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30권》
37. 육중품六重品2
[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 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생루生漏 범지는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지금 찰리刹利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도둑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며,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또 지금 여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엇을 구경으로 여깁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찰리 종족은 항상 싸우기를 좋아하고, 온갖 기술이 많으며, 사물을 좋아하고, 중도에 쉬지 않고 끝까지 하기를 바란다."
"바라문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바라문은 마음으로 주술을 좋아하고, 반드시 살 집을 지으며, 한적한 곳을 좋아하고, 범천에 뜻을 둔다."
"국왕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범지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왕은 정치의 권력을 얻기를 원하고, 군대와 무기에 뜻을 두며, 재물에 탐착하느니라."
"도둑은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도둑은 훔칠 뜻을 품고 간사한 데 마음을 두며, 자기가 한 짓을 남들이 모르게 하려고 한다."
"여자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여자는 남자에 뜻을 두고, 재물을 탐착하며 남녀 간의 일에 마음이 매어 있고 자유롭기를 바라느니라."
그때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으로 놀랍고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그런 일들을 다 아시고 계셨군요. 그것은 진실이요, 헛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지금 비구는 마음으로 무엇을 바랍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계덕을 두루 갖추고, 마음은 도법에 머물며, 뜻을 네가지 진리에 두고, 열반에 이르려고 한다. 이것이 비구가 구하는 것이니라."
이때 생루 범지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가 먹는 마음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이치는 실로 그러합니다. 구담이시여, 열반은 매우 즐거운 것이고, 여래께서는 너무도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마치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고, 어둠 속에 있는 자가 빛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여래께서 하신 말씀도 그와 같아서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려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때를 알아서 하라."
그때 생루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주위를 세번 돌고 곧 물러갔다.
그때 생루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