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분의 X-file에 대한 분석입니다.
생각하게 되는 글이라, 길지만 지루진않은것같습니다.
<The X-files> as a Fable
동화로서의 <x파일>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동화란 꿈과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신분 상승 같은 진보적 가치관
뿐 아니라 죽음, 파괴본능, 변태적 욕망 등 사회가 금기시하는 온갖 인간 본능의 은밀한 매스커레이드인 동
화, 때로는 우리에게 진짜 악몽을 선사하는 뒤틀린 이야기들인 동화를 말하는 것이다. ('행복한 왕자'나 '백
설공주', '눈의 여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파랑새'를 읽고 문득 공포에 사로잡힌 적 없는가?)
그러나 어떤 정의를 택하든 <x파일>의 특정 에피소드가 동화적이었던 적은 없다 (적어도 시즌 6까지는).
고든 밀러가 말했듯이 <x파일>은 "가장 와일드한 상상력의 산물조차 CNN 뉴스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
으키게 만드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간 <x파일>을 지켜보며 나는 그것이 묘하게 동화적이라
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즌 4의 Paper Hearts는 그래서 더 파워풀하게 와닿았다.
뉴스 속보 같은 <x파일>에서 엉뚱하게 동화적 톤을 발견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미쳤을지 모른
다는 점은 빼고 ;-) 아마도 이 시리즈의 몇 가지 컨벤션일 것이다.
우선, 히어로. 서른 아홉의 멀더가 동화 주인공 같단 말은 확실히 미친 소리 같이 들리겠지만, 소년기의 미
스테리에 집착하는 폭스 멀더는 물리적 시간 개념을 뛰어넘는 성장하지 않는 주인공, '양철북'의 오스카 같
은 데가 있다. 잃어버린 동생을 이십 오 년간 찾는 것이 나는 절대 개연성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
만 (나 자신도 이십 년 가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다 :-( ), 사람들 말대로 비현실적인 일이라면
그것은 주인공 멀더를 사로잡은 '사만다 주술'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말해주는 것이다. 마녀의 주술이 걸
린 물레 바늘에 찔려 공주가 현실에서 이탈하듯 어느 날 동생을 잃고 혼자 남은 소년은 "굴절된 시야에 따
라 모든 것이 뒤틀린 모습으로 다가오는" (everything takes on a warped significance to fit the
megalomaniacal cosmology - Qugmire) 마법의 세계에 갇혀 버린다 (멀더가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
는 것은 사만다 사건의 주술성을 더욱 강조한다). 동화에서 주술 또는 '매혹' - 사과, 일기장, 토끼, etc. -
이 곧 죽음을 상징하듯 멀더의 매혹 - '진실'이란 찬연한 빛 - 역시 그를 죽음으로 인도한다. 주술이 깨어지
지 않는 한, 다시말해 사만다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멀더는 어두운 비현실의 세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 주술은 동화에서처럼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깨어진다 : 처음부터 폭스 멀더의 관찰자, 화자로
등장한 스컬리가 바로 그 '타자', 마법의 방에 난 현실의 창이다.
멀더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정통성의 테마도 동화적 느낌에 한몫 한다. 멀더를 아들로 간주하며 호시탐탐
어둠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는 악의 제왕 CSM, '진짜 아버지' 빌 멀더를 기만하고 찬탈자와 손을 잡았을
지 모르는 엄마 멀더 (끝내 입을 열지 않는 그녀에게 붙여진 'secret queen'이란 별명이 더욱 그런 알레고리
를 짙게 한다), 비밀을 간직한 채 비명에 간 '부왕' 빌 멀더 - 자신을 놓고 벌어지는 피와 명분의 대결을 마
법에 걸린 멀더 (aka... '백조 왕자'?)는 무력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x파일>에서 멀더는, 흔히 동화의 보수적 기능으로 지적되는 '찬탈자를 밀어내고 정통성을 회복하
는' 주인공과 달리,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다 : 심리적으로는 빌 멀더 쪽이지만 내러티브상으로는 두 아버
지 모두와 결별하고 홀로 선다. 아버지의 존재를 아예 부인하는 것, 여기에 바로 <x파일>의 포스트모던함
이 있다. )
아, 말하고 보니 이는 모두 서사적 히어로의 특성 아닌가. 하지만 서사(epic)와 우화(fable)은 종이 한장 차
이니까... ;-)
다음으로 동화적 느낌을 강하게 한 것은 현실로 돌아오면 어김 없이 사라지는 모험의 증거들이다. 얼마나
많은 동화가 가족 (=현실)의 품에 돌아온 순간 사라지거나 변해버린 전리품을 보고 놀라는 히어로로 끝나던
가? 수집한 증거가 모두 사라졌음을 알고 망연자실하는 M&S의 클래식 엔딩 씬은 현실과 병존하되 소통하
지 않는 parallel universe - 현대 동화의 핵심 장치 -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파랑새를 찾는 치르치르와 미치
르의 모험, 니나를 구하려는 폴의 모험처럼 (아차! '이상한 나라의 폴'은 동화가 아니라 만화지... 하지만 만
화와 우화는 종이 한장 차이니까) M&S가 겪은 일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모험은, 비록 누
구에게도 보여주거나 입증할 수 없지만, 그것을 통해 주인공의 내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엄연한 진실
이다. 객관적 진실에 선행하는 경험적 진실, 실존 - 그것이 바로 삶을 은유하는 동화의 에토스며 둘만의 긴
싸움 끝에 M&S가 발견하는 삶의 진실이다. <x파일>을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은 '증거를 대라!' 고 외치지
만, 7년에 걸쳐 사라지는 물증들이 내게 전혀 거슬리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동화적 알레고리가 아니더
라도 손끝을 빠져나가는 진실이란 실제 인생과 너무나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화자도 같은 맥락이다. M&S가 수사하는 사건들의 피해자나 목격자는 그들의 경험을 대부
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사건에 말려들어 가면 M&S도 마찬가지다 : 꿈에선 말이 되던 것이 누군가
에게 얘기를 하려 하면 갑자기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현실 세계와 유리된 논리로 전개되고 의미화되는 x
파일 사건들은 현실 - 법정이나 경찰서 -로 돌아오면 의미 전달을 하지 못한다. 확립된 사실들의 체계인 현
실 세계에 통합되지 못하고 단편적 진실로 남는 이런 경험은 동화적 모험의 본질인 주관성을 강조한다.
세번째는 주인공의 아동적 세계관이다. 폭스 멀더가 꿈꾸는 세상은 어긋난 운명이 제자리를 찾고 정의가
불의를 대신하는 사필귀정의 세계다. 사만다를 찾고 해체된 가족을 복구하는 것이 곧 '세상을 바로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 어느 날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불행, 삶의 불의가 해소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세상의 불의도 해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생의 실종으로 처음 삶의 부당함에 눈떴을 열두 살
소년의 유아적 추론을 보여주는 이같은 세계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폭스 멀더의 정신을 지배한다. 결말을 바
로잡기 위해 "작가와 얘기하길" 요구하는 (Post-Modern Prometheus), 모형 제작에 몰두하는 소년 같은 집
요함 - 이상주의란 이름의 그 근본적 유아성이 바로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우화적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단순하게 : MOTW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수많은 '몬스터'들이다. 허수아비, 토토, 말하는
나무, 아슬란, 흰 마녀 -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의 그 많은 매혹적 캐릭터가 생각나는가? TV에서 그에 필
적하는 것은 <x파일> 뿐이다.
Unruhe와 Tempus Fugit/ Max도 묘하게 왜곡된 동화 같았다고 하면 다들 날 스푸키 취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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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 게 시 판
X-files as a Fable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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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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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화같다... 글쎄요.. 그것은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x파일의 소재는 인간세상의 미스테리,전설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x파일이 성공함에 따라 편수가 늘어나고 당연히 여러가지의 환상적인 소재가 늘어남에 따라 동화적인 느낌이 날 수 있는 얘기 거리도 있을겁니다.
인물구도에서 멀더는 신비한 현상에 대해 믿고 발견하기 위한 사람으로 나오며 스컬리역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으로 나옵니다.
드라마라는 것은 "인물과 인물간의 대립구도"입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때 이런 인물간의 대립구도가 없으면 긴장감과 흥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만약 스컬리가 멀더와 같이 같은 성격을 띤 인물이었다면 지금의 x파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글이 너무... 자신의 생각속에서만 맴도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머리가 장식용이라서 이해를 못하는건지... 사실, X파일은 심야프로라서 자주못밨지만... 여튼... 그다지 수용성을 내보이지 못하는 글같습니다...만... 나만 그런건지.. -_-
내용은 그럴듯 한데 웬만하면 띄어쓰기를 좀 제대로 해서 하시지... 읽다가 중간에 가끔 무슨말이지하는 괴이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