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칫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 생겨서 이곳에 소식을 전합니다. 인천작가회의 지회장이자 소설가인 유채림 씨가 전 재산을 모아 운영 중이던 식당이 강제철거되어 폐쇄된 식당 건물을 뜯고 들어가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새로 글을 쓸 시간이 없어, 주고받은 메일 내용을 아래에 그대로 붙여넣기 했습니다.
*박일환이 인천작가회의 회원들에게 보낸 메일(2009.12.25)
즐거운 성탄절 보내셨는지요? 안타까운 소식 전합니다. 불과 며칠 전 인천작가회의 지회장으로 선출되신 유채림 선생님 댁에 용산에서와 똑같은 야만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채림 지회장님 사모님께서 홍대 앞에서 음식점을 하시는데 그 지역으로 경전철이 지나가기로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주변 땅값이 엄청나게 뛰었고(평당 8,000만원이라던가요?), 음식점 건물주가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긴 채 건물을 팔아버렸답니다. 그리고 새로운 건물주가 그 건물에 들어 있던 세입자들을 내쫓기 시작한 거지요.
처음 음식점에 입점할 때 권리금만 1억 정도 들었다고 하는데 쫓겨날 때는 권리금은 물론 보증금 한푼 못 받고 이사비만 달랑 300만원 주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이 들어간 식당이라 도저히 그냥 나올 수가 없었고, 세입자 측이 연대하여 재판을 걸었으나, 재판에서 졌다고 합니다. 여러 우여곡절과 회유, 협박 끝에 다른 세입자들은 모두 나가고 유채림 지회장님과 다른 집 딱 두 곳이 남았는데요. 어제 오후에 급작스레 집달리들이 나와서 식당의 모든 집기를 들어냈답니다. (악독한 놈들, 그것도 하필 성탄절 이브에!) 용역들이 사모님을 둘러싼 채 꼼짝 못하게 했고,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간 유채림 지회장님도 용역들이 에워싸서 달리 손 쓸 방법이 없었다네요. 들어낸 집기들은 집달리들이 모두 물류창고에 갖다 넣었다고 하고, 건물에는 셔터를 내리고 철문을 달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답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건물 안에서 농성을 할 수도 없고 현재 전철연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하네요. 오늘 제가 유채림 지회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마땅히 도와드릴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했더니 나중에 혹시 농성이라도 들어가게 되면 그때 찾아와 달라고 하더군요. 만일 본격적으로 싸우게 되면 봉쇄된 건물을 뚫고 옥상으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그럴 경우 모든 걸(생사까지 포함해서) 걸어야 하는 것이라서 고심중이라고 합니다. 유채림 지회장님은 용산과 똑같은 일이 자신의 음식점 건물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자신이 전태일 열사와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데 자식들이 밟혀서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노라는 말씀까지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지회장 역할을 제대로 못할까봐 걱정을 하면서 되도록 빨리 일을 마무리짓고, 지회장의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말을 회원 여러분께 전해 달라고도 하셨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운데, 지금 당장 어떻게 도울 방법은 없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예수님이 태어나셨다는 성탄절을 탐욕과 야만이 판치는 이 땅에서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날 따름입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지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유채림 지회장님께 위로와 힘이 되어드릴 방법을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소식을 접하게 되면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 유채림 지회장님의 메일(2009.12.26)
새벽 5시가 넘었으니, 12월 26일 새벽이네요. 새벽 1시에 두리반 식당을 막아놓은 철판을 뜯고 마치 1968년 앤테베 작전처럼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철저히 온몸으로 도와주는 친구들과 나의 그녀가 그렇게 한 것이지요. 유리문에 우리의 주장들을 써서 붙이고, 바닥에는 스티로폼을 깔았습니다. 장기 레이스를 하게 되면 할 각오입니다.
우리 가게 최근 현황은 박일환 선생께서 얼마나 애정어린 시선으로 잘 써주셨는지 몰라요.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평당 750만원 하던 땅값을 평당 8,000만원에 매입하고 세입자한테는 이사비용 300만원만 준다고 하니, 안 싸울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농성장으로 변한 가게 안에서 나의 그녀 손을 잡고 있다가 새벽 4시 50분경 우리 이사님들께 오늘 오후(2-3시경)에라도 한 번 방문해주십사 간청하고자 그곳을 빠져나와 집에 왔습니다.
이사님들이 방문하셔서 격려 문구와 이름을 철판이나 유리문에 붙여주신다면 더없이 큰 힘이 됩니다. 사실 개발시행사나 시공사는 단체를 무서워하고 특히 작가들을 무서워하거든요. 책자로 남기는 가공할 능력이 있으니까요. 부탁합니다. 신구임원 회식할 자리가 농성장으로 변한 곳으로 여러분을 청합니다.
사실 내년 봄에나 용역들 동원해 집기 들어낼 줄 알고 참으로 느긋했는데, 하필 방만해진 12월 24일이라니! 뒤통수 맞은 거죠.
날밤을 새웠기에 뭘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게 머리가 몽롱하네요. 하지만 분명한 거 한 가지 오늘(26일) 오후 두세 시경 이사님들이 방문하셔서 문구 하나씩 남겨주신다면 더없이 큰 힘이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문구내용은 소설가 유채림 힘내라, 인천작가회의는 유채림을 지킬 거다 약간 낯간지럽지만 이런 내용들이면 되겠죠.
죄송스럽고, 더없이 고맙습니다 유채림 고백
* 농성 처음 고비만 넘기면 곧바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작가회의 일 해낼게요. * 두리반 식당은 홍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곧장 올라오다 보면 큰 도로가 어수선한 곳 3층 건물 1층에 있어요.
| | |
첫댓글 결국 용산의 문제는 강 건너 불 구경이 아닌, 내 문제일 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사실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주변을 돕지 않으면 언젠가 내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정작 돕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겠지요. 유채림님에게 격려를 보냅니다.