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둠벙
김윤자
무서웠지요, 도깨비가 사는 연못
청라 옥계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장현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곳을 지날 때면
도깨비에게 안 잡히려고 마구 달렸지요
늦은 밤, 갑자기 동생이 아파
엄마 등에 엎혀
옥계 하의원 의사에게 갈 때는
엄마도 무서웠는지
어린 딸아이에게 가자 하고, 뒤 따라 가노라면
어김없이 만나는 도깨비 둠벙, 그 길
온 머리카락이 솟구쳐
도깨비 바늘로 다가와 머리팍을 무섭게 찔렀지요
달려도 달려도 따라오던 하얀 걸음
멀리서 바라보면 오히려
번개치듯 휙휙 지나가던 섬광 칼빛 빛줄기
유년시절, 청년시절까지도, 그랬어요
어른이 되어 고향 떠난 어느 날
그곳에 다다르니
도깨비 둠벙의 전설은 사라졌어요
그 길, 그 연못은 조금 변했지만
그 자리엔 여전히 도깨비 둠벙이 있는데
도깨비는 간 곳이 없어요
어른이 되어서야 사라진 도깨비는
썪은 나무의 진액이 호수의 빛을 받아 반사한
인광이었던 것을
아, 돌아보니 그건 고향길에 곱게 새겨진
한 편의 소설입니다.
도깨비 둠벙-보령문학 2023년 제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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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둠벙-보령문학 2023년 제21호
김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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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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