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낙엽 지는 가을 풍경과 멋지게 어울리는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옷이 코트이다.
바람 불고 눈발 흩날리는 날 더욱 빛나고 좋게 보이는 옷이다. 내가 고등학교 학생 때 덕수궁 돌담길을
코트 깃을 세운 남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혜화동 서울대학 구내 은행 낙엽 밟아 걷는 코트 입은 대학생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이다음에 저렇게 코트를 입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잔뜩 들었다. 그래서 젊었을 때 코트를 즐겨 입곤 했다.
유명하다는 영국산 버버리코트 진품은 입어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든 코트는 자주 입었다.
요즈음은 코트보다 오리털 파카나 오리털 패딩 옷을 선호하는 것 같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땐 흰색 오리털 롱 패딩 옷이 유행하기도 했다.
코트는 참호(trench) 전투가 기본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에서 유래된 것이다.
군복으로 채용되면서 트렌치코트라는 별명이 붙여졌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도 뛰어난 실용성과 멋으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트렌치코트는 기본적으로 클래식한 스타일이 유지되고 있으나,
소재와 스타일, 옷의 길이 등 많은 변형이 되어왔다. 따라서 트렌치코트를 입을 땐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추어 입어야 한다. 골격이 크고 몸이 마른 사람은 더블 트렌치코트가, 몸통이 굵거나 비만한 스타일이라면
허리를 묶지 않는 것이 어울린다고 한다.
2000년 무렵엔 반코트에 가까울 정도로 짧게 줄인 트렌치코트가 유행했었다.
트렌치코트는 청바지나 스니커즈와 매치하면 젊어 보인다. 캐주얼한 차림에도 어울리므로, 터틀넥 같은 스웨터와
매치하는 것도 좋다. 겨울에 코트 안에 모(毛) 나 퀼팅소재의 라이너를 덧대면 겨울에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지만,
구차하게 덧대면서까지 입을 까닭이 있을까 싶다.
버버리코트는 영국의 토모스 버버리가 발명한 개버딘 천을 소재로 한 방수용 코트이다.
인터넷 들어가 신세계백화점 버버리코트 값을 살펴봤다. 보통 200~300만원 한다. 물론 그 이하 상품도 있고
그 이상의 값의 옷도 있다.
나는 현재 3년 전 며느리가 사다 준 브랙야크(Blackyak) 반코트를 입고 있다.
겨울에 아주 따뜻하고 가벼워서 좋다. 값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30~40만원 주지 않았을까 싶다.
나에게 더 이상 고가의 옷이 필요 없다. 겨울에 등 따뜻하고 편한 옷이면 됐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요즈음은 있는 옷도 버리기 상당히 바쁘다. 얼마 전엔 입던 멀쩡한 양복 몇 벌을 갖다버렸다. 몸에 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언제 그 옷을 다시 입어보겠는가? 아무리 멀쩡한 옷이라 해도 누구 주기도 망설여지는 세상이다.
우리에게 극히 필요 한것만 가지고 간소하게 살자고 내자(內子)와 다짐을 몇 번이나 하지만 또 그 실천은 만만치 않다.
옷의 유행이 변화무상하다. 버버리코트는 진짜 돈 많고 멋쟁이가 입으면 좋겠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저렴한 파카나
패딩 옷도 무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부담 없는 10만원 이하의 오리털 패딩을 많이들
입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이제 모든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망구순(望九旬)의 나이다.
다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어 보련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란
법정스님의 말씀을 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