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설이 서러워지는가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릴없이 나이만 들어가는 것 같지만
이맘때쯤 되면 으레 하던 일 멈추고
챙겨야 할 일들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우선 차례 상 준비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그건 아내의 몫으로 지내온 터요
곳간 열쇠도 아내가 쥐고 있는 터라
심부름이나 해주면 될 테다.
이웃에 살고 있는 작은 것은
엊저녁에 과일상자를 들이밀고 갔으니
설 연휴를 이용해 또 나들이를 할 모양이요
큰 것은 나와 함께 살고 있어
제 어미에게 모두 미루고 있는 터라
아직 아무 생각 없는 듯하다.
우두커니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예년과 달리 마음만 허전할 뿐,
이래저래 빈 생각뿐이다.
지난 1월에 작은 손주가 초등학교 입학통지를 받았다.
그래서 책상과 책장을 따로 마련해 줘야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에게 파급되어
내 책장 하나와 서랍장 하나를 내놓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안 그러면 새로 산다는 것이었는데
아내의 말인즉
내 것을 하나씩 내놓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내놓을 수밖에 더 어쩌랴...
엊그제 말썽부리던 사랑니 두 개 뽑고 회복 중이다.
앞으로 두 달은 술 담배를 자제하라니
설날에도, 또 설을 쇠고도 근신해야 할 모양이다.
이럴 바에야 아직 두 다리 성하니
바랑 하나 짊어지고 훌훌 떠나고 싶기도 하지만
알량한 사무실 하나 차려놓고 있는 터이니
그게 또 발목을 잡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은
먹고사는 일에 일평생을 다 바치는 사람"이라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것이 먹고 사는 일이 아니더라도
한 가지에 매몰되는 삶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하는 일에 전념하다가도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거나 들랑날랑하는 것일 터요
이것저것 집적거려보는 게 아니던가.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라는 건
실존을 생각해보는 해묵은 화두지만
생업에 지친 삶을 되돌아볼 때
흔히 자문해보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조금 비틀어
“가족을 위해 사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 가족이 필요한가?” 란 화두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나를 버리는 듯, 조금은 불순한 의미도 내비치지만
억압된 자유를 위해서는
무언가로부터의 속박을 벗어나고픈 심기도 일어난다.
하나씩 버리는 것, 그것이 자유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면
지금 깔고 앉은 방석마저
벗어낼 생각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 설이 설렘은 점점 엷어지고 서러움이 짙어져 갈망정
그걸 자유에 더 가까워지는 거라고 자위해야 할 것 같다.
(2016년 2월의 단상 중에서)
위 글은 꼭 10년 전에 썼는데
작은 손주는 고2가 되었고
나는 칠순에서 망구가 된 지도 3년이 지난다.
당분간은 이 상황이 수평이동되겠지만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산다고나 할까...?
사랑하고 존경하는 곡즉전 님이
손주이야기를 잔뜩 했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잘도 알아듣고 이해하는 걸 보면
장차 큰 인물이 될 것 같다.
나라의 동량이 된다면 얼마나 기쁘랴~
나와 인연 없는 최가온 선수가 메달을 땄어도 기뻤는데 말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페이지 님이
사위를 맞는 이야기를 했다.
설을 맞아 갈비찜을 해냈더니
딸들과 사위들이 감동하고 즐거워하더라는 거다.
온 국민들의 가정이 그렇게 화목하고 즐거우면 얼마나 좋으랴~
내 가정은 아니지만
딸 둘을 둔 나는 더불어 즐거운 것이다.
삶을 즐겨라.
곡즉전 님을 기준으로 본다면
나보다 천일야화 두 번을 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는가.
페이지 님을 기준으로 본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나보다 더 선배님들도 더러 계시지만
모두 모두 인생 파이팅이시어라~~~!!
첫댓글 望九
다되신 석촌님께서
望七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페이지를
존경한다 하시니
더욱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니들과 터울이 많게시리
늦게 낳아
늘 가슴 한켠이 아리던
막내딸도
하필 어미 생일날 결혼을 한다니
어리둥절
어안이 벙벙하지만
다 짝을 채워
보내고 나면
얼마나 홀가분할까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왜 또 가슴이 아린지
그것을
알 수가 없는
조울증 초기
페이지.
횡설수설
중언부언
중입니다.
그렇군요.
어떻한 경우라도
어머니의 속을 남성들은 잘 모릅니다.
자기 살덩어리니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에, 고마워요..
설은 사린다 삼가다의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서러워진다라는 말과도
뜻이 통하는것 같습니다
저는 설날인 어제 부모님계신곳에 가서
큰절을 올리고 대관령너머 푸른바다까지
보고 왔는데 저녁에 그만 차뒷문위를
기둥에 긁고 말았습니다
이걸로 올해 액땜한걸로 치고
올해 근신하고 지내야되겠습니다
먼길에 부모님 뵙고왔으니
잘했지요.
긁었다니 찌그러진건
아니겠네요.
더 조심하면 되겠지요.
저 위 사진은
석촌호수 정보센터 바로 옆이네요
늘상 접하는 곳이라 반가워서요 ㅎ
명절이래도 그저 별것없이 지내는터라
감흥도 서룸도 없이 지나갑니다
딸 둘이지만
하나는 너무 멀리있고
하나는 같은아파트 동, 라인까지 같으니
명절도 일상과 같네요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지금처럼요~🙏🙏
맞아요 정보센타 옆.
그런데 벌써 감흥이 없다고하면 안 되는데~?
자식들이 좋다고하면
덩달아서 좋다좋다 해야지요.
방학 중 숙제 세 편이 배당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설날입니다
어찌 써야 하나 생각 중인데 설날에 대한 단상을 석촌님이 주셨습니다
서러워지는 설날 섭섭해지는 설날 차려준 거 실컷 먹고 떠난 휑한 상 위의
설거지들 떠나고 난 고요한 집 기름 냄새로 남은 설날, 등등 써 봐야 겠습니다
개강은 3월 둘째 주라 여유가 있지요 만
그런가요?
하긴 자식들은 부모님을 하늘같이 믿고 즐겁게 해드리고싶은 것이니
덩달아서 흥을 내야지요.
멀리 있는데다 어릴때 박통시절,
부친께서 관직에 계시다보니, 설이라 하면
늘상 신정(新正)을 쇤지라, 구정(舊正)이란
설날이 저에겐 느낌상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석촌 선배님께서 최근 치과에 다니시느라
명절 차림상에 올라오는 질긴음식은 아무래도
손 가기는 힘들셨을 듯 하네요.
완전 회복 되실때까지는 덜 여문음식으로 천천히
드셔야 할 듯 합니다.
조금씩 자주래도 드시면서 건강 살피시라고 힘차게
2번째로 추천(推薦) 올려드리며 명절인사(名節人事)로
갈음할까 하옵니다., ^&^
하긴 거기는 거기대로 풍습을 이어가야 하겠지요.
살기위해 일 하는지
일을 위해 먹는지
먹기위해 뭘 하는지
헷갈립니다
모쪼록 건강만 하십시요
오래도록 뵙고 싶습니다
잘 쉬었남요?
불러내고 싶었지만 한분이 출타했다니..
선배님! 올한해도 여전히 건안하시길 바라옵니다
네에 고마워요..
먹어야 사는 동물에게 있어 치아는 생명 그 자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죽기 직전의 사자는 치아가 전혀 힘을 못 쓰더군요.
저는 10년 전 임플란트 5개 하고, 브릿지 하나 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자연치처럼 잘 쓰고 있습니다.
어디서 듣자니 시원하게 씹는 소리가 뇌에 전달되면 치매도 안 걸리고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 했습니다.
석촌 선배님의 건치와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맞아요.
아랫니 윗니가 딱딱딱 맞부딪혀야
뇌운동이 된다고하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