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이 좋은 삶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6, 7장
존 롤스의 차등원칙은 평등한 사회의 기반을 제시하는 동시에 인간의 주체성에 질문을 제기한다. 차등원칙은 “사회 구성원은 노력과 그에 따른 성과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라는 보편적인 규칙에 반대한다. 그 근거는 노력이 우연적 요소 즉 가정 환경과 선천적인 특징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경제적, 신체적 이점에 대해 공로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가정과 사회 환경의 영향 때문이라면 우리는 노력으로 이룬 성공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는 성공한 사람의 성취를 다른 사람과 나누게 할 근거를 제공한다.
노력을 우연적 이점, 즉 주변 환경과 유전적 특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류한다면 인간의 주체성에 대해 질문이 생긴다. 주체적인 행동인 것 같은 ‘노력’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을 정도로 외부적 요소들에 휘둘린다면 다른 행동들은 어떤가? 우리의 행동은 주체적인가?
감정, 유전적 요소, 주변 환경 등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다.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적 동기 즉 행동의 목적이다.
육상 경기를 예로 들겠다. 주자는 공기 저항, 지면과의 마찰 등 자연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날의 컨디션, 정신 상태, 관중의 환호 또한 경기를 좌우한다. 하지만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승 지점의 위치이다. 거센 바람은 몸을 흔들 수는 있지만 방향을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 선수가 결승점을 어디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행동은 수많은 요소에 영향을 받지만, 그 주체성을 살피려면 행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가정 환경은 노력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 목적은 아니다. 이처럼 인간의 주체성에 관한 질문은 행동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과 연결된다.
우리는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불완전한 선택을 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것 같은 이 선택들은, 멀리서 보면 분명한 목적을 가리킨다. 많은 사람에게 이 목적은 행복이다. 일상적인 선택부터 대학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중대한 결정까지 인간의 행동은 행복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면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은 주체적인가? 행복은 육체적, 정신적 쾌락으로 나뉜다. 육체적인 만족감을 느끼거나 성취감과 자존감 등의 감정을 느껴 특정 호르몬이 분비될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한다.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느끼려는 것은 식욕과 같은 육체적 욕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탈길에 놓인 공과 같이 애써 다른 목적을 찾지 않으면 행복을 향해 굴러간다.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은 육체적 욕구를 채우는 행동이므로 주체적이지 않다. 이처럼 인간의 선택은 주변 환경과 같은 외적 요소에 따라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행복을 향한 욕구에 좌우된다.
개인의 자유는 인류가 나이를 먹을수록 확대된다. 이 자유는 원하는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자유가 주된 요소이다. 차등원칙의 결론은 우리가 우연적 요소의 영향을 받은 노력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와 행복이 중요시되는 지금, 행복을 목적으로 사는 것이 정말 자유로운 삶인지, 우리가 우리의 삶을 소유하는지 질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