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19세기 최고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 『두 도시 이야기』.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문체를 살려내는 적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세계문학 독서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하는 「창비세계문학」의 서른네 번째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 빠리와 런던을 오가며 격변하는 사회상과 그 격변의 순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출판사서평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야기
‘단행본 역사상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라는 진기한 기록을 가진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가 창비세계문학 34번으로 출간되었다. 찰스 디킨스는 똘스또이, 도스또옙스끼, 버나드 쇼우, 조지 오웰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로부터 ‘19세기 최고의 문호’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찬사와 존경을 받았으며, 당대 대중으로부터도 유례없는 열렬한 인기를 누린 작가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찰스 디킨스의 문학적 원숙함이 무르익은 후기를 대표하는 장편소설로, 프랑스 혁명 당시 빠리와 런던을 오가며 격변하는 사회상과 그 격변의 순간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인간적 가치들을 다룬다.
생동감 넘치는 역사소설이자 한 여인을 위한 지고지순한 자기희생을 그린 사랑 이야기인 이 작품은 발간 당시에도 기록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한 세기가 넘게 거듭 영화, 뮤지컬 등으로 재탄생하며 오래도록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로서 생생한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
빠리와 런던, 혁명의 불길에 휩쓸린 두 도시
복수와 광기, 사랑과 자기희생의 드라마
한밤중 런던에서 빠리로 건너가는 우편마차 속 한 남자가 있다. 그는 18년간 무고하게 옥살이를 하며 죽은 자처럼 지내야 했던 한 의사가 ‘되살아났다’는 소식을 듣고 빠리로 향한다. 이처럼 은밀하게 빠리로 향하는 한 남자를 따라가며 시작된 소설은 프랑스 혁명 직전의 빠리로 옮겨가며 그곳 사회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임계점에 다다른 민중의 비참한 삶과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사치와 폭압을 일삼는 왕실과 귀족들, 그리고 곳곳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소요의 열기. 성난 파도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고 휩쓸어버리는 광기 속에서 한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 각자의 삶이 생생하게 마주치고 얽히는 현장으로 역사의 격랑을 세세히 그려나간다.
작품이 발표된 때는 1859년, 프랑스 혁명(1789)이라는 격변이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서서히 아득한 역사적 사건으로 희미해지던 시점이었다. 게다가 인민헌장운동 같은 정치적 열기는 한풀 꺾이고 산업혁명과 식민지 개척으로 국가적 부를 축적한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일견 프랑스 혁명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기작으로 갈수록 사회에 대해 더 예리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한 디킨스는 프랑스 혁명을 생생히 다시 보여줌으로써 영국 사회의 부정부패와 모순을 지적한다. 작가는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에서 영국이 번영과 안정을 구가하고 있다는 당대의 통념과는 달리 부패와 계급격차로 혁명 전야의 프랑스나 다를 바 없으며 이는 지배층의 책임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따라서 프랑스 혁명을 배경 삼아 민중의 분노가 혁명으로 점화되는 과정을 그려내기로 한 데는 당시 영국 사회를 바라보는 디킨스의 시각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디킨스의 비판적 시각이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느냐는 엇갈리는 문학적 평가를 낳았으나, 혁명의 필연성, 역사적 격변 속에서 발생하는 광기와 폭력,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개개인의 선의와 희생,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가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19세기 최고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원숙함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
이처럼 작품은 프랑스 혁명기의 복잡한 정경을 화려하고 능숙하게 그려내지만, 실은 위기에 직면한 개인이 겪는 선택의 문제, 타인에 대한 연민과 자기희생, 인간의 악덕과 미덕이라는 흔하고도 진부한 주제를 다룬다. 타인을 억누르고 착취하지 말 것, 상처와 원한을 되갚으려는 악순환에 빠지지 말 것, 사랑과 희생, 책임감을 지닐 것, 이와 같은 당위적인 결론을 통해 혁명 못지않은 격변에 처한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디킨스는 어찌할 수 없이 휩쓸리고 마는 변화와 위기 앞에서 미약한 인간이 기댈 보루로서, 가장 당연한 인간적 가치들에 대해 성찰한다.
『두 도시 이야기』는 비평가들로부터 종종 ‘가장 디킨스답지 않은 작품’으로 꼽힌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비교적 드문 역사소설인데다,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 특유의 발랄한 유머가 배제된 음울하고 비장한 분위기, 사회비판보다는 개개 인물의 복수극과 로맨스가 전면에 나서는 점 등으로 인해 다소 예외적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숨 쉴 틈 없이 내달리는 강렬하고 긴박한 서사, 특유의 풍성하고 매혹적인 문체, 섬세하고 날카로운 관찰력, 또렷하고 생생한 인물들로 작가가 이룬 문학적 일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시나 디킨스다운’ 면모를 드러내며 폭넓은 독자들로부터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유를 말해준다.
역자의 말
역사적 격변의 순간에, 혹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각기 어떤 선택을 하는가, 억압자 혹은 피억압자이던 사람들은 혁명의 순간에 제 위치를 어떻게 의식하며 또 어떤 행태를 보이는가, 위기의 순간에 우애나 애정은 어떻게 변하고 또 어떻게 지켜지는가, 인간의 미덕과 사악함은 어떤 상황에서 발휘되는가, 삶의 가치란 어떻게 결정되는가.
작가로서, 또 중년 남자로서, 여러모로 ‘격변’과 ‘위기’에 처한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를 통해 위기에 처한 개개인이 어떻게 하면 가치있게, 인간답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자신의 위기를 성찰할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이 소설이 디킨스의 작품 중 가장 ‘종교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특수함 때문이 아닐까.
―성은애
찰스 디킨스 전 소설가
저자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1812년 영국 포츠머스에서 해군 경리국의 하급관리였던 존 디킨스와 엘리자베스 배로의 여덟 아이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사립학교에서 잠시 교육을 받았지만 아버지가 빚으로 수감되어 열두 살 때 런던의 한 구두약 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 동안 일을 해야만 했다. 이때 직접 겪은 빈민층의 삶이 후일 그의 작품을 이룬 토대가 되었다. 중학교를 2년 정도 다니다가 열다섯 살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환으로 일했으며, 곧이어 법원의 속기사를 거쳐 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소년 시절부터 고전을 읽음으로써 문학에 눈을 떴으며, 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여행을 한 덕분에 넓은 식견을 갖출 수 있었던 디킨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 빈곤, 부조리한 사회 계급, 그리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신랄한 비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1833년 잡지에 투고한 단편이 실리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고, 1836년 단편집 '보즈의 스케치'가 출간되었다. 곧이어 발표한 고아 소년 이야기 '올리버 트위스트'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작가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작품 '위대한 유산', '데이비드 코퍼필드', '두 도시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있다. 1870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으나 이를 거부했으며, 같은 해에 죽어 문인 최고의 명예인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안장되었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그는 가난하고 고통 받고 박해받는 자들의 지지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