 가, 너!
재광, 피곤한 얼굴로 빤히 신 여사를 쳐다보는데, 신 여사, 꼼짝도 안 한다.
재광, 후… 한숨 내쉬더니, 의자 뒤로 반쯤 팍 젖혀 기대더니 눈 감아 버린다.
신 여사, 그런 재광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33. 윤혜 집 _ 안방 / 낮
할머니, 화장대 서랍에 흰 손수건으로 싼 무언가를 넣고는 서둘러 보따리를 들고 나가려고 하는데,
윤혜, 허깨비처럼 들어온다.
할머니, 윤혜를 보면, 윤혜, 아무 말 없이 장승처럼 서 있다.
할머니 : (측은한 얼굴로,) 애비한테 다녀올 테니 밥 먹구 있어.
윤혜, 아무 반응 없고, 할머니, 그런 윤혜를 한 번 더 보고는 마지못해 나간다.
할머니 나가자, 윤혜, 풀썩 땅으로 꺼지듯 앉더니, 바닥에 몸을 말고 모로 눕는다.
윤혜의 얼굴 위로 쏟아지는 햇빛.
윤혜, 손을 들어, 감은 두 눈을 막는다.
[Insert] 물 속 / 밤 (회상 + 상상)
코트를 입은 채 물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고등학생 윤혜.
숨이 점점 막혀와 몸부림을 치던 고등학생 윤혜, 지쳐 가라앉으면,
어느새 현재의 윤혜로 바뀌어 있고, 물속에 잠긴 현재의 윤혜, 눈을 뜬 채 그대로 가라앉는다.
[현재]
눈을 번쩍 뜬 윤혜, 갑자기 자지러지게 기침을 한다.
한동안 기침 하던 윤혜, ‘무거워, 무거워,’ 하며 거칠게 코트를 벗어 바닥에 던지고, 훅… 훅… 숨을 몰아쉬다,
밖으로 나간다. 방바닥엔 윤혜가 던져 놓은 코트만이 덩그마니 남아 있다.
34. 버스 터미널 / 오후
코트도 안 입은 윤혜, 황망한 표정으로 매표소 앞에 있다 차례 돌아오자, 창구 본다.
매표원 : 어디까지 가세요?
김윤혜 : …
윤혜, 매표소 위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 보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윤혜, 아무 말 못하고 비켜 서 있으면,
다음 사람, 급한 듯 윤혜를 제치고 창구로 다가간다.
터미널 중간까지 걸어 나온 윤혜, 갈 길을 잃고 쳐다보는데,
저쪽에 오래된 김주평 수배 전단지가 나란히 몇 장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윤혜, 천천히 걸어 가까이 가 전단지를 보더니, 북- 뜯어낸다.
윤혜, 그 옆에 것도 북 뜯어내고, 나머지도 거칠게 뜯어내 바닥에 던지면,
사람들, 그런 윤혜를 이상하다는 듯 보며 지나간다.
윤혜, 바닥에 흩어져 있는 전단지를 보다 고개를 들어 보지만, 갈 길 잃었다.
35. 재광 숙소 앞 _ 차 안 / 오후
신 여사, 축 쳐진 채 보조석에 앉아 있고,
재광, 여전히 운전석에 기대 누워 있는데, 재광의 휴대 전화벨 울린다.
재광,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 꺼내 액정을 보더니, 신 여사를 보면,
신 여사, 금세 바짝 독 올리며 재광을 쳐다본다.
재광, 그런 신 여사 보란 듯이 전화를 받으며, 차에서 내린다.
한재광 : 어디예요?
신 여사, 잡아먹을 듯 재광을 쏘아보며 극성스럽게 따라 내린다.
36. 버스 터미널 / 오후
윤혜, 전화를 든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서울행 버스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반복해 나오고 있고,
윤혜, 그냥 말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더니,
김윤혜 : 살아 있었대요… 형이… 아빠가 살아 있는 사람을…
37. 재광 숙소 앞 / 오후
노려보고 있는 신 여사를 등지고, 재광 통화 중이다.
한재광 : … 알아요, 다들 알고 있는 거잖아.
김윤혜e : (터미널 소음 배경으로,) 그래도… 난, 설마… 그렇게 까지는…
한재광 : 어디예요?
김윤혜e : … 미안해요… 난 암 것도 모르고… 그동안…
한재광 : 다 필요 없고, 거기 어디 // (하다가) 거기 꼼짝 말고 있어요.
재광, 돌아서 노려보는 신 여사를 보더니, 무시하고 그냥 뛰어간다.
신 여사, 차마 따라가진 못하고 확 치미는 두통에 두 손으로 양쪽 머리를 누른다.
38. 버스 터미널 / 오후
윤혜, 전화기를 손에 꼭 쥔 채 멍하니 서 있다.
[시간경과]
재광, 뛰어 들어와 여기 저기 윤혜를 찾아다닌다.
39. 버스 터미널 _ 승강장 / 오후
재광,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 사이를 마구 뛰어 다닌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절망하며 둘러보는데,
승강장 맨 구석에 코트도 안 입은 채 쪼그리고 앉아 있는 윤혜가 보인다.
재광, 윤혜에게 뛰어가면, 윤혜, 꽁꽁 얼어 재광을 보더니,
김윤혜 : (넋 나가,) 모르겠어요… 어디로 가야할지…
한재광 : …
김윤혜 : … 아무 생각이 안 나…
재광, 속상해 자신의 코트 안으로 윤혜를 당겨 꽁꽁 감싸 안고 일어난다.
윤혜 등 뒤로, 버스 들어와 서면,
재광, 윤혜를 더 당겨 안으며 버스를 보더니,
한재광 : (목석처럼 안긴 채 서 있는 윤혜를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도망… 갈래요?
김윤혜 : (멍한 채 고개만 가로 젓는다.) …
한재광 : 그래요, 안 가도 돼…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스쳐 지나가고, 재광, 윤혜를 코트로 더 감싸 꽉 안으면,
뻣뻣하게 안겨있던 윤혜, 고개를 들어 재광을 보더니, 가만히 밀어낸다.
김윤혜 : … 형… 일… 미안해요, 진짜로…
한재광 : (윤혜와 눈 똑바로 맞추며,) 미안해 할 거 없어요. 나한테도, 누구한테도…
김윤혜 : …
한재광 : … 다 지난 일이고 지나갈 일이예요. 그러니까 도망 같은 거 갈 필요도 없어.
김윤혜 : …
한재광 : 대신… (어깨 잡으며 달래듯,) 그냥… 같이 있자, 우리.
김윤혜 : … (고개 숙인다.) …
한재광 : 내가 그러고 싶어 그래요. 당신 필요하다구, 내가… 그러니까… //
하는데, 윤혜의 휴대 전화벨 거칠게 울린다.
재광, 어깨 잡은 손 놓자, 윤혜, 간신히 추슬러 전화 받더니, 완전 멍한 얼굴이 된다.
40. 병원 _ 응급실 / 늦은 오후
윤혜와 재광, 뛰어 들어오면, 강 형사, 커튼 쳐져 있는 개인 침대 앞에 서 있다.
윤혜, 커튼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면, 뒤따라온 재광, 강 형사를 본다.
강 형사 : (재광을 보며,) 유치장 앞서 쓰러지셨어요. 심장 문제라네.
커튼 안쪽에서 의사 나오고, 윤혜, 따라 나오면,
의사 : 수술은 좀 어렵겠어요. 몸 상태도 안 좋으시고, 연세도 있으시고. 당장은 못 견디실 겁니다.
김윤혜 : (피가 마르는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보면서,) 그럼 어떻게…
의사 : 좀 기다려 보죠, 이러다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김윤혜 : 좋아지시나요?
의사 : (좀 곤란해 하며,) 경우마다 다 달라요. 두고 봅시다. (자리 뜨면,)
김윤혜 : (커튼 안 할머니에게 다가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어…
호흡기 달고 누워 있는 할머니를 보며, 윤혜, 눈물 뚝뚝 떨어뜨리고,
재광,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할머니와 윤혜를 본다.
44. 병원 _ 복도 / 밤
윤혜, 대기 의자에 앉아 있고, 재광, 벽에 기대 서 있다.
[시간경과]
재광, 대기 의자에 반 쯤 기대 졸고 있다.
무릎 세워 얼굴 묻고 있던 윤혜, 고개 들어 맞은편 의자에서 조는 재광 얼굴을 본다.
[시간경과] / 아침
윤혜, 오도카니 앉아 있으면, 재광, 빵과 우유가 든 봉지 들고 다가와 내미는데,
윤혜, 봉지를 보다가 문가를 보더니 놀라 일어난다.
윤혜의 시선 따라간 재광, 멍… 쳐다보면,
문가의 신 여사, 재광을 아주 못마땅한 듯 보더니, 뒤돌아 나간다.
재광, 봉지를 윤혜 옆에 놓고는, 단호한 표정으로 신 여사를 따라 나간다.
45. 병원 앞 / 아침
신 여사, 앞서 가다 홱 돌아서 보면, 따라오던 재광, 각오한 듯 마주 본다.
신 여사 : 살다 살다 별짓을 다해. 너 여깄다고 형사가 그러더라, 챙피해서 원…
한재광 : …
신 여사 : 잔말 말고 나와. 현장 검증… 한대. 같이 가.
한재광 : … 가지 마요. 거기 가 뭘 더 보겠다구.
신 여사 : 내 아들 마지막이 어땠는지, 새길려구 그런다. 나라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지,
니 형 마지막이 어땠는지… 에미라도 알아줘야 그게 죽어서도 덜 외롭지.
한재광 : …
신 여사 : (갑자기 분통 터져,) 넌 니 형 어떻게 죽었는지 실감은 하고 있니? 쟤 애비 손에 살해! 당했다구…
한재광 : (버럭) 알아요! 말씀 안 하셔도 안다구요!
신 여사 : 아니, 몰라. 아는 놈이면 못 이래. 그러니까 가서 니 눈으로 똑똑이 봐!
가서 보구두 저 기집애랑 어쩌구 할 생각이 들면 그땐 해!
한재광 : … 싫어요, 난 형 사건 더 이상 상관 안 해요. (돌아서 들어가려 하면,) …
신 여사 : (속상해 노려보다, 맥 탁 풀며,) 같이 가, 제발… 무서워 그래.
한재광 : (그대로 들어가려 하면,) …
신 여사 : 너였어야 했다고 했지? 형이 아니라 너였어야 했다구!
한재광 : …
신 여사 : 세상에 그런 에미가 어딨어. 자식 둘 중에 하나를 내놓느니 차라리 죽고 말지, 어떤 에미가 그럴 수 있어!
한재광 : …
신 여사 : … 내가 미치게 화가 났던 건, 그래 너 때문이었어. 지난 7년 내내… 내가 기다린 건… 너였는데!
한재광 : ! …
신 여사 : 죽어서 영영 못 오는 니 형이 아니라, 살아서 등보인 채 고집 부리는 너! 내 아들, 한재광이가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니가 안 왔어…
한재광 : …
신 여사 : 아들 죽인 에미, 면목이 없어서, 차마 날 봐 달라 소리도 못하고… 그냥 목만 빼고 기다렸어.
그런데… 니가… 안 왔다구, 니가…
한재광 : (쓱 가슴에 칼이 지나간 듯 아프고,) !
신 여사, 울 듯 한 얼굴로 그런 재광을 보다가 돌아서면,
재광, 늙고 약한 신 여사의 등을 멍하니 보고만 있다.
43. 병원 _ 복도 / 아침
윤혜, 고개 숙인 채 앉아 있으면, 재광, 들어와 윤혜를 말가니 본다.
한재광 : (미안해하며,) 나… 잠깐 갔다 올게요.
김윤혜 : … 무슨 일 있어요?
한재광 : 아니, 잠깐 볼 일…
김윤혜 : …
한재광 :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구요.
김윤혜 : (끄덕끄덕) …
한재광 : (나가다 돌아보며,) 금방 와요, 기다려요.
윤혜, 어쩐지 불안해 재광을 쳐다만 보면, 재광, 끄덕끄덕해 보이더니 나간다.
44. 건지산 _ 등산로 / 낮
재광, 차에서 내리면, 저쪽 등산로에 경찰 통제 속에 사람들 몇 모여 있다.
신 여사, 마음 다잡으며 앞장서고, 재광, 따라가 보면,
강 형사와 형사1의 호위를 받으며, 카펫 어깨에 메고 걸어 올라가는 주평 뒷모습이 보인다.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덜컥 하는 재광.
[Insert] 건지산 _ 등산로 / 밤 (7년 전)
휘청거리며 카펫으로 감싼 재민을 어깨에 메고 올라가는 주평.
[현재]
재광, 신 여사 옆에 가 서서 신 여사를 쳐다보면, 신 여사, 하얗게 질려 있다.
45. 건지산 _ 숲속 / 낮
수갑 찬 주평, 어깨에 멘 카펫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카펫 사이로 현장 검증용 인형이 보인다.
[Insert] 건지산 _ 숲속 / 밤 (7년 전)
카펫 사이로 재민의 얼굴이 약간 보이고, 후… 가는 숨이 하얗게 새어나온다.
[현재]
재광, 넋이 나가 보고 있으면, 신 여사, 휘청하며 재광의 손을 꽉 잡는다.
46. 병원 _ 응급실 / 낮
윤혜, 할머니 옆에 앉아 있으면, 산소 호흡기 낀 할머니, 가만히 눈을 떠 윤혜를 바라본다.
김윤혜 : 할머니… (밖을 향해,) 여기요! 선생님!
할머니, 윤혜 손을 잡아 말리며 뭐라고 입술을 달싹이신다.
윤혜, 할머니 얼굴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면,
할머니 : (겨우,) 니 갈길 가… 괜찮어…
윤혜, 후두둑 눈물 쏟으며, 할머니를 보면, 할머니, 눈을 다시 감는데, 눈에서 주르륵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
윤혜, 얼음 돼 쳐다보면, 의사, 간호사들 뛰어 들어와 응급처치 들어간다.
47. 건지산 _ 숲속 / 낮
주평, 카펫을 등지고 돌아서는데,
강 형사e : 갑자기 발목을 잡았다 이거죠?
[Insert] 건지산 _ 숲속 / 밤 (7년 전)
당황해 정신이 나간 주평의 발목을 악착같이 잡는 재민의 손.
[현재]
주평, 멍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돌을 들어, 보지도 않고 내려치면,
신 여사, 헉… 비명도 채 못 지르고 주저앉고, 재광, 완전 굳어 주평을 응시한다.
[Insert] 건지산 _ 숲속 / 밤 (7년 전)
주평, 돌을 들어 보지도 않고, 내리친다. 퍽! 퍽! 퍽!
[Insert]
재민 몽타주 퍽! 퍽! 퍽! 때리는 소리 사이사이로,
- 부러진 드럼 스틱을 보던 재민,
- 열쇠고리를 흔들고 나가는 재민, 등의 모습 떠올랐다 사라진다.
[현재]
휘청하는 재광과 차마 못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신 여사.
48. 응급실 + 건지산 / 낮 (교차편집)
- 응급실, 할머니, 심장 마사지 중이고, 윤혜, 할머니 손을 부여잡고 운다.
- 건지산, 두 손으로 낙엽을 퍼 뿌리던 주평, 더 이상 못하고 주저앉는다.
재광, 자기도 모르게 뛰어 가 주평의 멱살을 잡고, 마구 주먹을 휘두른다.
- 응급실, 의사들, 심장 마사지 멈추고, 산소 호흡기 벗긴다.
- 건지산, 사람들, 뜯어 말리면, 재광, 어쩔 줄 몰라 씩씩대는데,
(어느새 다가온) 신 여사, 카펫을 껴안고는,
신 여사 : 재민아… 아이구 내 새끼야… 재민아…
하며 목 놓아 울면, 재광, 그 자리에 무너지듯 무릎을 꿇더니 운다.
- 응급실, 의사, 시계 보더니, 사망 선고 하고, 윤혜, 할머니 얼굴을 쓰다듬으며 운다.
49. 병원 _ 복도 / 오후
윤혜, 울면서 병원 복도를 헤매 다니며 전화 건다.
50. 건지산 _ 숲속 / 저녁
모두 떠난 빈 산, 해가 지고 있다.
신 여사, 다리 쭉 펴고 철퍼덕 바닥에 앉아 넋 잃은 채 하늘 보고 있고,
재광, 여전히 무릎 꿇은 채 땅바닥 보고 앉아 있다.
계속해서 울리는 재광의 휴대 전화 벨소리.
51. 장례식장 / 저녁
할머니, 영정 사진 놓여 있고, (검은 상복) 입은 윤혜, 구석에 넋 놓고 주저앉아 있다.
52. 유치장 / 저녁
강 형사, (할머니) 소식 전해 주고 돌아서면, 주평, 애처럼 엉엉 운다.
데굴데굴 구르며 유치장이 떠나가라 운다.
53. 건지산 _ 주차장 / 밤
재광, 차에 올라타려다 말고 바지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 꺼내 본다.
윤혜로 부터 부재중 전화 5번.
재광, 선 채로 불길한 예감에 ‘음성 사서함’을 듣는다.
김윤혜e : (음성 사서함) 어딨어요, 할머니가…
재광, 좀 더 듣더니, 눈을 꼭 감는다.
전화를 끊은 재광, 윤혜에게 전화를 걸려 하지만,
[Insert] 건지산 _ 숲속 / 밤 (7년 전)
카펫 안에서 피 흘리고 누워 있는 재민
[현재]
재광, 차마 걸지 못 한 채 고개 돌리는데,
저쪽에서 산을 멍하니 보고 서 있던 신 여사, 돌아선다.
재광, 다가가면,
신 여사 : (산을 한 번 더 돌아보더니,) 서울 가자, 지긋지긋하다, 이 동네.
한재광 : …
신 여사 : … 다 끝났어… 그만 가야지.
한재광 : …
신 여사, 진 빠졌고, 재광, 지치고 참담한 기분이다.
54. 병원 앞 도로 _ 차 앞 / 밤
신 여사, 보조석에 앉아 있고, 재광, 건조한 얼굴로 운전하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병원 건물 보이자, 재광, 순간 브레이크를 밟는다.
휘청한 신 여사, 재광을 쳐다보면, 앞만 보고 있는 재광, 다시 가속기를 밟는다.
재광, 병원 쪽을 보지도 않고 앞만 똑바로 본 채 운전하고 간다.
55. 장례식장 / 밤
윤혜, 멍하니 앉아 있으면, 검은 양말 신은 발 들어선다.
윤혜, 기다렸다는 듯 고개 들어 보면, (재광이 아니라,) 검은 양복 입은 대웅이다.
윤혜, 와락 서럽다.
56. 도로 / 밤
서울 방향과 시내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
신호등, 초록불로 바뀌면, 재광의 차, 서울 방향을 향해 꺾어 톨게이트 쪽으로 간다.
57. 윤혜 집 앞 / 아침
대웅, 주머니에 손 넣은 채 발로 바닥을 툭툭 차며 기다리고 있으면,
저 아래에서 검은 상복 입은 윤혜, 타박타박 걸어온다.
대웅, 맘 급해져 윤혜 있는 쪽으로 달려가 같이 걸어 올라오며,
권대웅 : (미안해하며,) 잘 보내드렸냐?
김윤혜 : … 응.
권대웅 : 미안하다, 나라도 같이 갔어야 했는데…
김윤혜 : … 아냐…
권대웅 : 나 딱… 결심했다, 너 데리고 도망 갈 거야.
김윤혜 : (막막한 얼굴 돼,) 도망… 좋지…
권대웅 : !
김윤혜 :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도망이 가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을 따라가고 싶었던 거 같아…
권대웅 : 미친 기집애, 그 자식 현장 검증서 난리도 아니었댄다.
김윤혜 : … (좀 놀랍지만, 그랬구나…) 했구나, 현장 검증…
권대웅 : 그거 끝나자마자, 지 엄마 모시고 바로 서울 갔다더라.
김윤혜 : … 아… (끄덕끄덕) 다행이네…
권대웅 : 뭐가?
김윤혜 : …
권대웅 : 한 번만 더 깔짝대봐 아주. 제대로 초전박살이다.
김윤혜 : 고마워.
권대웅 : (좋아 쳐다보며,) 진짜? 그럼 완전 팬다.
김윤혜 : (쓸쓸히 마주 보며,) 니 덕에 살만했어. 니가 나… 사람 대접해줘서.
권대웅 : 야, 거야… 당연히 니가 사람이지, 여자 사람… (더 할 말 못 찾아,) …
윤혜, 희미하게 미소 지어 보이는데, 대웅은 여전히 속상하다.
58. 윤혜 집 _ 안방 / 아침
윤혜, 맥없이 걸어 들어와 화장대 옆에 앉아 방을 둘러보는데 유독 텅 빈 것 같다.
윤혜, 머리에 꽂은 (흰)핀을 빼고는 화장대 서랍을 여는데, 서랍 안에 흰 손수건으로 싸여 있는 것이 보인다.
윤혜, 멍한 얼굴로 그 손수건을 꺼내 펴 보면,
통장용 비닐 커버 안에 통장, 도장, 그리고 오래된 낡은 금반지가 들어 있다.
윤혜, 꺼내려고 잡아당기는데, 안에서 흰 종이쪽지가 툭 떨어진다.
윤혜, 종이쪽지를 들어 펼쳐 보면, 삐뚤빼뚤 쓴 할머니의 메모다.
‘김윤혜 보아라 너는 잘못하지 안했다 니 갈길 가라 괜찬타’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
뚝 뚝 눈물만 흘리던 윤혜, 그 쪽지를 부여잡고 엉엉 운다.
59. 재광 원룸 / 오후
마치 곧 이사 갈 사람처럼 상자들만 쌓여 있고,
그 사이사이로 노트북, 카메라, 옷 몇 가지, 그리고 액자들 보이는 어수선한 방,
침낭 돌돌 만 채 바닥에 누워 자던 재광, 전화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깬다.
재광, 얼른 몸 일으켜 전화기를 찾는데, 부엌 쪽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재광, 일어나 휘척휘척 다가가 전화기를 들어 발신자 보는데, ‘사무실’.
재광, 받지 않고 그대로 다시 내려놓더니, 돌아서 냉장고 문을 연다.
냉장고에서 물 꺼내 병째 입대고 마시던 재광, 테이블 위에 자동차 키, 동전들과 함께 놓인 (윤혜가 찍은) 스티커 사진을 본다.
재광, 맘이 확 아파져 외면하다, 사진 집어 냉동실에 툭 집어넣고는 쿵 닫는다.
60. 윤혜 집 _ 안방 / 낮
화장대 닦다가 아래 서랍 열어 물건들 꺼내 올려놓는데, 안쪽에 상자가 하나 보인다.
윤혜, 그 상자 꺼내 열어보면, 100원짜리 동전들이 가득이다.
[Insert] 2부. 씬16. 윤혜집 _ 거실 겸 부엌 / 오전
윤혜의 손을 잡아 손그릇을 만든 재광, 봉투를 꺼내더니 조르륵 9,900원을 윤혜 손에 쏟는다.
[현재]
윤혜, 그 동전들을 가만히 만져 보더니, 상자 뚜껑 도로 덮더니,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일어나 나간다.
잠시 후, 다시 들어온 윤혜, 버린 상자를 쓰레기통에서 다시 꺼내 화장대 서랍에 넣는다.
61. 술집 / 밤
재광, 멍한 얼굴로 혼자 소주 마시고 있다.
62.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밤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아 우걱우걱 밥을 먹는 윤혜, 밥 한 숟가락 더 떠 넣고 씹다가, 문득 운다.
63. 절 앞 / 아침
재민의 천도제 지내러, 재광과 신 여사, 걸어오다 보면,
저 쪽에서 기다리던 검은 옷 입은 강 목수와 경자 언니, 목례한다.
신 여사, 그들을 째려 보다 재광을 보면,
한재광 : 제가 오라고 했어요.
신 여사, 못마땅하지만 대꾸 안 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재광, 강 목수와 경자 언니에게 고개 끄덕여 보인다.
64. 윤혜 집 _ 안방 / 아침
햇살이 들어와 방바닥을 비춘다.
햇살을 살짝 비껴 오도카니 앉아 있는 윤혜 옆 바닥에 동전이 든 상자 놓여 있고,
윤혜, 햇살 아래 동전들을 바닥에 탑처럼 하나하나 쌓고 있다.
어느 정도 쌓인 동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데,
윤혜, 조심스레 하나를 더 얹더니, 그냥 툭 쳐 흐트러뜨린다.
윤혜, 흐트러진 동전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하나씩 쌓기 시작한다.
65. 절 앞 / 아침
재광과 강 목수, 차를 뒤에 두고 좀 떨어진 채 나란히 서 있다.
강 목수 : 고마워요, 불러줘서.
한재광 : … 형이 안심했을 거예요.
강 목수 : … (한숨 쉬다 문득) 기다릴 텐데… 그게 마지막 말이었대요.
한재광 : ? …
강 목수 : 김주평이 그랬다네요, 형이 죽어가면서… 기다릴 텐데… 그랬다고…
한재광 : (쿵! 가슴이 내려앉고,) …
강 목수 : …
[Insert] 씬43. 병원 _ 복도 / 아침
한재광 : (나가다 돌아보며,) 금방 와요, 기다려요.
어쩐지 불안한 얼굴로 재광을 쳐다보는 윤혜.
[현재]
재광, 착잡했던 마음이 먹먹해 진다.
66. 술집 앞 / 저녁
술 무지하게 마신 재광, 휘청거리며 술집에서 나오, 전화기 꺼내 빤히 쳐다보다 그냥 도로 집어넣고는 걸어간다.
풀어져 걷는 재광 앞쪽에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뛰어오다가 재광과 탁 부딪혔는데,
아랑곳 않고 그냥 막 뛰어간다.
재광, 뛰어가는 여자아이의 뒷모습 한참을 본다.
김윤혜e : 왜 뒷모습만 찍어요?
재광, 문득 몸 돌려 큰 길 쪽으로 뛰어간다.
67. 도로 _ 택시 안 / 저녁
재광, 택시에 올라타 문 닫으며,
한재광 : 전주요!
기사 : (돌아보며,) 어디요?
한재광 : 전주요, 전북 전주!
기사, 진짜?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면, 재광, 취한 채 들뜬 얼굴이다.
68. 윤혜 집 앞 / 밤
재광, 윤혜 집 대문 옆에 기댄 채 쭈그리고 앉아 졸고 있다.
골목 아래서 비닐 봉투 들고 걸어 올라오던 윤혜, 멈칫 한다.
윤혜, 조심스럽게 다가와 자는 재광을 보다 대문을 열면,
재광, 문득 깨어 윤혜를 올려다보더니, 벌떡 일어난다.
윤혜, 그런 재광을 보다가 그냥 대문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재광, 들어가는 윤혜를 붙잡지 못한 채, 뚱하게 모로 서 있는데,
잠시 후, 대문 다시 열리고 윤혜, 내다보며,
김윤혜 : 잘 데 있어요?
재광, 멀뚱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69.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밤
재광, 뻘쭘하고 어색해 하며 서 있는데, 집안이 많이 썰렁해 몸이 춥다.
윤혜, 비닐 봉투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재광, 집안을 둘러보는데, 휑하니 더 삭막해진 느낌이라 맘이 아프다.
재광, 비닐 봉투 안 슬쩍 보면, 컵라면이 잔뜩 들어 있다.
코트 벗고 안에서 나온 윤혜를 본 재광, 비닐 봉투 가리키며,
한재광 : 이거… 지금 먹을 거예요?
윤혜, 재광을 빤히 본다.
[시간경과]
밥상 가운데, 김치가 한 접시 놓여 있고,
재광과 윤혜, 마주 앉아 젓가락 든 채, 각자의 컵라면 뚜껑을 손바닥으로 막고 있다.
한재광 : (윤혜 눈치 보며,) 잘 지냈어요?
김윤혜 : 아뇨.
한재광 : 나도…
김윤혜 : …
한재광 : (집 둘러보며,) 썰렁하네, 보일러 좀 더 돌려야겠다.
김윤혜 : … 돌려도 똑같아요.
한재광 : … (욱신 마음이 아파 윤혜를 빤히 보다,) 자주 보나, 그 해병대는?
김윤혜 : (피식 웃는다.)
한재광 : (라면 뚜껑 열어 젓가락으로 휘저으며,) 이름이 뭐예요, 해병대?
김윤혜 : (뚜껑 열며,) 권대웅.
한재광 : (한 입 먹고는 무심하게 김치 집으며,) 내 이름은 알아요?
김윤혜 : … (끄덕끄덕)
한재광 : 뭔데요?
김윤혜 : (쳐다보지 않고 라면만 먹다가,) 근데… 왜 왔어요?
한재광 : (데면데면하게,) 뻔하지 뭐… 보구 싶으니까…
김윤혜 : (울컥!) …
한재광 : … 미안해요, 할머니께도 그렇구…
김윤혜 : (고개 숙인 채 라면만 먹으면,) …
한재광 : 나 좀 봐요, 미안하다니까.
김윤혜 : (보며 달래듯) 어서 먹어요, 라면 불어.
한재광 : … 안 받아 주는 거예요, 내 사과?
김윤혜 : … 못 받는 거 알잖아요.
한재광 : …
김윤혜 : …
한재광 : (속상해) 저기요… 아빠… 죄가 왜 큰 줄 알아요?
김윤혜 : (멈칫!) …
한재광 : 아빠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형 딱 하난데… 세상에 없거든요, 그래서 큰 거예요.
김윤혜 : …
한재광 : … 당신은 누가 용서해요?
김윤혜 : … (이제서 고개 들어 재광을 본다.)
한재광 : 모르겠죠?… 당연히 모르지. 용서할 사람이 없으니까. 죄를 짓지 않았거든요, 당신은.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구.
김윤혜 : (울컥 한다.) …
한재광 :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화내야 맞는 거라구요. 금방 온다더니 비겁하게 내빼놓구
이제와 보구 싶다구 한밤중에 쳐들어 온 내가 잘못한 거라구요.
김윤혜 : …
한재광 : 지금은 내가 사과하고, 당신이 날… 용서해줘야 하는 거라구. 당신은 누구 딸이기 전에, 그냥, 당신이라구.
내가 보구 싶어서 죽을 것 같았던 바로 그 여자라구요. 그러니까 이딴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지도 말고,
보일러도 팡팡 // (돌리고!)
윤혜,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면,
재광, 문득 말을 멈추고 그런 윤혜를 안쓰러운 눈으로 본다.
70. 윤혜 집 _ 안방 / 밤
가운데 이불 깔려 있고, 재광과 윤혜, 문에 벽에 각자 따로 기대 앉아 있다.
방 안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가득이다.
[시간경과] /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재광, 어느새 이불에 몸 누인 채 잠에 곯아떨어져 있고,
윤혜, 무릎에 얼굴 묻은 채 벽에 기대 자고 있다.
문득 눈을 반짝 뜬 윤혜, 고개 들어 자는 재광을 본다.
윤혜, 가만히 다가가, 자는 재광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고개를 돌리고는 조용히 일어나 나간다.
자는 척 하고 있던 재광, 눈을 살짝 뜨고는 후흐… 긴장했던 숨을 내쉬는데,
갑자기 윤혜, 안쪽으로 고개를 쏙 디밀고는 들여다보더니,
김윤혜 : 우리 거기 갈래요?
한재광 : (놀라) ?
윤혜, 빙긋 웃고, 재광, 여전히 긴장해 빤히 쳐다만 본다.
71. 유원지 _ 호숫가 / 아침
잔잔한 아침 호수.
재광과 윤혜, 나란히 걸어 들어오고 있다.
한재광 : (호수를 보더니,) 좋네, 같이 오니까.
김윤혜 : (빙긋 웃기만,) …
한재광 : (우뚝 멈춰 호수를 보더니,) … 나 알았어요, 왜 내가 뒷모습만 찍는지…
김윤혜 : …?
한재광 : 잡고 싶어서… 등보이고 떠나는 사람 잡고 싶어서요…
김윤혜 : …
한재광 : 그래서 붙잡으러 왔어요… (애써 밝게,) 나랑 연애할래요?
김윤혜 : (빤히 쳐다보다, 담담하게,) 아뇨.
한재광 : … (쓱 베인 것 같지만, 참으며,) 그럼… 시간 지나면… 그래서 그 모든 게 먼 일처럼 느껴지면… 그땐 할래요?
김윤혜 : (억지로 빙긋 웃으며,) 아뇨.
한재광 : 다 잊혀지면 사귀자는데 그것도 안 돼요?
김윤혜 : 네.
한재광 : (떼쓰듯 쳐다보면,) …
김윤혜 : … (애써 밝게) 내 타입 아니에요,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남자.
한재광 : (맘 아파 과장되게 발끈,) 애처럼 허옇기만 한 여자도 내 타입 아니다, 뭐.
김윤혜 : (약간 목 메여, 흠… 하며,) 여자관계 복잡해 보이는 남자도 별루고.
한재광 : (맥없이,) 고집 센 여자, 매력 없어요.
김윤혜 : 직업두 불안정하잖아, 그게 제일 걸려.
한재광 : (속 너무 아프지만, 애써 담담,) S라인도 아니면서… (따지듯) 진짜 나 차는 거예요?
김윤혜 : (뭐… 끄덕끄덕) …
재광, 골 잔뜩 난 아이처럼 울 것 같은 얼굴로 윤혜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김윤혜 : (재광 보며,) 왜요?
한재광 : 진짜 연애한 거 같아서.
김윤혜 : (빤히 보더니, 강조해,) 연애… 했어요, 우리. 방금 나한테 채인 거구.
한재광 : …!
재광, 맘 아파 고개 돌려 호수를 보면, 윤혜, 담담한 얼굴로 호수를 본다.
겨울이 끝나가는 호숫가에서 마주 선 채 호수 먼 곳을 보고 있는 두 사람.
재광, 고개 돌려 윤혜를 보면, 윤혜, 마주보며, 끄덕끄덕 한다.
한재광 : … (겨우 결심하고,) 먼저 가요.
윤혜, 빤히 바라보다, 손을 쑥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
재광, 그 손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 내밀어 마주 잡는다.
김윤혜 : (또박또박) 한. 재. 광… (애써 방긋 웃으며,) 잘 가…
한재광 : (울컥 하는 마음 참으며,) … 잘 살아, 김윤혜!
윤혜와 재광, 울 듯 말 듯 한 얼굴로, 악수한 채 서로를 쳐다본다.
윤혜, 잡은 손 놓고 돌아서면, 재광,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호수만 본다.
주먹 쥐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윤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호수만 보던 재광,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애써 참느라 몸 숙이고 양손으로 양 무릎을 짚고 선다.
걸어가는 윤혜와, 무릎 짚은 채 서 있는 재광 뒤로 호수는 잔잔하다.
F.O
72. 오목대 주역각 + 호숫가 / 아침 (몽타주)
모두 텅 비었고, 봄기운이 돈다.
73. 윤혜 집 _ 안방 / 아침
햇살이 가득한 방, 잘 차려 입은 윤혜, 나가려고 하다가, 화장대 위에 놓인 (동전 든) 상자를 열어 동전들을 빤히 본다.
윤혜, 망설이다 뚜껑 열어 동전 몇 개 꺼내 지갑에 넣고는 나간다.
74. 구치소 _ 면회실 / 아침
윤혜, 단정히 앉아 있고, 면회창 너머에는 주평이 초췌한 얼굴로 앉아 있다.
김주평 : 이사는… 진짜 안 간다구?
김윤혜 : … 네.
김주평 : (걱정스레 쳐다보며,) …
김윤혜 : … (쳐다보다,) 그만 갈게요. (일어나면서,)
김주평 : … (아쉬워 눈치 보며,) 또… 올 거지?
김윤혜 : (담담히,) 오고 싶음 오고, 오기 싫음 안 오고…
김주평 : … (몸을 웅크리고,) …
김윤혜 : 그렇게 살까… 해요, 이제부터.
주평, 윤혜를 쳐다도 못 보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
윤혜, 원망스럽고 아프기도 한 마음 감추려 최대한 담담히 아빠를 쳐다본다.
75. 재광 원룸 / 낮
방 정리 중인 재광, 바닥에 있는 쓰레기들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넣더니, 침낭을 들어 빤히 쳐다보다,
작정한 듯 쓰레기봉투에 욱욱 구겨 넣는다.
전화벨 울려 받으며,
한재광 : 어, 상아야.
주상아 : 왜 통 연락이 없어, 전시회 사진 안 줄 거야? 뭐해 지금?
한재광 : (쓰레기봉투 든 채 자리 옮기며 쓰레기들 주워 담으며,) 방 치우고 있어.
주상아 : 어쩐 일이야 방을 다 치우구.
한재광 : (냉장고 근처까지 가서 쓰레기 넣으며,) 채였거든, 여자한테.
주상아 : … 야… 니가 연애를 하긴 했구나. 대체 어떤 여자니?
재광, 냉장고를 빤히 보더니 냉동고 문을 연다.
재광, 냉동고 안에 있는 윤혜의 스티커 사진 꺼내 빤히 쳐다보더니,
한재광 : 그냥… 평범한 여자…
재광, 냉동실 문을 닫는다.
76. 햄버거 가게 / 낮
윤혜, 카운터에서 지갑을 열어 천 원짜리 몇 개를 내고, 손에 쥔 동전을 빤히 바라보더니 내고는,
햄버거 접시 받아 들고 자리로 온다.
윤혜, (재광이 앉았던) 앞자리를 빤히 본다.
윤혜, 접시에 놓인 햄버거를 꾹꾹 누르려다 말고, 조심스레 포장을 뜯어본다.
윤혜, 햄버거를 빤히 보다, 용감하게 입을 크게 벌려 한입 물어 꼭꼭 씹어 먹는다.
77. 골목 + 전주 시내 _ 가게 근처 / 낮 (교차편집)
- (어딘가) 골목,
재광, 꼬마들 쪼르륵 세워 놓고,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들, 몸 돌려 막 장난치면,
- 전주 시내 _ 가게 근처,
윤혜, 길 건너에서 ‘아르바이트 구함’, 전단이 붙어 있는 가게를 보고 있다.
망설이던 윤혜, 후… 심호흡 한 번 하더니, 가게 쪽으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밝아지는 윤혜의 얼굴.
- (어딘가) 골목,
재광, 꼬마들 향해,
한재광e : 자, 여기 보시고. (찰칵!)
- 전주 시내 _ 가게 근처,
활짝 웃는 윤혜 얼굴 Still.
- 4부 끝.
첫댓글 소중한 자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