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초에 발표된 《익명의 소녀》는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올해 최고의 심리 소설”(크라임리즈), “올해 최고의 여성 소설”(마리끌레르), “책모임에 꼭 가져가야 되는 책”(코스모폴리탄)으로 꼽혔다. 또한 책에 대한 기대감을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출간 전에 드라마 〈워킹데드〉제작사 이원(eOne)에 드라마 판권이 판매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 23개국에 번역 출간 계약이 되었다.
돈이 필요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시카와 그녀를 꿰뚫어 보는 정신과 의사 실즈 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문과 거짓의 심리 게임을 담은 이 소설은 특히 심리 및 감정 묘사가 탁월하다. 제시카와 실즈 박사의 시점이 서로 교차되면서 서술되는 소설의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두 캐릭터의 사연과 감정에 이입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제시카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몰아넣는 실즈 박사의 심리전, 그런 상황에서 불안하고 외롭고 의문에 시달리는 제시카의 복잡한 심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아울러 뉴욕의 최신 유행과 상류층 라이프 스타일까지 담아내 감각적이고 트렌디하다.
크리스마스를 40일 정도 앞두고 ‘익명 보장’과 ‘사례금 지급’이라는 조건에 이끌려 뉴욕대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실즈 박사가 진행하는 심리 연구에 참여하게 된 제시카. 하지만 ‘가장 사적인 비밀을 나누는 대가로 돈을 받은’ 제시카는 그 비밀에 발목을 잡혀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과연 그녀의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끝나게 될까? 이대로 악몽을 맞이하게 될까? 흡인력 있는 전개와 거듭되는 반전으로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매혹적 심리 스릴러를 지금 당장 만나 보자.
■ 뉴욕 시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진행하는
윤리 및 도덕성에 대한 연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양심의 가책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까?
* 살면서 어떤 부정행위를 해봤는지 이야기해보세요.
* 배우자나 애인의 문자 메시지를 읽은 적 있습니까?
*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을 비밀에 부친 적이 있습니까?
* 친구의 약혼자가 결혼 일주일 전 다른 여자에게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습니까?
* 이 연구에 더 깊이 참여하시겠습니까? 보상이 훨씬 커질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당신에게 요구하는 바도 훨씬 많아질 겁니다.
제시카가 실즈 박사의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익명의 소녀》는 이러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이 소설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실즈 박사가 제시카를 이용한 ‘심리 실험’이라는 계획을 세우게 되고, 여기에 휘말리면서 제시카의 불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몰래 끼어들어 52번 피험자가 된 제시카. 실즈 박사는 그녀가 속임수를 써서 52번 피험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녀의 매력적인 외모와 인상적인 답변 때문에 오히려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녀의 답변에서 모종의 힌트를 얻은 실즈 박사는 그녀에게 거부하지 못할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이제 실즈 박사는 ‘52번 피험자’가 아닌 ‘제시카’에게 실험을 위한 지시를 하나하나 해나간다. 그와 비례해 보상과 선물, 자상한 심리적 배려도 점점 커져가고 제시카는 실즈 박사에게 친밀감마저 느낀다. 그렇게 실험과 현실의 경계는 흐려지고, 제시카는 점점 더 실즈 박사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대체 이러한 질문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제시카는 어떤 답을 했기에 실즈 박사의 선택을 받은 것일까? 평범해 보이는 질문에 숨겨진 의도와 충격적 진실. 거듭되는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 가장 사적인 비밀을 나누는 대가로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어릴 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생긴 제시카는 그로 인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산다. 그녀가 대도시 뉴욕을 택한 것도, 만나는 사람이 자주 바뀌는 방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심지어 그녀는 하룻밤 상대에게도 그녀의 본명을 알려주지 않는다. 친한 친구도 단 한 명뿐. 하지만 그녀는 친구에게도 모든 걸 털어놓지 않는다.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오직 자신뿐인 제시카는 돈에 쪼들리며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2회에 걸친 설문조사에 응하면 5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게다가 ‘익명 보장’이었으니까. ‘52번 피험자’라고 불릴 때만 해도 그녀는 그 ‘익명성’을 믿었다. 게다가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은 물론이고 지금껏 혼자 안고 살아왔던 가장 고통스런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 그녀는 후련함과 위안마저 느낀다. 그래서 더 큰 보수를 주겠다는 말에 덜컥 이후에 진행되는 심리 실험에도 참여해버린다.
하지만 ‘52번 피험자’가 아닌 ‘제시카’라고 불리는 순간부터 그녀에게 요구되는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익명이지만 혼자가 아닌 안전한 곳’을 원해서 심리 실험에 참가한 제시카였건만 심리 실험은 그녀의 익명성을 없애버리고, 털어놓은 비밀은 그녀의 삶을 위협하는 도구로 변해버린다. 소설은 이러한 아이러니를 매우 매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 흡인력 있는 전개, 탁월한 심리 묘사, 예상치 못한 반전
감각적이면서도 트렌디하다!
《익명의 소녀》는 11월 중순부터 12월 25일까지, 약 한 달여 기간을 두고 사건이 진행되는 만큼 매우 빠른 전개를 보인다. 게다가 누구나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시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해 심리적 공감대를 높인다. 무엇보다 제시카와 실즈 박사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전개되는 소설의 방식은 각 인물의 심리와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인다. 꼼꼼하고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각 캐릭터가 가진 성격을 확실히 드러내고, 이후 스토리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아울러 거듭되는 반전은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여러 매체에서도 이러한 《익명의 소녀》 스타일에 주목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그리어 헨드릭스와 세라 페카넨은 심리 서스펜스의 공식을 마스터했다. 위험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 확실하고 상황에 대한 묘사가 실감 난다”라고 평가했으며,〈피플매거진〉은 “두 작가는 그들 방식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반전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마리끌레르〉는 “두 작가는 은밀한 진실, 캐릭터성 부여가 탁월하다. 거기에 반전 또한 수준급이다”라고 했으며, 〈너드데일리〉는 “의심, 열정, 신뢰에 관한 흥미진진한 새로운 소설”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