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만과 결혼을 한 보영의 결혼 생활은 원만하지 못하다.
처음에 일 년은 그런대로 즐겁고 행복한 생활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보영과 영섭의 관계,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 무려 25여 년이 넘는 깊고 끈끈한 관계를 잘 아는 태만은 보영에게서 영섭의 그림자를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영섭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심사가 꼬인다.
특히 보영이 태만에게 숨기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살 것 같고 또 태만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영섭과 무슨 연락을 하고 나면 사소한 것이라도 태만에게 말하고 영섭도 그렇게 하여야 보영의 부부 사이가 원만할 것이라고 말하여 영섭에게서 어떤 소식이나 서신이 오면 모두 태만에게 말하고 보였다.
처음에는 태만도 그 서신을 보며 웃고 같이 염려하고 하더니 그것이 끊이지 않고 길어지고 또 거의 한 달에 두 번 정도 일정한 간격으로 오는 그 영섭의 서신들이 근래에 들오면서 그 내용과 관계없이 태만을 못 견디게 한다.
사실 그 내용도 거의 안부와 태만과 결혼 생활의 행복을 비는 내용으로 어쩜 희수를 찾아 헤매면서 허해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영섭은 주기적으로 보영에게 서신을 보내는 모양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보영에게 드리운 영섭의 영상이 너무 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 때문에, 이제는 내 사람이니 그러지 말자고 해도 보영이 자기에게 대하는 태도가 기대 이하이거나 가정생활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보영이 영섭을 생각하느라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이제는 어쩌다 보영의 입에서 영섭에 대한 말이 나오는 것에도 화가 난다.
두 사람의 오랫동안의 사귐도 사귐이지만 그 사귐의 틈바구니에 자기가 끼어 두 사람의 정에 치여 무너질 것 같고 그래서 자기는 영섭을 넘을 수 없다는 생각 즉 영섭에 대한 열등감이 태만을 더욱 시기하고 질투하게 만든다.
보영은 자기가 보기에도 자기를 위해 가정을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 잘해 주다가도 보영의 그러한 행동이 오히려 영섭에 대한 마음을 감추기 위한 위선적인 행동같이 보여 역겨운 생각이 들면 다시 마음이 불 위에 놓인 냄비 속에 깨같이 튄다.
다른 사람을 오랫동안 끔찍이 사랑한 사람을 아내로 맞아 드린 것이 잘못인지, 자기가 너무 두 사람의 과거에 매달리는 것인지 분별이 안 선다.
그래서 보영을 집안에 붙들어 놓으면 좀 그런 생각이 덜 할까 하여 자기의 속마음은 숨기고 경제적인 여유를 들어 보영이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며 보영에게 직장을 그만둘 것을 권한다.
보영은 여기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여자도 나름대로 사회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 보영의 신조고 자기의 직업에 만족하는 보영이 그 말을 따를 리가 없다.
자기의 생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태만이 나중에는 나의 아내가 됐으니 영섭과의 관계를 청산하라고 보영에게 정식으로 요구했다.
거기에 대하여도 보영은 동의할 수가 없다
태만이 자기와 결혼할 때 자기가 영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고
또 이해하겠다고 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냐.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25여 년을 넘게 사귀어 온 만남을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그리고 솔직히 내의 마음속 저 깊이에 있는 영섭에 대한 감정이 쉽게 식지는 않으나 그로 해서 오히려 당신에게 잘하려고 하고 당신에게 죄가 될 일은 하지 않으며 또 내가 지금은 옛날처럼 그렇게 영섭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우리가 연인으로 만나는 것은 더욱 아니다. 25여 년을 사귀어 온 초등학교 동창 친구로서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하는 것이 보영의 항변이다.
자연 태만의 잔소리가 늘게 되고 보영이 태만이 앞에서 조금이라도 우울해하거나 침묵하고 있으면 지금도 영섭을 그리워하느라고 그러냐고 트집을 잡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이제 나는 당신의 아내가 아니냐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충실하려고 한다. 하고 보영이 항변하면 태만은 보영이 자기의 속마음을 들켜서 항변한다고 하고, 대꾸하지 않으면 자기 말이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어 보영이 대꾸 못 한다고 한다.
보영이 그렇게 자신이 없냐고 하면 네가 언제 나에게 자신 있게 했냐 하고 오히려 보영을 윽박지른다.
내가 당신에게 자신감을 못 준 것이 무엇이냐? 나는 이제 당신의 충실한 아내, 당신에게 진실하려고 노력하는 당신의 아내라고 보영이 말하면
충실 좋아한다. 마음으론 늘 다른 남자를 생각하며 하고 태만은 비꼰다.
이런 태만의 질투는 보영을 숨 막히게 한다.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질투라고 생각하면서 참으려고 하지만 태만의 언행은 도를 지나친다.
태만도 이렇게 황폐해가는 자기의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이성으로는 자기가 보영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감정으로는 보영의 행동이 영섭에 대한 마음을 숨기기 위한 기만으로 생각된다.
직장을 고집하는 것도 영섭을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되고.
희수가 보영을 찾아간 때가 보영이 이런 상태에 있을 때였다.
지난번 신산리 집에 들렀을 때 영섭을 만나려면 필요할 것 같아 현영과 사귀던 시절 가끔 찾아가서 만날 때 알게 되어 적어 두었던 혜선의 전화번호를 찾아 적어 두었다 서울에 와 혜선에게 전화하여 보영이 있는 곳을 알아 찾아간 것이다.
희수를 본 보영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영섭이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희수가 비구니가 되어 나타났으니 보영이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희수씨 이게 웬일이에요? 그동안 절에 있었던 거예요?”
“네 보살께서 보시는 것 같이 저는 비구니가 되었습니다.”
“영섭이가 희수씨를 얼마나 찾고 있는지 아세요?”
“네! 부모님께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법호는 소미입니다. 소미라고 불러주세요.”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희수씨 아니 소미스님이 있는 곳이 어디에요? 영섭에게 한시라도 빨리 알려주어야겠어요. 영섭이는 지금도 희수씨 아니 소미스님을 애타게 찾으며 전국을 떠돌고 있어요.”
이 말을 듣는 희수는 보영이 얼마나 영섭을 생각하는가를 다시 한번 느끼며 질투 같은 묘한 감정이 일어
“지금 보살님 앞에 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하며 내가 왜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거처하는 곳 말이에요.”
“소승이 있는 곳이 제 거처입니다.”
“그러면 소미스님께서 영섭에게 연락하세요. 소미스님이 실종된 후 5년여를 소미스님을 찾아 방랑하고 있는 영섭을 위해.”
“그래서 보살님을 찾아왔습니다. 소승이 전라도를 다녀올 일이 있어 지금 내려갑니다. 죄송하지만 보살님이 연락하시어 소승을 찾고 있는 영섭 시주님께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열흘 후 이곳에서 소승이 만나잖다고.”
“왜 직접 하시지 않고.”
“소승은 시주님의 거처도 연락할 전화번호도 모르고, 또 소승이 직접 하는 것보다 보살님이 해주시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부탁드리니 보살님이 마지막인 저의 부탁을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긴 희수가 영섭에게 직접 자기가 중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우리라고 생각한 보영이 희수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승낙했다.
중이 되어 찾아온 희수를 보내고 보영은 영섭에게 전화를 했다.
보영의 전화를 받은 영섭은 희수가 비구니가 되어 보영을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한편 놀랍고 반갑고 기쁘며 한편 어처구니가 없다.
그동안 그렇게 찾아 헤매던 희수가 나타났다는 데 놀랍고 반가우며 정신병이 다 나아 중이 되어 나타났다는 데 어처구니가 없고 거짓말 같다. 그래서
“거짓말도 그럴듯하게 해라. 희수가 중이 되다니. 나의 방황을 끝나게 하려고 하는 너의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으냐?”
라고 반문했다.
“아니 내가 너에게 왜 거짓말을 해. 희수가 십 일 후에 서울에서 만나자고, 했으니 그때 와서 만나보아라.”
하는 보영의 대답에
“그게 정말이야? 희수가 만나자고 했다는 것이?”
“그래 정말이야. 그러니 네가 와서 직접 봐.”
“언제? 십 일 후라고?”
“그래 그러니까 잊지 말고 꼭 와봐.”
“그런데 중이 됐다는 것이 정말이야?”
“그래 법호가 소미란다. 이름도 못 부르게 하더라.”
“정말 중이 됐다고?”
영섭은 믿을 수 없어 다시 한번 묻는다.
“그렇다니까?”
“있는 곳이 어디래?”
“정처가 없다고 하더라. 볼일이 있어 전라도에 갔다가 십 일 후에 서울에 올라온다고 그때 너를 만나고 싶다는군.”
“알았어. 내 곧 서울로 올라가지.”
전화를 끊고 난 영섭은 허탈하기 그지없다.
5년여를 가슴을 조이며 찾아다니던 사람이 중이 돼 서울에 나타나다니.
그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무엇을 위한 노력이고 무엇을 위한 찾음의 방랑이었나?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허망하고 혼란하게 만들 수 있나?
보상받고자 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수를 찾으면 그녀를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방랑의 어려움을 이기며 찾아 헤맸는데.
영섭은 희수를 만나러 가야 할지 망서러졌다.
하지만 희수가 그렇게 된 데는 자기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생각과 중이 된 희수라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영섭을 서울행 열차에 오르게 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다락방님!
이초롱님!
구리천리향님!
행복한 왕비님!
무혈님!
감사합니다.
아직은 여름이 서성이고 있지만 그래도 가을 내음이 물씬 풍깁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