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새해
一寒一暑 縱天道之推遷 일한일서 종천도지추천
爲聖爲狂 在人事之勤逸 위성위광 재인사지근일
한 번 춥고 한 번 더운 것은 자연법칙의 추이(변화)이지만,
성인이 되고 광인이 되는 것은 사람의 노력에 달려 있다.
註 : 寒(한, 차다, 춥다, 가난하다)
暑(서, 덥다, 더위, 여름)
縱(종, 종용하다, 바쁘다, 세로, 늘어지다)
天道(천도, 하늘의 뜻, 자연의 이치, 자연법칙)
推(추, 밀다, 추진하다, 변천하다)
遷(천,옮기다, 변천하다)
推遷(추천, 변천 변화)
爲(위, 하다, 되다, 위하다)
聖(성, 성스럽다, 성인)
狂(광, 미치다, 미치광이, 광인, 함부로 행동하는)
勤(근, 부지런하다)
逸(일, 안일하다, 편안하다, 게으르다, 숨다, 달아나다)
勤逸(근일, 부지런하고 게으름)
-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의 『순암집(順菴集)』 권18 서(序), 「을묘제야소서(乙卯除夜小序)」중에서
[해설]
섣달그믐의 제야(除夜) 풍습은 우리나라에 역법(曆法)이 들어온 이래 지속되었다고 한다. 대궐에서는 그믐 전날 근처에서 연종포(年終包)를 쏘고 대나(大儺)라는 묵은 잡귀를 몰아내는 의식이 있었고 민간에서도 폭죽을 터뜨리거나 집안 곳곳에 등불을 밝혀 두고 만두나 다과 등의 세찬을 마련해 윷놀이 등을 즐기며 깨어있는 채로 새해 첫날을 맞는 수세(守歲) 풍속이 있었다.
1735년(영조 11)의 섣달그믐 밤 역시 다소 이렇게 들뜬 분위기였나 보다. 그러나 20대 중반의 안정복은 이런 정취에 젖어 있지 못하고 전광석화처럼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어떻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 좋을까 고민하였다. 위 구절에서 학문에 전념하던 한 젊은 유학자의 그런 고민이 엿보인다. 흐르는 세월은 붙잡거나 되돌릴 수 없고 생로병사는 자연법칙이다. 그런데 역사상의 수많은 인물이나 나라의 흥망에서 증명되듯 인간은 인식의 지평을 넓히며 깨우쳐가는 노력을 멈추게 되면 그 짧은 생애 동안에도 오히려 퇴보하는 숙명을 짊어진 존재이다. 그래서일까 이 구절 뒤에 “지나간 일은 그만이니 내가 다시 어찌할 수가 있겠는가만 앞으로라도 잘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所冀 逝者已矣 吾復何爲 來焉可追]”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되뇌고 있다.
지난해를 돌아보고 계묘년(癸卯年, 2023년) 새해 목표를 세우는 때이다. 작년의 목표가 너무 높았다면 조금 낮추어도 좋고 실천할 일들을 너무 많이 잡았었다면 조금 줄여도 좋을 것이다. 맡은 분야에서 설정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 우리 모두가 소기의 성취를 이루는 계묘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해설자 : 김형욱(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