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를 찾아 영섭이 떠나고 난 후 보영은 그렇게 되리라고 자기가 염려했던 사태가 벌어진 것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마약범죄단 사건 후 다시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옛날의 친구 사이 이상으로 진전되어 마음이 즐거웠고 희수가 행방불명되며 남의 불행은 안 됐지만, 혹시나 하고 다시 영섭에게 가능성을 걸었던 보영은 그 영섭이 희수에게 집착하여 찾아 헤매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다시 절망감에 젖는다.
언젠가 희수가 찾아와 보영과 영섭 사이에 자기가 끼어들게 돼 미안하다며 자기가 멀리 떠나겠다고 할 때 그것은 두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세 사람을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렸던 것을 기억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희수가 행방을 감추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리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되고 보니 이것이 영섭과 자기를 더욱 멀게 만드는 것 같이 느껴 영섭이 군에 있을 때보다 아니 외국에 가 있을 때보다 더욱 멀게 생각되었다.
몇 년을 두고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 헤매는 영섭를 보며 영섭의 희수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어떠한지를 알게 돼 이제 영섭은 영영 자기를 떠나 버렸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쩌면 이런 느낌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씩이나 마음에서 지워야 한다는 괴로움과 허탈감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황량한 보영이 쓸쓸함과 외로움에 빠져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로 바쁘게 지내다가 밤에 혼자 지내는 오피스텔에 돌아오면 세상이 온통 적막과 고독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되도록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남의 일까지 떠맡고 하다 보니 건강도 많이 나빠진다.
보영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만은 적극적으로 보영에게 접근해왔다.
희수로 해서 영섭과 멀어지면서 마음을 잡지 못하는 보영에게 혜선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조금씩 다가가면서 사이가 조금 좋아지려는 즈음에 마약범죄단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영에게 도움을 주려고 무술인도 추천해보았으나 전연 도움이 안 되고 점점 깊어가는 보영의 고민을 애처롭게 보며 미안해하고 답답해하던 차에 보영이 어떻게 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더니 다시 영섭과 가까워져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자기가 기회를 다시 잃는 것 아닌가, 애를 태우고 있던 태만은 영섭이 희수를 찾아 떠나자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격언을 생각하고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영섭과 보영이 감정적인 문제 때문에 일시 나뉘여진 것이 아니라 영섭이 희수를 찾아 떠난 것 때문에 보영과 영섭의 사이가 다시 멀어지게 되리라 생각하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마음을 굳게 다진다.
태만은 거의 매일 저녁 보영을 찾았다.
처음에는 황막한 마음에 시들하고 마뜩하지 않게 생각하던 보영도 태만의 정성에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직장에서 사회생활도 4년 이상했으니 이제는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가끔 태만을 결혼 상대자로 생각하는 자기를 보며 놀랜다.
그러나 보영은 태만과 만날 때마다 영섭과 비교가 되어, 실망하면서도 이제 자기가 달리 어느 다른 누구를 사귀더라도 영섭만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영섭을 그리워하면서도 그 그리움과 쓸쓸함을 달래려고 태만과의 사귐을 계속하는 동안 지금 영섭의 태도로 보아 희수가 안 나타나도 영섭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보영의 자괴감이 보영의 마음을 흔들어 조금씩 태만에게 기울게 한다.
보영의 마음이 조금씩 자기에게 열리는 것을 느낀 태만은 더욱 정성을 다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태만의 정성이 결실을 맺어 다음 해 봄 3월에 약혼하고 5월에 결혼하여 상계동에 살림을 차렸다.
주위에서는 검사 부부의 탄생이라고 선망이 자자하고 주례를 서준 분도 두 사람이 합심하여 법조계의 큰 별이 되라고 주례사를 해주었다.
결혼식 내내 그토록 사랑하고 정성 들인 여인과 결혼하는 신랑은 좋아서 싱글거렸지만, 보영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조용하기만 했다.
「이십 년 지기로 너는 내게 둘도 없는 친구라고 너를 만나면 늘 입버릇처럼 말해 오고서도 너의 졸업식에도 못 가더니 결혼식조차 참석을 못 하는 바보 같은 나를 용서해라. 멀리서나마 너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길이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 강원도 어느 산촌에서 못난이 바보 영섭이 -」
어떻게 알았는지 결혼식 하루 전에 배달된 이 전보가 결혼식 내내 보영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으며 결혼식을 이렇게 빨리 서두르는 것이 잘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문장 어디에도 그런 말이 없는데 자꾸 영섭이 결혼하는 자기를 책망하고 탓하고 있는 것 같다.
혜선으로부터 보영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영섭은 강원도 태백에 있었다. 보영이 결혼 소식은 영섭에게 유쾌하게만 생각되지 않고 자기의 심장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아픔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희수를 놓지 않는 한 언젠가 겪어야 하는 아픔이고 보영의 행복을 빌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이제는 예전과 같이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보영이 아니라는 생각이 영섭을 슬프고 섭섭하게 하여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하해 줄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럴수록 하루속히 희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과 어디에 있는지 알 길 없는 희수가 원망이 되기도 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rara님!
행복한 왕비님!
이초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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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혈님!
다락방님!
지키미님!
감사합니다.
여러분에 관심에 깊은 감사드리며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