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상 머리 다 큰 너에게 새삼스레 편지를 하려하니 대단히 시작이 어렵구나. 허나 부모 자식간은 예로부터 이미 감출 것도 없고 더 내세울 것 없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자 인연이고, 너와 우리를 아는 다른 분들에게는 그간의 성원에 대한 감사함을 겸한, 네게는 그야말로 사랑 그 자체가 되길 희망하나 혹여 네게 부담이 될까 실은 약간은 걱정이다. 네가 잘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단 한가지 감추지 못할 진실은 지난 토요일 포항의 밤하늘을 밤새 바라보며 엄마랑 나란히 100킬로 뛰는 내내 너를 염두에 두었던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처절한 밤이 지나고 환한 내일이 오면 우리가 밤새 뛰며 느끼며 생각한 것을 네게 보이리라 하고 말이다. 어쨌든 네게 편지 쓰는 지금은 조금 열어둔 연구실 창문을 통해 5월의 기분좋은 바람이 들어오고 있는 오랜간만의 자유로운 오후이구나. 새벽부터 밤늦게 애쓰는 너에게도 이 봄의 좋은 날이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요즘들어 약간의 흐트러짐이 비치는 듯하여 몇 번의 대화를 나눈 것을 물론 기억하리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그렇게 들어가길 소원하는 “청천관”을 그야말로 걷어차 버리고 나온일, 몇 번이나 우리가 배냥매고 뛰러가다 나간사이에, 우연의 일치치곤 너무도 이상하게 (네말찾고 그야말로 재수없게) 그때마다 오락을 하다가 들통난일, 남들은 다들 꽃 달던 어버이날 주일이던가, 여튼 그날 교회 후 어디로 사라져서 할아버지 모신 차속에서 몇 번이나 너를 찾아 뺑뺑 돌게하며 애태우던일, 내일 시험을 앞두고 촌음을 아껴도 시원찮을 판에 하릴없이 컴퓨터를 잡고선 우리를 내내 안타깝게 하던일. 친구에게 빌려준 휴대폰을 며칠이나 챙기지 않아 연락두절의 답답함을 풀고져 대화하다 그야말로 다퉈버린일, 시험을 마치던 날인가, 연락이 안되어 걱정하던차, 나중 동아대앞에서 한참을 지낸후 그것도 나중에 아무일 없이 학원에서 바로 귀가하던 것 처럼 하여 아들에게 속은 듯한 깝깝하고 안타깝던일.....
허긴 돌이켜 보면 그 흔한 연애한번 한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하는 싸움이나 가출을 하는것도 아니고, 술 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사고치는 것도 아니고, 2년내내 반장에다가, 무슨 시험이던지 어쨌거나 반에서는 꼭꼭 1등 하는 내게 별것 아닌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열심히 하고 있는 너에게 공연히 잔소리 하는 것인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밤새 100킬로를 뛰면서 내내 네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엄마랑 내가 몇명중에 몇등을 했는가가 아니라 가도가도 끝없는 언덕길과 넘어도 넘어도 계속되는 꼬불길과 세어도 세어도 또 나타나는 입간판 도로표지판속 부르터서 뭉그러 터져버린 발바닥 물집과, 퉁퉁하게 터질 듯 불어버려 어제밤 내내 이불올려 높이둔 양정강이와, 땀으로 엉겨붙은 울퉁불퉁해진 이마팍의 땀띠자국과 그야말로 한밤내내 땀의 노력의 결정체인 그 100킬로 전과정 그자체를 네게 보여주고 싶었다. 말이 나왔으니 조금 부연한다면 엄마는 밤 12시가 조금 지난, 35킬로 지점 끝없는 오르막이 연속되던 그시점에 계속되는 피로감과 졸리움을 참지못하고 그만 포기할까 속으로 몇 번 망설이더라. 허긴 바쁘고 해서 충분한 준비를 못한 탓도 있었지만, 허나 너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며 끝까지 달리련다 면서 무릎을 꼬집으면서 이를 악물고, 앞으로 치달을때 옆에서 보는 나 역시 뭔가의 울컥함과 뜨거움을 함께 느꼈더랬다. 각고끝에 뻣뻣해진 다리를 안고 중간체크장소인 60킬로지점에 천막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그 유명한 장면중 하나인 미국 남북전쟁때 부상자가 끝없이 전개된 역사의 장면처럼 온통 부상자들이 흩어진 패잔병심정으로 죽어도 끝까지 간다한다는 일념으로 식어터진 죽도 악착같이 억지로 넘기며 나중을 기약했었다. 무릎이 아파와서 탄력 붕대를 감고, 발목이 시큰대길 시작해 조심조심 다지며 걸을 때의 아픔도 있었지만, 악착같이 우리는 뛰고 또 뛰어, 그야말로 동해 위 구름 속으로 찬연히 떠오르는 태양을 맞는 감격의 순간을 함께 맞을 수 있었다. 도중의 몇 번의 어려움도 있었고, 힘듦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주위의 도움과 격려덕분으로 끝내는 다섯손가락 활짝펴 손짓해 맞는 환한 호미곶의 붉은 카페트속 결승점을 당당히 통과하는 기쁨을 맞을 수 있었지. 중략 새삼 며칠전의 포항의 밤을 생각하니 아직도 흥분이 되는 격함이 있어 당황스럽구나. 아들아! 너는 다행히 다른 다람들과는 달리 몇가지 좋은 gene은 타고 났구나. 할아버지 기도의 간구로 이루어주신 하나님의 크신 은혜라고 생각한다. 신체조건도 그렇고 남다른 명석한 머리와 남다른 미세함도 있더구나. 어쨌든 그 덕에 현재의 너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빠가 단연코 말하건데 인생은 노력하는 자의 세상이고 이루고져하는 사람의 몫이다. 인생은 타오르는 불꽃같아서 잠시솟구치는 순간을 놓치면 다시 장렬히 불타오르기는 어려운법! 다시금 사랑으로 네게 말하고 싶은 것은 네가 그져 반이나 학교에서 시험쳐 일등하는 단순한 결과만은 절대로 아니다. 아들아! 지금부터 다가오는 1년 6개월 정도가 너의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부디 시간을 아끼고 인생을 보다 무겁게 대하는 겸허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보다 성실하고 진중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뭔가를 끝까지 이루고자 하는 굳은 신념의 확신의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스스로 약속한 신념과 결심을 지키고자 매일매일 스스로 쳐서 굴복케하는 강인함과 끈끈함을 갖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람이 되길 희망한다.
끝으로 아빠, 엄마가 이번 울트라를 핑계하여 밤새 외치고 진정으로 네게 보이고 보고 싶은 것은 40대 중년의 편안함과 안락함의 결과보다는 매일매일 새로운 목표를 향해 하나하나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는 피와 땀이 응결된 과정을 보여주고 보고 싶은 것이다. 아들아! 사랑한다. 2005년 5월 24일 오후 연구실에서
|
첫댓글 울트라가 아들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변화함을 느낌니다. 새로운 부부울트라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다음에는 어떤 분이 이런 사랑의 글로 우리의 심금을 자극할까요?
멋진 부인과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너 나 할것없이 다큰 어른들도 필히 읽어보아야할, 전율을 느끼게 하는 주옥같은 글입니다. 아무튼 수고많앗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샘, 이런 동병상련의 심정은 자식 키우는 사람은 다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지에미랑 호미곶까지 나온 우리 아들 녀석에게 "아빠 어때?" 하고 물으니 하눌이 이자슥이 "울트라, 남들 다 하는 거 아니야" 합디다.
부부함께 사랑하는 희승이를 생각하고 고통을 이겨내며 완주하심에 경의를 표합니다,또한 진솔한 글로 후기를 선물하여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회복 잘 하시기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이 많은 요즘. 저에게도 가슴에 짠하게 와닿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에그~ 고놈의 자슥이 뭔지....축하드립니다.
축하 합니다.
부모란 자신에 대해, 노력하며 바라만 볼뿐 이란 ,생각이 듭니다. 부모의 애틋한 심정을 알았을땐 이미 손아내 자식이 아니듯이...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근본이 튼튼하면 어딜가드라도 잘 해 내리라 믿읍니다. 보이는 것만이 다 는 아니니까요!
울트라 부부 히~임!!앞으로도 즐런하시길...축하드립니다.!!!
부끄럽지않은 부모되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인지 주위에서 늘 경계를 하게합니다. 좋은 부모 훌륭한 부모 그리고 존경받는 부모되심을 무엇보다 부러워합니다.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바랍니다. 두분의 완주를 축하하면서....
이 아침에 부모님을 생각하게하는 좋은글,우리의 역사와 사회를 탄탄하게 해주는부모님 부모님의 사랑을 가슴깊이느끼고갑니다 이정주님 이글 퍼가면안될까요. bbu100.com홈페이지 울트라완주기에 올리려합니다. 부디허락해주세요. 사회를 아름답게하고 가정을 힘있게하는 혼이들어있는 주옥같은글 많은분들께 주고싶어요.
그 머나 먼 길 울트라~ 완주를 진정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결승선에서의 찐한 감동~~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부부 울트라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수님! 이 편지를 자녀분이 받는다면 이 시각 이후 걱정끼치지 않을것이라 장담합니다. 다시한번 울트라 완주를 축하드리며, 진하고 심금을 울리는 울트라 후기 감동 한방 먹었습니다.
이정주교수! 벌써 한 세대가 지나갔네... 대학 신입때 처음보았으니 지금의 희승군 나이와 엇비슷할 때였지. 울트라의 감동을 가족애로 승화시키다니... 울트라 러너로서 자격이 있다.
"자녀가 고등학교 들어가면 부모는 무조건 마라톤을 해야된다" 라는 만고의 진리를 또다시 확인하는 글입니다. 단지 마라톤이 울트라 마라톤으로 바뀌어야 할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선배님, 두분의 완주를 뜨겁게 축하드립니다.
이 교수님! "셀프컨트롤Thing" 자봉이 문제 너무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아이들의 자라는 과정이며 때가되면 스스로 해결합니다.중요한것은 근본인데 명장밑에 약졸있을리 없습니다.두분의 완주 축하드리며, 가족애로 승화시킨 멋진 후기 감동적이었습니다. 이교수 힘!
이정주교수님..두분의 울트라완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세심한 아빠의 염려가 찡하네요..회복 잘 하시고 감동 오래오래 즐기시기를 바랍니다.임정은 이정주 힘!!
우리 아들에게도 보여줄겁니다. 일마 이거 이 번 일년 목표가 여학생 전화번호 100 개 모으는 거라는데... 환장합지요.
이정주교수님! 같은 학년의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하는 감동적인 글 입니다. 효마클 2호 울트라부부 탄생을 축하드리며 썸머비치울트라 접수자가 벌써 110명이 넘었네요^**^
자식 사랑은 부모의 몫, 생각하는 달림과 가족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달림의 의의를 모두 아우러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정주 교수 부부 힘.
희성씨가 훌륭하게 잘 자랄 것임을 믿어 의심지 않습니다. 정말 좋으신 부모님 아래서 참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두 분의 사랑 앞에 가슴이 뭉클하답니다!
그아버지에 그자식이란 말이 생각나는군요..부럽네요...사랑의 깊이만큼 깊고 높은 보람으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두분 수고많이 하셨습니다..힘!!
훌륭하게 울트라완주를 함에 감동케 하시더니 후기까지 진한 감동을 주시네요. 늘 재밌는 글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 시더니 이번에는 감동적인 글로 가슴을 찡하게 하시네요. 특히 임정은! 학교일 하랴 집안일 하랴 바쁠텐데도 아들을 위하여 고통의 순간을 극복한 모성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소주한잔 합시다. 언제든지...
'좋은 모델이 가장 좋은 교수방법임'에 한표, 희승의 장래는 '명약관화' 그 자체입니다. 부럽습니다.
사랑 깊은 달림이 아버지의 글 가슴이 울컥~ 눈물이 찡~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이정주 임정은 힘~!
부부 두분 밤새달림 완주를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매우 돋보이는군요. 또한 역시 돋보이는 문재도 지금처럼 한번씩 보여주시기를 효원 효원 힘!!!
감동적인 후기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부부 울트라 힘!!!
부모님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마라톤을 하면 다들 명상가나 철학가 되나봅니다. 아드님이 부럽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