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평론, 문학비평
5·18, 그리고 아포리아
심영의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37|160×230×26mm(하드커버)|336쪽
29,000원|ISBN 979-11-308-1926-6 03800 | 2022.6.30
■ 도서 소개
5월 광주, 그 폭력과 억압의 역사를 반영하는 문학에 대해
문학평론가 심영의의 평론집 『5·18, 그리고 아포리아』가 <푸른사상 평론선 37>으로 출간되었다. 광주에서 자행된 국가 폭력을 재현하는 5·18문학의 담론 형성과 전개 과정을 다루면서 5월문학 텍스트를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성찰하였다. 광주라는 공간이 한국 소설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탐구하며 5월문학이 추구해야 할 태도와 방향을 제시한다.
■ 저자 소개
심영의
광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 운명적으로 1980년 5월 대낮의 거리에서 계엄군에게 체포되어 108일 동안 구금되는 곤욕을 치렀다.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1995년 전태일문학상을 통해 소설로, 2020년 『광남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평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전남대학교에서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설집으로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 『오늘의 기분』, 비평·연구서로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현대문학의 이해』 『작가의 내면, 작품의 틈새』 『텍스트의 안과 밖』 『5·18과 문학적 파편들』 『소설에 대하여』 『한국문학과 그 주체』, 문학평론집으로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 등을 간행했다. 2006년 5·18문학상(단편소설), 2020년 제1회 부마민주문학상 우수상(단편소설) 등을 받았으며, 201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장편소설), 2019년 서울문화재단 예술가지원사업(문학평론)에 선정되었다. 조선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전남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상흔과 치유를 위한 연대
살아남음과 살아 있음의 간극 — 정찬과 박솔뫼의 소설
1979~1980, 부마와 광주민중항쟁의 문학 담론
상흔과 기억의 연대 — 광주와 제주, 그리고 아시아
연대와 상흔의 회복을 위한 서사 — 이미란 소설 「말을 알다」
제2부 기억과 항쟁 주체의 문제
5·18 가해자들의 기억과 트라우마
5·18소설이 여성을 호명-기억하는 방식
5·18소설에서 주체의 문제 —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의 경우
5·18소설의 지식인 표상
제3부 애도와 재현, 그리고 미학
자기 처벌로서의 죄의식과 애도의 실패 — 공선옥 소설들
공간에 산포(散布)된 의미들 — 문순태의 5·18소설들
기억의 재현과 미학의 문제 —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외롭고 높고 쓸쓸한〉
역사적 진실과 자기기만 사이의 글쓰기 — 전두환 회고록의 경우
▪발표지 목록
▪추천의 글 : 역사의 문학, 문학의 역사_ 김준태
5·18 소설의 계보를 충실히 읽어낸 귀한 글_ 윤정모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5·18의 성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담론은 크게 희생 담론(국가의 무차별적인 학살과 일방적 죽음의 부각)에서 항쟁 담론(시민이 주체가 된 항거. 폭도에서 민주항쟁의 주체)으로의 변화를 보이면서 전개되어왔습니다. 문학 역시 광주에서의 비극에 대한 진실 규명과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나아가 가해자의 트라우마를 포함한 애도의 (불)가능성, 그리고 항쟁 주체의 문제 들을 끈질기게 탐문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5·18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특히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5·18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은 위협을 받지요. 현실에서 진실은 항상 권력과의 관계에서 구성되고 또 재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5·18, 그리고 아포리아』로 정한 까닭도 5·18은 여전히 앞으로도 탐구가 필요한 난제라는 의미에서 그러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글을 관통하는 주제는 트라우마라 할 것입니다. 그날에 희생된 이들과 가족들, 살아남은 이들의 무의식에 각인된 상흔은 물론이고 가해자의 일원이었던 이들의 죄의식도 제 글의 관심인 까닭입니다. 여기에 싣는 글 중에는 새롭게 쓴 글과 함께 기왕에 발표한 글들을 일부 추려 다듬기도 했으니 불가피하게 서로 다른 꼭지의 글에 얼마간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할 것입니다. 겹치는 부분은, 그동안 발표했던 30여 편의 글 중에서 5·18문학과 관련하여 다시 정리할 때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글을 추린 것입니다. 그러하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기 위해 손을 내밀었던” 세대에 속했던 한 사람의 나름의 노고라 여겨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문학은 무엇보다 역사적 기억의 문화적 재현이라는 점에서 5·18을 경험하지 못한 후속세대에게 5·18의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문화적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문학평론집은 5·18문학 담론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성찰하면서 이후의 5월 문학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작은 길잡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추천의 글
심영의는 다수의 민중들에 의해서 역사가 발전하듯이 문학도 역사적 파토스와 요구에 의해서 발전한다는 것을 조용히 그리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을 잃지 않는다. 1980년 5월 광주가 ‘부분(Teil)’이 아니라 한반도 남쪽 나아가 한반도 ‘전체(Ganzheit)’의 문제로서 일어서 싸웠고, 상처를 입었고, 마침내는 승리를 향하여 물결쳐 나아가고(완전한 승리는 참된 민주주의와 한반도통일) 있다는 것을 그 역시 짐작·예감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까지의 소설가들이 지나치게 미세담론에 빠져 있다는 것을 경계하면서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작동시켜 바라보는 거대담론에서 출발할 때 5월 광주, 5·18문학의 진정성과 ‘하늘(본질과 실체)’, 현재 과거 미래가 보인다는 것을 심영의는 지적한다!
― 김준태(시인,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
그 자신이 소설가이면서 오랫동안 5·18문학에 대한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그의 표현대로 한낮의 거리에서 계엄군에게 체포되어 고문을 받으면서 적지 않은 기간 구금되었던 그의 삶의 궤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또한 늦은 나이에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라는 박사 논문을 쓰고 대학 강단에 섰으나 어디서고 주변인이면서 이방인이라는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 가장 소수자적인 글쓰기에 저 자신을 밀어 넣은 탓일지도 모른다.
심영의 평론집 『5·18, 그리고 아포리아』는 5·18 문학사에 등재될 소설들을 빠트리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살피고 있는 매우 귀한 글로, 5·18을 논하는 모든 종류의 담론에서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믿는다.
― 윤정모(소설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 출판사 리뷰
심영의가 간행한 평론집 『5·18, 그리고 아포리아』는 5월의 광주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을 재현하는 5·18문학의 담론 형성부터 전개 과정을 섬세하게 다룬다. 문학은 역사적 기억을 문화적으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그 시대를 경험하지 않았던 후속세대에게 5·18의 진실을 전달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매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5·18문학 텍스트를 심도 있게 고찰함으로써, 광주라는 공간이 한국 소설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분석하고 5월 문학이 취해야 할 태도와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광주의 비극을 서사화한 소설 텍스트를 통해 ‘상흔과 치유를 위한 연대’, ‘기억과 항쟁 주체의 문제’, 그리고 ‘애도와 재현, 그리고 미학’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40여 편에 이르는 5월 문학 작품을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초기의 임철우 단편 「봄날」(1984), 윤정모 단편 「밤길」(1985)을 비롯하여 정찬의 중편 「슬픔의 노래」(1995) 등으로부터 박솔뫼 단편소설 「그럼 무얼 부르지」(2014)과 한강 장편 『소년이 온다』(2014) 등을 다루었다. 부마항쟁을 다룬 정광민 장편 『부마항쟁 그 후』(2016) 외에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현기영 중편소설 「순이삼촌」(1978) 등도 소개한다. 국가 폭력에 의한 비극의 진실을 규명하고, 살아남은 사람의 죄의식과 항쟁 주체들의 문제를 성찰함으로써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한다.
■ 책 속으로
‘5·18’은 열흘간 광주 일원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지칭이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상징이다. 5·18의 경험의 차이 혹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그것은 상처요, 한이거나 죄의식이거나 부끄러움이거나 또는 저항이거나 봉기이기도 할 것이다. ‘5·18소설’이라는 일종의 명명 혹은 범주화도 다르지 않다. 5·18을 제재로 한 소설들을 이 글에서는 ‘5·18소설(들)’이라고 부르자. 주지하다시피 그것은 5·18이라는 사건과 관련된 서사일 뿐만 아니라 그 사건과 두루 관계 있는 기억과 감정을 아우르는 상징이기도 하다.
오르한 파묵은 “우리는 주변부에서, 시골에서, 외곽에서, 분노하거나 슬픔에 싸여 있기 때문에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러나 결국에는 문학을 통해 그 슬픔과 분노 너머의 다른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5·18소설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그런데 대략 1980년대 말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5·18소설들은 시간의 흐름과 그때마다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일정한 경향을 보인다. 그것은 대체로 그날 왜 그토록 참혹한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묻는 것에서 시작하여 평범했던 이들이 왜 총을 들었는가 하는 질문으로, 친구와 가족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거쳐 마침내 어떻게 상흔을 치유할 수 있겠는가 하는 화두로 이동한다.
(11~12쪽)
‘상흔문학(傷痕文學)’은 1978년 8월 상하이 『문회보(文匯報)』에 발표된 루씬화(盧新華) 단편소설 「상흔(傷痕)」이 계기가 되어 그 명칭을 얻게 되었다. 그러니까 상흔문학이란 ‘문혁’이라는 기호를 해체하여 그 속에서 상처받고 파열된 ‘참(the real)’의 편린을 찾아내 복원하거나 혹은 재현하려는 목적을 가졌던 포스트 문혁기 문학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역사적 상처를 부여안고 통곡하는 문학을 그렇게 부르겠다. 우리의 경우는 4·3문학과 5·18문학이, 밖으로는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관련한 문학,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형상화한 문학을 그렇게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우리의 경우 제주 4·3사건을 제재로 한 현기영 중편소설 「순이 삼촌」과 광주 5·18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밖으로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다이어우잉 장편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바오 닌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을 비교하여 읽는다.
(65~66쪽)
많은 5·18소설들은 모두 5·18 때 살아남은 자들의 부끄러움과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5·18을 소설화한 의미 있는 첫 작품들인 임철우 단편 「봄날」(1984)과 윤정모 단편 「밤길」(1985)의 경우에 그러한 정서가 각별하게 드러난다. 임철우 단편 「봄날」은 그날에 살아남은 자들의 그 이후의 삶 ― 죄의식, 부끄러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 누가 무엇을 보는가. 「봄날」의 경우 드러난 사건(의 연쇄)은 상주의 정신병원 입원과 그를 문병 가는 친구들이다. 그런데 상주의 면회는 금지되어 있다. 그들은 상주를 직접 보지 못한다. 대신에 상주의 일기와 그의 여동생 상희의 전언을 통해서 우리는 상주의 고통에 찬 목소리를 듣는다. 그 매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광주의 5월을 전해 듣게 된다. 이 소설에서 서술자인 나는 자신의 목소리를 죽은 명부의 목소리까지 포함해서 다른 인물의 목소리와 혼합시킨다. 우리는 명부와 상주와 그리고 ‘나-길수’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으면서 이 소설에서 실제로 우리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서술자의 것인지 인물의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복합담화의 서술방식을 통해 이 소설은 우리에게 죽음과 파괴에 대한 공포, 5월의 비극적 상흔과 새삼 마주하게 한다.
(120~1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