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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陸游는 1210년 봄에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시는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으로 알려졌으니, 곧 絶命詩인 셈이다. *九州: 고대 중국은 아홉 주로 나뉘어 있었으니 구주는 곧 중국 영토 전체를 의미함. *同: 하나로 통일되다. *王師: ⓵ 천자의 군대 ⓶ 임금의 스승 *乃翁: 너희들의 아버지. *陸游가 죽고 70년이 지나서 중국은 몽고족의 元나라에 의해 통일됨. |
90.【催租行】 세금을 재촉하는 노래 [范成大(1126~1193)] 古體詩
輸租得鈔官更催(수조득초관갱최),
세금을 다 내고 증서도 받았는데 관청에서는 다시 세금을 재촉하여
踉蹡里正敲門來(양장이정고문래)。
어정어정 이장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네.
手持文書雜嗔喜(수지문서잡진희):
보여준 증서 들고는 성난 듯 협박하고 기쁜 듯 달래며 하는 말
“我亦來營醉歸爾“(아역래영취귀이)!”
“나는 거저 술이나 한 잔 마실까 하고 왔을 뿐이네.”
牀頭慳囊大如拳(상두간낭대여권),
침대 머리맡의 저금통은 크기가 주먹만한데
撲破正有三百錢(박파정유삼백전):
깨어보니 돈이 곡 3백 전이 들어 있네.
“不堪與君成一醉“(불감여군성일취),
“어르신 취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니
聊復償君草鞋費(요부상군초혜비)。”
아쉽지만 어르신께 짚신 값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范成大(1126~1193): 남송의 저명한 시인으로 자는 치능(致能) 호는 석호거사(石湖居士)이며 오현(吳縣: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 사람이다. 陸游, 楊萬里, 尤袤(우무)와 더불어 南宋四大家로 불린다. 1178년 53세 때 잠깐 동안 참지정사(參知政事: 부재상급)를 지냈으나 당시 효종 조신(趙眘)과 의견이 맞지 않아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石湖 가에 별장을 짓고 술과 시를 벗으로 삼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처음에는 소식과 황정견의 시를 많이 따랐으나 뒤에는 나랏일을 걱정하는 정서를 담은 청신하고 아름다운 전원시(田園詩)를 많이 지었다. 그의 전원시는 陶淵明, 韋應物의 전원시와는 풍격이 다르니, 산수전원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읊은 내면에 농민들의 노동과 생활 면모 및 지주계급의 착취·탐관오리의 가혹한 수탈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어서 전원시의 새로운 경계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송 시기 정치가이자 학자인 범중엄(范仲淹: 989~ 1052) 역시 고향이 강소성 소주(蘇州)이고 관직도 참지정사를 지냈다는 점이 무척 재미있다. *輸: 바치다, 내다. *鈔: 戶鈔. 농민들이 세금을 납부하고 받은 영수증. *踉蹡(양장): 뒤뚱뒤뚱 비틀거리며 걷는 모양. *雜嗔喜: 성냄과 기쁨이 뒤섞인, 성낸 듯 협박하다가 기쁜 듯한 모습으로 달래기도 하는 모양. *營: 꾀하다, 도모하다. *간낭(慳囊, 아낄 간): 저금통, 撲滿(박만). *박파(撲破): 때려 깨트림. *상(償): 갚다. 보상하다, 값을 물어주다. *초혜비(草鞋費): 옛날 관아의 심부름꾼이 범인 혹은 당사자에게 갈취한 돈을 말하며, 속칭 ‘草鞋錢’이라고 한다. |
91.【橫塘】 范成大(1126~1193)
南浦春來綠一川(남포춘래녹일천),
◐●○○◐●○ 남포에 봄이 오니 온 내가 초록빛,
石橋朱塔兩依然(석교주탑양의연)。
◑○◐●●○○ 돌다리와 붉은 탑은 옛날 그대로이네.
年年送客橫塘路(연년송객횡당로),
◑○◐●○○● 해마다 횡당의 길에서 손님을 보내노니
細雨垂楊繫畫船(세우수양계화선)。
◐●○○◐●○ 보슬비 내리는 수양버들에 곱게 꾸민 배 매어둔다네.
*橫塘: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 서남쪽에 있는 지명. *南浦: 남쪽 물가. 후에는 송별의 장소로 사용됨. 屈原의 楚辭<九歌·河伯>: “子交手兮東行, 送美人兮南浦.”(그대의 손을 잡고 동으로 가서, 고운 임을 남포에서 떠나보내네.“)
*고려시인 鄭知常은 范成大가 태어난 지 9년이 되는 해인 1135년에 죽었다. 그때 서로의 교류가 없을 터인데 두 시의 시상이 어찌 이렇게 닮아있는 것일까? 마치 정지상의 시를 범성대가 표절한 것은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다. 정지상의 마지막 두 구는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대동가에서 이별하는 사람들의 눈물이 강물에 더해지니 어찌 대동강물이 마를 수가 있겠는가? 정말 이러한 그의 표현이 범성대 시 마지막 구의 “보슬비 내리는 수양버들에 곱게 꾸민 배 매어둔다네.”라는 표현보다 더 깊이가 있지 않는가? 김부식(金富軾)의 권력욕으로 무고하게 죽은 정지상의 삶이 마냥 안타깝기만 하다. |
92.【州橋】 范成大(1126~1193)
州橋南北是天街(주교남북시천가),
◑○◐●●○○ 주교의 남북은 바로 경사의 가도인데
父老年年等駕迴(부로연년등가회)。
◐●○○◐●○ 노인들 해마다 천자의 수레 돌아오기를 기다리네.
忍淚失聲問使者(인루실성문사자):
◐●◑○○●● 눈물은 참아내나 소리 참지 못하고 사신에게 묻기를
“幾時真有六軍來?”(기시진유육군래?)
◑○◐●●○○ “어느 때나 정말로 천자의 군대가 돌아오는지요?”
*이 시는 범성대가 45세인 乾道 6년(1170) 사신으로 금나라에 가는 길에 金軍의 수중에 들어간 변경(汴京)의 주교를 지나면서 지은 작품이다. 총 72수의 작품을 남겼는데 이 시도 그 중의 하나이다. 금나라에 가서도 의기를 꺾지 않고 당당히 맞서 대응하다가 죽을 고비를 맞기도 했으나 무사히 돌아왔다. 예술적 표현수법이 매우 ‘干淨俐落’(정결하고 깔끔함)하다. *주교(州橋): 변경(汴京) 성내의 변하(汴河)를 가로질러 흐르는 천한교(天漢橋)를 말함. *천가(天街): 서울 거리, 변경의 가도. 작가 자신이 “남쪽으로는 주작문(변경의 正南門), 북쪽으로는 선덕루(궁성의 正門樓)가 보이는데 모두 옛 御路이다.”(南望朱雀門, 北望宣德樓, 皆舊御路也.)라고 주석을 달았다. *等: 기다리다 *가(駕): 송나라 천자의 수레. *실성(失聲): ⓵극도로 슬퍼 목이 메어 울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 상태 ⓶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어 입에서 저절로 소리가 나와 버리는 상태. 이 시는 후자의 뜻을 취하였다. *六軍: 천자의 군대, 王師. 周나라의 제도에 천자의 군대는 六軍으로 구성되어 있다. 一軍은 12,500명으로 천자의 군대는 六軍이니 총 75,000명. |
93.【夔州竹枝歌】 范成大(1126~1193)
白頭老媼簪紅花(백두노온잠홍화),
흰머리 할미는 머리에 붉은 꽃을 꽂았고
黑頭女娘三髻丫(흑두여랑삼계아)。
검은머리 아가씨는 머리를 세 가닥으로 땋았네.
背上兒眠上山去(배상아면상산거),
잠자는 아이 등에 업고 산으로 오르니
採桑已閑當採茶(채상이한당채다)。
뽕잎 따는 일은 이미 끝났으나 이제 찻잎을 따야한다네.
*夔州(기주): 지금의 四川省 奉節縣. *竹枝歌: 고대 가곡 중에 하나로, 원래 서남 지역의 민간가요였다. *簪(비녀 잠): 비녀. 꽂다, 찌르다. *丫(가장귀 아): 가장귀지게 묶은 머리. *兒眠(아면): 잠자는 아이. |
94. 【四時田園雜興六首】 春日 其二, 范成大(1126~1193)
土膏欲動雨頻催(토고욕동우빈최),
◑○◐●●○○ 봄비 자주 내려 땅에 기름기 돌려하니
萬草千花一晌開(만초천화일상개)。
◐●○○◐●○ 온갖 꽃들이 잠깐 사이에 활짝 피었네.
舍後荒畦猶綠秀(사후황휴유록수),
◐●◑○○●● 집 뒤의 묵은 땅에는 여전히 잡풀이 우거지고
鄰家鞭笋過牆來(인가편순과장래)。
◑○◐●●○○ 이웃집 죽순이 담장 뚫고 넘어왔네.
*이 작품은 순희 13년(1186) 그의 나이 61세 때 석호에서 병을 치료하며 시골에서 보고 들은 것을 한 해의 절기에 맞춰 春, 晩春, 夏, 秋, 冬 각각 12수씩 총 60수(7언 절구)의 연작시 형태로 지은 것이다. 우리 교재에는 각각 春日 其二, 晩春 其三, 夏日 其七, 夏日 其九, 夏日 其十一, 秋日 其八의 6首가 실려 있다. *土膏(토고): 기름진 땅. *動: 풀어지다, 부드러워지다. *晌(정오 상): ‘一晌’은 ‘一會兒’의 뜻으로 ‘잠깐 사이에, 짧은 시간 내에’의 의미이다. *鞭笋: 대나무 죽순. |
95. 四時田園雜興 晩春 其三 范成大(1126~1193)
蝴蝶雙雙入菜花(호접쌍쌍입채화),
◐●○○◐●○ 나비가 짝을 지어 채소 꽃으로 날아들 뿐
日長無客到田家(일장무객도전가)。
◑○◐●●○○ 해는 긴데 시골집엔 찾아오는 손님 없다네.
雞飛過籬犬吠竇(계비과리견폐두),
◑○◐<○●●>● 닭이 날아 울타리 넘고 개가 담장 움에서 짖어대니
원래는<●○○>측평평으로 되어야 원칙인데 이시에는犬吠竇<○●●>로 측성이 맞지않음
知有行商來買茶(지유행상래매다)。
◑●○○◐●○ 행상이 찻잎을 사러 다니나 보다.
*竇(구멍 두): 담장 또는 울타리에 있는 구멍. *吠(짖을 폐): 개가 짖다. |
96. 四時田園雜興 夏日 其七 范成大(1126~1193)
晝出耘田夜績麻(주출운전야적마),
◐●○○◐●○ 낮에는 나가 김매고, 밤에는 길쌈을 하며
村莊兒女各當家(촌장아녀각당가)。
◑○◐●●○○ 시골의 남자 여자 각자가 집안일을 맡는다네.
童孫未解供耕織(동손미해공경직),
◑○◐●○○● 어린 아이들은 밭 갈고 베 짜는 일 아직 할 수 없으니
也傍桑陰學種瓜(야방상음학종과)。
◑●○○◐●○ 뽕나무 그늘 옆에서 오이 심는 법을 배운다네.
*未解(미해): 아직 모른다. *供(이바지할 공): 참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