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의 재수생 입니다.
한비야씨의 책을 읽으면서 관광이 아닌 '여행'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수능이 끝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MSN에서 수십명의 외국인을 알게 되었어요. 그 중에서 자주 이야기 하는 사람은 5명 정도지요.
그 다섯 명 중 한 사람은 저보다 네살 어린 소녀랍니다. 우리 나이로는 16살 이죠.
처음 인사하고 나서 제가 제 사진을 보내줬는데 막 잘생겼다고 그러더라구요.
보통 nice, cute 라고는 해도 handsome 이라는 말은 거의 못들어본 터라 ㅋㅋ
그리고 그 애도 꽤 귀엽게 생겼구요 ㅎㅎ 그리고 원래 한국에 관심이 많더라구요.
우리는 그래서 좋아하는 사이로 채팅하고, 이메일, 국제우편을 주고 받고, 제가 그애한테 국제전화 한 적도 있지요..
그 애는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학교 도서관에서 하루에 한두시간씩 인터넷을 할 수 있었어요.
집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있었으면 음성채팅도 할 수 있었을텐데 ^^;
우리는 서로가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처음 알게 된지 얼마 안되서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직접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귄다, 사랑한다'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냥 좋다. 이정도로만 표현한 거구요. 실제 제 맘도 그냥 그정도였죠.
관심있고, 재밌고, 좋다. ^^..
그 애는 제가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기를 원하고, 핀란드 남자들 보다 제가 더 좋다고 말하더군요.
한번은 제가 농담으로 다음 국제우편에는 머리카락을 넣어서 보내 보라고 했더니. 검지 손가락 만한 굵기와 길이로 머리카락을 잘라서 보냈더라구요 ^^;
몸살이 나거나, 다리를 다쳐도 저랑 채팅하려고 도서관에 나오고, 거의 삐지거나 화내는 일 없이 항상 제 걱정을 해 주는 아이랍니다.
그 애랑 알고 지낸 지 이제 6개월이 넘었네요.
그 애와 채팅을 하고, 메일을 주고 받는건 기쁘지만, 한 켠으론 맘이 아프거나 답답하기도 합니다.
이 만큼이나 착하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왜 저 멀리 핀란드에 있는 건지 ^^;
멀리있고, 실제로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연락하는 사이라서 그만큼 좋은 인연으로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죠. 그애나 저나 머릿속에는 실제보다 훨씬 더 이상적인 상대방을 그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애가 더 좋아지고 정이 들 수록, 우리가 가까이 살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 지곤 합니다.
수능 공부를 다시 시작한 2월부터는 자주 이야기 할 수도 없어서 좀 아쉽기도 해요..
제 생각은 그 애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냥 재밌고, 좋은 사이로 지내다가 실제로 만나 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해 보는 게 좋겠다는 거랍니다.
그 애도 저를 만나기 위해 용돈을 모으고 있다곤 하지만 제가 모으는 게 더 빠를 것 같네요ㅎㅎ (과외나 알바 등)
처음엔 그냥 핀란드에 가서 그 애를 만나는 것 만이 목적이었는데, 할인항공권 등을 찾아 보면서 유럽 배낭여행을 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애를 만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갔는데, 뜻밖에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리거나, 그애에게 어떤 사정이 생겨서 저와 함께 지낼 수 없는 일이 생긴다면, 허무한 여행이 되어 버릴 것 같아서, 유럽배낭여행을 하는게 괜찮을 거란 생각을 했죠. ^^..
그래서 이 카페를 찾게 되었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을 수 있었죠 ㅎ
4주 정도의 여행 일정 중 1~2주를 그애와 함께 보낼 예정이랍니다.
정말 기대되네요 ^^.. 물론 배낭여행은 꽤 오랜 시간 뒤에 가게 되겠지만요.
이 카페에 가입을 하고, 등업신청을 해서 글쓰기 권한을 얻으니까 문득 글을 써 보고 싶어서, 수다떨기 게시판에 이야기를 한 번 남겨 봅니다. ^^..
몇년 뒤에는 멋지고도 로맨틱한 여행기를 이곳에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첨부 파일은 Jen의 사진들 ㅎㅎ
첫댓글 로맨틱 + _ +
여자분이 고등학생정도? 아그리고 msn친구 사귀기 가입하셨나보네여 핀란드도 좋지만 물가가 장난아니라서 동유럽 (체코정도로)쪽으로 같이 여행가는게 어떻시간여 거기유스호스텔(믹스룸추천~ㅋ) 이용하면서 서로 자기가 모르는곳을 여행해보는것이 어떨까여
이야~ 소설책같아요...
오와~ 멋져요
꼭 만나셨음 좋겠어요~! ^^
ㅎㅎ 감사합니다 ^^..
와...너무 귀여운 분이시네요. 저의 펜팔친구 이름이 Jens 인데 ^^;;ㅋㅋ 한번 가보셔서 얼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2003년때부터 채팅하던 친구를...2004년에 유럽서 보고 2005년엔 한국에서 봤네요 ^-^ 두분이 더더욱 좋아하는 사이라면 어서 만나시는게...서로의 좋은 감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우선은 가시기 전까지 부모님의 신임을 얻으셔야 겠네요. 공부도 열심히..그래야 재정적 원조를 받지요.ㅋㅋ핀란드와 관련된 여러 유학이나..뭐 학업관련 정보를 찾아보시면 더욱 오래 정착(?)하실수도 있지 않을까요? 부디 좋은 정보 얻으셔서 좋은 소식 있으시길 바래요. 꺄오~~부럽다. 그런 롱디! ㅋㅋ절대로! 행복하세요..영원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