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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영을 도와주고 그로 해서 보영과의 우정도 회복하여 조금은 흥분한 영섭은 주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신산리로 향했다.
영섭은 가정에 무슨 사정이 생겨서인지 몰라도 휴학을 하고 집에 있는 희수가 군에 갔을 때는 소식을 끊어 자기를 어렵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자기가 휴학할 정도로 어려워진 사정이 생겨 영섭이 와서 도와주길 바라고 영섭의 귀국만 기다렸는데 회사 사정상이라고 하나 영섭이 귀국을 당초 계획보다 한 달이나 늦게 하여 영섭에게 골이 나서 집에 있으면서도 일부러 영섭의 전화도 받지 않고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희수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와 희수 부모님께 드릴 간단한 선물을 사 들고
이렇게 집으로 찾아가면 화가 난 희수가 웃으며 반겨주고 혹 심술이 풀리지 않았더라도 자기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빌면 웃으면서 맞아 주리라는 기대하면서
그러나 신산리 희수네 집에 도착하였을 때 영섭을 맞아 준 것은 희수가 아니라 이상하리만치 가라앉아 있는 집안 분위기인데 영섭은 당황했다.
영섭이 희수네 집에 도착한 것이 저녁때이지만 희수 동생은 아직 학교에서 안 돌아오고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영섭을 맞아 주시는 어머니는 영섭을 보자 당황해하고 허둥거리며 어쩔 줄을 모르고 아버지는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만 지키고 계신다.
그 분위기에 휩싸이며 몸이 떨려오는 자신을 억제하며
“어머니 희수는 어디 갔습니까?”
하고 묻는 영섭의 물음에 어머니는 눈물로 대답하고 아버지는 여전히 침통한 빛으로 침묵하시며 먼 산만 바라보신다.
희수가 윤간당하고 정신이상이 되어 집을 나가서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희수의 정인이었던 영섭에게 어떻게 말 할 수 있겠는가
“어머니 진정하세요. 희수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황망히 어머니를 부축하며 영섭은 다시 묻는다.
그래도 두 분은 말이 없고
영섭은 직감적으로 희수에게 무슨 큰 변괴가 생긴 것이 분명한 모양이라고 느끼면서도 너무나 심각한 분위기에 영섭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위로의 말씀도 못 드리고 멍청이 서 있다 돌아서 대문을 나선다.
그런 영섭을 잡지 못하는 희수 부모님들! 어머니의 울음소리만 높아진다.
몇 번 희수와 같이 동네를 방문하여 영섭을 아는 동네 사람들도 영섭을 보곤 자기들끼리 무어라고 하면서도 정작 영섭이 다가가면 입을 다물고 이야기하지 않고 피한다.
혹시 현수가 있나 하고 현수네 집에 가보았으나 현수는 출장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아 집에 오지 못했다고 하고 희수의 일을 묻는 영섭에게는 난처한 빛을 보이며 대답을 못 한다.
하기는 외국에서 귀국하여 곧 현수를 찾았지만, 설계를 위한 측량을 하기 위해 지방으로 두 달 정도 출장을 갔다고 했다.
그래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 만나보려고 아니 그보다도 보영의 문제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전화도 못 했다.
현수와 전화 통화가 됐어도 현수한테는 별말을 못 들었을 것이다.
희수의 사건이 현수가 떠나고 얼마 안 있어 일어났기 때문에 현수도 아는 것이 전연 없다.
동네에서 더 이상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음을 눈치챈 영섭은 신산리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소란이 가게로 가보기로 하고 동네를 떠난다.
신산리 시내로 나오던 영섭은 돌다리를 건너는 시내(川)에서 희수의 동생 창수를 만났다.
희수의 동생도 영섭을 보자 당황해하더니 징검다리 중간에 서서 눈물부터 흘렸다.
“창수야 누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니?”
부지런히 창수의 곁으로 다가가 이같이 묻는 영섭의 물음에 창수는 눈물만 흘린다.
영섭은 창수를 데리고 신산리 시내로 나와 다방에 들어가서 창수에게 다시 물었으나 눈물만 흘리는 창수에게서는 대답을 듣지 못해 답답한 마음으로 소란에게 연락을 했다.
영섭의 전화를 받은 소란도 영섭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걸 어쩌면 좋아.”
하고는 말을 못 하고 흐느낀다.
소란까지 흐느끼는 것으로 보아 희수에게 사건이 생겨도 보통 큰 것이 생긴 것이 아니라 생각한 영섭이 바쁘지 않으면 자기가 신산리 00다방에 있으니 와 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망설이던 소란은 전화를 끊고 한참을 생각한 후 어차피 영섭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니 하루라도 빨리 아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마음을 사려 먹고 다방에 나왔다.
다방에서 창수을 본 소란은 놀랬으나 영섭이 창수를 징검다리에서 만나 데리고 왔는데 누나에 관하여 물어도 울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한다는 영섭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소란의 눈에 다시 눈물이 흐른다.
“소란씨. 희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어요?”
하고 묻는 영섭을 한참이나 말없이 쳐다보고 있던 소란은
“영섭 오빠 놀라지 말고 내 얘기를 들으세요.”
하고 사건의 전말을 모두 이야기했다.
희수의 사건 이야기를 들은 영섭은 놀람과 분노로 몸이 와들와들 떨린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 험악한 얼굴이다.
창수는 그 얼굴을 보고 무서워 고개를 숙이고 소란은 영섭이 희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참을 분함을 삭히지 못하여 몸을 떨던 영섭이 겨우 진정하고 꺼낸 첫마디는
“그래서 아직까지 누나의 행방을 모른단 말이야?”
라고 창수에게 묻는 물음에 울분이 서려있다.
창수는 대답 대신에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만 숙였다.
“범인들의 행적조차 알 수 없고?”
“범인이 군인들이 아닌가 하는 심증만 있고 아무런 수사 진전이 없데요.”
이번에는 소란이가 대답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희수가 정신이상이 되어 집을 나갔다면 지금 어느 거리에서 헤매고 있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
희수야 어디 있느냐? 어디로 갔단 말이냐? 그런 정신을 하고서.”
영섭의 애가 끓는 깊은 탄식에 창수가 또 눈물을 흘리고 소란도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터지려는 울음을 참는다.
다음 주 월요일 영섭은 회사에 결근계를 내고 신산리롤 내려와 파출소에 가서 자기는 희수의 고종사촌 오빠라고 하고 담당자에게 부탁하여 그동안 수사 기록을 보고 담당자에게 수사 진척된 사항을 물어보았으나 수사가 진전된 것이 없고 수사 기록에도 초동수사 시 기록된 것 외에 특별히 추가된 것이 없다.
사건 발생지역을 살펴보았으나 사건이 일어난 지 두어 달 가까이 지나고 야외라 현장보존이 안 되어 단서 될 만한 것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현장이 보전되어 있어도 단서를 찾지 못했겠지만,
허탈한 가슴을 안고 서울로 돌아온 영섭은 왠지 이번 일에 현영이 관계되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영섭은 현영을 회사로 찾아갔다.
현영은 숙영과 결혼을 해서 답십리에 신혼살림을 차렸고 열심히 회사에 다니며 충실한 사회인으로 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기의 저지른 잘 못을 위장하기 위해 아니 잃어버리기 위해 더욱 회사 일에 열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신입사원답지 않게 일도 잘하고 열심이라고 상사의 칭찬을 듣게 되었다.
영섭의 방문을 받은 현영은 속으로는 가슴에서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나도록 불안했지만, 태연히 영섭을 맞았다.
“오래 간 만이다.”
영섭이 먼저 인사를 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외국에서는 언제 돌아왔냐?”
“며칠 됐어. 그동안 잘 지냈냐?”
“나는 너희만 안 보면 잘 지내.”
“그래, 그럼 한동안 잘 지냈겠구나.”
“잘 지냈지. 그런데 네가 웬일로 나를 찾아왔냐? 우리 사이가 옛날처럼 서로 안부 묻고 할 정도로 다정한 것도 아닌데.”
“그래 용건이 있어 찾아왔다. 너 희수에 대한 소식 들었나?”
이 물음을 들은 현영은 속으로는 떨리고 금방이라도 영섭의 손이 자기의 목덜미를 잡을 것 같은 겁이 들었으나 여전히 태연하게
“희수 소식을 왜 나한테 와서 물어, 그녀에 대한 것은 네가 더 잘 알잖아.”
하고 대답했다.
“정말로 요새 희수 소식 못 들었어?”
“왜, 희수에게 무슨 일이 생겼냐?”
“그래. 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넌 참 이상한 애로구나. 난 이제 결혼한 유부남이야. 지금은 너처럼 희수에게 목매달고 있는 병신이 아니란 말이야. 왜 네 애인 소식을 나에게서 물어?”
“혹 네가 희수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나 해서.”
영섭의 물음에 속이 뜨끔한 현영이
“별 해괴한 소리 다 듣겠다. 그래 한때는 내가 너희들 좀 귀찮게 했어. 그렇지만 난 이제 결혼한 몸이야. 지금까지도 내가 그러고 다니겠니? 그런 되지도 않은 소리 하려고 바쁜 사람 붙잡고 있지 말고 그만하고 가라.”
하고 볼멘소리하며 철저히 위장한다.
“네가 희수에게 아무 일도 안 했다면 고맙고, 그러나 나중에라도 그런 단서가 잡히면 너는 각오해야 할 거야.”
“네가 무술 꽤나 한다고 나를 협박하냐? 나는 너한테 협박당할 아무런 이유도 없으니 그만 가 주었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들은 영섭은 떫은 감 씹은 표정이 되어 돌아설 수뿐이 없었다.
영섭이 가고 난 후 현영은 오금이 저려 한참을 쭈그리고 있다가 다시 자기가 고용했던 불량배들에게 일일이 전화하여 일을 저지르는 동안 외국에 가 있던 희수의 애인 영섭이 돌아와, 조사하고 다니는데 영섭이 보통 인물이 아니니 입조심을 단단히 하라는 다짐을 했다.
며칠간 희수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영섭은 아무런 진전이 없자 체면을 무릅쓰고 보영에게 희수가 당한 사건을 이야기하고 이 사건을 조사하여 줄 것과 희수의 행방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희수의 사건 소식을 듣고 영섭을 잘 아는 보영은 영섭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짐작이 갔다.
그리고 어쩜 희수를 찾느라고 애쓰는 영섭이 영섭의 성격상 빨리 희수를 찾지 못하면 폐인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망을 모두 동원하여 희수를 수배하고 사건을 조사해 보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희수를 찾지 못했고 사건도 오리무중이다.
비슷한 제보를 받고 가보면 다른 사람이기를 여러 번 이제 검찰의 수사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보영은 영섭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으나 인력으로 안 되는 것에 답답한 생각만 들었다.
차츰 영섭이 자학하기 시작했다.
왠지 희수에게 일어난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더욱이 정신이상이 되어 어느 거리에서 헤매고 있을 희수를 생각하면 가슴에 얼음덩어리를 안고 있는 것 같이 저리고 아팠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거의 매일 거리를 쏘다니며 가슴앓이를 했다.
그런 영섭을 바라보는 보영의 마음은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지만, 거기뿐 더 다가갈 수도 다가가지도 못하고 틈나는 대로 술벗이 되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검찰수사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기다리던 영섭은 서너 달이 지나도록 아무 효과가 없자 희수가 정신이상의 빈 몸으로 나간 것을 고려하여 인터넷에서 전국에 있는 기도원, 노숙자 거처, 보육원, 보호시설 등을 조사하여 어느 정도 자료를 확보하고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본격적으로 희수를 찾아 나서기 위해
회사에서는 영섭의 사정을 잘 아는 선배들, 그의 능력을 인정하는 선배들 특히 하남식 과장의 배려로 휴직 처리를 하였다.
회사에 휴직계를 낸 영섭은 경기도 북부에서부터 차례로 희수를 찾기 시작했다.
거의 일 년 동안을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하다못해 제주도까지 전국을 뒤졌지만, 희수의 그림자도 찾지 못하고 돌아와 잠시 집에 쉬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영섭의 애끓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수는 어느 곳에 있는 것일까?
정신 이상이 되어 무일푼으로 나간 희수가 전남 나주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을 리라 영섭이 생각인들 할 수 있으라.
첫댓글 읽는동안 마음이 아프네요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ara님!
다락방님!
지키미님!
무혈님!
행복한 왕비님!
구리천리향님!
이초롱님
감사합니다
이틀 연속 ㅂ가 내리네요 우울해 하지 마시고 활기 찬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