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머리)
치악산 설화.
옛날에 한 젊은이가 무과시험을 보러 가는 중에 꿩의 비명소리를 듣게 되었다.
바위 틈에서 큰 구렁이가 어린 꿩의 둥지를 응시하며 잡아 먹으려는 순간,
어미 꿩이 애타게 울부짖고 있던 중이었다.
활을 쏘아서 궝들의 목숨을 살려는 젊은이가 하룻 밤 묵을 것을 찾던중
산속에서 기와집을 발견하고 묵게 되었다.
남편인 죽은 구렁이의 원수를 갚기위해 유인한 암구렁이가 한가지 내기를 제안했다.
새벽까지 오대산의 폐사된 절에 가서 종을 세번치면 살려 주겠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없는 제안에 낙담해 있을 때 어미 퀑과 새끼 꿩 두마리가 오대산으로
날아가 종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세번을 울리는 바람에 젊은이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그 이후 이곳 적악산은 꿩"치"를 딴 치악산으로 바뀌고 젊은이는
절을 개수하여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그절이 지금의 오대산 상원사라고 한다.
(날씨)
아침 비 조금후 갬,16/18도
(코스)
치악산비로봉등산,13.4k/7시간15분(식사,휴식및 잣송이줍기/1시간15분포함)
부곡탐방센타-------->큰무레골입구----------->천사봉-----
0.4k/0:05 1.6k/1시간
------------>비로봉------------->곧은치-------------부곡탐방센타
2.5k/2시간 8.9k/3시간
한호석님의 100대 명산,그 위대한 여정이 끝나고 새로운 출발선은 치악산이다.
숨소리,발자국 소리,부드러운 빗소리가 귓가를 스치더니 이내
발소리에 뭍혀 잦아들고 비구름만 가득한 채 하늘이 열린다.
치악산은 말 그대로 악자가 붙어 있어서 수월한 산은 아니지만
변작가가 코스를 잘 잡아서 상행은 난이도가 조금 있지만 하행은
부드러운 산길의 트래킹에 준하는 코스로 가이드 하겠다고 한다.
생활의 발견.
장년 정도의 정신연령을 바라지만 항상 어리버리 해지고 어쩡쩡한
생활이 이어진다.돈이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항상 모자란다.
주위에 미혹되지는 않는데 선택지는 좁다.꽤 바쁘게 지내는데
한 것은 별로 없다.
코로나 이후로 이러한 생활양식은 더욱 더 두드러 지게 반복된다.
이렇게 시시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계절은 여름으로 접어 들었고
인생도 흘러가고 있다.
언제나 4인방 곁에서 우산과 같은 존재로 이끌어 주는 변작가가 이벤트를 마련했다.
한호석님의 100대명산 완등축하와 윤고문의 생일파티를 함께 하는 것이다.
가장 큰 수고로움은 손문희님이 자청하고 나섰다.
코로나로 지치고 지리한 장마가 시작되는 싯점에 신선하고 반가운 이벤트다.
부곡 탐방로를 지나면 바로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는 큰 무래골이 나온다.
여기서 부터 비로봉 정상까지는 된비알의 연속이라고 할 수있다.
10분도 채 안되어 가늘게 내리던 비가 그친다.
한시간 정도 오르면 천사봉(1004m)이 나타난다.
천사 두분이 운무에 쌓인 하계를 내려다 보며 망중한의 여유를 즐긴다.
우리도 처음으로 휴식다운 여백의 시간을 갖는다.
보는 시각에 따라 많은 형태를 보이는 괘목.
올라오는 데 호흡은 다소 거칠었지만 그렇다고 빡시게 힘들다고 느끼지지는
않는 난이도의 경사면을 지루하지 않게 올라왔다.
정상에 있는 세개의 방사탑.
미륵불탑인 두개의 산신탑과 조금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용왕탑이
세워져 있다.한 사람의 개인이 꿈의 계시를 받고 몇년에 걸쳐
쌓았다는데 두번씩이나 번개에 맞아 허물어 진 것을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곧은치 방향으로 우회하여 부곡탐방로로 원점회귀하는 하산로.
낮은 경사로에 부드로운 흙길로 되어있어 트래킹 수준으로 부담없이 걷는다.
산행내내 움직이는 식물도감 수준인 변작가의 숲 해설사같은 자상한
식물과 꽃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 지루할 틈없이 이어진다.
䀝盧峯 黃腸禁標.
질좋고 누런 소나무로 함부로 벌채하지 못한다는 황실의 금표다.
국내에 이런 표지가 3개가 발견되었다.
나리과의 꽃 같은데 꽃이름을 몇번을 듣고도 금방 잊어 버린다.
코로나 이후로 공기가 더 맑아져서 원주 시내에 지척에 있는듯이 내려다 보인다.
하행로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반즘 내려왔다.
지금부터는 계곡의 물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면서 시원함을 더한다.
이곳이 10대 국립공원의 깊은 산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듯 부곡폭포의 물줄기가 힘차다.
뜻밖의 득템.
하산 종착지점 약1km를 앞두고 잦나무 군락지를 만난다.
최근 2~3일간의 강풍에 잦열매가 무더기로 떨어져 있어서 쉽사리 줒을 수 있었다.
채취가 아니라서 불법은 아닐 것이다.
문희님이 잦술을 담가 주겠다고 한다.
아침 9시에 입산하여 오후 4시쯤 하산하였는데도 여름이라서 해가 길다.
샤워 후,저녁 6시쯤 느긋하게 삼겹살로 가든파티가 시작된다.
텃밭에서 일군 유기농 야채와 산나물은 향과 색갈이 진한 반면에 식감이 부드럽다.
가평 잦막걸리,맥주,소주로 만들어 내는 우리식의 칵테일은 농도와 주류에 따라
많은 비법주가 만들어진다.
산에서는 우성상님의 연태주가 빛을 발하더니 가든파티에서는 한호석님의
맥칼란 위스키가 정점을 찍는다.
맥칼란은 양주중에서 유일하게 순록의 녹용이 들어가고 맛의 순함과
부드러움이 내 취향과 가장 맞아 떨어지는 술이다.
한호석님의 100대 명산 완등과 윤고문의 생일기념 세리머니가 시작되고~
나는 혹여라도 짱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즐기는 노년생활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나이가 먹어 가더라도 삶의 태도에 따라 지나온 족적에 차이는 있을 것이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너무나 빨리 교차하는 현실 속에서 아래에 서려는
자세는 "이해하다"일 것이다.
몸도 마음도 아래에 놓이려는 삶의 태도를 나의 운동을 즐기는 생활이
버팀목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겟다.
운동을 기반하여 동호회를 중심으로 엮어지는 관계는 내게는 새로운 세계다.
나의 이상형은 나와 갑장인 마라토너 무라카미 하루키와 자전거 여행자 김훈이다.
이 두사람은 글쓰고 운동하고,경험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기를 돌아 볼 줄 알고,
시간을 잘 쓰는 사람들이다.
막걸리 한잔~
마라톤을 하면서 상대의 직업이 무었인지,잘 사는지 못 사는지 등등,
선입견에 얽메이지 않고 상대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막걸리 한잔에 너털웃음을 쏱아내고 담소를 나누는 편안한 사이로
같이 간다면 그것이 힐링이고, 이풍진 세상 소풍처럼 잘 살고 갔다고 하지 않을까?
무었이 중헌디?!
이제는 그저 나 자신으로 살고싶고,그런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같이 살고싶다.
마지막을 알고 준비하는 사람은 감사함이 80%이고,부담이 20% 라고 한다.
남은 시간을 좋은 사람들과 알차게 집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밤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고추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여.
요거이 예사 고추가 아니여.고것이 왜 그러냐 허먼~~~~
삼겹살 굽기의 달인에 이어 윤고문 쉐프의 김치볶은밥이 마지막 미각을
유혹한다.메칼란 위스키와의 궁합은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준다.
불타는 토요일의 2차 심야무대는 무니 성인나이트에서 광란의 무대로 이어진다.
아저씨들의 현란한 춤과 질퍽한 노래가 신기방기급이다.
이분들 전직이 뭐였지?
광란이 밤이 지나가고 새 아침이 밝았다.
숲의 요정이 슬피 우는 연못에게 묻는다.
"아름다운 나르시소스가 죽어서 우는 거니?"
"나르시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니?"
연못이 숲의 요정에게 대답한다.
"나는 나르시소스가 아름다웠는지 몰랐어."
이제는 나르시소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서 우는 거란다."
코엘료/연금술사 중에서
꽃과 구름과 숲이 담긴 연못을 보면서 지난 밤의 진했던 살내음을 느낀다.
아침,아직도 잠이 덜 깬 얼굴로 서로 멍 때리기.
ㅋㅋㅋ 아니 명상의 시간.
와~오리백숙이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뭐에 쓰는 물건인고? 그놈 참 제법 실하네.
장작불로 장시간 삶아낸 오리백숙이 찰지다.무니표 김장김치가 찰떡궁합이다.
어제 남은 술 어디? 또 땡긴다.
어제 치악산에서 득템한 잣송이로 바로 담근 무니표 잣술.
일년 후 개봉,먼저 뚜껑 연 사람이 임자.
전 생애를 걸고 우리가 바라고 살았던 것,혹여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말하게 되더라도 이순간만은 꼭 부둥켜 안고 사랑하며 기억하며 살아 가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