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과 오다이바에 갔다.
울 부모님을 한국으로 보낸 그 다음 날이었다. 다들 지쳐서 피곤에 잠을 청한 그 다음 날.
"허헉? 누구세요?"
어떤 아줌마가 부엌에서 전 가정부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새로온 가정부인데 내가 가르치는 중"
"아..그렇구나.."
집에 두 가정부가 같이 청소하고 요리하고..아무리 가르쳐 준다고 해도..돈이 꽤나..들텐데..ㅡㅡ;;; 역시 난 돈에 굶주린 여자인가?? 맨날 머릿속엔 엔화랑 원이랑 달러가 같이 굴러다닌다.
두 아주머니는 번갈아 가면서 요리를 하시고 음식을 차렸다.
음..여기 오면 이건 좋다. 요리 안 하지 청소 걱정 안 하지.
그러나 몸가짐을 잘 해야 된다. 나중에 아주머니께서 화를 내시기에..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내건 내가 하고 켄 방은 내가 청소하고.
일본에서 공부하면 아마 켄 어머닌 나를 가정부로 두실 듯..ㅡㅜ
어쨌든 이번 일본 여행에선 켄 부모님이 무지 이뻐 해 주셨다.
많이 챙겨주시고...아무래도 내가 일본어를 약간이나마 알아듣고 잘 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이뻤나보다.
"켄아 밥 먹으래"
"으...응...나중에"
"안 일어나!!!"
게으른 넘..즈그 집이라고 더 게으르다.
퍽퍽 이불위를 치면서 머리를 흔들면서 깨웠다. 이 정도로 해야지 일어날까 말까 하는 녀석이다.
요즘엔 토토로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
아마 배 위에서 뛰어도 모를 듯..^^;;
"오늘 어디 갈거야?"
"음..어디 가고 싶은데.."
"오다이바~"
"전에 갔잖아..작년에 갔는데..또?"
"이쁘잖아~"
난 오다이바를 좋아한다. 후지텔레비젼 스튜디오도 있고 상점이랑 쇼핑몰도 많고 게임랜드도 있고..물론 비싸서 한번 가고 말지만.
"알았어.."
그리고 그날 오후쯤해서 우린 켄의 어무니 차를 몰고 갔다.
점점 일본의 오른쪽 핸들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이젠 차선도 안 헷갈리고..역시..난 일본에서 살 체질인가..
오죽하면 이젠 혼자서 오다이바구경을 할 정도다.
켄이 놀랄 정도..길치는 아니다보니 한번 간 곳은 잘 기억하는 편이다.
"와..이번이 4번째인가?"
"그렇지.."
"와..역시..변함없군 ㅡㅡ''"
"그러게 왜 여기 온다구.."
"연인들 데이트 장소잖아.."
"우리가 연인인가..ㅡㅡ;;;"
"신혼은 넘어서 갱년기지.."
"음..아냐~ 아직도 우린 신혼이야~ 난 니가 좋은 걸~ ^--^"
"토토로야~ 얼굴 치워라~~~"
켄의 얼굴을 손으로 쭈욱 밀어버렸다.
그렇다..
몇년만에 입어보는 미니스커트며 야시시한 옷인가..
아마도 내 친구들이 봤더라면 기절 초풍 했을 것이다.
내가 잘 입는 옷은..쌍용 마크가 찍힌 추리닝에,
아니면 청바지에 낡은 셔츠..아니면 딱 달라 붙는 셔츠..이유는 사이즈가 균일화 되어서 나의 넓은 어깨에 맞는 셔츠가 없어서 다 쫄티가 되어버린다..ㅜㅜ
아니면 울 어무니가 사 주는 모든 옷들..
옷에 대해 욕심이 거의 없다.
관심도 없을 뿐더러
그래서 남들이 옷 코디해 주는데로 입는다.
(역시..디지인을 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치곤 꽤나 수수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번 꾸미면 장난아니게 섹쉬한 버젼으로 간다..ㅡㅡ;; 담에 한번 사진으로 올릴까나..이거 원..쑥쓰러워서..^^;)
"진짜.....섹쉬하지 않어? 일본 사람 아닌 티를 내는구나.."
"그런가?"
"키도 크니까.."
"허헉..이번에 한국에서 키 재보니까..166이래..흐흑..난 내가 168로 알고 살았는데..흐흑..2센티 줄었어...ㅜㅜ"
"바보..그래도 커 보이니까 괜찮어."
"그래...ㅡㅡ;;;"
나는 발등부터 무릎까지 보석이 박힌 검은 부츠에(애들 말로는 일명 날라리 부츠) 짧은 미니스커트에다가 어깨가 훤히 보이는 니트.
역시..옷이 너무 심했나? 다 쳐다보더라.
솔직히 이런 옷을 입어서 쳐다보는 건 이해를 하지만 그냥 수수하게 입을때도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쳐다보는 시선은 별로 안 좋아한다.
애들 말로는 내가 외국인 티를 안내려고 해도 은연중에 그런 느낌이 난단다.
기가 느껴진다나..ㅡㅡ;;;;
"으아.다 쳐다보잖아 역시 그 부츠때문이야!"
"너네 엄마가 준 거잖아 신긴 신어야지..무슨 신주 단지 모시듯이 맨날 옷장에 처박아 두면 안 되잖아! 이 시선을 즐기라구~!"
"역시..넌 보통은 넘어.."
그렇다..난 보통은 아닌가보다. 이 차림을 하고 한국에 갔으면 아마 몇몇 여자애들이 엄청 뭐라고 씹었을것이다. 일본들어갈때 이 차림으로 공항갔다가 꽤나 입이 험한 한국 여자애들 둘이서..(성형수술한 인조얼굴이 티가 팍팍나는 갑부집 딸내미들) 꽤나 내 부츠와 내 옷이 신경 쓰였는지-나보다 더 섹쉬하게 잘만 입었더만..- 무진장 뒤에서 틱틱거리더라. 내 성격상이었으면 그냥 부츠 뒷굽으로..퍽...음..이러면 안 되지..성격 죽여야지..
ㅡㅡ;;;;
일본은 내가 못 알아들으니 신경을 안 쓴다. 그러나..한국말은 너무 잘 알아들어서 무시하기가 무리다.
솔직히 내가 말 안하고 안 웃는 얼굴보면 그리 틱틱거리긴 힘들다.
일본에서 내 성격은 미국에서 만만치 않다.
한국에선 그나마 울 어무니 이미지와 시선이 있어서 참지만.
"오무라이스 먹자!"
오무라이스 체인점이란다. 꽤나 유명한가보다.
가서 앞에 진열된거랑 비교 해 가면서 나는 소세지 오무라이스를 먹었다.
우와~ 진짜 맛있더라.
"일본음식은 뭐든지 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아."
"니가 한국음식을 싫어하니까 그렇지."
"아냐...불고기랑..돼지 갈비랑....어..또..만두국이랑.."
"안 매운거 좋아하잖아. 고기 종류랑..그러니까 몸에 문제가 많은 거라고..위에 구멍이 났을 거야..야채 좀 먹어!"
"(무시중...)...."
"어이! 듣고 있는거야?"
"밥 왜 안나와!? 배 고파 죽겠는데.."
"무시군..ㅡㅡ^"
오무라이스를 먹은 뒤에 우린 게임 방에도 가고 이곳저곳에서 사진도 찍고 이상한 곳에서 폼 잡고 찍을 땐..예를 들면 푸우 인형이랑 같이 폼 잡고 사진 찍는다든가, 중국 자전거에 올라타고 찍는거라든가..지나가는 사람 바로 뒤에서 이상한 표정이랑 행동을 하면서 찍는다던가..
"가위바위보!"
"하하하. 내가 이겼다!"
"삼세판!"
"이쒸.."
내가 이겼다. 켄이 오락실 바로 앞에 있는 푸우인형과 사진을 찍어야 되었다.
"우히히히히..이거 재미있네. 또 하자~"
"시러! 나중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서 웃어서 그런지 켄이 삐졌다.
당연하지..두 푸우가 어깨동무하고 찍었으니.
그리고 우린 전신 사진을 찍는 포토머신으로 갔다.
일본의 포토머신은 정말 대단하다.
희안한게 얼마나 많은지..
"어! 이거 하자!!!켄!!!!"
"잠깐만 돈 바꾸고."
"400엔이래!"
"오..나 이거 처음하는건데.."
"이게 뭐야? 왜 손잡이가 달려 있고 아래쪽에 있는 이 디디알 같은 건 또 뭐고..벽에도 뭐가 붙어 있네..뭐가 이래 복잡해?"
"아..저기 모니터에 나오는데로 행동하면서 찍으래."
"지길 ...."
"자자..옆으로 팔을 쭈욱 뻗고 몸을 앞으로 숙이고..니가 뒤로 가야 되잖아!!!"
"으아..니가 키가 크니까 모니터에 안 나오잖아!"
"찍어요~~~~~~ 찰칵!!!!!!"
"이쒸! 허리 아파 죽겠네 안해!"
"나도 목 아파..그냥 우리식으로 하자."
모니터에 나오는 그림대로 했다간 둘다 골병들을 것 같았다.
둘다 기본 일본인들보단 체격이 크다보니..전혀 그림대로 되지 않았다.
"자~ 웃어요~"
"호호호호홍.."
"으아!!!"
켄이 나를 들고 찍지 않나. 뒤에서 누르질 않나..거의 엽기적인 레슬링을 하면서 찍었다. 결과는 아주 이쁘게 나온 사진을 얻을 수 있었지만..그 와중에도 '찍어요~' 라고 할때마다 웃는다고 죽는 줄 알았다.
"저거 두번만 더 찍으면 골병들겠다...에구구구구.."
"재미있다..히히히.."
"사진 이쁘네. 내가 이번에 새로 지갑에 붙여주마."
"나중에 나중에."
"자.게임이나 할까?"
"허헉..비싸다. 하지 말고 밥이나 먹자."
"밥 먹었잖아."
"후식!"
"넌..여기만 오면 돼지가 되는 것 같어.."
"일본 음식은 내 입맛에 딱 맞거든 호호홍..아무래도 난 전생에 일본 여자였을거야..호호호호홍.."
"음...ㅡㅡ;;; 아무래도..그런 듯."
재미있게 우린 오다이바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록 어머니께서 집에 빨리오란 분부때문에 일찍 집으로 가야 되었지만.
사진도 많이 찍고..아..이 사진들이 잘 나왔을까? 어머니께서 미국에 보내주셔야 되는디..아..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