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 소비자 온라인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M&A가 기업 성장에 기여못해
■ '플랫폼 혁명' 공동저자 산제이 초다리 플랫포메이션랩스 CEO · 제프리 파커 다트머스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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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한 광고회사의 부사장이었던 조 페어레스에겐 광고 외에 또 다른 관심사가 있었다. 바로 부동산 투자였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4년 동안 따로 부동산 투자에 대해 공부했다. 물론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실질적인 경험도 쌓았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스킬셰어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부동산 관련 강의를 하며 '투잡'을 뛰었다. 이렇게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그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젊은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불어 복잡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향상됐다. 그 결과로 그는 100만달러(약 11억5000만원) 넘게 투자받으며 부동산 투자 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다. 현재 페어레스는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전문 부동산 투자사인 페어레스 인베스팅(Fairless Investing)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페어레스가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도구는 스킬셰어라는 플랫폼이다. 과연 플랫폼이란 무엇일까. '플랫폼 혁명(Platform Revolution)'의 저자인 산제이 초다리 플랫포메이션랩스 최고경영자(CEO)와 제프리 파커 다트머스대 교수, 마쉘 반 알스타인 보스턴대학교 교수는 "기술을 사용해 사람들, 조직, 자원을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플랫폼을 정의했다.
대표적인 플랫폼 전략 사용의 예로는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있다. 누구나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들어와서 본인의 집을 보여주거나 다른 사람의 공간을 대여할 수 있다. 기존 숙박사업과 다르게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이런 경계의 허물어짐 속에서 새로운 교류가치가 창출된다.
매일경제는 '플랫폼 혁명'의 공동저자 두 명을 대표로 인터뷰하면서 플랫폼 사업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봤다. 초다리 CEO는 플랫폼 사업의 성장동력을 △연결성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부상 △생산 민주화 등으로 꼽았다. 또 다른 저자인 파커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개념이 전기산업 등 더 많은 분야에 심어지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 혁신이 더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그들과의 일문일답.
― 현재 플랫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뭔가.
▶ 파커 교수=다양한 이유가 있다. 첫째, 온라인상의 저장 기술(storage technology) 비용이 낮아졌다. 둘째, 모바일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사용자들의 행동이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들어가 그곳에서 이뤄지는 교류를 통해 큰 가치를 얻는다.
▶ 초다리 CEO=기본적으로 세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첫째, 연결성이다. 이로 인해 많은 생산자·소비자들이 교류할 수 있다. 둘째, 지난 몇 년 동안 있어 왔던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부상이다. 수많은 소비자·생산자는 각자가 필요한 사람들과 제대로 연결하려면 데이터가 많은 '똑똑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크게 발전한 데이터 프로세싱과 인공지능은 소비자·생산자들이 각자의 필요에 적합한 사람들을 찾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생산의 민주화'가 있다. 현재 많은 경우를 보면 생산능력은 (전통)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옮겨가고 있다. 그 예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본인이 사진을 생산하고 플랫폼을 통해 이를 선보이고 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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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연결성이다. 새로운 연결방법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센서장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연결된다. 플랫폼 사업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존하니 연결성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 플랫폼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이유에는 플랫폼 기업들의 인수·합병도 있을 것이다. 그 예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 더 크게 성장했다.
▶ 파커 교수=사실 미래에는 플랫폼 비즈니스 간의 인수·합병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지만 이미 인수·합병된 기업들은 이를 통해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경험한다. 현재 인수·합병 계약을 마친 기업들은 과거 플랫폼 기업 간의 인수·합병보다 더 성공적이고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초다리 CEO=나는 플랫폼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플랫폼 성장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연결성, 데이터와 인공지능, 생산의 민주화가 플랫폼의 성장을 이끄는 기본적인 요소들이라 생각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인수·합병은 M&A의 '정석(prototype)'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이 페이스북 사용자의 시선을 빼앗고 참여를 줄였기 때문에 (기존 사용자들의 참여를 되돌리기 위해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을 사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에는 페이스북이 미칠 (사용자) 네트워크 영향이 감소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인수는 페이스북의 네트워크 효과를 줄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현시대에 인수·합병할 때 질문해야 할 점은 '우리 회사의 네트워크 효과를 증가시킬 회사는 무엇인가?'다.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의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인 비즈니스에서는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을 기준으로 인수·합병 전략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얼마만큼의 네트워크 효과가 있을지, 얼마만큼의 데이터가 통합될지를 고려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개념이 허물어지고,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모든 산업에 이점으로 적용되는가.
▶ 파커 교수=다수의 산업에 좋게 적용될 수 있다. 이미 기업 활동에 대중이 참여하는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혁신을 이룬 성공사례가 많다. 예로, GE는 제트엔진 브래킷(엔진 부품 중 하나) 개선을 위해 아이디어 공모를 실시하고, 좋은 해결책을 찾았다. 플랫폼은 크라우드소싱 방법보다 생산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더 쉽게 연결되도록 만든다.
▶ 초다리 CEO=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모든 산업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특정한 산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플랫폼은 새로운 산업도 아니다. 모든 산업에 존재하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가 플랫폼 비즈니스다.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은 플랫폼 모델을 통한 교류에서 판매자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을 통해서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다양하고 더 수월하게 제품을 발견하고,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다.
―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어지는가.
▶ 초다리 CEO=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왔던 과정과 다를 바가 없다. 고객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세 가지 고객들의 필요에 의해 플랫폼 사업이 탄생된다. 첫째, 하나의 회사가 채워주지 못하는 고객들의 필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자들이 뭉친다. 아마존이 이렇게 시작된 플랫폼 비즈니스의 예다.
둘째, 생산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펼치는 방법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작된다. 유튜브, 에어비앤비와 같이 시작하는 것이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생산자'들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본인의 '사업'을 펼친다.
셋째, 전통적으로는 불가능했던 방법으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우버는 공동창업자들이 파리에서 콘퍼런스를 마친 후 택시 잡기가 힘든 경험을 한 뒤 구상한 사업이다. 특정한 시간에 택시가 필요한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비어있는 택시를 이어주면 택시를 찾는 사람과 택시 기사들에게 가치를 제공한다고 생각해 우버가 시작되었다.
― 플랫폼 사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혁신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사업 안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파커 교수=지속적으로 혁신이 이뤄져 가고 있다. 플랫폼의 아이디어가 더 많은 부문에 심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산업을 보자. 오랫동안 대기업이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자들에게 전해주는 구조였다. 그렇지만 미국 뉴욕주와 텍사스주에서 제안된 플랫폼 아이디어에는 소비자들이 전기 공급자로 해당 산업에 동참하며 동시에 소비도 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 초다리 CEO=앞서 말했듯이 '플랫폼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랫폼은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플랫폼이 소비자와 생산자들을 이어주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유튜브 등 다양하다. 한 가지 새로운 플랫폼 혁신의 예를 들겠다. 매코믹푸드라는 양념제조업체가 있다. 이곳은 '플레이버 프린트(FlavorPrint)'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이 플랫폼에 질문을 올리고, 질문의 유형에 따라 매코믹푸드는 고객 데이터를 분류하고 수집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에 따라 자사는 각 고객에게 맞는 레시피를 판매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기업은 소비자 데이터를 통해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시켜줄 수 있다.
― 플랫폼 특성 중 하나는 게이트키퍼가 없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플랫폼에 올려졌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 초다리 CEO=이에 대해서 아직까지 명확한 규제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통적인 규제 모델이 아직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렇지만 회사 내부의 가치창출에 중심을 두는 전통적인 사업 구조와는 다르게 플랫폼 사업의 가치창출은 회사 밖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특정한 플랫폼이 어느 부문에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규율을 명확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특히 실패비용이 일부 산업에서 증가하면 더욱 필요하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이 어떤 환자에게 의사를 연결했는데, 이것이 잘못된 매칭이라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 실패비용은 매우 높다. 그리고 훨씬 구체적인 규제법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도 전통적인 '비(非)플랫폼'의 규제법을 토대로 한다. 규제법을 개선해 잘못된 정보가 생길 때, 혹은 잘못된 결과가 생길 때 플랫폼이 져야 하는 책임의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
▶ 파커 교수=미국에서 플랫폼은 헌법 1조의 보호 범위에 속한다. '정보 교류의 장'으로 간주된다. 잘못된 정보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지지 않는다.
― 우버, 에어비앤비 등 많은 플랫폼 사업들이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 초다리 CEO=현재도 여러 플랫폼 사업에 대한 불법논란이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제조업 중심의 산업시대의 규제로 플랫폼 회사들을 관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플랫폼 회사들이 올바르게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플랫폼 혁신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있다. 규제개선이 빨리 속도를 내어 플랫폼 사업에 적합한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 파커 교수=플랫폼 회사들은 혁신적인 사업을 설립한 다음에 이를 합법화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아직까지 불법 논란이 있지만)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이런 과정을 비교적 잘 거쳐갔다.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공용주차 공간을 확보한 운전자들이 주차공간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몽키파킹(MonekyParking)은 샌프란시스코시 검사장이 불법이라 판단하고 사업을 그만둘 것을 명령했다.
― 한국의 플랫폼은 어떻게 보는가.
▶ 초다리 CEO=초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싸이월드 등에 대해 알고 있다. 오랫동안 싸이월드와 같은 한국 플랫폼들은 프렌스터,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미국 소셜네트워크 플랫폼보다 훨씬 더 사용자들의 참여율이 높았다. 그렇지만 애플,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에서 만든 플랫폼들이 현지에 진출하면서 한국 플랫폼의 영향력이 조금씩 시들었다. 국내시장에서 어떤 플랫폼이 사람들을 모으고 현지에서 효과를 보는지, 또 어떤 것들이 국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로,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로 인한 이득을 본다. 국내 플랫폼들이 페이스북을 이기긴 어렵다. 그렇지만 차량공유서비스는 국내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부문이다. 이 산업에서는 해당 국가에서만 사용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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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이 초다리는 플랫폼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이에 대해 C-레벨 임원을 교육하는 플랫포메이션 랩스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다. 인도 명문 공과대학인 IIT 칸푸르(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Kanpur)를 졸업한 초다리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MIT 테크놀로지 리뷰 등 다수의 전문지에 기고했다. 올해 세계적 경영사상가 순위인 '싱커스 50'이 선정하는 미래 조직 운영과 관리에 영향을 미칠 30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트머스대 엔지니어링학과 교수인 제프리 파커는 수년간 네트워크 경제학(network economics)과 전략 분야를 연구해왔다.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는 구인구직 사이트처럼 서로 다른 그룹의 사용자들을 연결해 가치를 창출하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 이론을 만들고 발전시킨 사람 중 한 명이다. 플랫폼 경제학, 지식재산권, 제품 개발, 혁신이 그의 주요 연구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