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 속을 툭툭 소리 내며 알밤이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아버지는 해 보다 더 먼저 일어나셨다 내려진 이슬에 햇빛이 닿으면 모든 열매들 보석을 달고 알알이 영글어 가는 새벽
이슬을 헤치고 뒷산에 올라 아버지는 떨어져 누운 밤송이를 가르며 양옆의 빈 껍질 사이로 통통하게 살진 알밤 한 알을 뽑아내셨다 "가운데 한 알이 큰 알밤이 되기 위해서는 양옆의 놈이 이렇게 쭈그러진 껍질만 남는 겨"
잘생긴 알밤만 골라 아버지는 차례상에 올릴 밤을 치고 계시고 어머니는 부엌일에 바쁘시고 < > N
양옆의 빈 껍질 사이로 통통하게 살진 알밤 한 알을 뽑아내셨다 "가운데 한 알이 큰 알밤이 되기 위해서는 양옆의 놈이 이렇게 쭈그러진 껍질만 남는 겨" 잘생긴 알밤만 골라 아버지는 차례상에 올릴 밤을 치고 계시고 어머니는 부엌일에 바쁘시고 철없는 나는 둥근 달 속 토끼가 되어 떡방아를 찧고 송편을 만들었지 세월을 건너 내가 아버지 나이 되어 뒤뜰 감나무처럼 주렁주렁 새끼들 달고 고향집 찾았으나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나는 알밤이 되어 뽑혀 나와 추모예배를 드리는데 제사상 위 빈 껍질로 버려져 누워있는 아버지! 아버지 주름진 얼굴이 화안하게 보름달로 떠오르면 새끼들 왁자지껄한 웃음 사이로 그때 베껴졌던 밤송이 껍질 하나가 내 가슴을 아리게 쓸어내리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