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12
동봉
명상瞑想을 메디태이션이라 합니다
컨텀플래이션이라고도 하지요
영어로는 Meditation이고
Contemplation이 될 것입니다
위의 단어는 명상 묵상의 뜻이고
아래 단어는 사색 명상의 뜻입니다
따지고 보면 결국 같은 말인데
주로 위의 단어가 많이 쓰이지요
눈 감고 마음을 가라앉혀
조용히 자기 자신을 반조함입니다
어제와 그제는 이틀 연거푸
조계종 총무원에 나들이를 했지요
그제는 조계종 종단 산하
<아름다운 동행(이사장/자승)>에서
아프리카 학교건립을 위한
선서화전을 개최한다기에
나의 스승 전종정 고암대종사의
필묵이 나온 게 있나 해서 다녀왔고요
그러나 실제 명분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건립중인
보리가람농업기술고등학교 부지를
종단에 기증한 기증자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한 것입니다
나의 은법사 스승께서는
아니, 한국불교 모두의 스승이신
고암대종사께서는
내가 알고 있는 한
필묵을 남기신 게 그다지 없습니다
그러나 필체는 반듯하셨지요
어제는 조계종 국제회의장에서
한국명상지도자협회 결성과
출범식이 있다 해서 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비명상을 이끄는
이 시대의 힐링멘토 마가 스님을
만나고 싶기도 했고요
마가 스님은 이번 4월부터
4년5개월에 걸쳐 여행을 시작했지요
53선지식을 찾아 떠나는
선지식 찾기 구법여행입니다
나는 그 첫번째 선지식 자격으로
이 달 첫째 토요일 오전
수원 청련암에서 법문을 했는데
인연의 첫 걸음이었지요
어제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초대회장
용타 스님의 특강이
나름대로 참 인상이 깊었는데
주제가 동사섭同事攝이었습니다
명상지도자로써 갖추어야 할
근본 자질은《금강경》 대승정종분의
"구류九類 중생들을 모두 제도하되
하나도 남김이 없게 하겠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수행자가
그대로 명상지도자라 외치는 데서
나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동사섭이 무엇입니까
네 가지 섭법四攝法 가운데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섭법입니다
첫째가 보시섭布施攝이고
둘째가 애어섭愛語攝이며
세째가 이행섭利行攝이고
넷째 곧 마지막이 동사섭이 됩니다
섭한다는 뜻을 지닌 섭攝자는
다스리다 잡다 가지다 걷다
돕다 거느리다 겸하다 성내다
빌리다 추포하다 대신하다 끼다
당기다 잡아매다 두려워하다
편안하다 고요하다 몰아잡다 등 외에
깃을 꾸민다는 뜻까지 다양합니다
이 글자는 소릿값에 해당하는
<섭聶>이란 자형이 중요하지요
한자漢字는 귀 셋이 한 데 몰려 있습니다
다스릴섭攝摂자만 그런 게 아니라
소곤거릴섭聶囁嗫
밟을섭躡蹑
두려워할섭懾慑
족집게섭鑷銸镊
까치콩섭欇
관자놀이섭顳颞
심복할섭㒤
강이름섭灄滠
속삭일섭讘
두 다리 꼬일섭踂踙
따뜻할섭㸎
말달릴섭䯀䯅자 따위가
모두 귀이耳자가 들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다스리려 한다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얻으려면
듣고 듣고 또 들으라는 뜻입니다
두루 나눔을 닦을布施 때
그냥 나누어주기만 하는 것은
특별한 뜻이 담기지 않을 수 있지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듣고 충분히 들은 뒤에
그의 바람을 채워주는 것이야말로
섭법의 첫째가는 덕목이며
천문Astronomy의 세계에서 드러난
섭동攝動Gravitational Perturbation의 원리입니다
어제 용타 스님께서
동사섭이 명상의 근간이라 했지만
부처님께서 설하신
사섭법 모두가 병행될 때
비로소 중생들의 마음을 섭하고
바람을 충분히 채워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부처님께서
왜 동사섭 외에 보시섭과 애어섭
이행섭을 덧붙이셨겠는지요
어쩌면 용타스님께서는
극락의 사색연화처럼
하나의 색깔을 내세우기 위하여
다른 네 가지 색깔들을
안으로 살짝 감추었을 것입니다
보시는 몸소 일을 통해서든
물건이나 경제적 지원을 통해서든
실제적으로 기여寄與함입니다
애어는 부드러운 말
희망이 있고 용기를 주는 말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존재의 실상을 깨우침이고
이행은 곧 이익을 닦음이지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나도 이롭고 상대도 이롭고
모두에게 이로움이 돌아감입니다
서로 나누는 보시섭
흉금을 여는 애어섭
이익을 주는 이행섭
함께 일하는 동사섭
나는《아미타경을 읽는 즐거움》에서
비록 사섭법은 아니지만
육바라밀 등 열거된 법수에서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한결같이 모두 소중하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어떻습니까
우리 모두 다같이
멋지고 훌륭한 사섭법으로
하루의 첫발을 내딛어보시겠습니까
04/22/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