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순례]〈67〉禪과 敎 곧잘 마음과 말의 관계로 비유
선교일치 주장 ‘선원제전집도서’
말하는 대상은 오직 敎의 근원
禪의 근원인 마음에 대해 설해
중국불교의 특징을 종파불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도불교를 흔히 부파불교라고 말하는 반면 중국은 종파불교, 우리나라는 통불교라 불러오기도 했다. 통불교란 불교전반을 종합적으로 통합해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역사적으로 중국불교는 13개의 종파를 형성했다. 이렇듯 여러 종파가 있었으나 교에서 나눠진 종파를 묶으면 선과 교, 염불수행의 정토, 진언수행의 밀교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서 후대로 내려오면서 가장 대립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선과 교이다. 교를 하는 자는 선을 싫어하고 선을 하는 자는 교를 싫어해 서로 배타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폐단을 불식하기 위하여 대부작의 책을 쓴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규봉종밀(圭峰宗密, 780~841)선사다.
그가 쓴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는 원래 100권에 달하는 대부작(大部作)이었지만 원(元)나라 말기에 소실되고 지금은 100권 전체의 내용을 요약한 서론격인 <도서> 상·하 2권으로 된 본이 남아 전한다.
이 <도서>의 저술 목적은 배휴(裵休)가 서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불교의 여러 종파의 견해를 서로 소통시키기 위해서이다. 특히 본문에서 선(禪)과 교(敎)를 3종으로 나눠 서로 연관 지어 회통(會通)하였으므로 선교일치를 주장한 대표적인 저서로 알려지게 되었다.
규봉은 교를 밀의의성설상교(密意依性說相敎), 밀의파상현성교(密意破相顯性敎), 현시진심즉성교(顯示眞心卽性敎)로 나누고, 선을 식망수심종(息妄修心宗), 민절무기종(泯絶無寄宗), 직현심성종(直顯心性宗)으로 나눠, 교 삼종과 선 삼종을 짝을 지어 서로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고 보았다. 또 각각의 삼종도 결국은 그 근본이 똑같은 하나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도서>의 대지(大旨)를 예로부터 회삼종귀일종(會三宗歸一宗)이라고 말해 왔다. 삼종이란 교의 밀의의성설상교와 선의 식망수심종을 상종(相宗)이라 하고 밀의파상현성교와 민절무기종을 공종(空宗), 현시진심즉성교와 직현심성종을 성종(性宗)으로 묶어 선과 교를 합쳐 삼종으로 구분한 것이다.
상종은 유(有)를 설하는 입장을 가진다. 있다는 논리를 펴면서 어떤 상황을 설명하며 이해시킨다. 공종은 공(空)을 설하면서 유(有)를 부정한다. 없다는 주장을 편다. 성종은 비유비무(非有非無)를 설한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설한다. 이렇듯 각각 논조가 다른 주장을 하나 이것이 모두 방편설이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깨달아 부처의 경지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방법상의 차이에서 말이 달라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말하는 대상은 다 같이 오직 교의 근원이요, 선의 근원인 마음에 대하여 설하고 있는 것이다.
선과 교를 곧잘 마음과 말의 관계로 비유해 왔다.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요,(禪是佛心)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敎是佛語).” 때문에 말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고 마음이 이치를 표현할 때는 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도서>는 선과 교를 융합통일한 일종의 교판론이라 할 수 있다.
상권에서 <도서>가 경론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10가지 이유를 밝히는 가운데 선의 오수돈점(悟修頓漸)에 대해 7가지를 사례를 들어 7대 돈점을 밝히는 대목이 있으며 하권에는 일심진여가 수연생멸(隨緣生滅)하는 과정을 10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미십중(迷十重) 차제와 발심돈오(發心頓悟)하여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는 오십중(悟十重) 차제를 설명하고 있는데, 미십중을 염연기(染緣起)라 하고 오십중을 정연기(淨緣起)라 한다. 화엄대가이기도 했던 규봉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중요 명저로 후대에 와서 인식하게 되었다.
지안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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