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시즌을 개시한 유럽리그와는 달리 북미지역 패권을 노리는 미국 프로축구(MLS)는 시즌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플레이오프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모든 팀들은 가용가능한 전력을 총 동원해 1년 농사를 순조롭게 마무리짓겠다는 심산. 그 중에서도 지난 19일 벌어진 동부 컨퍼런스 콜럼버스 크루와 메트로 스타즈와의 결전은 세간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양팀은 메이저리그 동부지구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 중인 라이벌. 콜럼버스 크루가 10승10무5패(승점40)로 1위를 지키고 있었고 메트로 스타즈가 11승6무9패(승점39)의 성적으로 그 뒤를 바짝 쫒고 있었다. 승점차는 불과 1점, 이날 경기에 따라서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었던 셈이다. 모처럼 1만8,000 명의 팬들이 관전한 이날 경기 결과는 콜럼버스 크루의 4-2 승리로 종료됐다. 크루가 초반 2실점하며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4골을 몰아넣으며 단숨에 경기를 역전시킨 것. 놀라운 점은 이 4골이 모두 미국 올림픽대표팀 출신의 주전 공격수 에드손 버들의 발끝에서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81년생인 버들은 17세 이하 미국청소년대표팀부터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기대주 가운데 한명이다. 2001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미국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 득점을 기록했으며 아테네올림픽 북미지역 예선에서는 3골 1도움의 성적표를 남겼다. 2003시즌 16경기에 선발출전하며 팀 적응을 알리더니 올시즌 10골 1도움으로 팀의 간판선수로 거듭났다. 흑인특유의 개인기와 유연성을 지니고 있으며 마라도나를 연상케 하는 두터운 상체는 상대 수비진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좀처럼 밀리지 않는다.
비록 크루에 패하기는 했지만 메트로 스타즈의 젊은 지휘관 에디 게이븐도 이날 1골을 터뜨리며 진가를 뽐냈다. 뉴저지 출신인 게이븐은 현재 17세의 약관. 그러나 180cm의 훤칠한 키와 뛰어난 패싱력을 자랑한다. 지난 해 현 소속팀 메트로 스타즈와 계약을 체결, 프로무대에 발을 들여 놓았고 현재까지 26경기에 출전해 7골(팀 3위), 6도움(팀 2위)의 만점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특히 게이븐의 경우, U-17, U-20, U-23 대표팀 과정을 모두 거치고 올시즌에는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는 영예를 안기까지 했다.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게이븐의 영입에 관심을 내비쳐 화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과 함께 축구 신동으로 꼽히는 프레디 아두의 존재까지, 최근 미국축구는 넘쳐나는 재목감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과거 프로리그가 전무했던 미 대륙에서 축구선수로 대성하기 위해서는 어린 나이에 호주, 북미 클럽들을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사실. 그러나 지난 96년 MLS가 출범하고부터 사정이 바뀌었다. 젊은 재능들이 자국리그를 통해 성장하는 토양이 마련됐고 이들은 곧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나이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 40'이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덕분인지 '세계축구의 중심' 유럽에 진출하는 미국출신 선수들도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올 시즌 미국대표팀의 주력멤버인 다마커스 비즐리가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 정착했고, 바비 콘베이 역시 '종가'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하는 등 이미 20~30명의 미국 선수들이 해외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출범 9년차를 맞이하는 MLS. 산적한 문제점이 적지 않지만 젊은 스타들을 앞세워 일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풍부한 인력풀을 가동해 유럽리그에 선수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은 곧 선진 시스템과 기술, 전술, 풍부한 경험 등을 쌓아 국제대회에서 미국대표팀의 살을 찌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거전적에만 연연하며 미국을 항상 1승의 대상으로 삼았던 한국축구에 날리는 경고장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