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 출
cha -1- 은의恩義를 광시廣施하라 인생하처 불상봉人生何處不相逢이니 수원讐怨을 막결莫決하라 노봉협처路逢狹處에 난회피難回避니라 은혜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언제 어디서 만나지 않으랴 원수를 만들지 마라 좁은 길목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려우니라 이는 명심보감 계선편繼善篇에 있는말이다
사람은 살아있는한 어디서든지 언젠가는 만나게 마련이다 꼭 맞는말은 아니겠지만 어쩌면 살다보면 이미 잊고 생각지도 않던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래전 한직장에서 오랫동안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지인을 아주 오랜만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서로 반갑게 손을 잡으며 이야기 도중 마침 점심때도 되였고 서로가 그리 바쁜일이 없어 가까이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과 더부러 소주한잔 하며 허심탄회하게 옛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연히 들린 식당이건만 각종 방송국의 매스컴 탓인지 넓은 홀은 빈자리 없이 꽉차있고 여기저기 유명탈렌트나 가수들의 지나간 흔적으로 사진과 싸인이 깔끔한 식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어지럽게 붙어있다 바로앞 맞은편 좌석에는 아줌마 넷이서 점심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한 아줌마가 나를 자꾸 바라본다 어쩐지 낯익은 얼굴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어디 이세상에 비슷한 사람이 한둘일가 아무 생각없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신발을 신으려는데 바로 그아줌마가 뒤 따라 나온다
- 혹시 저모르세요 저 현숙인데요 - - 오라 어쩐지 많이 본듯한 얼굴이라 생각 했는데 역시 현숙씨 - 그냥 스치고 지날번 했던 현숙이는 그옛날 얼굴에 솜털이 뽀숭뽀숭한 소녀가 아닌 중년의 여인으로 내앞에 서있는것이다 - 아이 선생님 현숙씨라고 하지말고 그냥 부르기 쉽게 현숙이라고 불러요 그래야 훨씬 편하죠 - - 그럴가 그래도 실례가 되지 않을가 옛날의 현숙이가 이렇게 많이 변하다니 ! -
둘이는 식당에서 나와 조용한 까페 한구석에서 마주 앉아 얼굴을 바라보며 옛날을 생각하고 있었다 -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신랑은 잘만났고 아이들은 몇이나 되며 어디서 살고있지 ? - - 아이 선생님도 우리 그런얘기는 하지 말아요 지나간 얘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텐데 ! 않그래요? - - 그래 그럴수 있겠군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올때 정문밖까지 따라나와 눈물을 글성이며 손을 흔들었지 - - 맞아요 그땐 선생님을 다시는 못만날것 같아 얼마나 섭섭하고 서운했는지 몰라요 - - 그랬어 ?- - 그래서 누구가 보든말든 아무도 없는 변소에 들어가 한참을 울고 나오는데 눈이 퉁퉁 부어있는 내모습을 본 전무님이 조용히 부르시잖아요 - - ? - - 너무 서운해 하지 마라 ! 살다보면 좋은사람과도 언젠가는 헤어질수도 있어 ! 그게 세상사야 ! 그사람 많이 좋아 했나 보구나 -
현숙이는 회사에서 가장 어리고도 가장 예뻣다 어머니도 모르고 홀아버지 손에서 자라다가 지난해 아버지는 더이상 견디기가 어려웠든지 여자애가 하나딸린 여자와 재혼을 하였고 가난한 아버지 밑에서 현숙이는 초등학교를 겨우나오고 중학교도 못다니였다 나이 열일곱 !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취직한곳이 K전자였다 솜털이 뽀숭뽀숭한 앳띈 얼굴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내가 근무하던 부서의 가장 막내동이 현숙이가 일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조용한 시간을 이용하여 어깨를 다독여 준것을 못내 잊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대다수 예민한 여자애들은 나와 현숙이를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았고 오해를 받기도 했다 얼마 않되는 월급을 매달 아버지에게 꼬박꼬박 송금하는것을 스스로 저축하라고 했고 비록 학교는 다니지 못했어도 시간이 나는대로 독서를 하므로서 지식과 지혜를 터득 하라고 일러주면서 가지고 있던 여러권의 책을 주기도 했다 못배운것을 지나치게 의식하지말고 나도 그들 못지않게 무엇이든지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 했다
현숙이는 낯서른 세상속에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이야기가 삶에 의욕을 갖게 해준 남자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믿고 의지하고싶은 사람이였다 그러나 어느날 막상 떠나가는 그를 보자 이땅에서 다시는 볼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숨이 막힐것 같이 답답하고 앞이 캄캄하였다 어쩌면 그분의 어깨에 평생을 기대고 사랑하며 그분을 위해 아침저녁을 준비하면서 봉사하면서 살수는 없을가 세상사가 너무나 억울하고 모질게 느껴젔다
- 제가 아파서 저를업고 병원으로 뛰어 갈때는 마치 아빠등과 같이 따뜻했고 저를 부축하여 돌아올때는 너무나 편안하고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살아가는게 서러울때는 힘이 되어준 선생님을 꼭 한번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많은 기도를 했죠 - 현숙이는 식어가는 커피를 앞에놓고 빤히 바라본다 - 그때는 현숙이가 꿈이 너무 많은데다가 의지할데 없는 외로움으로 그랬을거야 - - 저 집이 가평이에요 언제든 시간이 있으시면 오세요 단 걸음에 뛰어나갈테니까요 - 내 핸드폰에 현숙이가 아닌 소녀라는 이름으로 전화번호를 찍어 놓는다
cha-2 상봉역에서 춘천으로 가는 전철은 배낭멘 사람들과 여행인들로 인하여 몹시나 복잡하였지만 그래도 다행히 자리를 잡아 편안하게 갈수가 있었다 청평역에서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현숙이를 만났다 제법 무거워보이는 배낭을 메고 화사한 등산복으로 말쑥하게 차려입고 녹색 테안경을 쓴 현숙이는 마치 소녀처럼 들떠있었고 얼굴은 복숭아꽃처럼 활짝피어나 있었다
청평을 지나노라니 옛날 고등학교때 은사인 방경근 선생님이 떠오른다 키가 작달막하고 목소리가 때릉때릉하였으며 야므지게 생긴 분이셨다 그분의 인솔로 청평발전소를 견학하였고 그분의 부탁으로 그중 몇몇은 이곳 발전소에서 일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나도 그중에 한사람이였다 발전소 소장과는 동문관계로 왜 발바닥이 넓어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증명하고있다
예로부터 손은 안으로 굽지 뒤로굽지 않는다고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세상사는 꾸준히 바뀌어 왔다 발전실로 들어가니 정신이 없다 기계소리가 고막을 째는것 같아서 되짚어 나왔다 나하고는 도저히 궁합을 이룰수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어쩌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박차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방경근 선생님은 나에게는 끊을수없는 은사이기도 하고 자주 조언을 해주시는 이유로 오랜동안 사제의 맥을 이어왔다
석봉! 분명 누군가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뒤돌아보니 이병태이다 이병태는 나보다 네살이 위인 같은 직장에서 일하든 사장님의 기사였다 우악스레 생긴 모습에 힘이 좋았고 가끔가다 뒤퉁수를 잘치는 사람으로 출근하면 매일처럼 마주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불가근不可近이라고 경이원지敬而遠之하며 조심스럽게지내온 사이였다 아내와같이 호명호에 간다며 자기깐에는 굉장히 반가워 한다 그럴수있다 오랜만이니까
- 누구야 ! 부인은 아닌것 같은데 석봉은 재주가 좋아 어떻게 젊고 예쁜 여인을 꼬시어 데리구 다녀 - 전에는 전혀 농담이나 헛소리를 않하던 그가 농담을 건넨다 오랜만에 듣는 농담이지만 별로 싫지않아 고개를 끄덕이자 어깨를 툭 치더니 부인과 함께 어디론지 사라진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통하여 오늘의 외출소식이 돌아오게 될것이다 호명호로 가는 버스는 발디딜 틈없이 복잡하고 현숙이는 무게운 배낭을 메고 땀을 흘리고있다 잠시후 호명호를 올라가니 과연 백두산 천지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호수가 햇빛에 반짝인다
호명호虎鳴湖 ! 위치는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상천리 산 396-1 면적은150,000평방m 주변에 1.7km의 둘레로 조성된 국내최초의 양수식발전소인 청평야수 발전소의 상부 저수지로 호명산의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저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하는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산아래로 길게 펼처진 계곡이나 잘정돈된 호수주변 또한 가슴을 시원스레 트이게 한다
양지언덕에 앞이 확트인 아담한 최달수 부부 갤러리 에는 보기드물게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좋은 작품이 아주 인상적이다 [여기 석봉이가 다녀갑니다 ] 방명록을 찾아 싸인을 하자 따끈한 커피를 쟁반에 바처 들고 나오던 부인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백지 한장을 펼처놓는다 - 여기 휘호한장 남겨주세요 싸인하시는것을 보아하니 무언가 느낌이 오네요 - -글쎄요 많이 부족하지만 이해하여 주십시요 -
[심청사달 心 淸 事 達 ] 마음이 맑으면 모든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마음이 맑으려면 탐욕이라는 때와 화냄이라는 얼룩 어리석음이라는 먼지를 말끔히 씻어내야한다 이곳이라면 탐욕과 화냄과 어리석음을 씻어내는데 손색이 전혀 없을것 같은 생각에 붓을 들었다 낙관이 준비가 되어있지않아서 간단히 싸인하고 손도장으로 대신했다
최달수의 구렛나루는 언제 면도를 했는지 온통 얼굴은 수염으로 가려있어 나이를 가늠할수 없으나 옆에 같이있는 부인으로 보아 사십대 중반은 넘은것 같다 과연 미녀와 야수가 따로없다 - 역시 생각했던 그대로네요 아주 좋아요 - 미인답게 마주 잡은손이 부드럽고 촉촉한느낌이다 - 어머 멋있어요 선생님 - 현숙이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를 터트리고 있다
- 하기야 전부터도 잘쓰셨죠- 처음에는 40여명의 직원이 일하던 조그마한 K전자는 차츰 늘어나는 생산량으로 많은 직원이 증원되였고 회사도 다시 커다랗게 신축하였다 이때 전무님을 따라서 목재소에 가서 나무를 사다가 제작하고 휘호하여 목각까지 마치어 현판식을 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든 사장 전무를 비롯하여 온직원이 환호하였고 현판식을 기념하기 위하여 하루종일 시험실의 스피카를 마당 한복판에 달아놓고 샹하이 트위스트나 부베의 여인의 노래에 마추어 한바탕 어울려 춤추고 놀던 그때를 기억하는 것이다 - 그때를 기억하고있군 - - 그래요 선생님 - 빤히 올려다 보는 현숙이의 화사한 얼굴이 햇빛에 반사되여 눈부시다
호수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둘러앉아서 자리를 깔고 즐기는 이들이 많다 우리도 푸른 잔디위에서 배낭을 풀고 마주앉아 원앙이 물장구치고 거북이가 헤엄치는 호수를 내려다 보며 현숙이가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술잔을 부딪친다 눈부신 햇살이 호수면을 수놓고 은빛 비늘은 마치 은하수가 쏟아저 내린것과 같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으로 현숙이의 이마에 늘어진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여기 오신 분들 ! 나물이나 풀들은 채취하지 마시고 자연에 일체의 손을 대지 마십시요] 여기저기 팻말이 붙어있건만 나물을 뜯고 심지어 조약돌 주워 배낭에 슬쩍하는 사람들이 이따금 보인다 우리나라 교육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평균 지성수준은 고등 수준이라 하는데 여기오니 약간은 실망스럽다 차편이 순조롭지 못해 계시판에 붙은 식당전화를 연결하여 써빙카로 어둑어둑하여 지는 산그늘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야속한 세월 아무것도 남아있는것이 없건만 문득 잊어버리고 스처지나간 사람 ! 생각나고 보고싶은것은 가을이기 때문이 아닐가 하루해가 저물어 갈때의 저녁 노을이 더없이 아름답고 아쉬워 발길을 돌리지 못할때 곁에서 풍기는 분내음이 더욱 짙은것같다 - 이거 어쩌지 남의 아름다운 부인과 좋은 하루를 보내어서 낭군에게는 너무나 미안하군 - - 어머 선생님도 무슨 말씀을 ! 자주오시고 전화도 자주 주세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 헤여지기가 싫은지 잡은손을 놓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떠나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보자니 또하루가 이렇게 지나감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cha-3- -어머 선생님 ! 안녕하세요 선생님 전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기다리다 지치겠어요 ! - 수화기 너머로 현숙이의 간드러진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무료하든 차에 나드리나 할가 하다가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아침일찍 나섰다 현숙이가 미리 에쿠스vs380을 가지고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전철에서 내리는 나를 보자 활짝 웃음을 띄우며 두손으로 목을 감싼다 향긋한 오이향 내음이 바람결에 콧가에 가볍게 스친다 삼척으로 향하여 가는길은 노상 주차장을 방불케하고있다 요지음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애매하게도 여행사가 죄인이 되였다
국민 모두가 슬픔에 빠저있는데 나몰라라 하며 여행이나 즐기느냐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슬픔에만 빠저 생계가 위협받는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지나친 가혹이 아닌기 싶다 슬픔은 마음속에 묻고 살기위해서는 자유스러운 알상으로 돌아가는것이 마땅하지 않을가 생각된다 예전같으면 관광버스가 요란한 뽕작을 틀고 관광객은 광란의 도가니에서 미치고 있을텐데 워낙이 모든국민이 하나같이 슬픔에 빠저 너나없이 자제하고 몸을 근신하는것이다 관광버스는 보기 드물고 대신 자가용 관광객이 길을 메꾸다 보니 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미끄러운 언덕길을 오르듯 엉금엉금 기다시피가고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하는것은 도리이며 인간의 양심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애닳픔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해주는 것으로 더이상의 더무엇을 할가 그렇다고 해서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빠듯한 생계업에 매달린 관광업 종사자들에게 지나친 자제를 요구하는것은 재고할 일이 아닌가싶다
부모를 떠나 보내고도 삼일이 지나면 아픔을 묻고 생업으로 돌아가야 하거늘 하늘에서 내린 재앙이나 되는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울고불고 하는것이 망자에 대하여 얼마나 위로가 될가 또한 이걸 빌미로 해서 가장 선한척 가장 죄인인척 하며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들의 위선은 오히려 역겨움만 더해준다 저걸 가리켜 자신을 가장假裝시키는 철면피라 부른다
길 가운데로 뻥튀기 오징어 장사들이 오가며 더욱 교통혼잡을 부추긴다 주전부리로 지루한 시간을 달래며 평소 3시간이면 가든길을 자그마치 9시간이 넘어 삼척에 도착되였다 삼척항에 나가니 시원한 바람과 더부러 하얀 물보라가 튕기어 얼굴을 스칠때마다 비릿한 내음이 풍긴다 하이원추추 파크에 들가서 짐을풀고 태백의 맛집 갈비집에서 포장해온 식사와 함께 맥주잔을 부딪친다 - 꿈만 같아요 선생님과 이렇게 있으니 - 바싹 닥아와 또랑또랑한 눈으로 바라본다 앳띠고 초랑초랑하든 옛날의 현숙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든다 - 그래요? -
다음날 아침 07:10분 옆방에서 자든 현숙이가 어느새 곱게 화장을 마치고 문을 두드린다 -오랜만에 푹 잠잘잤군 -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마치 아침 일찍 출근하려는 남편의 아침밥상을 차리려고 행주치마에 물묻은손을 씻는 여인과 같은 느낌이다 찬란한 아침햇살이 마구 쏟아지는 아침이다
일정이 대금굴이었지만 여기는 예약이 없으면 관광할수가 없다 환선굴은 당일 예매하면 되지만 대금굴은 최소한 6개월의 예약이 꽉차있다는 이유로 해서 죽서루로 향한다 이곳 죽서루는 보물 213호로 관동팔경중의 하나로 바닷가에 접하지 않은 유일한 누각이다 관동지방의 이름난 여덟곳의 경승지로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평해의 월송정, 간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을 관동팔경이라 말한다 여기는 수차례 들린 예가 있어 큰의미를 부여치 못해 해신공원으로 차를 돌린다
해신당과 애바위 전설 ! 아주오랜 옛날 심한 봄가믐으로 산천은 헐벗고 백성들은 굶기를 밥먹듯 하던시절 이곳 어촌마을 신남리도 예외가 아니여서 당장 봄철을 넘기기가 어려운 처지였다 어느날 같은마을에 사는 처녀가 장래를 약속한 이웃 총각에게 나물 뜯으러 돌섬 마을 북동쪽 약 1km지점의 바다가운데 있는 작은섬에 가겠으니 배를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총각은 돌섬에 처녀를 내려주면서 해지기전에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한후 뭍으로 나와 밭일에 열중하였고 처녀는 바다 나물을 열심히 뜯다보니 어느덧 해가 중천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다가 높은 파도를 일기 시작해 저녁이 지나가고 밤이와도 바다를 뒤집을 듯한 심한 풍랑때문에 총각은 약속대로 배를 띄울수가 없어 안타까운 심정으로 밤을 새웠고 다음날 새벽녘 겨우 파도가 수그러 들었으나 돌섬에서는 처녀의 모습은 찾을수가없었다
처녀가 죽은뒤 부터 신남리 마을에는 고기가 잡히지 않을뿐 아니라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풍랑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고가 자주 생겼다 온마을에 애쓰다 죽은 처녀의 원혼때문이라는 뒤숭숭한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어느날 총각은 꿈에 산발을 하고 나타나 원혼을 달래달라는 처녀의 하소연을 듣고 다음날 당장 향나무로 남근男根을 깎아 신수神樹에 매달고 처녀의 혼을 위로해 정성을 들이여 제사를 올렸는데 그후부터 신기하게 총각에게는 고기가 많이 잡혔다 그이야기를 전해들은 마을 사람들은 고기가 잡히지 않은것이 애쓰다 죽은 처녀의 원혼때문이라 믿고 나무로 남근을 깎아 해신당 신수에 매달고 마을 공동으로 해신당에서 치성을 올리게 되였으며 돌섬의 이름을 높은 파도에 휩쓸리면서 살려고 애쓰다 죽었다하여 애바위 라고 불렀다
지금도 매년 두차례 음력 정월 대보름과 시월 첫 오일午日에 제사를 올리는 마을 행사가 전통행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해신당 일대를 성민속性民俗마을이라 하여 유명작가들의 대형 남근 조각들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볼수가 있다 공원을 지나노라니 크고 작은 남근 조각들이 아주 많이 널려있고 군데 군데에는 남근조각을 올라 타고 앉아서 남근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활짝 미소를 짓는 여인들을 쉽게 볼수가 있었다
- 어쩌면 그리도 예쁘고 든실할가 - 지나던 할머니 한분이 큼지막한 남근의 위에 걸터 앉아 귀두龜頭를 쓰다듬으며 쓸쓸히 웃고 있다 얼굴에 주름 한줄 찾아볼수 없는 이할머니는 아마도 하늘에 있는 일찍 떠난 남편을 그리워 하는 것은 아닐가 싶다 -아주 고우시네요 - 너무 쓸쓸해보여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워 한마디 건네자 곁을 가리키고 앉으라며 말동무 하잔다 - 아니 선생님 저 현숙이 질투나겠어요 - 현숙이가 가까이 다가오며 팔장을 낀다 - 아이참 현숙이에게 미안하군 - - 참 좋으시겠어요 어쩜 그리도 부인이 예쁘실가 나도 젊어서는 인물로 한가닥 했는데 - -지금도 할머니 너무너무 예쁘셔요 제가 질투하겠어요 - 현숙이도 끼어든다 - 고마워요 예쁜 공주 마나님 -
할머니는 강화도 교동에서 혼자 왔다며 어디 잘생기고 쓸만한 남자친구 하나 소개해 달래며 농담을 건넨다 둘이는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며 다시 해신공원을 빠저나와 정호항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마신다 - 그 할머니 젊어서는 참으로 예뻣겠어요 선생님이 친구좀 해드리면 어때요 - - 그럴가 - 어느새 또하루의 기우는 햇님이 거리를 재촉하고있다
씨앗은 좋은 흙을 만남으로 해서 싻을 튀우고 고기는 맑은 물을 만나지 않고는 숨을 쉴수가없다 사람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수있다 아직도 계속해 내려오는 길목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에서 세월호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애비 지에미 죽어도 일주일이면 히히덕 거리고 일거리 찾아서 다니면서 슬픔을 잊어 버리거늘 소풍가다 죽은 남의 애들을 위한답시고 가슴이나 가방에 노란 리본이나 달고 다니는 꼴물견들을 보면 구역질이 나서 -
누군가가 한잔술에 얼굴이 벌건해 가지고 누굴 들으라는듯 일장 연설이다 - 망헐누무 새끼들 ! _ 누굴보고 하는 소릴가 마주한 이의 얼굴이 술에 취한 탓인지 붉으스럼하다 -그려 - -간놈들이야 않됐지만 때는 이때다하고 무엇이 그리 고마운지 고맙다고 들쑤시고 다니는 꼴도 꼴이여 - - 에잇 무슨놈의 세상이 -
개한마리가 짖으면 온동네 개가 따라서 정신없이 짖고 난리이다 동물이야 자기 본성인 반사적 모방에 따라 짖는다지만 이유도모르고 건성으로 열을 올리는 이들이 많다 무엇이 과연 국익이고 무엇이 과연 미래세대를 위하는것인지 진정 가릴줄아는 이들에게 박수치는것이 우리들의 지향해야할 덕목이 아닐가 누군가가 마시던 음료수를 휴지통에 던지고 일어나자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여전히 휴게소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들고 나가고 있다
현숙의 변신 ! 책을 많이 읽었다 아주 많이 읽었다 어디에선가 묵언의 지시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선생님이 내게 보내신 사랑의 말씀이자 내가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간이 있을때마다 수불석권手不釋卷이란 단어를 머리속에 입력시키였다 저에게 주신 여러권의 좋은책들을 읽고 또읽고를 반복하다보니 책표지가 낡아빠지도록 읽었으며 이제는 어느책 어느페이지에 무슨글이 있는지 까지 영사기처럼 나타난다
책을 많이 읽자 비록 배우지 못했어도 책을 읽다보면 그속에서 많은 지식과 지혜가 있을 것이다 조금도 주눅을 들지말고 나도 무엇이든지 해낼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자 가르침을 따르자 아니 그분의 뜻인지도 모른다
선생님의 시집도 선생님의 자서전도 읽었다 - 이거 읽어봐 이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한것이지만 재미로 읽어봐 - 선생님의 목소리가 마치 책을 읽으라고 하시는것 같아 지금까지도 내 귓속에 울리고 있다 곱상한 얼굴 적당한키 티한점없이 깨끗한 피부 언제나 밝은미소 부드러운 목소리 어디 한군데 나무랄곳 없는 현숙이 자신이 그리고 그리어 왔던 이상형이였다
고생은 나만의 것도 아니고 외로움도 나만의 것도 아니며 배움에 대한 열의도 나만의 것이 아니였다 배고파서 힘들어서 어려워서 고달파서 외로워서 이모든것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것을 그분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느끼고 깨달았다 그분에게도 숱한 아픔이 있었다 하느님은 나에게 좋은분을 만나게하는 선물을 주시였는데 !
우연한 기회에 학원의 문을 두드리면서 검정고시를 거처 그래도 야간고등학교까지 나오게 된것은 나만의 노력이 아닌 그분의 가르침이 있기에 가능했다 - 월급 타며는 저축을 해요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이기고 현숙이는 현숙이대로 자립해요 - 어쩌면 그분이 들려주신 이한마디가 힘이되고 자리를 만들어 주신것이라 생각된다 정말 나는 독서광이 될거야
선생님은 떠나갔다 나보다도 훨씬 예쁘고 나보다도 훨씬 훌륭하고 나보다도 훨씬 좋은여성을 아내로 맞이 하실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빌자 사랑은 꼭 쟁취하는 것만이 승리가 아니고 그분이 좀더 편하게 되기를 바라는것이 아닐가
새어머니의 친정 조카벌 되는 이와 만났다 처음에는 주저주저 하였지만 아버지의 간곡함과 새어머니의 극성이 결국은 그렇게 되었다 집안이 아주 부유한 장남이자 잘생기고 똑똑하고 직장도 좋고 어디 한군데 군너덕이가 전혀 없는 사람이였다 나에게는 호강이였고 더할수없이 좋은곳이였다 같이 살면서 두딸을 낳았다 남편에게는 부드러움이나 인자스러움 같은것은 코딱지 만큼도 없고 자기 고집만 드러내는 고집불통이였다
잘배우고 가정좋고 직장좋으니 자신과는 잘어울리지 않는다는 자존심이 바위처럼 깊게 박혀있었다 손가락하나 까닥하지 않은채 마치 식모나 하수인 다루듯 하는 그를 더이상 같이하고 살수가 없다고 판단했고 기어히 일을 저질렀다 그럴때마다 그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남남으로 살기로 한것이다 두딸들은 아빠 따라갔고 남은것은 가평에 제법크고 넓은 정원이 있는 집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거라며 상가건물 하나를 주고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가버렸다 돈이 많이 있어서 후덕한것일가 아니면 두딸의 엄마라는 이유에서 일가
늦었지만 여유도 있으니 인생의 피날레는 잘해야지 문화센타의 문을 두드리고 예능도 시작하였다 하고 싶은게 많았다 좋아하던 선생님도 만나서 맛있는 것을 같이 먹고 싶었다 그런 바램이어서 일가 우연찮게 식당에서 그리던 그분을 만났다 눈물이 날것만 같이 반갑고 기뻣다
어쩌면 내뜻을 이루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지나간 긴이야기를 거침없이 말하면서 술잔을 비우는 현숙이를 보자니 연민의 안타까움을 씻을수가 없다 세월은 흐르고 강산은 몇번 바뀌었어도 현숙이의 아름다움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피어나는 꽃과 같다고 하면 과찬이 되지 않을가
그래 그렇게 우리는 어우렁 더우렁 사는 인생이지 윤회와 같은 소풍길 잠시 왔다가는 다시 돌아가는 꿈같은 인생 봄날인가 했는데 꽃이 떨어지고 녹음사이를 걷는 어우렁 더우렁 인간들 원없이 울다가 원없이 지처 쓰러지는 초로같은 삶 미움도 사랑도 그리움도 후회도 봄날의 영화요 한낮의 꿈인걸 그래도 후회는 말고 감사하며 사는거지
사실 나에게는 현숙이와 헤여진후로 현숙이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잠시나마 한직장 한부서에 있으면서 내가 베풀수있는 것도 별로 없었고 그럴 처지도 아니였다 세상물정 모르는 가녀린 소녀에 대한 잠시간의 말동무에 불과했고 예쁜얼굴만을 기억할 뿐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길잡이가 되여주고 싶은 동정에 불과했다
그런데 현숙이는 나와의 만남을 운명으로 여기고 있었던것 같다 그것은 일종의 의지가 아니였을가 그래도 잘살고 행복하였으면 더욱 좋았을걸 ! 둘만의 외출에서 한여인의 인생을 보았고 세상은 어우렁 더우렁 돌아가고 있다는것을 보았다
인생은 외줄기 ! 한곳만 바라보며 사는삶이 또한 행복이 아닐가 오랫동안 같이살아 오면서 어려웁고 고된 삶을 오직 자신이 운명이라 여기며 나만을 바라보는 아내에게서 어머니같은 모습을 발견할때가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느낀다 아내는 어두운 밤길에서 나만을 위해서 등불을 밝히고 있다
- 선생님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 - 나도 - 돌아서는 발길에 마음의 짐이라도 내려놓고 가길 바란다 누구나 살다보면 추억도 미련도 안타까움도 후회도 아쉬움도 있게 마련이다 방황도 게으름도 무질서도 헛발길도 또한 있게 마련이다 오직 산다는것 호흡하고 미소짓고 말하고 귀중한 만남에 의미를 둘뿐이다
우리 아파트 건너편 언덕에 이름모를 꽃이 고운자태를 뽐내며 바람결에 온몸을 흔들고 있다 보고 또 보아도 변함없이 예쁜 꽃이다 이름이 무슨 필요할가 ! 향기가 없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하루 이틀 그리고 또다시 하루 이틀이 지나도 예쁨은 그대로다
아무리 올곧은 사람이라도 바람앞에서는 변하는게 세상사 인데 저꽃은 바람이 불어도 여전히 예쁘다 세월이 지나면 꽃잎도 가녀린 잎새도 떨어지고 그위에 백설의 꽃이 잠시 피웠다가 내년 이맘때쯤은 또다시 아름다움을 가지고 내앞에 나타나겠지 아름다움은 보는것으로 만족하는것이지 꺾는 순간부터는 내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게 아닐가 조용히 눈을 감고 떠나는 현숙이의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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