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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입구에 놓인 노숙자 조각/ 운석에 깔려 넘어진 교황像까지… / 블랙 코미디로 기성 미술계 도발/ 냉장고 안엔 죽은 모친 모형 넣어/ 새로운 형태의 ‘기념비’ 창조해/ 논란의 출세작 ‘바나나’도 출품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63)의 국내 첫 개인전이 리움미술관(Leeum)에서 7월 16일까지 열린다. 특유의 블랙 코미디로 세계의 가치 체계를 도발해온 작가의 대표작 34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그 관문에 노숙자, 그러니까 최신작 ‘동훈과 준호’ 조각이 놓여있다. 미술관 로비에도 놓인 노숙자 조각과 한 쌍이다. 1996년 이 연작의 최초 공개 당시 관람객이 경찰에 신고하는 해프닝이 있었고, 2년 뒤 미국 위스콘신 대학 캠퍼스 전시에서는 옆에다 누군가 등록금 인상 반대 팻말을 세워두는 통에 투쟁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카텔란이 기획한 모든 작품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1인극과 같다.
리움미술관 입구에 놓인 실제 사람 크기의 노숙자 조각. 나무·스티로폼 등으로 형상을 만들고 옷을 입힌 최신작 '동훈과 준호, 2023'의 일부다. /정상혁 기자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입구에 웬 노숙자가 누워있다. 삼성가(家) 소유의 한국에서 가장 돈 많은 사립 미술관, 그리고 남루한 점퍼에 목장갑을 낀 노숙자. 고매한 가치를 들먹이는 부귀영화의 무대에 들어서지 못하고, 문밖에서 남자는 삶의 소외와 비참을 온몸으로 피력한다. 다만 멋쩍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이 노숙자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무제’(2001). 사진 뉴시스
제 첫 질문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관객이 바나나를 먹었을 때 기뻤죠?’였습니다.
‘기분이 어땠나요?’가 아니라 ‘기뻤죠?’라고 물은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 때의 해프닝이 작가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성공한 마케팅이라고 저는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카텔란은 뭐라고 답했을까요?
―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에서 당신의 작품 ‘코미디언’의 바나나를 데이비드 다투나가 먹었을 때 기뻤나?
“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그렇게 흥미롭지가 않았고, 어쩌다 그런 모양이 나왔다. 처음에는 플라스틱 모형 바나나를, 그 다음엔 금속 모형을 몇 달 동안 갖고 구상해보았는데, 전시해도 되겠다 싶을 만큼 매력적인 버전이 없었다. 그 때 테스트한 작품을 집에 아직도 갖고 있다.
그러다 가장 단순한 아이디어, ‘그냥 바나나를 그대로 설치하면 되잖아?’라는 생각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 결정이 결국 누군가가 바나나를 먹어서 이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일 뿐이다. 예술은 어차피 전부 다 재활용이고, 일종의 늙은 경주마들의 계주 같은 것 아닌가?“
역시나.. ‘그 작품 그렇게 대단한 것 아냐’라는 아주 새침한 답변으로 제겐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미술사에 새로운 거 없잖아? 어차피 다 재활용인데 뭘 그렇게 호들갑이니? 라며 반문하는 모습입니다.
18K 금 103kg으로 만든 변기 ‘아메리카’. 구겐하임에 전시된 이 작품은 관객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 구겐하임미술관
다음 질문. 또 다른 ‘카텔란 스캔들’의 서막. 2016년 작품이자 18K 황금으로 만든 변기 ‘아메리카’에 관한 해프닝도 물었습니다.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백악관이 구겐하임미술관에 반 고흐 작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자, 이 미술관 큐레이터는 반 고흐 대신 ‘아메리카’를 트럼프에게 제안합니다.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내비친 아주 도발적인 제안이었고 이것 역시 굉장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 당신의 18K 황금 변기 작품 아메리카(2016)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 결정에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트럼프 정부 백악관이 반 고흐 작품을 요구했을 때, 구겐하임의 큐레이터 낸시 스펙터가 ‘아메리카’를 대신 빌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낸시는 아주 날카로운 정신을 가진 훌륭한 큐레이터다. 또 그녀는 큐레이터로서 구겐하임 소장품 무엇이든 나와 상의 없이 외부에 대여해 줄 권리가 있다. 물론 내 작품이 미술관을 떠나 백악관처럼 권위 있는 공간에 전시됐다면 영광이었을 것이다.”
저는 ‘아메리카’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잘 어울릴 것 같냐고 물었는데, 카텔란은 즉답은 피했습니다. 당시 결정에 자신은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면서요… 그럼에도 백악관에 전시됐다면 영광이었겠다는 답으로 대신했네요.
마우리치오 카텔란, ‘모두, 2007’, 9구의 시신을 연상 시키는 얼굴없는 카라라 대리석 조각, 가변크기.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2007’, 박제 말, 300×80×170cm.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2007’, 레진, 페인트, 머리카락, 포장제, 나무, 나사, 238×143×66cm.
카텔란이 20대 당시 여읜 모친을 조각으로 제작해 냉장고 안에 넣어둔 설치작 '그림자'(2023). /정상혁 기자
마우리치오 카텔란, ‘프랭크와 제이미, 2002(Frank and Jamie)' 플래티넘 실리콘,
유리섬유, 강철, 머리카락, 옷, 신발, 192×50×48cm 182×60×36cm 작품을
한 여성이 바라보고 있다. 9·11테러 직후 제작된 작품이다. /정상혁 기자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한편, 공권력을 행사하는 존재지만 이들은 버려진 마네킹처럼 아무것도 할 수없는 상태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사랑이 두렵지 않다, 2000’,(Not Afraid of Love) 스틸렌, 폴리에스테르 수진, 페인트, 천, 털, 205.7×137.4×312.4cm.
아기 코끼리가 눈과 코 부위를 뚫은 흰 천을 뒤집어 쓴채 서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일러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표현 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 1997’.
학교라는 사회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던 카텔란의 유년시절을 상징한다.
2019년 벽에 붙인 식용 바나나(코미디언)를 약 1억5000만원에 판매하며 단박에 이름을 알렸다. 영구적이지 않고, 노력의 결실도 아니며, 가격까지 터무니없다는 점에서 작정한 미술사(史) 비틀기였다. 그러나 작품은 팔렸고, 개념미술의 새 장이 열렸다. 운석(meteorite, 隕石)에 깔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Pope John Paul II)의 실물 조각(아홉 번째 시간·1999), 실탄을 쏴 구멍 낸 검은 캔버스(밤·2021), 실제 갤러리 주인을 벽에 3시간 동안 테이프로 붙여놓은 뒤 찍은 사진 ‘완벽한 날’(1999) 등 카텔란이 제시하는 황당한 장면은 ‘이게 왜 예술인가’라는 질문 자체라 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부관장은 “그저 ‘바나나 작가’로만 알려진 카텔란의 수많은 면모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스스로 의도를 밝힌 바 없지만, 작품 제작의 전후 사정을 살핌으로써 추론해 볼 수는 있다.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 거꾸로 선 두 제복 경찰(프랭크와 제이미·2002) 조각은 9·11 테러 직후 만든 것이다. 수갑과 곤봉을 허리에 차고도 멍청한 미소만 흘리고 있는 반전(反轉)의 형상에서, 무너진 쌍둥이 빌딩 혹은 무력한 공권력이 보일 것이다. 무릎 꿇고 기도하는 소년 형상의 히틀러(그·2001)처럼, 맥락의 전복으로 생성되는 새 의미는 곳곳에서 관찰된다. 전시장에 냉장고 한 대가 있다. 살짝 열린 문 안쪽에 웅크린 중년 여성이 있다. 카텔란의 어머니다. 작가는 20대 초반에 여읜 모친을 조각으로 재현해 냉장실에 넣어뒀다. 추억의 박제를 위한 기념비(碑)가 반드시 하나의 형태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운석에 깔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상상하며 조각한 '아홉번째 시간'. 권위를 대하는 미술계 이단아의 태도를 유추할 수 있다. /정상혁 기자.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2018’, 나무에 아크릴릭, 376×333×830cm.
바디칸의 시스티나 성당을 축소하여 자작한 것으로 2018년 카텔란이 상해 유즈 미술관에서 기획한 전시 “예술가와 마주하라(Artist is Present)”에서 처음 선보였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2019’, 생바나나, 덕테이프, 가변크기./ 커다란 벽에 덕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한 개. 이토록 주목받는 바나나가 또 있을까. 2019년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 작품으로 떠오른 '코미디언'을 한 남성이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정상혁 기자.
마우리치오 카텔란, ‘비디비도비디부, 1996’,(Bidibidiboo) 박제 다람쥐, 세라믹, 포마이카, 나무, 페인트, 철, 45×60×58cm.
다람쥐와 그 크기에 알맞은 미니어처 살림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멀리서 보면 동화 속 한 장면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테이불에 축 늘어진 다람쥐 자세와 싱크대에 쌓인 더러운 접시, 그리고 발치에 놓안 권총을 통해 이 작은 동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그것, 2023’, 검정 벨기에 대리석, 37×19×41.5cm.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2008’, 부추, 고추, 흙, 가변크기.
전쟁과 군인을 뜻하는 군화 안에 새로운 생명이 자리잡고 자란다는 것은... 누군가 신다버린 낡은 부추에 식물이 자라고 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비밀, 1998’, 당나귀, 개, 고양이, 까마귀 뼈, 210×205×45cm.
기이한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표본 같기도한 이 작품은 그림형제의 동화《브러맨 음악대》의 주요 장면을 구현한 것.
마우리치오 카텔란, ‘가족, 1998’, 박제 당나귀, 개, 개 위의 고양이, 고양이 위에 까마귀, 227×197×55cm.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2007’, 박제 래브라도견, 병아리, 가변크기.
마우리치오 카텔란, ‘어머니, 1999’, 컬러 사진 인화, 158.5×127cm. 이탈리아밀라노 카를루초家 컬렉션.
당나귀 위에 개, 개 위의 고양이, 고양이 위에 까마귀. 집 나온 동물들이 서러에게 올라타 이를 드러낸 채 무언가를 위협하는 듯 울고 있다. 그림 형제의 동화《브러맨 음악대》에서 네 마리의 동물은 쓸모가 없어지자 자신을 처치해 버리는 주인을 떠나 자유로운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부레멘으로 향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밤, 2021’, 스테인리스 스틸에 채색, 실탄 사격, 148×281×6.9cm.
검은 판에 군대군데 구멍이 난 이 작업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검게 새기고, 크기가 제각각인 실탄을 여러 차례 발사하여 완성된 것이다. 한 나라의 국기는 국가적 정체성과 긍지를 나타내며, 스포츠 경기나 전쟁에서 사기를 진작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하지만 미국을 구성하는 연방주의 수 많큼 줄무늬와 별을 새겨넣어 화합과 빛나는 희망을 상징하는 성조기는 여기서 침울하고 섬뜩한 분이기를 자아낸다.
유년의 카텔란을 닮은 소년 조각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미술관 1층을 온종일 누빈다. 어떤 제약도 없이. /연합뉴스
동물 박제 작품이 다수 출품됐다. 100여 마리의 비둘기가 대표적 예다. 작품명 ‘유령’. 의식하지 못했던 야외 풍경이 실내로 침입해 발생한 이질감이 계속해서 신경을 자극한다. 커다란 말(노베첸토·1997)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속력을 잃고 중력으로 축 처진 사체(死體)에서 작가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고로 작품 속 작가 찾기는 관람의 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유년의 카텔란과 닮은 소년(찰리·2003) 조각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온종일 미술관 1층을 누빈다. 직원이 무선 조종하는 것이긴 하나, 기성의 제지나 금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텔란은 페달을 밟는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1999’, 촬영 배경지에 UV인쇄, 258×192cm.
마우리치오 카텔란, ‘숨, 2021’, 카라리 대리석, 40×131×78cm/ 30×65×40cm.
이따금 굉음에 놀랄 것이다. 1층 천장 부근에서 북치는 소년(무제·2003)이 예고 없이 양철북 치는 소리다. 깽판 치듯, 일깨우듯.
마우리치오 카텔란, ‘우리(We), 2010’, 나무, 유리섬유, 폴리우레탄 고무, 천, 옷, 신발, 78.5×151×80cm.
마우리치오 카텔란, ‘유령, 2021/ 발견된 작품, 2021’, 박제 비둘기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발견한 작품, 220×145×15cm.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1999’, 캔버스에 아크릴릭, 110×110×7cm.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2001’, 스테인리스, 나무, 모터, 전구, 벨, 컴퓨터, 60×85.5×47cm.
마우리치오 카텔란, ‘보이드(Void), 2019’, 레진, 스티로폼, 에폭시 바니시, 150×135×110cm.
작가 본인의 두상에다가, 여태까지 만든 자신의 작품들을 축소하여 무질서하게 배치해놓았다. 보이드(Void)는 '빈 공간'을 뜻하는데, 이렇게 복잡하고 정신없는 배치인 데 반해 빈 공간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제목은 역설적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제, 2007’, 박제 래브라도견, 병아리, 가변크기.
래브라도리트리버 두 마리가 작은 병아리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잡았다. 이 작품은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맞이하는 구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체격 차이가 큰 동물이 공존하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박제된 동물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리트리버가 병아리를 공격할지 아니면 좋은 친구로 남게 될지...
선 넘기에 대한 그의 사랑(?)을 보여주는 듯한 카텔란의 초상 사진. 사진: 리움미술관 제공
✺ 전시명 : 마우리치오 카텔란 MAURIZIO CATTELAN <WE>
◦ 기간 : 2023. 01. 31 - 07.16
◦ 장소 : 한남동 리움미술관
◦ 시간 : 화-일 10:00 - 18:00
◦ 주차 : 가능
◦ 가격 : 무료
출처: 조선일보 2023년 01월 31일(화) 미술.전시 (정상혁 기자)/ 리움미술관 전시 정보
첫댓글 감사합니다
불쌍한 노숙자 대책이 나왔네요~
남여구분해서 파출소 2~3개 정도로 노숙자 있을 지역 근처에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냉방시설 정도 갖춘 복지 시설을 전국 곳곳에 지어주면 사람많은 공간에 볼썽사나운 모습 안보이겠네요~
노숙자 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