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7시50분. 대전시 철도고객센터로 전화가 걸려왔다. “부산역을 폭파하겠다.” 어눌한 목소리의 남자였다. 센터 상황판엔 뜬 발신자 번호는 부산 지역. 7분이 지난 8시8분. 경찰 50여명이 부산역에 급파됐다. 하지만 전화는 허위 협박 전화였다. 폭발물은 없었다. 경찰이 발신자를 추적했더니 협박범은 만취한 상태에서 방에 오줌까지 지린 채 누워 있었다고 한다.
공공장소나 주요 관공서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와 그로 인한 폭발물 수색은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소동이다. 이런 협박범들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고 경찰은 말한다. 우선 상습범이 많다.
“서울역에 폭발물 설치”했다는 협박범 잡고 보니
9차례 협박전화 건 상습범
2012년 3월 16일 오후 6시쯤 코레일 철도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오후 10시까지 서울역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고 협박한 이가 대표적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관 등 120여명은 탐지견을 동원해 이날 서울역사와 지하철 서울역 1호선과 4호선 역사 내부, 물품보관함 등을 샅샅이 수색했다. 실제로 폭발물이 설치됐다면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장소나 주요 관공서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와 그로 인한 폭발물 수색은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소동이다. 이런 협박범들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고 경찰은 말한다. 우선 상습범이 많다.
“서울역에 폭발물 설치”했다는 협박범 잡고 보니
9차례 협박전화 건 상습범
2012년 3월 16일 오후 6시쯤 코레일 철도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오후 10시까지 서울역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고 협박한 이가 대표적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관 등 120여명은 탐지견을 동원해 이날 서울역사와 지하철 서울역 1호선과 4호선 역사 내부, 물품보관함 등을 샅샅이 수색했다. 실제로 폭발물이 설치됐다면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작년 11월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와 경찰이 성당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하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그날 오후 10시까지 아무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틀 후인 18일 오전 11시 48분쯤 다시 철도 고객센터로 괴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이번에도 “100억원을 준비하지 않으면 용산역을 폭파하겠다”고 했다.
이번엔 폭발물뿐 아니라 협박범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경찰은 폭파 협박 전력자와 서울역과 용산역 주변의 CCTV를 분석했고, 협박에 쓰인 휴대전화 명의자를 찾아냈다. 경찰이 자신을 추적해오자 김모(32)씨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내가 역을 폭파시키겠다고 했다”며 자수 의사를 밝혀왔다.
“수색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 재미있어 걸었다”
조사 결과, 김씨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항공기·열차·대기업 사옥을 폭파하겠다며 총 9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에서 “협박전화를 걸면 경찰과 소방관, 폭발물 탐지견까지 출동해 수색하는 모습, 수색 장면을 본 시민들이 깜짝 놀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어서 협박전화를 걸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2012년 2월 “대통령을 죽이고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112에 신고했던 김모(33)씨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유심칩이 없는 휴대전화로 협박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범행 직후 부산으로 도망쳤지만, 아버지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한 사실이 드러나 한 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김씨는 검거되기 전에도 인천공항·한나라당 인천도당 등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를 건 것으로 드러났다.
- 1997년 7월 서울 충무로 한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무장경찰이 긴급출동했다.
작년 8월 하루 동안 3번에 걸쳐 KBS 본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 전화를 걸었던 유모(56)씨는 범행 11개월 전에도 KBS에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가 경찰에 입건된 적이 있었다.
경찰이 ‘반응을 보일 때까지’ 협박을 계속하는 특징도 있다. 작년 5월 서울 양천경찰서에 검거된 장모(60)씨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한다”면서 가스통을 들고 청와대에 가서 분신하겠다고 소동을 벌였다. 경찰은 청와대 근처에서 거듭 분신소동을 벌였던 그가 수년 전 뇌수술을 받고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는 점을 참작해 그를 세 차례나 훈방했다. 하지만 그는 훈방된 지 며칠이 지나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 종로로 가는 길에 112에 전화를 걸어 “청와대를 폭파시키겠다”고 또 협박전화를 걸었다가 택시기사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말 항공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인천공항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했던 김모(32)씨도 항공사가 자신의 협박을 장난전화로 여기자, “김포공항을 폭파하겠다”고 재차 전화를 걸었다.
문제는 이런 협박 전화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한번 경찰에 폭파 협박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군 폭발물 처리반, 소방관 등 수백명이 동원돼 수색작전을 벌이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한 경찰 간부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 수색 작전에 나섰다가 장난으로 밝혀지면 정말 허탈하고 화가 난다”면서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경찰력을 낭비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기차역이나 공항 혹은 주요기관들이 밀집해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들이 이런 협박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 2004년 7월 미국행 항공기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편지로 비상이 걸린 인천공항에서 세관 직원들이 여행객 수하물을 검사하고 있다.
“협박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상습범행 부추겨”
이런 협박전화가 끊이지 않는 데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법원은 대체로 협박범들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실형을 선고해도 징역 1년 미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경찰은 말한다. 앞서 언급한 ‘청와대 폭파협박범’ 김씨도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작년 4월 마사회 수원지점에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를 건 60대 남성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게 드문 사례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이런 협박범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형을 선고한다. 미국 조지아주(州) 연방 북부지원은 2012년 1월 애틀랜타 지역 7개 학교에 폭탄을 터트리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낸 발트레즈 스튜어트(29)에 대해 징역 3년 10개월,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지방법원도 같은 해 9월 17일 루이지애나주립대학(LSU) 캠퍼스 내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12시간 동안 협박전화를 건 40대 남성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