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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호영 위원장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지난 7월 특위 구성에 합의한 지 석 달 만에 늑장 출범했지만 다음 회의 일정 등 앞으로 논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초당적 논의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하며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들은 추가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영업자와 전직 회사원의 국민연금(우리의 기초연금과 유사) 보험료 납부 기간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을 합친 보험료가 우리의 2배인 소득의 18.3%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납부 기간을 5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도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현행 62세에서 65세가 되도록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28%로 우리의 3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오래 살기 때문에 일도 오래 할 수밖에 없다”며 연금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우리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1998년 9%로 올린 이후 24년째 그대로다. 24년 전에 비해 출산율은 거의 반 토막이 났고 65세 이상 인구는 300만명에서 900만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손대지 않은 것이다. 반면 연금 보험료율이 우리의 2~3배인 나라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보험료 내는 기간을 늘리거나 연금을 받는 연령을 늦추는 개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쟁에만 몰두하며 나라 미래를 위한 일은 외면하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그동안 적지 않은 논의의 결과로 연금개혁의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OECD도 지난달 한국 보고서에서 “한국이 목표 소득대체율 4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현행보다 기여율을 배 이상 높여야 한다”고 했다. 연금 개혁은 늦추면 늦출수록 개혁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자칫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야가 하는 시늉만 하고 계속 미적댄다면 다음 세대에 재앙을 떠넘기는 죄를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