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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라고 제주섬에 갈 때마다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인심도 변했지만, 풍경이 더 그렇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속도 많이 달라졌다. 出鄕人이 가졌던 그리움은 異邦人이 느끼는 어색함으로 바뀔 때가 많다. 오일장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실 그렇게 된지는 좀 시간이 되었다. 어릴적 어머니 손잡고 가던 그런 오일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정겨울 것 같다. 오늘 신문에 실린 글·사진과 동영상에서 만나본다.
바닷가 시골 장터로 혼저 옵서예! 제주 세화민속오일시장 <조선닷컴> 2016년 4월 6일 5일에 한 번씩 축제처럼 열리는 세화민속오일장 제주 동북부에 하얀 모래톱과 에메랄드 빛 바다를 품은 세화해변이 있다. 평소에는 한적하고 조용한 이곳이 닷새마다 해안도로가 차로 들어찰 만큼 북적거린다. 끝자리 5, 0일에 열리는 세화민속오일시장 때문이다. 주민을 위한 장터지만, 요즘은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좋아 장날이면 사람들이 붐빈다.
△싱싱한 생선들과 활기로 가득찬 세화민속장오일장의 어물전 / 한창 제철을 맞은 레드향과 황금향이 가득한 세화민속오일장
세화민속오일시장은 규모가 아담하지만 싱싱한 채소와 생선, 건어물, 과일, 신발과 의류, 각종 생활용품 등 없는 것이 없는 시골 장터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반듯이 누운 은빛 갈치와 분홍빛 옥돔, 잘 마른 고등어 같은 특산품도 빼놓을 수 없다. 제철을 맞은 황금향과 레드향도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여행자를 유혹한다. 시장에서 직접 고른 물건을 택배로 부쳐주기 때문에 관광객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밝은 웃음으로 손님을 맞는 세화민속오일장의 뻥튀기 아저씨 / 세화민속오일장의 정겨운 시골 풍경인 닭장 코너가 노천에 펼쳐진다
낫과 곡괭이 같은 농기구, 각종 씨앗, 흘러간 가요 테이프, 시장 한쪽을 차지한 닭장과 오리, 강아지 등 도시 재래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도 흥미롭다.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갑자기 '뻥!' 소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난다. 갓 튀겨낸 구수한 뻥튀기 내음에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곳이 제주임을 새삼 깨닫는다. 제주 사투리가 워낙 뭍의 말과 달라 오가는 대화를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다.
△전국에서도 드문 바닷가 바로 옆에서 열리는 장터인 세화민속오일장
세화민속오일시장은 드물게 바다 가까운 곳에서 열린다. 장을 보고 나서면 신비로운 색으로 빛나는 세화해변이 마중하니, 이렇게 아름다운 시장이 어디 또 있을까. 장터 구경에 바닷가 산책은 덤이다. 세화민속오일시장은 오전 8시쯤 시작해서 오후 2~3시면 대부분 정리한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서둘러 오전에 가자. △현대화 된 해녀탈의실을 재현한 해녀박물관의 전시물 / 세화 바다가 한 눈에 잡히는 해녀박물관 전망대
시장 인근에 해녀박물관이 있다. '제주 해녀 문화'가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심의를 앞두고 있어 들러볼 만하다. 세화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해녀박물관은 제주 해녀의 역사, 그들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와 삶을 살펴볼 수 있도록 세심히 꾸며졌다. 전시관에 마련된 영상 스크린을 통해 보는 해녀의 물질 모습이 경이롭다. 그들의 삶을 인터뷰한 영상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해녀관도 있다. 해녀처럼 숨을 참아보기도 하고, 낚싯대로 물고기 낚기 게임을 즐기며 해녀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넓힐 수 있다. 소라 껍데기로 화분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비자림의 아름드리 고목 앞에서 감탄하는 여행자
오후에는 비자림과 용눈이오름을 탐방해보자. 두 곳 모두 세화해변에서 차로 10~15분 거리라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비자림은 수령이 500~800년 된 비자나무가 자생적으로 숲을 이룬 곳이다.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되었으며, 정확한 명칭은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이다. 제각각 기묘한 형태로 자라난 거목이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숲 같다" "<아바타> 촬영지 같다"며 한껏 들떠서 숲길을 걷는다.
△오래된 거목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비자림 / 용눈이오름 정상까지 20분 정도면 닿는다
새소리, 바람 소리와 더불어 신선한 숲 속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숲 한가운데 수령 800년이 넘는 '새천년 비자나무'와 두 나무가 한데 얽혀 자라는 연리목은 이곳 명물이다. 무엇보다 숲길이 평탄해 어린아이나 노인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비자림을 둘러보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린다.
비자림에서 차를 타고 산간 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용눈이오름이 나타난다. 마치 붓을 잡고 한 획으로 그려낸 듯 유려한 곡선미를 뽐내는 용눈이오름은 제주의 수많은 오름 가운데 가장 이름난 곳이다. 드라마 <결혼의 여신>, 영화 <늑대소년>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숨은 비경이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삼둥이가 다녀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용눈이오름은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누구나 오르기 쉽다
용눈이오름은 삼둥이도 쉽게 올랐을 정도로 탐방하기 수월하다. 20분 정도면 정상에 다다르는데, 시원한 전망에 꾸밈없는 제주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까지 선명히 잡히고, 검은 밭담 사이로 겨울에도 푸릇한 제주의 속살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주차 시설과 탐방로가 잘 갖춰져 여행하기 편리하지만, 워낙 바람이 거센 곳이라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다녀야 한다.
△용눈이오름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제주레일바이크
△용눈이오름 아래 초원지대에 펼쳐진 체험 시설인 제주레일바이크 / 천연의 자연을 누비며 달리는 제주레일바이크
용눈이오름 아래 초원 지대를 누비는 제주레일바이크는 제주의 자연을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이다. 드넓은 초원을 천천히 달리며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풍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2~4명이 탑승하는 바이크는 출발과 도착 지점을 제외하고 모든 구간이 자동으로 운행된다.
탁 트인 시야 너머로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이 그림처럼 나타나며 자연을 누비는 기분이 상쾌하다. 수많은 소들이 초원 가운데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도 인상 깊다. 바이크마다 비바람을 막는 비닐 덮개를 씌워 비 오는 날도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자. 순간순간 제주의 소중한 추억이 켜켜이 쌓여간다. <당일 여행 코스> 세화민속오일시장→해녀박물관→비자림→용눈이오름→제주레일바이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세화민속오일시장→해녀박물관→비자림→용눈이오름→제주레일바이크 둘째 날 / 성산일출봉→우도
상단 배경음악은 잠시 꺼주세요. 구좌읍 세화리 세화오일장 인근 해안도로에서 매달 5일 20일에 열리는 프리마켓 '벨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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