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말씀에서 부활날 저녁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당신들에게 평화를 빕니다." 하시며 인사하시고 나서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심으로써
제자들로 하여금 당신의 부활을 믿게끔 배려하셨음이 역력합니다.
그 때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뵈옵고
하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합니다.
이제 비로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죽으셨다가
반드시 살아나실 것이라는 성경 말씀을 깨닫게 되고(요한 20,9)
믿게 되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열두 제자 중 토마스라는 사도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적에 거기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동료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뵈었다고 하여도
좀체로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토마스 제자는 말하기를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으로 그 못자국을 만져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고 하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고 하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런데도 부활하신 예수님은 불신하는 토마스에게 나타나셔서
"당신의 손가락으로 내 손을 만져 보시오.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으시오." 하고 말씀하시며
믿는 사람이 되라고 타일렀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토마스는 예수님께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고 신앙을 고백하였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제자들로 하여금
당신의 부활을 굳게 믿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부활의 신앙이 일부 사람들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부정적 도전을 받아 왔고
현재도 그렇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토마스 사도가 처음 보지 않고서는 안 믿겠다고 한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만을 믿으려는 실증주의자(實證主義者)들이나
실험과 논리만을 믿으려는 과학 만능주의자들은
토마스와 같이 예수님의 부활을 계속 믿지 않고 있습니다.
시체를 제자들이 도적질하여 가고 계획적으로 퍼뜨린 헛소문이
바로 부활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마태 28,13).
또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완전히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혹은 자기 스승의 부활을 열망하는 제자들에게
심리적 환상으로 예수님의 모습이 보여진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은 이것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아니 그것보다도 부활을 신앙으로 체험한 사람들에게는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부활 사건은 조금도 와전되거나 조작된 것이 아니라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요, 객관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 계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 확실한 체험이
이를 증거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외교인이나 비신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예수님의 부활의 신앙을 그릇되이 알고 있으며
말로는 믿는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부활의 신앙이 다시 살아나도록
온갖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죽으셨음은
죄악의 세력이 생명을 삼킨 것으로써
일시적이나마 죽음이 승리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예수님의 죽으심이
한 인간의 생명이 죽음으로 끝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를 따르던 제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믿음도
그의 죽음과 함께 죽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그토록 열렬히 따르던 제자들에게는
예수님께서 보통사람들만도 훨씬 못하게 십자가 형틀 위에서
끝내 아무런 기적도 행하지 않은 채 죽으셨고
무덤에 깊이 장사 지내게 되자 절망과 허무만이 남았을 뿐이며
예수님을 죽이고 만 세상이 갑자기 무서워지게 되어
그만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숨도 크게 못 쉬면서 숨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희망, 그들의 신앙, 그들의 용기는
완전히 죽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부활의 새 아침은 밝았습니다.
새벽이 마치 어둠을 꿰뚫고 나타난 빛의 세계와 같이
예수님의 부활은 바로 이 죽음의 한 가운데서
죽음을 이기고 승리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인간이 지금까지 극복해낼 수 없었던 가장 큰 원수인
죽음을 쳐 이기신 것입니다.
제자들의 절망과 허무함에서
그들에게 커다란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었습니다.
그들은 새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부활로 우리의 신앙을 견고하게 해 주십니다.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합니다."라고 하시며
우리의 신앙심을 북돋워 주시며
당신의 부활로 인하여 죄인인 우리 모두가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를 찾아오시고
우리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계심을 명심하고
뜨거운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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